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뚱맞은' 대기업 이색사업 백태

불황이라…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국내 대기업들은 저마다 주력사업을 갖고 있다. 계열사의 성격도 이를 따라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일부 기업은 주력 사업과 별도로 이색사업을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도무지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는, 다소 쌩뚱 맞은 신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하이트진로그룹의 핵심계열사인 서영이앤티가 올해 들어 주력 영위업종인 술 사업과 전혀 무관한 키즈사업에 발을 들였다. 술과 아이,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그만큼 뒷말이 무성하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지난해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피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 비중을 대폭 줄이는 바람에 마이너스 실적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신규 사업 진출을 통해 급감한 매출을 만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오기도 했다.

아리송한 계열사
같은 식구 맞나?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영이앤티는 지난 4월 이사회를 열고 캐릭터 사업과 키즈카페 및 테마타크 운영을 주요 사업목적으로 하는 ‘딸기가 좋아’를 인수했다. 현재 지점을 10여개로 늘리는 등 키즈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0년 설립된 서영이앤티는 생맥주를 시원하게 만드는 냉각기계와 호프집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다란 캔 모양의 생맥주통, 생맥주를 따르는 생맥주 밸브 등 생맥주 관련 기자재의 제조·판매가 주력사업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는 줄곧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유산균 발효유 전문업체로 야쿠르트, 우유, 음료 등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한국야쿠르트는 로봇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공관절 수술로봇 ‘로보닥’을 내년까지 미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한국야쿠르트는 2011년 500억원을 투자해 인공관절 수술로봇을 보유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업체 큐렉소를 인수했다. 당시 한국야쿠르트는 큐렉소 유상증자에 300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200억원을 투자하면서 헬스케어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큐렉소의 로보닥 제작과 연구는 미국 내 자회사인 씽크써지컬(Think Surgical, Inc/이하TSI)가 맡고 있으며 본사는 국내 영업을 포함해 총괄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수술분야는 인공관절 치환술로 무릎(슬관절)과 엉덩이(고관절) 뼈가 대상이다. 현재 큐렉소는 고관절 치환술에대해서는 FDA 승인을 받았으며 슬관절 치환술은 임상을 통해 내년께 FDA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기존 구형 로보닥은 유럽 인증을 통해 독일과 국내, 일본에 공급되고 있다.
 
 
로보닥을 이용해 인공관절 수술을 진행하면 뼈를 깎는 과정에서 정확도가 높아져 기존 수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술오차와 재수술률을 낮추며 수술 후 예후가 좋다. 망가진 연골을 인공관절로 대체하기 위해 잘라내는 과정에서 의사들은 톱을 사용하지만 로봇은 밀링(milling) 방식으로 깎아 정확하다고 알려진다. 하지만 일부 전문의들은 임상결과는 큰 차이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야쿠르트는 큐렉소를 인수하면서 현대중공업과 함께 국내 생산 체계도 갖췄다. 이전에는 전량을 미국에서 생산했지만 현대중공업이 로봇본체와 제어기 등 핵심장치 국내 양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기에는 뚜렷한 성장세가 보이지 않았다. 2007년 FDA 승인을 계기로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 진출에 나섰지만 판매량이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맥주회사가 키즈사업
음료회사가 로봇사업
 
문제는 20억원을 투자해 장비를 구입하고도 수익을 더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아직 보건당국이 수술로봇에 드는 추가비용을 인정하지 않아 의사 손으로 수술을 했을 때와 같은 비용을 받는다.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아 건당 평균 1000만원의 수술비를 환자로부터 받는 ‘다빈치’와는 다른 점이다. 다빈치는 2005년 허가받아 유통되기 시작한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사의 복강경 수술로봇이다. 전세계적으로 1200여대 가까이 보급됐다. 한국야쿠르트의 로봇사업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큐렉소는 핵심 자회사인 TSI에 640억원 규모의 대규모 자금을 수혈했다. 한국야쿠르트는 2011년 큐렉소 인수 이후 로보닥사업에 1500억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하며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큐렉소의 최대주주는 36.98%를 가진 한국야쿠르트이며, 큐렉소는 TSI 지분 48.61%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구조 상으로는 TSI는 큐렉소의 자회사이지만 실제 수술로봇사업은 대부분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의 TSI에서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야쿠르트의 수술로봇사업은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큐렉소는 2011년 71억원, 2012년 142억원, 2013년 13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대부분 로봇사업에서 비롯된 것이다. TSI는 올 상반기에 3억3000만원의 매출과 8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상반기 말 기준 자본총계는 10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적자가 계속되자 로봇 관련 사업 외에도 한국야쿠르트와 팔도에 발효유 원재료를 공급하는 무역업을 영위하고 있는 매출액의 약 90%가 무역업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수술 로봇분야의 초기 시장 개척에 있어 대규모 적자는 불가피한 측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황 악화…
때 기다린다?
 
담배 및 인삼에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는 민영기업인 KT&G는 2011년 소망화장품을 인수했다. 같은 해 자회사 KGC라이프앤진은 프리미엄 한방 화장품 ‘동인비’를 론칭하며 화장품 사업군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2013년에는 ‘오늘(onl)’이라는 브랜드숍 시장에 내놨으나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 들어 4월과 6월에만 신촌점과 명동 1호점을 정리했다. 대표 상관에서 매장을 철수한 것은 부진을 방증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지난달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소망화장품은 KT&G가 인수한 지난 2011년 이후 실적흐름이 더 악화됐다. 올해 상반기 42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13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1260억원 매출에 영업이익은 26억원 규모였지만 간신히 손실을 면했다. 이 같은 실적 흐름은 KT&G가 소망화장품을 인수하던 시점과 비교했을 때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2011년 매출규모는 1198억원으로 비슷했지만 영업이익은 두 배 이상 큰 52억원이었다. 당기순이익도 11억원으로 수익성 측면에서도 현재보다는 나은 수준이었다.
 
주력업과 동떨어진 신사업 왜?
도전장 냈지만…깊어지는 한숨

 
KT&G는 소망화장품을 인수하며 사업확장을 꾀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신사업인 화장품사업이 시장에 진입하는 데 시간이 다소 소요되는 중이며 브랜드 구축 실패로 사업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아직 인수 효과를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하지만 KT&G가 인수 이후 소망화장품에 대한 뚜렷한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망화장품을 인수한 지난 2011년 말부터 최근까지 KT&G가 크고 작은 악재에 시달려 내부 상황을 수습하기도 바쁜 탓이다. 주력사업인 담배와 홍삼사업이 부진을 겪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도 CEO 재임 논란에 이어 배임 혐의까지 잡음이 많았다.
 
국내 페인트 시장의 약 40%를 점유하며 1위를 달리고 있는 KCC는 최근 화장품용 실리콘 사업에 뛰어들었다. KCC는 이를 위해 영국의 실리콘 업체 바질돈(Basildon)을 인수했다. 이어 ‘KCC뷰티’라는 브랜드까지 선보이는 등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KCC가 만드는 화장품용 실리콘은 ‘순수한 실리콘’ 성분으로 구성된 크로스폴리머 블랜드 제품에서부터 주름과 모공 개선, 피지 흡수 등 특수효과를 내는 크로스폴리머 파우더 제품군까지 다양하다. 이들 제품은 모든 화장품에 들어간다. 샴푸, 로션, 에센스, 페이스파우더, 립스틱, 선크림 등. KCC측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유니레버 등 국내외 유수 화장품 업체들에 납품하며 연간 3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연결고리 희미
성과도 마찬가지
 

국내 3위권 페인트 업체인 삼화페인트공업도 주력인 페인트 사업 외에 IT솔루션 관련 서비스업에 도전장을 내밀어 관심을 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시스템의 기획부터 개발, 구축, 운영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IT서비스산업은 삼성SDS, LG, CNS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시장을 주도해왔다. 이러한 시장에서 삼화페인트는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모바일과 클라우드 등 첨단 IT시장이다. 이분야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가 증대됨에 따라 시장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페인트 전문업체들이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페인트 업계는 수년째 업체별 시장점유율이 거의 고정되어 있다. 특별한 반전이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변화를 이끌어야만 실적이 오른다는 것이다.
 
부동산 개발 전문업체인 현대산업개발은 2006년 영창뮤직을 인수했다. 그러나 영창악기는 4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모회사로부터 돈을 빌려 회사를 운영하는 차입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영창뮤직은 지난해 117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4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침체의 영향과 더불어 영창뮤직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해외 진출 법인의 실적도 최근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 없으면
살아남지 못해
 
수년간의 적자로 회사 운영자금이 부족하자 영창뮤직은 모기업에 SOS를 날려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2006년 영창개발을 인수한 뒤 2012년 50억원대 유상증자로 긴급 자금을 수혈한 뒤 2년 연속 75억원대 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문제는 실적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창뮤직은 실적 개선을 위해 유통망 확대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쉬운 상황은 아니다. 영창뮤직은 지난 3년간 64억원의 이자 비용을 지출했다.
 

이처럼 일부 대기업들은 주력 사업과 별도로 다양한 분야에 신사업의 씨앗을 심고 있다. 그러나 면면을 살펴보면 사정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 씨앗이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시들어버리는 형국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기업 신사업 주의보
‘7가지 바이러스’ 보니…
 
지난달 21일 포스코경영연구소는 ‘신사업 성공을 막는 7가지 바이러스’보고서에서 “지난 4∼5년간 거의 모든 대기업이 녹색사업을 위시한 정부의 신성장 동력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으나 중도에 사업을 접거나 유보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런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신사업 발굴 단계에서 주의해야 할 장애물로 ‘레밍스 바이러스’와 ‘집단사고 바이러스’를 들었다.
 
레밍스는 북유럽에 서식하는 나그네 쥐로, 개체 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는 습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레밍스 바이러스는 남들이 좋다고 하는 신사업분야에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오류를 불러온다”고 설명했다. 집단사고 바이러스는 조직에 대한 강한 소속감과 의견일치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전망이 불투명한 사업을 채택하는 문제를 일으킨다.
 
기획 단계에서는 성공을 확신해 이를 뒷받침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자기확증 바이러스, “오늘은 잃었으니 내일은 따겠지”라는 기대감에 여러 사업을 벌이는 갬블러 바이러스, 정교한 사업모델과 마케팅 전략이 없어도 성능과 품질만 좋으면 잘 팔릴 것이라는 ‘좋은 쥐덫’ 바이러스에 걸리기 쉬운 것으로 지적됐다.
 
사업성이 없는데도 그동안 공들인 노력이 아깝거나 주위의 비난이 두려워 제때 중단하지 못하는 ‘흰 코끼리’(처치 곤란한 물건) 바이러스와 시장 상황이 변했는데도 계획대로만 밀고 나가는 돈키호테 바이러스가 실행 단계에서 빠지기 쉬운 함정으로 제시됐다. 예컨대 웅진과 STX그룹의 몰락은 단기간에 초고속으로 신사업을 밀어붙이다가 그룹이 감당할 수 있는 관리 범위와 역량을 넘어선 데서 비롯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