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임박한 나주 드들강 살인사건의 전말

7년째 '오리무중' 광주 식당주인 살인사건·울진 토막 살인사건도 주목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지난 13일 나주경찰서가 2001년 2월 전남 나주시 드들강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인사건에 대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공소시효 만료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14년 만에 살인범을 밝혀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기 미제사건인 광주 식당주인 살인사건과 최근 1월 발생한 울진 토막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2001년 2월4일 새벽. 전남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 유역에서 여고생 박모(당시 17세)양의 시신이 발견됐다. 박양의 시신에서 성폭행을 당한 흔적과 목이 졸렸던 흔적이 발견됐으나 사인은 익사로 밝혀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전날 밤 11시30분경 박양의 지인인 유일한 목격자의 “그날 새벽 광주시 남구의 한 식육점 앞에서 박양이 20대 남성 두 명과 얘기하는 것을 봤다”는 진술을 토대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기술로
수사 불가능”

그러나 당시 광주에 살던 박양이 나주에 가게 된 경위조차 밝혀내지 못하는 등 수사가 점차 난항을 겪게 되자 용의자조차 밝혀내지 못한 채 사건 한 달여 만에 미제사건으로 분류됐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은 “당시 기술 부족으로 익사한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하는 것도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광주지검 목포지청이 초기에 용의자를 검거하지 못해 장기 미제화됐던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은 2012년 9월 전환점을 맞게 된다. 대검찰청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돼 있던 박양의 중요부위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한 남성이 나타난 것이다. 처음으로 지목된 유력한 용의자는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모(38ㆍ사건 당시 24세)씨였다. 김씨는 사건 당시 박양의 집 인근에 거주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명확한 증거를 확보했지만 검찰은 김씨를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김씨에게 거짓말탐지기와 행동분석까지 실시했으나 김씨의 진술이 모두 진실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목격자도 김씨가 범인이 아닌 것 같다고 주장해 증거불충분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검찰은 “용의자와 박양이 서로 좋아해 성관계를 갖는 사이였다”며 용의자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법조 관계자는 “정황 증거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한 성관련 범죄에서 이 정도의 증거를 증거 불충분으로 판단했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불기소 사유에 대해 여론은 비난을 쏟아냈다. DNA가 일치한 용의자가 범인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또한 목격자가 박양과 함께 있었던 두 명의 남성을 단 한 번 어두운 밤에 마주쳤기에 10여년이 지난 후 용의자를 범인이 아니라고 진술한 내용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용의자 김씨는 두 명을 살해한 혐의로 형무소에 복역 중이었으며 목격자 진술 외에 추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무혐의 처분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듬해인 2013년 2월 전남지방경찰청은 2명의 전담팀을 구성해 이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다시 한 번 나섰다. 하지만 의욕적으로 움직이던 전담팀은 1년여만에 해체돼 비난을 받았다. 사건 기록을 담당하고 있던 광주경찰청도 사건 자료 분석에만 한 달 넘게 걸리는 장기 미제사건을 두 명의 전담팀에게 맡겨 ‘생색내기식’ ‘보여주기식’ 치안 행정이라는 비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1년여 앞둔 지난해 12월 미제사건포럼이 출범과 함께 다시 한 번 이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서울서초경찰서 강력반장 출신 고병천씨를 중심으로 한 미제사건포럼은 전·현직 형사 다섯 명과 범죄학자, 변호사 등 총 일곱 명으로 구성된 단체로 첫 번째 대상으로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을 맡았다.

성폭행 흔적 있는 여고생 시신 발견
용의자 못찾고 한달 만에 수사 종결

지존파와 온보현 사건 등의 굵직한 강력사건을 수사했던 미제사건포럼의 핵심인 고씨는 “30년 형사 생활을 하면서 한 건의 미제사건도 남기지 않았다”고 포부를 밝히며 “여성의 신체부위에서 나온 DNA는 피할 수 없는 증거라고 보이는데 불기소 처분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이렇게 포럼을 꾸려 추적팀을 구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덧붙여 “시간이 오래돼 증거들은 많이 사라졌겠지만 의지를 가지고 수사하면 반드시 피할 수 없는 무형의 증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며 “김씨를 조사한 게 사건이 나고 10년도 더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목격자가 부정적 진술을 했다고 해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4년전 사건
범인 잡힐까

미제사건포럼은 유력한 용의자로 김씨를 주목하고 있다. 고씨는 “용의자와 같은 방에 수감된 사람들 얘기도 들어보면 큰 도움이 된다”며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범인이) 안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제사건포럼은 피해자 가족과의 접촉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박양의 아버지는 딸을 잃고 실의에 빠져 알콜 중독으로 이미 숨졌다. 가족의 사건 진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3일 나주경찰서도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을 재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재수사하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다. 만약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을 경찰이 재수사해 다른 결론을 낸 후 또 다시 검찰에 송치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면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경찰은 수사 초동 단계에서 놓친 점이 있는지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용의자 김씨와 박양간의 성관계와 살인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박양이 사건 당일 새벽 1시15분에 인터넷 채팅사이트에 접속한 기록과 새벽 3시 경에 집에 없었다는 점을 주목해 채팅을 통해 만남을 가졌던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수사도 벌이고 있다.

이는 목격자가 박양을 발견한 시각보다 2시간이 지난 시간이다. 목격자가 유력한 용의자였던 김씨가 범인이 아니라고 진술한 내용이 타당하지 않다는 증거로 보인다. 특히 목격자가 김양과 함께 있었던 두 명의 남성을 10여년이 지난 후까지 기억하고 있다는 점도 다시 한 번 검토해봐야 할 문제다.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2016년 2월3일이다. 지난 2007년 살인죄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연장 개정됐으나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지난 법률이 적용돼 15년이다. 남은 11달 이내에 살인사건의 범인이 밝혀질지가 주목된다.

14년 만에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이 재수사에 착수하면서 장기 미제살인사건의 진행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같은 지역에서 벌어진 ‘나주병원 간호사 알몸피살사건’은 공소시효가 5달밖에 남지 않았으나 재수사 여부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만료 1년도 남지 않은 상황
부랴부랴 재수사…결과는?

수사 편의주의라고 비난하는 한 시민은 “사건·사고라는 것은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당할지 모르는 일이다”며 “억울하게 먼저 떠난 이를 기억하며 가슴 아파할 유가족들의 입장을 헤아려 경찰이 조금만 더 힘써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은 재수사하면서 ‘나주병원 간호사 알몸피살사건’은 서류조차 검토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는 경찰 측의 언론플레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사건의 공소시효 만료가 다가오면 유가족으로부터 재수사 의뢰를 접수하곤 한다”며 “예전에 비해 기술이 좋아져 수사가 보다 쉬워진 것은 사실이나 10여년 전의 사건은 추가 자료 확보에 차질을 겪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유가족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게 경찰의 마음이지만 모든 사건을 전부 다 조사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광주전남 지역의 경우 2000년 이후 장기 미제사건으로 기록된 사건이 18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은 제외한 수치다.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나주 간호사 살해사건(2000년 8월), 내방동 임산부 살해사건(2001년 9월), 용봉동 여대생 테이프 살해사건(2004년 9월), 중흥동 회사원 둔기 살해사건(2005년 5월) 등으로 아직까지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 상태다.

7년째 오리무중
광주 식당주인 살인사건
 

7년째 오리무중인 광주 식당 주인 살인사건도 미제사건 중 하나다. 2008년 10월20일 오전 10시50분경 광주시 동구 대인동의 한 식당 주인 최모(당시 66세)씨가 둔기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은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용의자 검거에 난항을 겪고 있어 미제사건으로 분류됐다.

당시 경찰은 식당 건물의 여인숙에서 장기 투숙하던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벌였으나 은행 창구 CCTV에 찍힌 사진과 은행전표 이외에는 신원을 확인할 만한 단서를 찾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사건 발생 5년 후인 지난 2013년 지문판독시스템이 개발되자 은행전표에서 지문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고 신원을 파악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유력한 용의자로 주목되는 62세의 남성은 현재 주민등록이 말소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신용카드나 휴대전화 사용 내역 조회도 불가능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공개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 행정망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올해 하반기에는 현상수배범에 포함시켜 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울진 토막 살인
점점 미궁 속으로
 

지난 1월 발생한 울진 토막 살인사건도 사건을 수사할 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미제사건으로 분류될 전망이다. 지난 1월9일 경북 울진군 평해읍 못골저수지 인근 야산에서 사람의 것으로 판단되는 두개골과 정강이뼈 등 뼛조각 수십여 점이 발견됐다. 주민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확보한 뼛조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 의뢰했다.

감식 결과 뼈를 인위적으로 자른 흔적이 발견돼 토막 살인으로 밝혀졌다. 감식 결과에 따르면 변사자는 157∼166cm의 키에 혈액형이 A형인 40대 여성으로 지난해 1월에서 10월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변사자는 고어텍스 계열 재질의 코 보형물이 발견돼 코 성형수술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경찰은 전국 성형외과를 대상으로 변사자의 신원 파악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변사자의 뼈에서 추출한 DNA를 가출 및 실종자, 미귀가자 신고 대상자의 DNA와 대조했으나 모두 불일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변사자의 뼈가 발견된 현장에는 변사자의 양손 뼛조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는 살해자가 신원 파악이 될 것을 염려해 다른 곳에 유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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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