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임박한 나주 드들강 살인사건의 전말

7년째 '오리무중' 광주 식당주인 살인사건·울진 토막 살인사건도 주목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지난 13일 나주경찰서가 2001년 2월 전남 나주시 드들강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인사건에 대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공소시효 만료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14년 만에 살인범을 밝혀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기 미제사건인 광주 식당주인 살인사건과 최근 1월 발생한 울진 토막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2001년 2월4일 새벽. 전남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 유역에서 여고생 박모(당시 17세)양의 시신이 발견됐다. 박양의 시신에서 성폭행을 당한 흔적과 목이 졸렸던 흔적이 발견됐으나 사인은 익사로 밝혀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전날 밤 11시30분경 박양의 지인인 유일한 목격자의 “그날 새벽 광주시 남구의 한 식육점 앞에서 박양이 20대 남성 두 명과 얘기하는 것을 봤다”는 진술을 토대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기술로
수사 불가능”

그러나 당시 광주에 살던 박양이 나주에 가게 된 경위조차 밝혀내지 못하는 등 수사가 점차 난항을 겪게 되자 용의자조차 밝혀내지 못한 채 사건 한 달여 만에 미제사건으로 분류됐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은 “당시 기술 부족으로 익사한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하는 것도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광주지검 목포지청이 초기에 용의자를 검거하지 못해 장기 미제화됐던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은 2012년 9월 전환점을 맞게 된다. 대검찰청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돼 있던 박양의 중요부위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한 남성이 나타난 것이다. 처음으로 지목된 유력한 용의자는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모(38ㆍ사건 당시 24세)씨였다. 김씨는 사건 당시 박양의 집 인근에 거주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명확한 증거를 확보했지만 검찰은 김씨를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김씨에게 거짓말탐지기와 행동분석까지 실시했으나 김씨의 진술이 모두 진실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목격자도 김씨가 범인이 아닌 것 같다고 주장해 증거불충분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검찰은 “용의자와 박양이 서로 좋아해 성관계를 갖는 사이였다”며 용의자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법조 관계자는 “정황 증거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한 성관련 범죄에서 이 정도의 증거를 증거 불충분으로 판단했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불기소 사유에 대해 여론은 비난을 쏟아냈다. DNA가 일치한 용의자가 범인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또한 목격자가 박양과 함께 있었던 두 명의 남성을 단 한 번 어두운 밤에 마주쳤기에 10여년이 지난 후 용의자를 범인이 아니라고 진술한 내용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용의자 김씨는 두 명을 살해한 혐의로 형무소에 복역 중이었으며 목격자 진술 외에 추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무혐의 처분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듬해인 2013년 2월 전남지방경찰청은 2명의 전담팀을 구성해 이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다시 한 번 나섰다. 하지만 의욕적으로 움직이던 전담팀은 1년여만에 해체돼 비난을 받았다. 사건 기록을 담당하고 있던 광주경찰청도 사건 자료 분석에만 한 달 넘게 걸리는 장기 미제사건을 두 명의 전담팀에게 맡겨 ‘생색내기식’ ‘보여주기식’ 치안 행정이라는 비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1년여 앞둔 지난해 12월 미제사건포럼이 출범과 함께 다시 한 번 이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서울서초경찰서 강력반장 출신 고병천씨를 중심으로 한 미제사건포럼은 전·현직 형사 다섯 명과 범죄학자, 변호사 등 총 일곱 명으로 구성된 단체로 첫 번째 대상으로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을 맡았다.

성폭행 흔적 있는 여고생 시신 발견
용의자 못찾고 한달 만에 수사 종결

지존파와 온보현 사건 등의 굵직한 강력사건을 수사했던 미제사건포럼의 핵심인 고씨는 “30년 형사 생활을 하면서 한 건의 미제사건도 남기지 않았다”고 포부를 밝히며 “여성의 신체부위에서 나온 DNA는 피할 수 없는 증거라고 보이는데 불기소 처분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이렇게 포럼을 꾸려 추적팀을 구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덧붙여 “시간이 오래돼 증거들은 많이 사라졌겠지만 의지를 가지고 수사하면 반드시 피할 수 없는 무형의 증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며 “김씨를 조사한 게 사건이 나고 10년도 더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목격자가 부정적 진술을 했다고 해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4년전 사건
범인 잡힐까

미제사건포럼은 유력한 용의자로 김씨를 주목하고 있다. 고씨는 “용의자와 같은 방에 수감된 사람들 얘기도 들어보면 큰 도움이 된다”며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범인이) 안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제사건포럼은 피해자 가족과의 접촉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박양의 아버지는 딸을 잃고 실의에 빠져 알콜 중독으로 이미 숨졌다. 가족의 사건 진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3일 나주경찰서도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을 재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재수사하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다. 만약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을 경찰이 재수사해 다른 결론을 낸 후 또 다시 검찰에 송치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면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경찰은 수사 초동 단계에서 놓친 점이 있는지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용의자 김씨와 박양간의 성관계와 살인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박양이 사건 당일 새벽 1시15분에 인터넷 채팅사이트에 접속한 기록과 새벽 3시 경에 집에 없었다는 점을 주목해 채팅을 통해 만남을 가졌던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수사도 벌이고 있다.

이는 목격자가 박양을 발견한 시각보다 2시간이 지난 시간이다. 목격자가 유력한 용의자였던 김씨가 범인이 아니라고 진술한 내용이 타당하지 않다는 증거로 보인다. 특히 목격자가 김양과 함께 있었던 두 명의 남성을 10여년이 지난 후까지 기억하고 있다는 점도 다시 한 번 검토해봐야 할 문제다.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2016년 2월3일이다. 지난 2007년 살인죄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연장 개정됐으나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지난 법률이 적용돼 15년이다. 남은 11달 이내에 살인사건의 범인이 밝혀질지가 주목된다.

14년 만에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이 재수사에 착수하면서 장기 미제살인사건의 진행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같은 지역에서 벌어진 ‘나주병원 간호사 알몸피살사건’은 공소시효가 5달밖에 남지 않았으나 재수사 여부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만료 1년도 남지 않은 상황
부랴부랴 재수사…결과는?

수사 편의주의라고 비난하는 한 시민은 “사건·사고라는 것은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당할지 모르는 일이다”며 “억울하게 먼저 떠난 이를 기억하며 가슴 아파할 유가족들의 입장을 헤아려 경찰이 조금만 더 힘써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은 재수사하면서 ‘나주병원 간호사 알몸피살사건’은 서류조차 검토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는 경찰 측의 언론플레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사건의 공소시효 만료가 다가오면 유가족으로부터 재수사 의뢰를 접수하곤 한다”며 “예전에 비해 기술이 좋아져 수사가 보다 쉬워진 것은 사실이나 10여년 전의 사건은 추가 자료 확보에 차질을 겪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유가족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게 경찰의 마음이지만 모든 사건을 전부 다 조사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광주전남 지역의 경우 2000년 이후 장기 미제사건으로 기록된 사건이 18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은 제외한 수치다.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나주 간호사 살해사건(2000년 8월), 내방동 임산부 살해사건(2001년 9월), 용봉동 여대생 테이프 살해사건(2004년 9월), 중흥동 회사원 둔기 살해사건(2005년 5월) 등으로 아직까지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 상태다.

7년째 오리무중
광주 식당주인 살인사건
 

7년째 오리무중인 광주 식당 주인 살인사건도 미제사건 중 하나다. 2008년 10월20일 오전 10시50분경 광주시 동구 대인동의 한 식당 주인 최모(당시 66세)씨가 둔기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은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용의자 검거에 난항을 겪고 있어 미제사건으로 분류됐다.

당시 경찰은 식당 건물의 여인숙에서 장기 투숙하던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벌였으나 은행 창구 CCTV에 찍힌 사진과 은행전표 이외에는 신원을 확인할 만한 단서를 찾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사건 발생 5년 후인 지난 2013년 지문판독시스템이 개발되자 은행전표에서 지문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고 신원을 파악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유력한 용의자로 주목되는 62세의 남성은 현재 주민등록이 말소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신용카드나 휴대전화 사용 내역 조회도 불가능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공개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 행정망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올해 하반기에는 현상수배범에 포함시켜 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울진 토막 살인
점점 미궁 속으로
 

지난 1월 발생한 울진 토막 살인사건도 사건을 수사할 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미제사건으로 분류될 전망이다. 지난 1월9일 경북 울진군 평해읍 못골저수지 인근 야산에서 사람의 것으로 판단되는 두개골과 정강이뼈 등 뼛조각 수십여 점이 발견됐다. 주민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확보한 뼛조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 의뢰했다.

감식 결과 뼈를 인위적으로 자른 흔적이 발견돼 토막 살인으로 밝혀졌다. 감식 결과에 따르면 변사자는 157∼166cm의 키에 혈액형이 A형인 40대 여성으로 지난해 1월에서 10월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변사자는 고어텍스 계열 재질의 코 보형물이 발견돼 코 성형수술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경찰은 전국 성형외과를 대상으로 변사자의 신원 파악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변사자의 뼈에서 추출한 DNA를 가출 및 실종자, 미귀가자 신고 대상자의 DNA와 대조했으나 모두 불일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변사자의 뼈가 발견된 현장에는 변사자의 양손 뼛조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는 살해자가 신원 파악이 될 것을 염려해 다른 곳에 유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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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