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정부' 대한민국 수소차 현주소

딴나란 안 그런데…우리나라만 뒷전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세계 각국이 새로운 에너지원 확보와 환경 보존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은 수소연료전지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대차가 앞장서 수소차 개발 전쟁에 뛰어들었지만 갈 길이 멀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지원이 미비해서다. 이대로 가다간 주도권을 빼앗길 것이란 지적이다.

 
수소연료 산업은 공해물질의 배출 없이 오직 물만 배출해 동력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 산업이다. 자동차 분야에 있어서도 수소연료전지차가 궁극적인 미래 친환경차로 주목을 받고 있다.

부실한 정책적 지원
추진동력 잃을 위기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에 따르면 디젤차(투싼ix 2.0 디젤 기준) 100만대를 수소연료전지차(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기준)로 대체했을 경우 연간 1조5000억원의 원유 수입 대체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소연료전지차 100만대는 1GW(10만대Ⅹ10kw/대)급 원자력 발전소 10기(구축비용 약 30조원)의 역할에 버금간다.
 
수소연료전지차를 에너지 저장소 및 가상 발전소로 활용할 수도 있어 전력 피크시 전력계통, 산업 또는 가정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커 수소연료전지차를 100만대 운행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210만t이나 저감시킬 수 있다.
 

사실상 모든 분야에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 사업은 수소연료전지차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 BP 클린테크연구소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세계 연료전지 시장 규모는 약 400조원, 2050년에는 무려 1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연료전지차 및 충전 인프라 산업이 전체 연료전지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부경진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에도 오는 2040년 ▲연료전지 산업 규모는 약 107조원 ▲생산 유발효과는 약 23조5000억원 ▲고용효과는 17만 3300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나라는 현대차가 앞장서 수소차 개발 전쟁에 뛰어들었다. 이미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체제를 구축한 상황. 광주시가 현대차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 수소연료전지 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최초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체제
현대차 앞장 미래 친환경차 주도 선점
 
지난 1월 광주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출범했다. 출범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정도로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미래 주력 산업으로 성장할 수소연료전지차 산업에서 선도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활발한 산·학·연 협동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전문인력 양성과 저변 확대를 위한 지원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는 수소에너지 산업 발전에 필요한 전방산업, 연구 및 산업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어 현대차와 함께 국내 수소연료전지 산업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2013년 울산공장에 수소연료전지차 전용 라인을 구축해 도요타·GM·다임러 등 글로벌 업체들이 목표로 한 2015년보다 2년이나 앞서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앙산체제를 구축했다. 미국 자동차 전문 예측기관인 ‘내비건트 리서치’는 현대차를 수소연료전지차의 ‘확고한 1위’로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지원이 미비해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세계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차에 기술을 보유하고도 우리나라의 현 상황은 수소연료전지차 산업의 선도 국가로서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본격적인 수소시대
치고 나가야 하는데…
 
일본만 비교해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올해 수소연료전지차 본격 보급을 앞두고 있는 일본은 가장 적극적으로 ‘수소사회’구현을 준비하고 있는 국가로 꼽힌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제4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수소사회 실현’을 선언하고, 기본계획 발표 후 불과 2개월 만에 ‘수소연료전지 전략 로드맵’을 공개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확산’을 목표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일반인 대상 구매 보조, 수소 충전소 설치비용 국고 보조 등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정책을 추진 중이다. 또 충전소 확충을 위해 고압가스 안전법, 소방법, 건축 기준법 등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우선 수소탱크에 적용되는 수소 압축률을 높이고 충전소당 수소 저장량 제한을 없애 하나의 거점이 더 많은 차량의 수소 충전을 소화해 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충천소 설치 장소에 대한 규제도 완화함으로써 일반 주유소 대비 많게는 10배까지 차이가 나는 건설비용을 2020년까지 2배 정도로 떨어뜨린다는 목표다.
 
특히 초기 투자비가 높은 충전소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충전소당 최대 2억8000만엔(약 26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해까지 40건 이상의 충전소 건립 보조금을 지급 완료했다. 올해에도 충전소 설치 보조금으로만 100억엔(약 925억원)을 배정하는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해 2014년의 3배 수준인 총 400억엔(약 37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일본 정부는 인프라 구축뿐만 아니라 자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기업에 대한 지원과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보조금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2015년 수소연료전지차의 일반 보급 본격화를 앞두고 보조금 제도를 도입해 대당 200만∼300만엔(최대 약 277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지방 정부도 보조금 지급 및 자동차세 면제 등을 통해 지원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세계 각국 인프라 구축 등 밀어주기
한국은 불확실한 계획에 예산도 줄어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도 이미 수소경제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세일혁명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하락하자 수소에너지 개발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친환경차 보급 정책을 통해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을 위한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2012년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로드맵’을 발표한 캘리포니아주는 2013년 대체 연료·자동차 기술 자금지원 프로그램인 ‘AB8법’을 통과시켜 수소충전소 100기 구축까지 매년 2000만달러씩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올해 말까지 총 51개의 충전소 구축을 위해 이미 5000만 달러 수준의 투자를 집행하기 시작했다. 구매 지원 금액도 기존 2500달러에서 50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인프라 구축과 보조를 맞춰 캘리포니아주에서만 2025년까지 무공해차(ZEV) 150만대 보급을 선언한 상태다.
 

온실가스 저감에 관심이 많은 유럽은 신재생에너지 활용 극대화 수단으로 수소연료전지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덴마크는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목표(전체 등록 차량 내 수소연료전지차 비율)를 ▲2020년 1%(누적대수 2만4000대) ▲2035년 30%(80만대) ▲2050년 50%(140만대)로 잡았다. 

35억 관련 예산
올 20억원으로 
 
이를 위해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통한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확대 정책을 추진 중이다. 차를 구매할 경우 차값과는 별도로 차량 가격의 최대 180%에 달하는 자동차 등록세를 내야 하지만, 덴마크 정부는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해 면제해 주고 있다. 충전소도 대도시를 기점으로 반경 150㎞ 마다 1기씩 구축하는 등 2025년까지 185기, 2050년까지 1000기를 전국에 구축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어떨까. 국내 정책과 인프라 구축은 세계적인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첫 걸음을 먼저 내디뎠지만 앞으로 더 나아갈 추진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35억원이었던 수소연료전지차 관련 예산을 올해 무려 43%나 줄인 20억원으로 책정해 자동차 산업 관계자들을 더욱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 이 와중에 2013년 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공모해 2016년까지 137억원을 들여 세종시에 수소충전소를 건설하려던 계획마저 무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이원욱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일본은 경제산업성 내 수소 전담기관을 설립해 내년까지 수소충전소 100기 구축을 발표했는데 반해 우리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을 시작했는데도 지금은 연구용 충전소 13곳이 전부인 상황”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렇다고 끝난 게 아니다. 아직까지 일본과 미국도 인프라 구축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연구기관 등 민·관 협력을 통한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따른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
수소연료전지차 산업이 성공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과 보급도 중요하지만 자생할 수 있는 시장형성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준비 상황과 인식이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적극적인 정부 정책과 함께 민·관의 긴밀한 협력 체계가 갖춰진다면 충분히 세계 시장을 선도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국내 수소산업은 중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은 정부 정책 지원에 힘입어 지난 2009년(8.4MW) 부터 2013년(127.6MW)까지 연평균 57.8% 성장했다. LNG를 연료 원으로 사용하고, 핵심 기술 자립도가 다소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대규모 전력 생산업자에게 일정 비율 이상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의무화하는 의무할당제(RPS) 시행이 상당한 효과를 봤다.
 
연료전지 산업 분야는 석유화학 등 에너지 분야나 자동차, 가전 등 제조 부문이 튼튼한 우리나라 역시 일본 못지않게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수소연료전지차를 양산화한 현대차그룹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확산,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한 계획을 구체화하고 그린카 에너지 실증사업에 좀 더 속도를 낸다면 우리나라가 미래 수소사회를 주도할 수 있다.
 
최근 출범한 광주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중심이 돼 정부, 지자체 등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현대차도 우수 협력사, 우수 인재를 발굴해 기술력을 강화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세계 최고 기술력 
경쟁선 뒤쳐질라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우리나라가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성공했지만 보급과 확산에서는 일본에 뒤지고 있다. 친환경과 경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소재, 부품, 석유화학, 제철, 건설 등 전후방 연관산업에 큰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선 서둘러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 정부 vs 일본 정부' 수소차 지원 비교
밀어주는 ‘미라이’ 나몰라 ‘투싼 FCEV’
 
한국 정부의 수소연료전지차 지원이 일본 정부와 다르다는 점은 두 나라의 대표적인 수소차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올해부터 본격 민간 보급을 앞두고 있는 도요타의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는 최근 가격을 700만엔(약 6470만원)으로 책정했다. 1억5000만원의 투싼FCEV보다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높다.
 
도요타가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칠 수 있는 데에는 무엇보다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과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있는 도요타의 ‘미라이’는 출시 한 달여 만에 1500여대가 계약됐다. 이를 구입하기 위해 1년 넘게 고객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요타는 당초 연 700대 가량을 생산하기로 했으나, 2017년 3000대까지 늘리기로 했다. 도쿄에서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6000대의 수소연료전지차를 보급할 계획이다. 과거 도요타는 보조금, 세금 감면 등 강력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프리우스를 통해 하이브리드 시장을 선점한 성공사례가 있다.
 
반면 이미 양산체제 구축한 지 2년을 바라보고 있는 현대차의 투싼FCEV는 세계 최초로 북유럽을 비롯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범 보급을 하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누적 계약이 200여대, 출고 대수는 150여대에 불과하다.
 
대당 가격이 1억5000만원인 투싼FCEV에 대한 보조금은 지방자치단체에 한해 6000만원을 지원하지만, 민간에 대해서는 지원금액이 결정되지 않았다. 보조금은 차치하고서라도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은 정부의 시범보급사업으로 지정돼 일반 소비자가 구입할 수 있는 방법조차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투싼FCEV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시장에서 수소연료전지차 최초로 ‘세계 10대 엔진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경쟁력과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해 오히려 후발 주자에게 역전을 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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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