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없는 병원들, 막가는 수술실 백태

환자 마취된 사이 의사·간호사 둘이…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나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병원 임상실습에 들어가기 전 간호학도들이 읊는 ‘나이팅게일 선서문’의 일부 내용이다. “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의사의 윤리 등에 대한 선서문인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일부 내용이다. 신성한 두 선언이 최근 일부 의료 종사자들에 의해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있다. 인간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계의 현주소를 파헤쳐보자.

지난달 28일 한 간호조무사가 개인 SNS를 통해 올린 사진은 가히 충격적이다.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J성형외과로 추정되는 병원 수술실에서 마취된 환자를 뒤로 한 채 생일 케이크를 들고 다니는가 하면 자기네들끼리 사진을 찍기도 하고, 가슴 성형에 쓰이는 보형물로 장난을 치는 등 몰지각한 행동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한 수술실에서 음식을 섭취하는가하면 돈다발을 들고 찍은 사진에는 수술용 1회용 장갑을 버리지 않고 재사용 목적으로 말려놓은 장면이 함께 찍혔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수술대 위에 누운 환자 모습은 물론 환자의 신상이 적힌 ‘기록 카드’가 그대로 사진에 노출되었다는 점이다.

환자 뒤로하고
셀카, 생일파티

그녀들에게 ‘나이팅게일 선서’는 단순한 허례허식에 불과했던 것일까. 이런 철없는 행동은 여론의 뭇매를 맞기에 충분했다. 언론 또한 이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간호조무사는 계정을 삭제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는 법.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의료계 전반에 대한 불신과 함께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해당 사건에 대해 보건당국은 진상조사에 나섰다. 29일 관할 보건소인 강남구 보건소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병원을 실사해 사실 관계를 명확히 확인한 뒤 절차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수술 중 생일파티를 한 행위와 1회용 장갑을 재사용 목적으로 말려놓은 부분은 각각 의사의 비윤리 진료와 의료법 위반에 해당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의료법 제66조에 따르면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킬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장 1년까지 자격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이 경우 통상 관할 보건소가 보건복지부에 자격 정지를 의뢰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보건당국은 보건복지부와 경찰 측에 수사를 의뢰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의료진이 수술실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보였고 비난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의료법 위반 여부 등을 검토 중이다”며 “피해자의 신고나 보건당국의 의뢰가 들어올 경우 즉각 수사에 착수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얼마 전 중국에서 발생한 유사한 사건을 처벌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0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수술실에서 찍은 사진 몇 장이 올라와 논란이 된 적 있다. 중국 산시성 시안시의 한 대학 병원 수술실에서 수술복을 입은 의료진이 누워있는 환자를 뒤로 한 채 서로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은 것이다.

병원 측에서는 해당 사진은 수술을 마친 뒤 촬영한 것으로 성공적인 수술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찍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논란은 거세져 갔고 결국 시 당국은 병원 원장을 비롯한 책임자 및 담당자를 면직 또는 감봉 처리했다. 사건의 유사성을 고려해 볼 때 처벌의 가이드라인으로 충분한 사례다.

해당 병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실수를 인정하고 해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사진 촬영은 환자가 수술 뒤 회복 중일 때 촬영된 것이다”며 “(사진 속에 등장한 장갑은) 수술 끝나고 나서 수술 용기 같은 것을 설거지할 때 사용하는 장갑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해당 병원의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려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사과문에는 “몇몇 직원들의 부주의한 행동으로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책임을 통감하고 해당 직원을 절차에 따라 징계하였습니다”라고 되어 있어 일부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사과문이 올라간 후 이를 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

상담의사 따로
수술의사 따로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병원에 간호사가 한 명도 배치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버젓이 간호사 명찰을 달고 있지만 실제로 그중에 간호사는 한 명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고 대부분 간호조무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개중에는 일반인도 포함되어 있던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한간호협회’는 법적 대응을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들이 대응을 준비하는 이유 중 핵심은 이 사건을 통해 간호사들이 매도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사진을 통해 확인되는 명찰은 간호사를 사칭한 행위라는 것이다.

정신 나간 일부 의료 종사자들
수술 앞두고 찰칵…음주 집도도
실종된 의료 윤리에 국민 불안

1960년대에 간호인력 부족현상이 심화되자 간호사 대체인력으로 신설된 간호조무사는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이 있으면 가능하며 ‘국·공립간호조무사양성소’나 ‘사설간호조무사양성학원’에서 간호조무사가 되기 위한 교육 및 훈련을 받기만 하면 된다. 반면 간호사는 간호학과(3·4년제)를 졸업하고 국가(한국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에서 시행하는 간호사 시험을 합격한 후 간호사 면허증을 취득해야 된다. 의료법상 지위도 간호사는 ‘의료인’으로 구분되는 것에 반해 간호조무사는 ‘간호보조인력’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 경계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병원에서는 급여가 훨씬 적은 간호조무사를 간호사로 속여 근무시키는 일이 종종 일어나는 것이다. 환자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의료 영역에 의료인이 없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비단 해당 사건은 간호조무사의 잘못만은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진에는 의사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등장하는데 설명에는 “원장님과 함께”라고 적혀있다. 그녀들을 관리·감독해야 되는 의사가 이 같은 행위를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함께했다는 점에서 더욱 비난받고 있다.

이러한 의료계의 비도덕적 행위는 예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지난달 19일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 윤곽 수술을 받던 21살 여대생 정모씨가 끝내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광대뼈와 턱뼈를 깎는 수술을 4시간 동안 받은 그녀는 수술 직후 회복실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그녀를 집도한 담당의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치과의사라고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치과의사가 안면 윤곽 수술을 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환자의 혈압저하 등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적절하지 못한 행위라고 말한다. 또한 숨진 정모씨는 당초 1000만원에 해당되는 수술비를 지불하는 대신 ‘비포-애프터’ 모델이 되는 조건으로 검사비 100만원만 냈다는 정황이 포착돼 정모씨의 수술에 일부러 전문의를 배치하지 않은 것이라는 의혹을 샀다.

환자로서는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어 답답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마취가 된 상태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부지기수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를 악용한 사례도 다수 발생한다. 속칭 ‘쉐도우 닥터’라 불리는 사람이 대리 수술을 하는 것이다. 집도하는 의사의 수술 경험과 능력에 따라 외적 변화가 확연히 차이나는 성형외과 같은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성형외과의 경우 의사의 이름값을 보고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보니 몇몇 의사에게 환자가 집중된다. 그러나 실상은 유명의사가 환자를 상담한 후 환자가 마취에 들어가면 다른 의사가 들어와 수술을 하기도 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눈뜨고 코 베인 격이다. 외국인들이 성형관광을 위해 한국에 입국하는 등 국내 성형시장이 팽창했지만 그에 맞는 인력 수급이 되지 않아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라 치부하기에 윤리적 공백이 너무 크다. 이미 물질만능주의가 성형외과 업계에 팽배해 있다는 방증이다.

술 마시고 수술
위생은 뒷전

술을 마시고 수술대에 오르는 의사도 있다. 지난해 11월28일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3살배기 남자아이의 봉합수술이 진행됐다. 바닥에 쏟은 물에 미끄러져 넘어진 아이는 턱뼈가 보일 정도로 심하게 찢어졌다. 하루빨리 조치를 취해 아이를 안정시켜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집도하러 온 의사 A씨의 행동이 이상했다. 비틀비틀거리며 수술실에 들어온 A씨는 위생장갑을 끼지도 않고 찢어진 부위를 얼기설기 세 바늘 꿰맸다. 이를 본 아이의 부모는 병원에 항의했고 그제야 병원 측 관계자는 다른 의사를 불러 여덟 바늘을 꿰매 정상적으로 수술을 종료했다.


A씨는 그 당시 술에 취해 있던 것으로 판명 났다. 1년차 전문의인 그는 3년차 선배와 저녁을 먹으면서 반주를 했고 당직실로 복귀한 후 응급실 당직 콜이 울리자 급하게 수술실로 들어간 것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원래 이 수술은 본인이 맡아야 될 수술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병원 측에 따르면 그 당시 당직 의사는 2년차 선배 B씨였는데 “1년차인 A씨가 선배 B씨에게 칭찬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본인이 직접 들어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문제의 A씨는 해당 병원에서 파면조치 당했다.

생일파티에 보형물로 장난
찍은 사진 SNS에 올려 파문

이 사건으로 병원의 방만한 인력 관리와 허점투성이 시스템이 문제로 지적됐다. 업계 종사자에 따르면 대학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도제식 인력관리와 응급 의료관리 시스템에서는 1년차 전문의가 술을 먹고도 응급실로 떠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A씨에게서 술 냄새가 나고 위생 장갑을 끼지 않는 등 상태가 평소와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응급실 근무자들이 A씨의 행위를 제지하지 못했던 점은 그만큼 병원의 응급 의료 시스템에 구멍이 난 것으로 볼 수 있다. 12년 연속 ‘최우수 응급 의료 기관’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진 순간이었다.

올해 초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에서는 자신들의 수술 횟수를 홍보하기 위해 ‘턱뼈로 쌓은 탑’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려 논란이 되었다. 병원 로비 한편에 위치한 탑은 바로 수술을 한 환자의 턱뼈를 모아 쌓은 것이다. 인체의 적출물을 폐기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그것을 탑으로 쌓아 홍보에 이용하려 했다는 점은 엽기를 넘어 괴기스럽기까지 했고 이를 본 시민들은 경악했다.

결국 해당 사건은 미국의 <타임지>에 까지 보도되었다. 이런 자신들의 행동이 의료 폐기물 관리법 위반인지도 몰랐던 병원장은 과태료 300만원을 물었고 당연히 ‘턱뼈 탑’에 대해선 철거 명령이 내려졌다.


병원과 의료계의 현주소가 이렇지만 소송을 통한 구제는 요원하기만 하다. 수술실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보니 법을 적용하기 어렵고 수사를 하더라도 지극히 전문적인 영역이라 과실을 찾아내기 힘들다. 또한 증거 인멸 등이 행해져도 알아낼 방도가 없다. 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간호조무사 셀카 사건’이나 언론에 보도된 사고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져만 간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설사 처벌이 행해져도 병원 측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당일 예약취소 등 환자가 줄어들긴 하겠지만 진료는 계속할 수 있다. 근무하는 많은 의사 중 사고를 낸 의사 몇 명만 쉬면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병원 명을 바꾸든지 아니면 새로 병원을 차리면 된다. 의사 자격이 박탈당하지만 않으면 언제든지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로 인해 목숨을 잃은 환자는 다시 살아날 방도가 없다.

환자 턱뼈로
병원 로비에 탑 쌓아

프랑스 태생의 의사이자 사상가인 '알베르트 슈바이처'가 후대에도 존경받는 이유는 비단 그가 아프리카로 의료 봉사활동을 떠났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는 누구보다 생명을 존중했고 인류애를 강조했다. 그는 “다른 모든 생명도 나의 생명과 같으며, 신비한 가치를 가졌고, 따라서 존중하는 의무를 느낀다”며 “선의 근본은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고 보호하고 높이는 데 있으며, 악은 이와 반대로 생명을 죽이고 해치고 올바른 성장을 막는 것을 뜻한다”고 정의했다.

슈바이처의 정의에 따르면 몇몇 병원과 의사 그리고 간호조무사는 악이라 불러도 될만한 행동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몇몇 사람으로 인해 국민은 물론 선량한 의료인들까지 피해를 당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관련 피의자의 죄질에 합당한 법 적용과 대승적 차원의 근무 환경 개선, 부도덕한 의료행위의 근절을 위한 지속적 교육 및 지도·감시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환자 38명 살해, 악마 간호사 엽기행각

한 달 동안 무려 38명의 환자를 죽이고 함께 사진을 찍는 등 엽기적인 행동을 일삼은 이탈리아 간호사가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최근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38명의 환자를 살해한 뒤 충격적인 사진을 촬영한 이탈리아 간호사’라는 제목으로 다니엘라 포지알리(42)의 행동을 보도했다.

포지알리는 단지 짜증난다는 이유로 사형수에게 쓰이는 독극물을 투여해 환자 38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녀가 살인을 저지른 후 죽은 환자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는 점이다.

공개된 사진에 의하면 그녀는 사망한 환자 바로 옆에서 엄지를 올리는가 하면 입을 벌리고 찍는 등 일반적인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을 취하고 있다.

사진을 찍어 준 사람은 그녀의 직장 동료인 것으로 드러났다. 동료 간호사는 경찰 조사에서 “포지알리에게 저항할 용기가 없었다”며 “그녀는 보복심리가 강했고, 단순히 다음 근무 조를 고생시키기 위해 환자들에게 설사약을 투여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포지알리와 동료 간호사는 모두 병원에서 해고된 상태며 포지알리는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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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