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임박한 나주 드들강 살인사건의 전말

7년째 '오리무중' 광주 식당주인 살인사건·울진 토막 살인사건도 주목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지난 13일 나주경찰서가 2001년 2월 전남 나주시 드들강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인사건에 대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공소시효 만료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14년 만에 살인범을 밝혀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기 미제사건인 광주 식당주인 살인사건과 최근 1월 발생한 울진 토막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2001년 2월4일 새벽. 전남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 유역에서 여고생 박모(당시 17세)양의 시신이 발견됐다. 박양의 시신에서 성폭행을 당한 흔적과 목이 졸렸던 흔적이 발견됐으나 사인은 익사로 밝혀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전날 밤 11시30분경 박양의 지인인 유일한 목격자의 “그날 새벽 광주시 남구의 한 식육점 앞에서 박양이 20대 남성 두 명과 얘기하는 것을 봤다”는 진술을 토대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기술로
수사 불가능”

그러나 당시 광주에 살던 박양이 나주에 가게 된 경위조차 밝혀내지 못하는 등 수사가 점차 난항을 겪게 되자 용의자조차 밝혀내지 못한 채 사건 한 달여 만에 미제사건으로 분류됐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은 “당시 기술 부족으로 익사한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하는 것도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광주지검 목포지청이 초기에 용의자를 검거하지 못해 장기 미제화됐던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은 2012년 9월 전환점을 맞게 된다. 대검찰청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돼 있던 박양의 중요부위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한 남성이 나타난 것이다. 처음으로 지목된 유력한 용의자는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모(38ㆍ사건 당시 24세)씨였다. 김씨는 사건 당시 박양의 집 인근에 거주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명확한 증거를 확보했지만 검찰은 김씨를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김씨에게 거짓말탐지기와 행동분석까지 실시했으나 김씨의 진술이 모두 진실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목격자도 김씨가 범인이 아닌 것 같다고 주장해 증거불충분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검찰은 “용의자와 박양이 서로 좋아해 성관계를 갖는 사이였다”며 용의자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법조 관계자는 “정황 증거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한 성관련 범죄에서 이 정도의 증거를 증거 불충분으로 판단했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불기소 사유에 대해 여론은 비난을 쏟아냈다. DNA가 일치한 용의자가 범인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또한 목격자가 박양과 함께 있었던 두 명의 남성을 단 한 번 어두운 밤에 마주쳤기에 10여년이 지난 후 용의자를 범인이 아니라고 진술한 내용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용의자 김씨는 두 명을 살해한 혐의로 형무소에 복역 중이었으며 목격자 진술 외에 추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무혐의 처분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듬해인 2013년 2월 전남지방경찰청은 2명의 전담팀을 구성해 이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다시 한 번 나섰다. 하지만 의욕적으로 움직이던 전담팀은 1년여만에 해체돼 비난을 받았다. 사건 기록을 담당하고 있던 광주경찰청도 사건 자료 분석에만 한 달 넘게 걸리는 장기 미제사건을 두 명의 전담팀에게 맡겨 ‘생색내기식’ ‘보여주기식’ 치안 행정이라는 비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1년여 앞둔 지난해 12월 미제사건포럼이 출범과 함께 다시 한 번 이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서울서초경찰서 강력반장 출신 고병천씨를 중심으로 한 미제사건포럼은 전·현직 형사 다섯 명과 범죄학자, 변호사 등 총 일곱 명으로 구성된 단체로 첫 번째 대상으로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을 맡았다.

성폭행 흔적 있는 여고생 시신 발견
용의자 못찾고 한달 만에 수사 종결

지존파와 온보현 사건 등의 굵직한 강력사건을 수사했던 미제사건포럼의 핵심인 고씨는 “30년 형사 생활을 하면서 한 건의 미제사건도 남기지 않았다”고 포부를 밝히며 “여성의 신체부위에서 나온 DNA는 피할 수 없는 증거라고 보이는데 불기소 처분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이렇게 포럼을 꾸려 추적팀을 구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덧붙여 “시간이 오래돼 증거들은 많이 사라졌겠지만 의지를 가지고 수사하면 반드시 피할 수 없는 무형의 증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며 “김씨를 조사한 게 사건이 나고 10년도 더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목격자가 부정적 진술을 했다고 해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4년전 사건
범인 잡힐까

미제사건포럼은 유력한 용의자로 김씨를 주목하고 있다. 고씨는 “용의자와 같은 방에 수감된 사람들 얘기도 들어보면 큰 도움이 된다”며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범인이) 안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제사건포럼은 피해자 가족과의 접촉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박양의 아버지는 딸을 잃고 실의에 빠져 알콜 중독으로 이미 숨졌다. 가족의 사건 진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3일 나주경찰서도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을 재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재수사하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다. 만약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을 경찰이 재수사해 다른 결론을 낸 후 또 다시 검찰에 송치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면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경찰은 수사 초동 단계에서 놓친 점이 있는지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용의자 김씨와 박양간의 성관계와 살인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박양이 사건 당일 새벽 1시15분에 인터넷 채팅사이트에 접속한 기록과 새벽 3시 경에 집에 없었다는 점을 주목해 채팅을 통해 만남을 가졌던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수사도 벌이고 있다.

이는 목격자가 박양을 발견한 시각보다 2시간이 지난 시간이다. 목격자가 유력한 용의자였던 김씨가 범인이 아니라고 진술한 내용이 타당하지 않다는 증거로 보인다. 특히 목격자가 김양과 함께 있었던 두 명의 남성을 10여년이 지난 후까지 기억하고 있다는 점도 다시 한 번 검토해봐야 할 문제다.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2016년 2월3일이다. 지난 2007년 살인죄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연장 개정됐으나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지난 법률이 적용돼 15년이다. 남은 11달 이내에 살인사건의 범인이 밝혀질지가 주목된다.

14년 만에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이 재수사에 착수하면서 장기 미제살인사건의 진행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같은 지역에서 벌어진 ‘나주병원 간호사 알몸피살사건’은 공소시효가 5달밖에 남지 않았으나 재수사 여부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만료 1년도 남지 않은 상황
부랴부랴 재수사…결과는?

수사 편의주의라고 비난하는 한 시민은 “사건·사고라는 것은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당할지 모르는 일이다”며 “억울하게 먼저 떠난 이를 기억하며 가슴 아파할 유가족들의 입장을 헤아려 경찰이 조금만 더 힘써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은 재수사하면서 ‘나주병원 간호사 알몸피살사건’은 서류조차 검토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는 경찰 측의 언론플레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사건의 공소시효 만료가 다가오면 유가족으로부터 재수사 의뢰를 접수하곤 한다”며 “예전에 비해 기술이 좋아져 수사가 보다 쉬워진 것은 사실이나 10여년 전의 사건은 추가 자료 확보에 차질을 겪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유가족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게 경찰의 마음이지만 모든 사건을 전부 다 조사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광주전남 지역의 경우 2000년 이후 장기 미제사건으로 기록된 사건이 18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은 제외한 수치다.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나주 간호사 살해사건(2000년 8월), 내방동 임산부 살해사건(2001년 9월), 용봉동 여대생 테이프 살해사건(2004년 9월), 중흥동 회사원 둔기 살해사건(2005년 5월) 등으로 아직까지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 상태다.

7년째 오리무중
광주 식당주인 살인사건
 

7년째 오리무중인 광주 식당 주인 살인사건도 미제사건 중 하나다. 2008년 10월20일 오전 10시50분경 광주시 동구 대인동의 한 식당 주인 최모(당시 66세)씨가 둔기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은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용의자 검거에 난항을 겪고 있어 미제사건으로 분류됐다.

당시 경찰은 식당 건물의 여인숙에서 장기 투숙하던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벌였으나 은행 창구 CCTV에 찍힌 사진과 은행전표 이외에는 신원을 확인할 만한 단서를 찾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사건 발생 5년 후인 지난 2013년 지문판독시스템이 개발되자 은행전표에서 지문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고 신원을 파악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유력한 용의자로 주목되는 62세의 남성은 현재 주민등록이 말소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신용카드나 휴대전화 사용 내역 조회도 불가능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공개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 행정망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올해 하반기에는 현상수배범에 포함시켜 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울진 토막 살인
점점 미궁 속으로
 

지난 1월 발생한 울진 토막 살인사건도 사건을 수사할 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미제사건으로 분류될 전망이다. 지난 1월9일 경북 울진군 평해읍 못골저수지 인근 야산에서 사람의 것으로 판단되는 두개골과 정강이뼈 등 뼛조각 수십여 점이 발견됐다. 주민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확보한 뼛조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 의뢰했다.

감식 결과 뼈를 인위적으로 자른 흔적이 발견돼 토막 살인으로 밝혀졌다. 감식 결과에 따르면 변사자는 157∼166cm의 키에 혈액형이 A형인 40대 여성으로 지난해 1월에서 10월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변사자는 고어텍스 계열 재질의 코 보형물이 발견돼 코 성형수술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경찰은 전국 성형외과를 대상으로 변사자의 신원 파악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변사자의 뼈에서 추출한 DNA를 가출 및 실종자, 미귀가자 신고 대상자의 DNA와 대조했으나 모두 불일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변사자의 뼈가 발견된 현장에는 변사자의 양손 뼛조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는 살해자가 신원 파악이 될 것을 염려해 다른 곳에 유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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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