‘팬택 구원투수’ 옵티스 정체

백기사? 흑기사? ‘누구냐 넌’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팬택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한부 인생’이었다. 한때 대한민국 벤처 신화로 불렸지만 1년간 계속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기간 동안 마땅한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직원들이 일부 신문에 ‘고별 광고’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했다.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한 팬택을 중견기업 옵티스가 인수하겠다고 밝히면서 팬택 부활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에서 삼성과 LG에 밀려 결국 파산 직전까지 갔던 팬택이 새로운 인수자를 만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다시 한 번 재기에 도전할 예정이다. 팬택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옵티스 컨소시엄은 팬택 김포공장과 전국AS센터를 제외하고 기술 인력과 특허권 등을 약 400억원 선에 인수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산 직전 ‘짜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를 신청한 팬택이 옵티스 컨소시엄과 인수합병(M&A)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서울중앙지법 파산3부(수석부장판사 윤준)는 지난 16일 팬택이 옵티스 컨소시엄과 M&A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것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팬택의 관리인은 옵티스 컨소시엄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옵티스 컨소시엄은 팬택에 대한 실사를 거친 뒤 다음달 17일까지 양해각서에 따른 투자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팬택 회생의 걸림돌로 지목된 ‘진대제 변수’는 사라졌다. 그동안 팬택 인수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옵티스 지분 모두를 정리하기로 하면서 옵티스의 팬택 인수 작업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진 전 장관은 그동안 옵티스의 대주주로서 팬택 인수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투자하는 사업이 주로 삼성전자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팬택 회생을 돕는 것이 아무래도 부담스러웠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진 전 장관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투자사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가 가진 총 100억원 규모의 옵티스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조만간 정리하기로 했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옵티스 지분 22.46%를 가진 대주주로 지분 정리가 마무리되면 지분 17.65%를 보유한 이주형 옵티스 대표가 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앞으로 옵티스의 입지는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진 전 장관이 지분 전량을 내놓게 된 것은 지난 16일 옵티스가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팬택 인수 허가를 받으면서부터다. 옵티스는 부채규모가 1조원에 달하는 팬택 인수대금으로 400억원을 법원에 제시했고, 본계약 체결을 위한 정밀 실사에 들어갔다. 빚이 많은 팬택 인수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던 스카이레이크 측은 최근 열린 옵티스 임시 이사회에서 반대 의사를 내놓기도 했다.
 
광디스크제조에 휴대폰사업까지 ‘주물럭’
변양균 회장으로 내세워 사업다각화 시도
 
이러한 가운데 옵티스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회장으로 영입했다. 변 회장은 옵티스가 팬택 인수를 마무리하는 대로 인도네시아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을 진두지휘할 계획이다. 변 회장은 2년 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IPTV 사업을 모색했으며 실제로 라이선스를 받는 단계까지 왔다. 옵티스는 부품 공급업체로 해당 사업에 참여하면서 변 전 실장 측과 친분을 쌓았다고 전해졌다.
 
변 회장은 2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팬택은 세계에 나가면 1등도 할 수 있는 기업인데 한국에서는 계속 3위로 내팽겨쳐져있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면서 “옵티스가 팬택을 이용한 시너지를 크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변 회장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기획예산처 재정기획국장, 기획예산처 차관,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IPTV 사업을 해왔다. 2011년부터는 셋톱박스(디지털 위성 방송용 수신장비) 업체 휴맥스 고문을 맡기도 했다.
 
옵티스의 전반적인 경영총괄은 변 회장에게 맡기고 이 대표는 계열사 중 한 곳의 CEO를 맡게 된다. 옵티스는 팬택 인수 이후 스마트폰 자체 생산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원가를 생각하면 외주 업체인 중국·대만 전자제품제조전문기업(EMS)을 활용하는 게 낫지만 장기적으로 볼 땐 제조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옵티스가 팬택 인수에 나선 것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서다. 영상·음악을 저장하지 않고 바로 내려 받아(스트리밍) 사용하게 되면서, ODD에 쓰이는 저장 매체인 CD나 DVD 사용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주력제품인 ODD의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휴대전화·사물인터넷(여러 기기를 통신 기술로 연결해 원격으로 제어하는 기술)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기 위해 팬택을 선택한 것이다.
 
옵티스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스마트폰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협력사와 동반 진출해 스마트폰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인도네시아 유명 대기업이 팬택 현지 진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옵티스는 현지 기업과 손잡고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는 3G 망을 뛰어넘어 4G 롱텀에벌루션(LTE)망으로 직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옵티스는 해외 틈새시장 발굴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팬택이 인도네시아 현지생산으로 속도를 더한다면 LTE 스마트폰 시장을 어느 정도 선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남아 집중공략
 
중견기업 옵티스는 2005년 삼성전자 출신인 이주형 대표가 경기도 수원에 세운 업체다. 광디스크 저장장치(ODD) 제조를 주력으로 삼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5996억원, 영업이익은 151억원이다. 옵티스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일본 도시바 광학디스크(ODD·CD플레이어와 DVD플레이어 등 광학저장장치) 합작 생산법인인 TSST 지분을 49.9% 인수했다. 오는 2017년까지 지분 100%를 인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옵티스는 주력 제품인 광디스크 저장장치 외에 보조배터리, 블루투스 스피커, 이어폰 등 TSST글로벌의 제품에 휴대폰 사업까지 더해 시너지 효과를 내 동남아 시장 전체로 국내 ICT 생태계 수출을 확대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물인터넷은?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24일 경기 판교 글로벌연구개발(R&D)센터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하나인 ‘K-ICT(정보통신기술) 사물인터넷(IoT)’의 실증사업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사물인터넷 실증사업은 사물인터넷의 인프라·기술을 자동차, 보건의료, 에너지, 도시, 공장 등 다른 핵심업종과 융합한 ICT 융합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선발된 제품·서비스의 사업화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사물인터넷 산업이 자생력을 갖추고 대기업 중심의 사물인터넷 산업 생태계가 대-중소기업이 공존·상생하는 구도로 재편되도록 하자는 게 목표다. 미래부는 지방자치단체 협력형 사업(2개 실증단지)과 기업 협력형 사업(5개 융합실증사업) 등 총 7개의 사물인터넷 실증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이 가운데 실증단지 2곳은 대구의 스마트 헬스케어(KT·삼성전자) 단지와 부산의 글로벌 스마트시티(SK텔레콤) 단지다. 또 융합실증사업은 ▲개방형 스마트홈 ▲스마트 그리드 보안 ▲스마트 카톡(Car-Talk) ▲중증질환자 애프터 케어 ▲스마트 팩토리 등 5개 사업이다. 이들 사업에는 3년간 총 1085억원(올해 337억원)의 예산이 투자된다. 이는 정부 재정 투입분만으로 민간 사업자들도 추가로 투자를 하게 된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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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