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오너 4세시대' 열전

창업주 증손자들 드디어 기지개 '쫘~악'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국내 기업들이 창립 60주년을 넘기면서 경영권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창업주의 2세와 3세에 이어 4세들에게도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설 채비를 갖춘 재벌가 증손자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4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이 어느덧 실전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향후 한국경제의 전망을 쥔 이들의 넓어지는 보폭에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벌가 자녀들
세대교체 시동 
 
최근 범삼성가 4세 중 처음으로 사내이사가 탄생했다. 조연주 한솔케미칼 기획실장(부사장)이 한솔케미칼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재벌가 4세가 사내이사로서 경영 전면에 등장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 부사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장손녀다.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의 1남2녀(연주·희주·현준) 중 장녀이기도 하다. 조 부사장은 한솔그룹 내에서는 3세지만 범삼성가에서는 4세가 된다.
 
1979년생인 조 부사장은 미국 웰즐리대학교를 졸업해 펜실베니아 와튼스쿨 MBA 과정을 밟았다.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턴트, 글로벌 속옷브랜드인 빅토리아 시크릿의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한솔케미칼에는 지난해 합류했다. 조 부사장은 지난달 18일 한솔케미칼 주식 60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로써 조 부사장의 보유 주식수는 기존 600주에서 660주로 지분율 0.01% 정도를 보유하게 됐다. 한솔그룹 오너 3세 가운데 주식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오너는 조 부사장이 유일하다.
 

조 부사장은 경영권 승계를 대비하고 있다. 지난달 한솔케미칼은 그린포인트 글로벌 미텔슈탄트 펀드 등과 미국 벤처기업인 니트라이드솔루션에 300만달러 투자를 직접 지휘했다. 지난해에는 OCI의 자회사인 OCI-SNF 지분 50% 인수 작업에도 참여했다. 이번 사내이사 선임으로 인해 경영 보폭이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조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으로 한솔그룹 내 계열 분리,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솔그룹은 1991년 고 이 회장의 장녀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누나 이인희 고문이 삼성으로부터 분리, 독립해 한솔제지로 사명을 바꾸고 새로 출범했다. 한솔그룹은 조동혁 명예회장이 1대 주주(14.34%)인 한솔케미칼과 동생 조동길 회장이 실권을 쥐고 있는 한솔제지 계열로 나뉜다. 한솔케미칼은 한솔제지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에 편입돼 있지 않은 회사다.
 
유학 마친 4세들 속속 실전 경영수업
고속 승진…이미 전면 나선 황태자도  
 
한솔케미칼은 과산화수소, 라텍스, 제지용 케미칼, 고분자응집제, 차아황산소다, BPO에 이르는 정밀화학분야와 전자소재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솔케미칼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448억원이다. 이중 영업이익은 184억원이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외아들이자 범삼성가의 장손 이선호 CJ제일제당 사원도 CJ그룹 내 시스템 통합회사 지분을 아버지로부터 넘겨받아 주목을 끈 바 있다. 지난해 CJ그룹 계열 IT서비스 업체인 CJ시스템즈는 헬스, 뷰디스토어 CJ올리브영과 합병을 완료했다. 그러면서 간판도 CJ올리브네트웍스로 바꿨다. 이후 이선호씨는 이 회사의 지분 11.3%를 보유한 3대 주주로 등재됐다.
 
 
이 회장은 CJ시스템즈 2대주주로 31%가 넘는 지분을 보유했는데, 이중 절반인 15.9%를 합병 직전에 이선호씨에게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선호씨의 CJ올리브네트웍스 3대 주주 등극이 승계작업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전신인 CJ시스템즈는 계열사 물량을 발판으로 거침없이 성장했다. 2013년 계열사 물량이 2770억원 매출 중 82%에 달했고, 영업이익도 254억원에 웃돌았다. 지주회사인 CJ와 합병을 해도 무방하다고 할 정도로 탄탄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이선호씨는 2013년 지주사인 CJ에 입사해 그룹 미래전략실을 경험하고 이후 CJ제일제당 영업지점과 바이오사업관리팀 등 계열사를 돌며 후계수업을 받는 중이다.

초고속 승진에
지분상속 척척
 
두산그룹도 4세 경영 체제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룹 안팎에서는 박용만 회장 3세 시대가 막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회장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외부행사에 치중하면서 경영에는 한 발 물러서 있기 때문이다.
 
현재 두산그룹 후계구도상 창업 4세 중 선두에 위치한 인물은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 겸 두산건설 회장이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회장은 그룹 4세 중 유일하게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두산의 지분율도 6.40%로 가장 높다. 그 다음으로 박용곤 회장의 차남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겸 두산 최고운영책임자(COO) 박진원 부회장을 꼽을 수 있다. 박 부회장은 두산의 지분율을 4.27% 보유하고 있다. 그룹 총수인 박용만 회장의 지분 4.17%다. 지분으로 봤을 땐 4세 두 명이 더 앞서고 있다.
 
이어 박용성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두산 산업차량·모트롤 부문 사장이 두산 지분을 3.64% 보유하고 있다. 차남인 박석원 두산엔진 부사장은 2.98%을 보유하고 있다. 박용현 이사장의 장남인 박태원 두산건설 사장은 2.69%를 보유 중이다. 그리고 최근 박용만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씨가 광고 관련 개인사업을 접고 오리콤 부사장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경영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박 부사장의 지분율은 1.96%다.
 
독특한 행보로 존재감 부각
승계 대비하면서 보폭 확대
 
박 부사장은 낙과 등 상처가 나 상품가치가 떨어진 과일로 만든 잼인 ‘이런쨈병’을 직접 론칭했다. 오리콤에 따르면 박 부사장의 두 번째 아이템은 3년 전 구상됐다. 당시 박용만 회장은 태풍으로 인한 농가의 피해를 덜어주고자 낙과를 구입해 전 계열사 임직원의 집으로 선물했다. 박 부사장은 “조금 먼저 떨어지거나 나뭇가지에 살짝 스쳤다는 이유로 맛이나 영양 면에서 차이가 없음에도 거래가 되지 않는 유통구조와 편견을 이런쨈병 같은 브랜드를 통해 조금씩 바꾸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쨈병의 수익금 전액은 자연 재해 등으로 피해를 본 농가에 돌려준다.
 
박 부사장은 지난해 미혼모를 방지할 목적으로 콘돔 브랜드 ‘바른생각’을 출시했다. 이 또한 수익금 전액이 사회공헌활동에 사용되고 있다. 그간 박 부사장은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그룹 총수의 장남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미국 뉴욕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 동생 박재원 두산 인프라코어 부장과 달리 박 부사장은 미국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뒤 광고제작 전문업체 빅앤트를 설립했다.
 
이후 박 부사장은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그룹의 기업 광고를 직접 제작하는 등 그룹 일을 나서서 돕기도 했다. 그러면서 업계에서는 박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 뛰어들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박 부사장은 이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박 부사장이 경영 후계 구도에 이름을 올리지 않더라도 지금의 독특한 행보가 향후에는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슬슬 나타나는

그들의 존재감
 
LG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증손자 구광모 LG상무도 눈에 띈다. 구 상무는 부장 승진 2년 만에 올해 정기임원 인사에서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지금껏 LG가 후계구도를 보면 항상 장자들이 그룹을 경영해온 것을 미뤄볼 때 구 상무가 그룹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 올해 임원 승진은 앞으로의 경영행보에 큰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범LG가인 GS그룹에도 4세 행보가 부각되고 있다. GS가 4세들이 주식 담보대출로 자금을 마련해 GS 지주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면서 4세 승계작업에 불을 당겼다. 그 후보는 허준홍 GS칼텍스 상무, 허서홍 GS에너지 가스 프로젝트 추진 부문장, 허원홍 GS건설 상무, 허윤홍 GS건설 상무 등이다.
 
이중 허서홍 부문장은 GS 4세들 중 가장 많은 지분을 끌어올린 인물이다. 허 부문장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남으로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3일까지 20차례에 걸쳐 GS 주식 23만4000주를 매입했다. 허 부문장이 5개월여간 사들인 주식 규모는 102억원에 달한다.
 
코오롱그룹도 4세 경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장도 현장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지원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이원만 코오롱 창업주의 증손자인 이 부장은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후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차장으로 입사했다. 경북 구미공장과 인천 송도 소재의 코오롱글로벌을 거치고 지난해 4월 부장으로 승진했다. 재계 전문가들은 그룹사 4세들의 존재감이 앞으로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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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