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잠 설치는 김준일 락앤락 회장, 왜?

‘위태위태’ 불안한 1위 자리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밀폐용기업계에 지각변동이 감지된다. 업계 1위인 락앤락이 내수와 수출 모두 역성장을 보이면서 정상의 자리를 빼앗기게 생겼기 때문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반면 경쟁업체들은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락앤락을 바짝 쫓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락앤락은 마땅한 캐시카우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락앤락의 실적은 좀처럼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누적 락앤락의 중국지역 매출은 1404억원으로 전년 동기 2115억원보다 33.6%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매출 가운데 중국매출 비중은 같은 기간 56.3%에서 44.5%로 11.8% 포인트 하락했다.

약발 다 됐나
 
이에 김준일 락앤락 회장이 칼을 빼들었다. 실적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새해부터 제품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인력 구조조정 바람이 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3일 란앤락에 따르면 삼광글라스 출신으로 그동안 락앤락 국내영업을 총괄 담당해왔던 김광태 국내영업본부 전무(등기이사)가 지난해 12월 말 회사를 떠났다. 국내 실적 부진과 연관이 없지 않아 보인다.
 
김 전무는 삼광글라스에서 글라스락을 출시, 3년만에 국내 대표 유리밀폐용기로 성장시킨 바 있다. 락앤락으로 자리를 옮긴 뒤 2년간 국내영업을 총괄했다. 지난해에는 등기이사에도 선임되면서 책임경영에 최선을 다했지만 실적표는 암울했다. 일각에서는 김 전무의 퇴사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서막이라고 본다.
 
이는 지난해 중국 법인 임원들이 대거 퇴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앞서 락앤락은 북경, 상해, 심천 등 중국법인 3곳의 임원 4명을 연달아 퇴임시켰다. 지난해 3월 안병국 중국 총괄 법인장(상해 법인장), 5월 안기성 상해법인 부장, 9월 이성동 심청법인 이사, 허승무 북경법인 이사가 회사를 나갔다. 당시 최대 캐시카우인 중국시장에서 급격한 매출 하락세가 이어진 데 따른 인사조치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락앤락은 안 전 총괄 법인장이 회사를 나간 후 후임자를 뽑지 않고, 김 회장이 직접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문제는 김 회장이 직접 나서도 실적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락앤락은 지난해 판매 법인인 위해락앤락무역유한공사, 헬로헬로 인터내셔날을 청산하기도 했다.
 
매출·영업이익 줄어…경쟁사 성장세
마땅한 캐시카우 없어 발만 ‘동동’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락앤락은 현재 판매 중인 제품 4000여개(상품분류최하단위기준 제품 수) 중 매출 비중이 5% 미만인 제품 700여개를 정리하는 초강수를 뒀다. 4년 전 선보였던 생활용품 브랜드 ‘P&Q’가 대표적이다. 안 되는 브랜드는 솎아내겠다는 전략이다. 
 
밀폐용기 시장 라이벌 삼광글라스의 추격도 락앤락의 표정을 울상 짓게 하고 있다. 락앤락이 중국에서 고전하는 사이, 삼광글라스는 탄탄한 사업기반을 두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락앤락은 3분기까지 총 31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매출액 3754억원 대비 16% 가량 낮아진 수치다. 2012년과 2013년 연간 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지만 두 해만에 매출액이 4000억원 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반면 삼광글라스는 3분기 매출액을 2267억원으로 끌어올리면서 전년 동기 3분기 2162억원보다 4.8% 성장했다. 높은 성장세는 아니지만 국내 밀폐용기 시장이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돌입한 상황이기 때문에 삼광글라스의 비약적인 매출 증대는 락앤락에게는 크나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주가도 변동하고 있다. 1위 락앤락 주가는 연일 하락하는 반면 2위 삼광글라스 주가는 상승세를 타며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0년, 락앤락과 삼광글라스는 밀폐용기 시장의 격전지를 국내에서 중국으로 옮겼다. 삼광글라스는 락앤락 ‘환경호르몬’ 이슈를 꺼내들어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애썼다. 미국에서도 락앤락 제품에 사용되는 물질인 트라이탄을 놓고 환경호르몬 검출 여부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인데 1심에서 승소했음에도 소비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플라스틱 제품은 유리제품에 비해 가품이 만들어지기 쉽다. 유리 제품은 공정 과정이 복잡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지만, 플라스틱 제품은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덜 든다. 그래서 삼광글라스 제품보다 락앤락 가품이 훨씬 더 많다. 버젓이 유통되는 가품은 락앤락에게 독이었다.
 
캐시카우가 없다는 점도 락앤락의 약점이다. 반면 삼광글라스는 사업분야가 다양하다. 삼광글라스는 B2B 사업인 캔과 유리병 납품에서도 호조를 보였다. 지난해 적자를 봤던 캔사업이 지난해 3분기까지 3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자회사 군장에너지와 이테크건설도 호조세다. 또 락앤락이 해외 유통 방식을 변경하는 사이 삼광글라스는 중국판매법인을 설립해 기업용 특판시장과 홈쇼핑 등으로 유통 채널을 넓혔다. 

텀블러로 재도약?
 
락앤락은 최근 중국과 국내 시장 모델로 배우 이종석을 발탁해 신규 텀블러 광고를 촬영, 주요 온라인 쇼핑몰의 메인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밀폐용기로 굳어진 중년층 타깃 브랜드 이미지를 젊게 바꾸기 위해서다. 그동안 밀폐용기에 집중했던 락앤락은 앞으로 20∼30대 신규 고객을 유입하기 위해 텀블러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인다. 락앤락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물병류의 매출 비중이 18%로 밀폐용기(33%)와 수납(20%) 다음으로 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텀블러 시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기업 써모스가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플라스틱 용기의 위험성
 
지난해 7월 미국에서 발표한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식을 담는 밀폐용기에서 약 170여개의 화학 성분이 검출, 이 요소들이 모두 건강에 해로운 성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2013년 12월에 발표된 미국 식약청에서 실시한 음식물 안전성 검사 결과,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식품 중 50% 이상이 유해 물질에 관한 정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밀폐용기의 환경호르몬 보다 세균을 더 걱정해야한다고 말한다. 밀폐용기는 공기가 차단되어 음식이 잘 상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상온에 방치될 경우 세균이 득실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음식을 넣고 상온에 둔 밀폐용기의 세균 오염도를 검사해본 결과 비교적 높은 수치가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밀폐용기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려면 사용 시 되도록 깨끗하게 자주 세척하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상온보다는 주로 냉장고에 넣고 보관하면서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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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