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쟁탈전> 유통공룡 칠국지 '필살기 열전'

‘황금거위 잡아라!’굴지 재벌들 불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서울 시내 면세점 쟁탈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대기업 몫 면세점 2곳을 차지하기 위해 재벌가 7곳이 뛰어들었다. 각 기업은 저마다 승부수를 띄우며 그룹의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면세점사업은 흔히 ‘황금알 낳는 거위’로 비유되고 있다. 유통업계는 시내 면세점이 경기 침체에도 수익을 내는 마지막 노다지라고 입을 모은다. 면세점 입찰 대전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1일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이 마감되면서 서울 시내 면세점 쟁탈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기업 몫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카드는 총 2장이다. 면세점 전쟁에 뛰어든 대기업은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 현대백화점그룹, 롯데면세점, 신세계그룹,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이랜드그룹 등 총 7곳이다. 이들 중 2곳만이 사업권을 획득하게 된다.

7곳 뛰어들어
2곳만 사업권
 
서울 시내 면세점 전쟁에 뛰어든 기업 모두 면세점 사업권 획득 시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룹 경영을 이어받은 후계자로서 사업수완을 검증받을 수 있는 잣대로 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각 기업들이 이를 악물고 사업권 쟁탈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HDC신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손을 맞잡았다. 삼성과 현대의 2·3세가 서울 시내 면세점 쟁탈을 위해 힘을 합쳤다. 둘의 연대는 지난 3월 초 시작돼 직접 대면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 합작사 설립에 전격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 아이파크몰 부지를 가진 현대산업개발과 면세점 운영 노하우가 있는 호텔신라가 모두 이기는 게임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 경영진들은 지난달 25일 시내 면세점 사업 예정지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의 출범식을 열었다. HDC신라면세점은 현대산업개발과 계열사 현대아이파크몰이 각각 25%, 호텔신라가 50%의 지분을 출자했다. 초기 자본금은 200억원이며 사업 1차 년도에 총 35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공동대표에는 양창훈 현대아이파크몰 사장과 한인규 호텔신라 운영총괄 부사장이 선임됐다. HDC신라면세점은 6만5000㎡에 달하는 세계 최대 도심형 면세점 ‘DF랜드’를 조성해 동북아시아를 대표하는 거점형 면세점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중 아이파크몰 4개 층에 2만7400㎡에 400여개의 브랜드가 들어서고 나머지 3만7600㎡에는 한류 공연장, 한류 관광홍보관, 관광식당, 교통 인프라와 주차장이 들어선다. 이외에도 대형 관광식당과 한류전시관 등도 문을 연다.
 
HDC신라면세점은 서울 용산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명동, 종로, 신촌, 강남을 모두 아우르는 서울 관광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특히 입지에 대한 자신감이 크다. 용산 아이파크몰에 들어설 HDC신라면세점은 KTX, 1호선, 경춘선 등이 연결되는 역사 내에 위치해 있다. 이러한 이점을 이용해 중국 최대 여행사와 협조해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중소·중견기업 등과 합작해 ‘현대DF’를 설립하고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선택한 후보지는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다. 면적은 7만2439.45m2에 달한다. 지하 4층, 지상 10층 건물이다. 코엑스 단지와 연결돼 있어 관광 인프라가 뛰어나다. 도심공항터미널과도 연결돼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유입되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지하철 2호선과 9호선 외에 향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고속철도(KTX), 위례∼신사선 건설이 예정돼 있어 교통망의 허브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인근에는 파크하야트호텔, 인터컨티넨탈호텔이 있다. 파르나스호텔은 신축 중이며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특급호텔뿐만 아니라 한류 문화 콘텐츠 전문공간 SM타운 등도 있어 외국인 관광객의 구미를 당길 만하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무역센터점이 ‘쇼핑-숙박-출국’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외국인 관광객만 연간 1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DF의 초기 자본금은 100억원이다. 주주 간 약정을 통해 향후 자본금 규모를 1500억원대로 늘릴 예정이다. 또 면세점 투자비용 전액을 100% 현대백화점그룹의 자기자본으로 조달하는 등 무차입 경영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DF합작법인의 지분은 현대백화점 50%, 현대백화점과 한국무역협회가 공동 출자한 한무쇼핑이 20%, 모두투어네트워크가 17%를 각각 보유하게 되고, 나머지 지분 13%는 엔타스듀티프리, 서한사, 현대아산, 제이엔지코리아, 에스제이듀코가 나눠 갖게 된다.
 
 
[롯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동대문 패션 중심지인 ‘롯데피트인’을 면세점 부지로 확정했다. 지난 2013년 문을 연 피트인은 지하 3층~지상 8층 총 11개 층으로 총면적 1만9286㎡ 규모에 약 190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복합쇼핑몰이다. 롯데면세점은 중소면세사업자인 중원면세점과 복합 면세타운 형태의 면세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이 5개 층에 패션, 시계 액세서리를 맡고 중원면세점이 2개 층에 술, 담배, 잡화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울디자인재단과의 협력을 통해 동대문 상권을 살리고 관광활성화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피트인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2·4·5호선)에 위치해 관광객들이 찾아오는데 편리하다. 역사 지하에서 바로 쇼핑몰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여기에 바로 건너편에는 동대문의 랜드마크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 복합쇼핑몰들이 들어서 있어 관광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경기악화에도 꾸준히 수익내는 노다지
대진표 확정…7강 구도 ‘누가 먹을까’
 
면세점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특히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아 기본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예로 피트인은 중국인 관광객을 잡기 위해 매월 첫째주를 ‘차이나 위크’로 정하고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어 서울 시내 면세점 중 최대 격전지로 꼽히고 있다. 
 
[신세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국내 최초의 백화점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명동 본점 명품관’을 면세점 부지로 낙점했다. 신세계 명동 본점의 면적은 1만8180㎡로 지하 1층 지상 6층 건물이다. 명동 본점은 과거 ‘미쓰코시 경성점’이 있던 곳으로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는 곳이다. 명동 본점에는 명품브랜드들이 즐비하다. 근대건축의 모습을 재현한 중앙계단, 앤틱 스타일 엘리베이터 등도 볼거리다. 뿐만 아니라 제프 쿤스, 헨리 무어, 호안 미로 등 세계적 예술가들의 작품들도 전시돼 있다.
 
신세계 명동 본점 옆에는 SC은행이 있는데 이 은행 건물도 역사적 가치가 높다. 근대건축물로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신세계 그룹 축은 SC은행 건물에 상업사박물관, 한류문화전시관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아울러 신세계 본점 명품관 맞은편에는 화폐박물관도 볼거리다. 신세계그룹 측은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명동과 면세점, 남대문시장, 남산을 도보로 돌아보는 ‘관광 둘레길’도 조성할 방침이다.
 
신세계 명동 본점이 위치한 곳은 ‘외국인 반 내국인 반’이라고 할 정도로 관광객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인근 명동성당 바로 앞에는 게스트하우스와 서울로얄호텔 등이 있어 관광객들의 숙박문제가 해결된다. 신세계그룹 측은 면세점 사업을 위해 삼성생명 주식 600만주를 매각해 7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63빌딩을 면세점 후보지로 낙점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여의도 지역으로 유치해 63빌딩을 쇼핑·관광 메카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63빌딩에는 아쿠아리움, 아트갤러리, 쇼핑·식음료 시설이 있고 인근에는 한강공원, 선유도공원 등이 있다. 63빌딩 내 면세점 규모는 9900㎡ 정도다. 여기에 엔터테인먼트 및 식음시설 2만6400㎡ 내외의 면적을 연계해 63빌딩을 컬처 쇼핑 플레이스로 재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 한화갤러리아는 기존 아쿠아리움을 새단장하고 한강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 공간을 조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저마다 승부수 띄우고 우위 점쳐
선정되면 막대한 이익 창출 기대
 
한화갤러리아는 63빌딩 내 면세점 유치 시 국회의사당, 한강유람선 여의도 선착장, 노량진 수산시장 등을 여의도 관광 벨트로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3빌딩에 들어설 면세점의 콘셉트는 ‘럭셔리로의 출발 시간’이다. 한화갤러리아만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담겠다는 것이다. 또한 면세점 특화존을 설정해 신진 디자이너 및 사회적기업 제품도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SK]
 
문종훈 SK네트웍스 대표는 동대문이 한국 최고의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동대문 케레스타(옛 거평프레야)를 면세점 후보지로 선정했다. 케레스타는 현대백화점의 도심형 아울렛과 워커힐 면세점이 함께 구성되는 형태로 재탄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케레스타의 1층부터 9층까지는 현대 아울렛이 계약했으며 나머지 1만5180㎡ 10층부터 14층까지는 SK네트웍스가 시내면세점 후보지로 점찍어 놨다.
 
SK네트웍스가 선정한 동대문 케레스타는 인근 동대문역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도보로 불과 5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이 용이하다. 또한 2km 반경 내 신규로 공급될 예정인 호텔 객실 수는 2500여개로 기존 2500개와 합하면 총 5000여개 규모로 기존 면세점 주변 객실 수를 압도한다.
 

입지 선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SK네트웍스는 면세점 사업모델 등 구체적인 전략수립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특히 글로벌 사업역량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및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SK가 보유한 기술력과 인프라를 활용해 이국인 관광객들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랜드]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면세점 후보지로 홍대 상권을 선택했다. GS건설과 함께 특1급 호텔로 개발계획 중이었던 홍대입구에 위치한 서교자이갤러리 부지로 최종 확정했다. 서교자이갤러리의 장부가는 740억원이다. 면적은 6735㎡인 이곳에 연면적 1만4743㎡으로 차별화된 면세점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면세점 전쟁에 뛰어든 기업들이 주로 그룹 계열 건물에 면세점 후보지를 정한 반면 이랜드그룹은 과감하게 자사건물이 없는 홍대 지역을 택했다. 다른 기업과 후보지가 겹치지 않아 사업자 선정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된 셈이다.
 
홍대지역은 최고의 관광지로 이미 급부상했으며 이대-신촌-홍대와 한강은 물론 K-컬처 허브인 상암동까지 바로 연결돼 있어 최적의 장소로 평가된다. 특히 세계 최대 면세 기업 듀프리와 중국 최대 여행사 완다그룹 여행사와 손을 잡은 것도 파격적이다. 듀프리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 25%를 점하고 2000여개 매장을 보유한 스위스 면세기업이다. 듀프리는 이랜드그룹에 면세 사업 운영 노하우를 지원할 계획이다.
 
완다그룹 계열사인 완다그룹 여행사는 중국 전역에 11개 여행사를 인수합병(M&A)했고 추가 9개 M&A를 통해 총 20개 여행사를 합병 운영하는 중국 최대 여행사다. 이랜드그룹은 완다그룹 여행사와 함께 기존 저가 쇼핑 관광으로 중국 내 한국 여행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꿔 중국인 관광객을 한국으로 다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6가지 심사 평가
결과 7월중 발표
 
관세청은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해 6가지 심사 평가표를 마련했다.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250점)과 ‘운영인의 경영능력’(30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 ‘기업이익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정도’(150점) 등이다. 결과는 7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류 심사만으로 업체 간의 차이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며 “누가 선택 되든 특혜 의혹이 일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재벌가가 2개의 사업권을 가져갈 경우 재벌가 몰아주기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khlee@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