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메르스, 왜 심각한가 ⑥괴담이 판친다

격리 병원 가보니… 불안한 시민들 태평한 의료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메르스가 한국을 강타했다. 뒷짐만 지고 있던 정부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정부는 시민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핑계로 발병 지역과 환자가 거쳐 간 병원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흘러다니는 괴담들을 <일요시사>가 파헤쳐 봤다.

 
지난 2일 오후 5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선별 진료소가 설치된 서울 중구 을지로6가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으로 향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정부는 메르스 확산을 우려해 호흡기 증상(고열·기침·가래·호흡곤란)이 있어 찾아온 환자를 이곳에 격리 진료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을 가는 길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진료소 갔더니
젊은 레지던트만
 
평소 같으면 관광객으로 바글바글한 역사 안이 한산했다. 그렇다고 관광객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저마다 큼직한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관광객들도 곧잘 보였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캐리어를 끌고 있는 이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점이다. 특히 대만에서 온 A씨의 형형색색 마스크가 눈에 띄었다. A씨는 “메르스 때문에 가족들이 여행을 말렸지만, 어제 한국에 도착했다”며 “주변에서는 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나도 걱정돼 한국에서 마스크를 사서 착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으로 보인 사람 중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꽤 많이 보였다. 기자도 그중 한 명이었다.
국립중앙의료원 후문에 있는 메르스 선변 진료실. 가는 골목길은 적막했다. 멀리서 큼직한 텐트와 ‘메르스 선변 진료실’이라고 붙여진 빨간 플래카드가 보였다. 그리고 마스크를 착용한 경비원이 혼자서 후문을 지키고 있는 모습 정도만 보였다. ‘철통 경비가 아닐까’생각한 기자의 예상이 여지없이 빗나갔다. 쉽게 후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병원을 쭉 한 바퀴 돌아봤다. 병원 곳곳에는 ‘메르스로 의심되어 진찰을 위해 내원하신 분은 병원으로 들어가지 말고 선별 진료소로 가십시오’라는 간판이 보였다.
 
선별 진료소 문 앞 안내문에는 ‘메르스 관련 상담 및 진료를 원하면 뒤편 호출벨을 누르고 대기하라’라는 알림판이 있다. 병원 문은 굳게 닫힌 채 그 앞에는 탁자가 깔렸다. 탁자 위에는 혈압계와 알콜 손세정제, 진료기구, 마스크, 체온계 등이 놓였다.
 
진료소 앞에서 한 30대 청년이 레지던트로 보이는 젊은 의사와 이야기하고 있다. 이 청년은 며칠 전부터 고열과 가래 증상 때문에 찾아왔다. 진찰을 받고 싶다고 밝혔다. 레지던트는 “중동에 다녀온 적이 있느냐?”며 물었다. 청년이 “다녀온 적이 없다”고 답하자 레지던트는 “중동에 다녀오지 않았다면 메르스에 감염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며 “굳이 진찰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최근 열나는 환자들만 봐도 겁부터 난다고 호소하는 일반 병원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하지만 청년은 그래도 찜찜한지 계속 진찰을 받아보고 싶다고 버텼다.
 
환자 “고열이 나서 검사 받고 싶습니다”
의사 “중동 다녀왔어요? 아니면 됐어요”
 

그렇게 이들은 실랑이를 얼마간 벌였다. 레지던트는 병원 안으로 들어가더니 상급 의사 두 명을 함께 데리고 나왔다.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의료진들은 청년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했다. 이후 의료진들은 다시 병원 안으로 들어가곤 나오지 않았다. 청년은 발걸음을 후문 밖으로 돌렸다.
 
 
기자는 “진찰은 잘 받았느냐”며 “의사가 세 명씩이나 나와서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 물었다. 청년은 “고열과 가래 기운이 있는데도 진찰을 안 해주는 것 같다”며 “내가 계속 진료를 받고 싶다고 말하자 레지던트가 자기 선에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아 전문의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들이 ‘중동에 안 갔으니깐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날 설득하고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청년은 떨떠름한 표정을 떨치지 못한 채 돌아갔다.
 
곧이어 후문에 있던 경비원이 기자에게 다가와 “무슨 일 때문에 왔느냐”물어 “취재하러 왔다”고 답했다. 그러자 경비원은 “현재 여기는 취재 금지 구역”이라며 “나가달라”고 말했다.
 
감추려는 게 
정말 능사일까
 
이번에는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대학교병원에는 메르스 의심 환자 격리센터(의심증상 검사 및 임시 수용시설)가 있다. 지난 1일 정부는 국내 감염자가 18명으로 늘어나자 서울대학교병원에 격리센터를 설치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일대에 들어서자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이 꽤 많았다. 하나같이 호흡기 마스크 ‘N95’를 착용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방문객이나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었다.
 
격리센터 역시 실외인 응급실 앞에 설치돼 있다. 천막 텐트에는 ‘의심 증상이 있는 분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한 후 직원에게 문의하시오’라는 안내문이 외래어로 곳곳에 붙여졌다. 천막의 후문은 구급차로 굳게 막고 있다. 주위는 빨간색 폴리스 라인으로 출입을 통제했다. 방호복을 입은 의사는 보안경까지 착용하며 주변을 지켰다. 천막을 지키고 있는 의사에게 “지금까지 몇 명이나 이곳 천막에 들어갔느냐” 물었지만 묵묵부답이다.
 
상황을 살피기 위해 응급실로 들어갔다. 하나같이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했다. 병원 대기실의 텔레비전에서는 메르스 관련 보도가 줄기차게 나왔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하나같이 혀를 치며 이번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환자 가족인 B씨는 기자가 말을 걸어오자 “마스크를 쓰고 오라”고 지적했다. 메르스는 침으로 전달된다고 알려져 있어 이를 경계했던 모양이다. 기자는 병원에서 나눠주는 마스크를 쓰고 B씨에게 이곳 상황을 물었다. B씨는 “어제 한 명 격리센터에 들어갔다”며 “사람들이 메르스 증상으로 진찰 오는 사람은 있는데 격리센터까지 가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메르스와 비슷한 증상 때문에 오는데 그렇게 심하지 않거나 중동에 갔다 온 적이 없으면 귀가 조치시킨다”며 “조금만 열이 나거나 느낌이 안 좋다 생각하면 병원에 오기 때문에 일일이 다 진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감염된 환자들 대부분이 중동에 방문한 적 없는 사람들뿐이었다. 그리고 발병 지역인 평택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메르스의 증후가 나타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감염자 수는 확산하고 있다.
 
 
대기실 텔레비전에서는 ‘보건당국이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언론의 지나친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뉴스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옆에 있던 B씨는 “확산이나 막아라”고 일갈했다.
 

오후 8시 괴담 속에 가장 많이 등장했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성모 병원을 찾았다. 괴담에 등장한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은 지난달 31일 유언비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SNS 상에 ‘당분간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 가지마라’ ‘메르스 확진자 여의도 성모병원에 왔고, 중환자실은 폐쇄됐다’는 괴담이 돌았다.
 
병원 측은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메르스 확정확정을 내린 것은 사실”이라며 “확진 판정 후 환자는 국가지정격리병원으로 이송. 관련 의료진 및 직원은 즉시 자택 격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환자실이 폐쇄됐다고 하는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현재 정상 운영 중”이라고 알렸다. 하지만 괴담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퍼진 상황이었다.
 
거짓 혹은 진실
뭐가 뭔지 혼동
 
평소 같으면 북적거릴 응급실은 텅 비어 있다. 대기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조차도 없었다. 응급실 병상은 총 36개 중 환자가 누워 있는 곳은 다섯 손가락에 꼽았다. 메르스 확직자가 격리됐던 병실도 지금은 소독된 후 빈 병실 상태였다. 또 폐쇄됐다는 중환자실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다만 중환자실도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었다. 괴담이 퍼진 뒤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급격히 줄었으며 진료와 수술 예약 취소도 잇따랐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메르스 관련 유언비어 유포자에 대해 엄벌 방침을 밝혔다. 지난 3일 메르스 괴담을 유포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 남성은 지난 2일 메르스 발생 병원과 병원 4곳의 이름이 적힌 메시지를 지인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포 키우는 유언비어 확산
숨기는 정부가 부추기는 꼴
 
각종 모바일 메신저와 온라인 커뮤니티, SNS상에는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괴담이 급속도록 퍼지는 중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괴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SNS상에는 ‘메르스는 공기 중으로 전염된다’ ‘치사율 90%’라는 괴담이 떠돌았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공기 감염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메르스는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하지만 공기를 통해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침이나 가래 등 바깥으로 튀는 분비물에 의한 비말감염으로 전파된다. 만일 공기로 전파됐다면 환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보건당국은 숨만 쉬어도 감염된다는 괴담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메르스 확진자가 늘면서 SNS 등에서 이들이 전전한 병원에 방문할 경우 옮을 수 있다며 가지 말라는 글이 떠돌았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이 역시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메르스의 전파는 환자와 같은 공간에 동시에 머물면서 밀접한 접촉이 있었던 경우에 제한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에 감염되면 죽는다’라는 글이 돌아다니며 시민에 공포감을 심어주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메르스의 치사율은 40% 정도다. 2012년 4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최초 환자가 보고된 이후 2015년 5월 현재까지 23개국에서 1142명이 발생해 이 중 465명이 사망했다. 수치상 높지만, 중동지역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의료 시설이 낙후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한국은 신속한 검진과 안정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에서 치사율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상에는 바세린을 콧속에 바르면 메르스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해당 글은 “대부분의 바이러스 등은 수용성이고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데 바세린은 지용성이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하는 것을 막아준다”며 이유도 설명했다.  하지만 근거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재갑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감염관리실장은 “바이러스는 수용성, 지용성이 없다”며 “바세린이 메르스 감염을 예방한다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쓰는 것이 올바른 예방법이라고 일을 모았다. 
 
괴담뿐만 아니라 “경기 평택과 수원 등에 메르스 감염자가 집중됐다”는 내용과 “평택 미군기지에 배송된 탄저균으로 발생한 병을 메르스라고 당국이 속인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민관합동긴급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시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의 투명한 공개”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현재까지 정부는 메르스 발생 지역과 병원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미 메르스 발생 지역과 병원이 SNS상에 떠돌고 있음에도 말이다. 

괴담 퍼진 뒤
의심자 줄이어
 
이런 정부의 태도 때문에 일각에서는 무언가를 감추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론은 줄기차게 메르스 환자 정보와 발생 지역과 병원을 밝히라고 촉구한다. 시민들은 일부 괴담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차라리 SNS 괴담을  믿는다”고 말한다. 폐쇄적인 정부 정책이 괴담을 더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공포 부추기는 '메르스 마케팅' 백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문에 시민들이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이를 틈타 쇼핑몰들의 얄팍한 상술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2일 메르스 사망자가 발생하고 3차 감염이 확인됐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불안감에 빠졌다. 시민들은 불안감을 덜기 위해 마스크, 손 세정제 등 개인위생용품 구매에 나섰다. 하지만 옥션, 11번가 등 각종 온라인 마켓에선 정체불명의 메르스 예방 상품이 판을 쳤다. 
 
중소제약회사는 아연, 비타민E 등이 포함된 일반 영양제를 두고 ‘메르스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준다’며 소비자를 현혹했다. 다른 회사가 판매하는 한방차는 도라지를 원료로 만든 평소 누구나 마시는 일방적인 차 종류였지만 ‘메르스 예방에 좋다’는 문구로 포장 됐다. 
 
1만2500원에 판매되고 있는 목걸이형 ‘휴대용 바이러스 차단기’는 바이러스나 알레르기 물질을 제거해준다고 적혀 있었지만 이를 검증할 만한 근거는 어디에도 소개하지 않고 있다. 
 
또 일부 김치 회사에서는 마늘이나 김치가 메르스 예방에 좋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의학계에 따르면 모두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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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