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화제' 보배드림녀 시리즈 백태

“내 몸 보고 평가해 주세요”

[일요시사 경제2팀] 최현목 기자 = 대한민국 최대 중고차 거래사이트인 보배드림의 한 게시판에는 차보다 몸매자랑, 얼굴자랑이 대세다. 걔 중에는 차마 눈뜨고 보기 민망할 정도로 수위가 높은 사진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사진 속 주인공들에게는 누드인증녀, 다꼴녀 등의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이런 수식어들은 네이버, 다음 등에서 해당 사이트의 연관검색어로 등장한다. 심지어 구글에서는 사이트명만 검색해도 그동안 올라온 각종 노출사진들을 여과 없이 볼 수 있다.

한 번씩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사이트에는 연일 수위 높은 노출사진이 올라온다. 그 중 중고차 거래 대표 업체인 보배드림에서는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거나 속옷이 보일 정도로 짧은 치마를 입고 찍은 사진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 사진들은 본인이 직접 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곳에 있는 사진을 퍼 나르는 경우도 발생해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길거리를 지나가는 여성을 도촬한 경우에는 얼굴 같은 신상 정보가 그대로 노출돼 자칫 2차 피해가 우려된다.

인증하면
인정받나

보배드림을 이용하는 여성 회원이 직접 자신의 신체 일부를 찍은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조00’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한 여성회원은 자신의 차량에서 찍은 셀프 사진을 올렸다. 육감적인 몸매와 뚜렷한 이목구비로 한순간 남성 회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그녀는 연일 화제가 됐다.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다 보니 후폭풍도 엄청났다. 소위 얘기하는 ‘강남미인도’를 뚫고 나온 것처럼 ‘성형 수술을 한 티가 너무 난다’는 식의 외모 발언은 물론 성적인 댓글까지 서슴지 않고 올라왔다. 일부 회원이 올린 댓글은 성희롱으로 적발될 수 있을 정도로 수위가 높았다.

사진을 올린 여성의 메신저 아이디가 유출된 정황이 포착돼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최초로 아이디를 찾아낸 것으로 추측되는 한 네티즌은 ‘보배 CSI 입니다. 조00님을 검거하였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린바 있다. 게시글에는 해당 여성의 사진과 대화 기록, 신상에 대한 일부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충분히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현재 그녀는 2013년 9월 이후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가장 화제가 됐던 여성은 따로 있었다. ‘섹시00’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그녀는 누드에 가까운 사진을 올려 그 진위 여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은 지난해 3월부터 올리기 시작했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찍은 사진에는 비정상적으로 큰 가슴과 잘록한 허리를 보유한 여성이 노란색 ‘카마로’ 차량을 옆에 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심지어 속옷을 입지 않고 손으로 중요 부위만 가린 아슬아슬한 사진도 있었다. 이를 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특히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 궁금증을 더했다. 일부에서는 트랜스젠더라는 설부터 포토샵으로 몸매를 보정했다는 증거까지 대는 등 설왕설래였다.

결국 네티즌 사이에서 먼저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몸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쉽게 오빠 오빠라고 부르는 건 이해받을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라며 ‘당신의 글이 조회 수가 높은 건 인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벗은 모습이 궁금해서다.

속마음은 당신을 조롱하고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건강하게 태어나게 해준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지 말아 달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그녀는 ‘누드 올리지 말라 그러는데 오늘 저녁에 올릴까’라고 도발하는 게시글을 올리는 등 상황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수많은 노출 사진으로 물의를 일으킨 그녀는 현재 모든 게시글을 삭제하고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몸매 자랑
얼굴 자랑

‘다꼴녀’ 사진도 유명세를 탔다. 다리 꼬는 여자를 칭하는 은어인 ‘다꼴녀’ 사진에는 한 여성이 남자 승객을 옆에 두고 시외버스로 추정되는 좌석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말이 다리를 꼬았다는 것이지 사실은 반가부좌에 가까운 자세였다. 사진 속 그녀가 치마를 입은 상태였다는 점에서 남성 회원들은 더욱 열광했다.

그 외에도 페라리녀, 아우디녀 등 특정 차량과 함께 찍은 여성의 사진은 물론 현재 활동하고 있는 여성 회원에 대해 평가하는 글을 올리기도 하는 등 게시판에는 미성년이나 여성이 보기에 불편할 수 있는 것들이 무분별하게 올라오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정보 노출도 존재한다. 이른바 ‘보배드림 상간녀’라 불리는 이 사건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바 있다. 지난 2012년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한 카페에서 여성 회원 A씨는 자신의 남편이 어떤 여성과 간통을 했다고 호소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남편을 유혹한 B씨는 모 중소기업의 부사장 딸로서 이전에도 수많은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후 이를 기록해 두는 엽기 행각을 벌였다고 한다. A씨의 남편을 만나기 전에 임신을 했다가 인공중절을 한 경험까지 있는 것으로 전했다. 그렇게 바람맞은 A씨는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고 한다.

노출녀, 누드인증녀, 상간녀, 다꼴녀…
반라의 여성들 본인 사진 사이트 공유

상황은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한 가정을 파탄 낸 B씨가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C라는 남성과 결혼한다는 소식이 인터넷 카페에 올리면서부터 점입가경이 되었다. 결혼을 한다는 B씨의 글을 본 A씨는 그간에 있었던 모든 일을 카페에 올리기 시작했고 두 사람의 청첩장과 웨딩 화보 사진까지 공개했다. 그러자 ‘보배드림’ ‘일간베스트’ 등 남성회원이 주를 이루는 사이트에서 B씨의 개인 정보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결혼식을 진심으로 중단시키고 싶었던 것일까. 네티즌들은 B씨와 결혼식을 올릴 C씨의 정보까지 유출했다. 심지어 그의 가족에 대한 정보도 공개됐다. 이 소문이 퍼지자 당시 대기업 대리로 일하던 C씨는 결국 부서를 이동하게 되었다고 한다. 부인 B씨의 과거 엽기적 성생활로 인해 애먼 C씨와 그의 가족만 피해를 본 것이다.

허위·조작 사진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때 게시판에는 그간 올라온 노출 사진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높은 수위의 사진이 약 300장가량 유출되었다. 해당 사진에는 한 여성의 신상과 함께 신체 사이즈까지 함께 노출됐다.

당시 게시글에 따르면 사진 속 여성의 직업은 스튜어디스라고 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한 네티즌이 검증에 나섰다. 구글 이미지 검색을 통해 사진들의 출처를 따라가 본 결과 이들 사진은 이미 4∼5년 전에 떠돌던 동영상을 단순 캡처한 것임이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보배드림 승무원’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중국 인터넷에서 떠돌던 동영상 캡처 사진이 한국의 승무원으로 둔갑한 해프닝이었다.

이러한 세태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한 네티즌은 핫팬츠를 입은 여성의 사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해당 사진에는 한 여성이 핫팬츠인지 속옷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한껏 올라간 바지를 입고 마트 주차장을 활보하고 있는데 촬영한 각도가 노골적이었다. 그 사진을 게시자가 직접 찍은 것인지 아니면 ‘승무원’ 사건처럼 인터넷을 떠돌던 것을 올린 것인지, 심지어 한국에서 촬영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 그러나 특별한 성인 인증 없이 열람이 가능한 게시판에 올릴 사진으로는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따랐다.

누드사진
조작까지

이런 사진들은 대부분 시배목(시승기/배틀/목격담을 줄여 부르는 말)이라는 특정 게시판에 활발히 올라오고 있다. 배틀과 목격담이라는 게시판 명처럼 자극적인 사진이 매일매일 올라오고 있는 이곳을 들여다보면 사진뿐만 아니라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 또한 대부분이 은어와 성적인 발언으로 도배되어 있다.

이러한 모습에 보배드림 커뮤니티 내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문제가 생각 때 마다 출처는 시배목이다’라는 한 네티즌의 원성이 있는가 하면 ‘포털사이트에 해당사이트를 검색하면 자동차 사진이 아닌 노출사진이 먼저 뜬다’며 ‘이곳이 중고차 거래 사이트인지 성인 사이트인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다.

이처럼 ‘자신에 대한 노출’과 ‘타인에 대한 정보 유출’은 최근 화두로 떠오른 인터넷 노출증과 관음증의 예로 지적된다. 소셜 미디어의 기술적 발달과 인터넷 커뮤니티 활성화는 자기 홍보나 마케팅의 목적을 넘어 자신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드러내는 행위로 또는 집착해서 정보를 캐내는 행태로 이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비단 보배드림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신체를 노출해 인정받고자하는 ‘인터넷 노출증’은 온라인 게시판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요즘엔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모바일 상에서도 이러한 행위들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한 고등학생이 여교사의 어깨에 손을 얹고 “누나, 사귀자”고 말하는 동영상이 유포돼 큰 파문이 인 적 있다. 이 동영상은 게재가 됨과 동시에 삽시간에 퍼졌다. 본인은 재미로 한 행위겠지만 이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격렬했다. 더군다나 ‘선생님 꼬시기’라는 설명을 붙인 점은 불문율과 같은 사제지간의 관계가 허물어지는 현장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해당 학교는 학생들이 장난으로 한 것이라 변명했지만 결코 ‘장난’이라는 장난스런 말로 넘어갈 수 없을 정도로 공론화되었다.

올리면 그만…유포 속도 상상초월
인터넷 노출증·관음증 심각 수준

가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라로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의 사진이 게재된다. 그녀들은 대부분 정신 질환을 앓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누군가 달려가 겉옷을 씌어줄 만한데 그런 훈훈한 소식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단지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만이 공유될 뿐이다.

그 외에 행인, 직장 동료, 학생들이 구타를 당하거나 어떤 사건에 휘말렸을 때 오히려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촬영한 후 곧바로 자신의 SNS에 공개하는 등 사건에 대한 개입 또는 관망보다 기록과 공유에 집착하는 행동이 주를 이룬다.

기록으로 끝나면 나을 것을 어떤 사람은 조작도 서슴지 않는다. 과거 한 남성이 서울의 모 대학에 재학 중인 20대 여성의 신분증 사진과 연락처, 그리고 조작된 것으로 추측되는 음란사진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에 게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를 당한 여성은 과거 작성자의 옛 여자친구로 알려졌는데 그 여성이 결별 후 다른 남자를 만나자 이에 대한 복수로 조작을 한 것이다. 문제는 이 글이 퍼지면서 이를 본 네티즌이 이 여성의 ‘신상 털이’에 나서 2차 피해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이다.

개인정보
유출까지


이러한 사건들은 대표적인 노출증의 사례로 회자된다. 그들은 도덕적 잣대나 가치관에는 관심이 없었다. 단지 내가 올린 동영상과 사진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는지만 관심이 있었다. 이런 생각은 기본적으로 노출증 환자가 겪는 망상과 맥을 같이 한다.

개인적인 요인 이외에도 ‘옮기기’와 ‘전시하기’로 대표되는 사회적 요인 또한 이러한 증세를 가속화시키는 요소 중 하나로 지적된다. 한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이러한 세태에 대해 ‘끊임없이 꿈틀거리는 인터넷의 흐름에 자신들이 뒤처져 있지 않다는 것을 자타에게 확인시키려는 충동적 행위의 종합’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네티즌들의 이러한 행동은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곧장 사는 ‘얼리어답터’와 다른 네티즌의 이목을 끌 만한 새로운 것을 계속 업로드 하고자 하는 ‘노출증 환자’의 면모를 띄는 것이라 분석했다.

인터넷 상에서 노출을 이끄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소위 ‘떡밥’으로 즐거움을 찾는 관음적 네티즌도 온라인 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인터넷 관음증’의 사례는 굳이 찾아보지 않더라도 연예계 소식을 통해서 쉽게 들려온다. ‘타블로 학력 위조 논란’ ‘유명 여가수 임신설’ 등은 대표적인 관음증의 폐해였다. 이렇게 유포된 정보는 온라인을 통해 조회되고 사실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채 급속도로 확산됐다. 더욱 문제시되는 점은 관음증의 본질적 행위가 뒤에서 은밀하게 진행되는 것과 달리 인터넷 관음증은 익명성을 담보로 폭력적이고 외향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의 모 대학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관음증과 노출증이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적으로 보편화돼 집합적인 사회병리현상으로 발전했다”라며 “SNS는 이러한 사회병리현상을 상업주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는 무엇이든 인증해야만 인정받는 요즘 세태와 재미있고 관심만 받으면 끝이라는 극단적 사고가 어우러져 빚어진 촌극이며, 그 무대 위에서 나 자신 또한 보여지는 자극을 탐닉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쯤 성찰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보배드림은?

중고차 거래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의 한 게시판에 올라온 노출 사진이 화제가 되면서 사이트에 대한 궁금증 또한 높아지고 있다. 1999년 개설된 보배드림은 국내 1위 자동차 거래사이트로서 다양한 매물과 유용한 정보로 많은 이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인터넷 쇼핑몰이다.

자동차는 물론 오토바이, 모형, 용품 등을 거래하는 곳으로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또한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어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대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오프라인 모임도 가끔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자동차나 오토바이에 관심이 많은 남성이 회원의 주를 이루고 있다.

구글코리아가 2014년 12월에 발표한 최다 검색어 순위 4위를 자랑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이 사이트는 한 달에 10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편 대표이사인 ‘김보배’의 이름을 따 지은 것으로 알려진 이곳은 서울시 양천구 목동동로 드림타워 11, 12층에 위치해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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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