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오너 4세시대' 열전

창업주 증손자들 드디어 기지개 '쫘~악'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국내 기업들이 창립 60주년을 넘기면서 경영권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창업주의 2세와 3세에 이어 4세들에게도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설 채비를 갖춘 재벌가 증손자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4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이 어느덧 실전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향후 한국경제의 전망을 쥔 이들의 넓어지는 보폭에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벌가 자녀들
세대교체 시동 
 
최근 범삼성가 4세 중 처음으로 사내이사가 탄생했다. 조연주 한솔케미칼 기획실장(부사장)이 한솔케미칼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재벌가 4세가 사내이사로서 경영 전면에 등장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 부사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장손녀다.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의 1남2녀(연주·희주·현준) 중 장녀이기도 하다. 조 부사장은 한솔그룹 내에서는 3세지만 범삼성가에서는 4세가 된다.
 
1979년생인 조 부사장은 미국 웰즐리대학교를 졸업해 펜실베니아 와튼스쿨 MBA 과정을 밟았다.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턴트, 글로벌 속옷브랜드인 빅토리아 시크릿의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한솔케미칼에는 지난해 합류했다. 조 부사장은 지난달 18일 한솔케미칼 주식 60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로써 조 부사장의 보유 주식수는 기존 600주에서 660주로 지분율 0.01% 정도를 보유하게 됐다. 한솔그룹 오너 3세 가운데 주식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오너는 조 부사장이 유일하다.
 

조 부사장은 경영권 승계를 대비하고 있다. 지난달 한솔케미칼은 그린포인트 글로벌 미텔슈탄트 펀드 등과 미국 벤처기업인 니트라이드솔루션에 300만달러 투자를 직접 지휘했다. 지난해에는 OCI의 자회사인 OCI-SNF 지분 50% 인수 작업에도 참여했다. 이번 사내이사 선임으로 인해 경영 보폭이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조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으로 한솔그룹 내 계열 분리,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솔그룹은 1991년 고 이 회장의 장녀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누나 이인희 고문이 삼성으로부터 분리, 독립해 한솔제지로 사명을 바꾸고 새로 출범했다. 한솔그룹은 조동혁 명예회장이 1대 주주(14.34%)인 한솔케미칼과 동생 조동길 회장이 실권을 쥐고 있는 한솔제지 계열로 나뉜다. 한솔케미칼은 한솔제지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에 편입돼 있지 않은 회사다.
 
유학 마친 4세들 속속 실전 경영수업
고속 승진…이미 전면 나선 황태자도  
 
한솔케미칼은 과산화수소, 라텍스, 제지용 케미칼, 고분자응집제, 차아황산소다, BPO에 이르는 정밀화학분야와 전자소재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솔케미칼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448억원이다. 이중 영업이익은 184억원이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외아들이자 범삼성가의 장손 이선호 CJ제일제당 사원도 CJ그룹 내 시스템 통합회사 지분을 아버지로부터 넘겨받아 주목을 끈 바 있다. 지난해 CJ그룹 계열 IT서비스 업체인 CJ시스템즈는 헬스, 뷰디스토어 CJ올리브영과 합병을 완료했다. 그러면서 간판도 CJ올리브네트웍스로 바꿨다. 이후 이선호씨는 이 회사의 지분 11.3%를 보유한 3대 주주로 등재됐다.
 
 
이 회장은 CJ시스템즈 2대주주로 31%가 넘는 지분을 보유했는데, 이중 절반인 15.9%를 합병 직전에 이선호씨에게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선호씨의 CJ올리브네트웍스 3대 주주 등극이 승계작업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전신인 CJ시스템즈는 계열사 물량을 발판으로 거침없이 성장했다. 2013년 계열사 물량이 2770억원 매출 중 82%에 달했고, 영업이익도 254억원에 웃돌았다. 지주회사인 CJ와 합병을 해도 무방하다고 할 정도로 탄탄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이선호씨는 2013년 지주사인 CJ에 입사해 그룹 미래전략실을 경험하고 이후 CJ제일제당 영업지점과 바이오사업관리팀 등 계열사를 돌며 후계수업을 받는 중이다.

초고속 승진에
지분상속 척척
 
두산그룹도 4세 경영 체제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룹 안팎에서는 박용만 회장 3세 시대가 막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회장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외부행사에 치중하면서 경영에는 한 발 물러서 있기 때문이다.
 
현재 두산그룹 후계구도상 창업 4세 중 선두에 위치한 인물은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 겸 두산건설 회장이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회장은 그룹 4세 중 유일하게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두산의 지분율도 6.40%로 가장 높다. 그 다음으로 박용곤 회장의 차남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겸 두산 최고운영책임자(COO) 박진원 부회장을 꼽을 수 있다. 박 부회장은 두산의 지분율을 4.27% 보유하고 있다. 그룹 총수인 박용만 회장의 지분 4.17%다. 지분으로 봤을 땐 4세 두 명이 더 앞서고 있다.
 
이어 박용성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두산 산업차량·모트롤 부문 사장이 두산 지분을 3.64% 보유하고 있다. 차남인 박석원 두산엔진 부사장은 2.98%을 보유하고 있다. 박용현 이사장의 장남인 박태원 두산건설 사장은 2.69%를 보유 중이다. 그리고 최근 박용만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씨가 광고 관련 개인사업을 접고 오리콤 부사장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경영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박 부사장의 지분율은 1.96%다.
 
독특한 행보로 존재감 부각
승계 대비하면서 보폭 확대
 
박 부사장은 낙과 등 상처가 나 상품가치가 떨어진 과일로 만든 잼인 ‘이런쨈병’을 직접 론칭했다. 오리콤에 따르면 박 부사장의 두 번째 아이템은 3년 전 구상됐다. 당시 박용만 회장은 태풍으로 인한 농가의 피해를 덜어주고자 낙과를 구입해 전 계열사 임직원의 집으로 선물했다. 박 부사장은 “조금 먼저 떨어지거나 나뭇가지에 살짝 스쳤다는 이유로 맛이나 영양 면에서 차이가 없음에도 거래가 되지 않는 유통구조와 편견을 이런쨈병 같은 브랜드를 통해 조금씩 바꾸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쨈병의 수익금 전액은 자연 재해 등으로 피해를 본 농가에 돌려준다.
 
박 부사장은 지난해 미혼모를 방지할 목적으로 콘돔 브랜드 ‘바른생각’을 출시했다. 이 또한 수익금 전액이 사회공헌활동에 사용되고 있다. 그간 박 부사장은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그룹 총수의 장남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미국 뉴욕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 동생 박재원 두산 인프라코어 부장과 달리 박 부사장은 미국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뒤 광고제작 전문업체 빅앤트를 설립했다.
 
이후 박 부사장은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그룹의 기업 광고를 직접 제작하는 등 그룹 일을 나서서 돕기도 했다. 그러면서 업계에서는 박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 뛰어들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박 부사장은 이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박 부사장이 경영 후계 구도에 이름을 올리지 않더라도 지금의 독특한 행보가 향후에는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슬슬 나타나는

그들의 존재감
 
LG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증손자 구광모 LG상무도 눈에 띈다. 구 상무는 부장 승진 2년 만에 올해 정기임원 인사에서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지금껏 LG가 후계구도를 보면 항상 장자들이 그룹을 경영해온 것을 미뤄볼 때 구 상무가 그룹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 올해 임원 승진은 앞으로의 경영행보에 큰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범LG가인 GS그룹에도 4세 행보가 부각되고 있다. GS가 4세들이 주식 담보대출로 자금을 마련해 GS 지주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면서 4세 승계작업에 불을 당겼다. 그 후보는 허준홍 GS칼텍스 상무, 허서홍 GS에너지 가스 프로젝트 추진 부문장, 허원홍 GS건설 상무, 허윤홍 GS건설 상무 등이다.
 
이중 허서홍 부문장은 GS 4세들 중 가장 많은 지분을 끌어올린 인물이다. 허 부문장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남으로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3일까지 20차례에 걸쳐 GS 주식 23만4000주를 매입했다. 허 부문장이 5개월여간 사들인 주식 규모는 102억원에 달한다.
 
코오롱그룹도 4세 경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장도 현장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지원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이원만 코오롱 창업주의 증손자인 이 부장은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후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차장으로 입사했다. 경북 구미공장과 인천 송도 소재의 코오롱글로벌을 거치고 지난해 4월 부장으로 승진했다. 재계 전문가들은 그룹사 4세들의 존재감이 앞으로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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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