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뚱맞은' 대기업 이색사업 백태

불황이라…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국내 대기업들은 저마다 주력사업을 갖고 있다. 계열사의 성격도 이를 따라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일부 기업은 주력 사업과 별도로 이색사업을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도무지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는, 다소 쌩뚱 맞은 신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하이트진로그룹의 핵심계열사인 서영이앤티가 올해 들어 주력 영위업종인 술 사업과 전혀 무관한 키즈사업에 발을 들였다. 술과 아이,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그만큼 뒷말이 무성하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지난해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피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 비중을 대폭 줄이는 바람에 마이너스 실적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신규 사업 진출을 통해 급감한 매출을 만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오기도 했다.

아리송한 계열사
같은 식구 맞나?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영이앤티는 지난 4월 이사회를 열고 캐릭터 사업과 키즈카페 및 테마타크 운영을 주요 사업목적으로 하는 ‘딸기가 좋아’를 인수했다. 현재 지점을 10여개로 늘리는 등 키즈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0년 설립된 서영이앤티는 생맥주를 시원하게 만드는 냉각기계와 호프집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다란 캔 모양의 생맥주통, 생맥주를 따르는 생맥주 밸브 등 생맥주 관련 기자재의 제조·판매가 주력사업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는 줄곧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유산균 발효유 전문업체로 야쿠르트, 우유, 음료 등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한국야쿠르트는 로봇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공관절 수술로봇 ‘로보닥’을 내년까지 미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한국야쿠르트는 2011년 500억원을 투자해 인공관절 수술로봇을 보유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업체 큐렉소를 인수했다. 당시 한국야쿠르트는 큐렉소 유상증자에 300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200억원을 투자하면서 헬스케어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큐렉소의 로보닥 제작과 연구는 미국 내 자회사인 씽크써지컬(Think Surgical, Inc/이하TSI)가 맡고 있으며 본사는 국내 영업을 포함해 총괄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수술분야는 인공관절 치환술로 무릎(슬관절)과 엉덩이(고관절) 뼈가 대상이다. 현재 큐렉소는 고관절 치환술에대해서는 FDA 승인을 받았으며 슬관절 치환술은 임상을 통해 내년께 FDA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기존 구형 로보닥은 유럽 인증을 통해 독일과 국내, 일본에 공급되고 있다.
 
 
로보닥을 이용해 인공관절 수술을 진행하면 뼈를 깎는 과정에서 정확도가 높아져 기존 수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술오차와 재수술률을 낮추며 수술 후 예후가 좋다. 망가진 연골을 인공관절로 대체하기 위해 잘라내는 과정에서 의사들은 톱을 사용하지만 로봇은 밀링(milling) 방식으로 깎아 정확하다고 알려진다. 하지만 일부 전문의들은 임상결과는 큰 차이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야쿠르트는 큐렉소를 인수하면서 현대중공업과 함께 국내 생산 체계도 갖췄다. 이전에는 전량을 미국에서 생산했지만 현대중공업이 로봇본체와 제어기 등 핵심장치 국내 양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기에는 뚜렷한 성장세가 보이지 않았다. 2007년 FDA 승인을 계기로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 진출에 나섰지만 판매량이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맥주회사가 키즈사업
음료회사가 로봇사업
 
문제는 20억원을 투자해 장비를 구입하고도 수익을 더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아직 보건당국이 수술로봇에 드는 추가비용을 인정하지 않아 의사 손으로 수술을 했을 때와 같은 비용을 받는다.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아 건당 평균 1000만원의 수술비를 환자로부터 받는 ‘다빈치’와는 다른 점이다. 다빈치는 2005년 허가받아 유통되기 시작한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사의 복강경 수술로봇이다. 전세계적으로 1200여대 가까이 보급됐다. 한국야쿠르트의 로봇사업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큐렉소는 핵심 자회사인 TSI에 640억원 규모의 대규모 자금을 수혈했다. 한국야쿠르트는 2011년 큐렉소 인수 이후 로보닥사업에 1500억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하며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큐렉소의 최대주주는 36.98%를 가진 한국야쿠르트이며, 큐렉소는 TSI 지분 48.61%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구조 상으로는 TSI는 큐렉소의 자회사이지만 실제 수술로봇사업은 대부분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의 TSI에서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야쿠르트의 수술로봇사업은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큐렉소는 2011년 71억원, 2012년 142억원, 2013년 13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대부분 로봇사업에서 비롯된 것이다. TSI는 올 상반기에 3억3000만원의 매출과 8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상반기 말 기준 자본총계는 10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적자가 계속되자 로봇 관련 사업 외에도 한국야쿠르트와 팔도에 발효유 원재료를 공급하는 무역업을 영위하고 있는 매출액의 약 90%가 무역업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수술 로봇분야의 초기 시장 개척에 있어 대규모 적자는 불가피한 측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황 악화…
때 기다린다?
 
담배 및 인삼에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는 민영기업인 KT&G는 2011년 소망화장품을 인수했다. 같은 해 자회사 KGC라이프앤진은 프리미엄 한방 화장품 ‘동인비’를 론칭하며 화장품 사업군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2013년에는 ‘오늘(onl)’이라는 브랜드숍 시장에 내놨으나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 들어 4월과 6월에만 신촌점과 명동 1호점을 정리했다. 대표 상관에서 매장을 철수한 것은 부진을 방증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지난달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소망화장품은 KT&G가 인수한 지난 2011년 이후 실적흐름이 더 악화됐다. 올해 상반기 42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13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1260억원 매출에 영업이익은 26억원 규모였지만 간신히 손실을 면했다. 이 같은 실적 흐름은 KT&G가 소망화장품을 인수하던 시점과 비교했을 때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2011년 매출규모는 1198억원으로 비슷했지만 영업이익은 두 배 이상 큰 52억원이었다. 당기순이익도 11억원으로 수익성 측면에서도 현재보다는 나은 수준이었다.
 
주력업과 동떨어진 신사업 왜?
도전장 냈지만…깊어지는 한숨

 
KT&G는 소망화장품을 인수하며 사업확장을 꾀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신사업인 화장품사업이 시장에 진입하는 데 시간이 다소 소요되는 중이며 브랜드 구축 실패로 사업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아직 인수 효과를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하지만 KT&G가 인수 이후 소망화장품에 대한 뚜렷한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망화장품을 인수한 지난 2011년 말부터 최근까지 KT&G가 크고 작은 악재에 시달려 내부 상황을 수습하기도 바쁜 탓이다. 주력사업인 담배와 홍삼사업이 부진을 겪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도 CEO 재임 논란에 이어 배임 혐의까지 잡음이 많았다.
 
국내 페인트 시장의 약 40%를 점유하며 1위를 달리고 있는 KCC는 최근 화장품용 실리콘 사업에 뛰어들었다. KCC는 이를 위해 영국의 실리콘 업체 바질돈(Basildon)을 인수했다. 이어 ‘KCC뷰티’라는 브랜드까지 선보이는 등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KCC가 만드는 화장품용 실리콘은 ‘순수한 실리콘’ 성분으로 구성된 크로스폴리머 블랜드 제품에서부터 주름과 모공 개선, 피지 흡수 등 특수효과를 내는 크로스폴리머 파우더 제품군까지 다양하다. 이들 제품은 모든 화장품에 들어간다. 샴푸, 로션, 에센스, 페이스파우더, 립스틱, 선크림 등. KCC측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유니레버 등 국내외 유수 화장품 업체들에 납품하며 연간 3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연결고리 희미
성과도 마찬가지
 

국내 3위권 페인트 업체인 삼화페인트공업도 주력인 페인트 사업 외에 IT솔루션 관련 서비스업에 도전장을 내밀어 관심을 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시스템의 기획부터 개발, 구축, 운영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IT서비스산업은 삼성SDS, LG, CNS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시장을 주도해왔다. 이러한 시장에서 삼화페인트는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모바일과 클라우드 등 첨단 IT시장이다. 이분야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가 증대됨에 따라 시장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페인트 전문업체들이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페인트 업계는 수년째 업체별 시장점유율이 거의 고정되어 있다. 특별한 반전이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변화를 이끌어야만 실적이 오른다는 것이다.
 
부동산 개발 전문업체인 현대산업개발은 2006년 영창뮤직을 인수했다. 그러나 영창악기는 4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모회사로부터 돈을 빌려 회사를 운영하는 차입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영창뮤직은 지난해 117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4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침체의 영향과 더불어 영창뮤직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해외 진출 법인의 실적도 최근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 없으면
살아남지 못해
 
수년간의 적자로 회사 운영자금이 부족하자 영창뮤직은 모기업에 SOS를 날려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2006년 영창개발을 인수한 뒤 2012년 50억원대 유상증자로 긴급 자금을 수혈한 뒤 2년 연속 75억원대 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문제는 실적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창뮤직은 실적 개선을 위해 유통망 확대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쉬운 상황은 아니다. 영창뮤직은 지난 3년간 64억원의 이자 비용을 지출했다.
 

이처럼 일부 대기업들은 주력 사업과 별도로 다양한 분야에 신사업의 씨앗을 심고 있다. 그러나 면면을 살펴보면 사정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 씨앗이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시들어버리는 형국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기업 신사업 주의보
‘7가지 바이러스’ 보니…
 
지난달 21일 포스코경영연구소는 ‘신사업 성공을 막는 7가지 바이러스’보고서에서 “지난 4∼5년간 거의 모든 대기업이 녹색사업을 위시한 정부의 신성장 동력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으나 중도에 사업을 접거나 유보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런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신사업 발굴 단계에서 주의해야 할 장애물로 ‘레밍스 바이러스’와 ‘집단사고 바이러스’를 들었다.
 
레밍스는 북유럽에 서식하는 나그네 쥐로, 개체 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는 습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레밍스 바이러스는 남들이 좋다고 하는 신사업분야에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오류를 불러온다”고 설명했다. 집단사고 바이러스는 조직에 대한 강한 소속감과 의견일치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전망이 불투명한 사업을 채택하는 문제를 일으킨다.
 
기획 단계에서는 성공을 확신해 이를 뒷받침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자기확증 바이러스, “오늘은 잃었으니 내일은 따겠지”라는 기대감에 여러 사업을 벌이는 갬블러 바이러스, 정교한 사업모델과 마케팅 전략이 없어도 성능과 품질만 좋으면 잘 팔릴 것이라는 ‘좋은 쥐덫’ 바이러스에 걸리기 쉬운 것으로 지적됐다.
 
사업성이 없는데도 그동안 공들인 노력이 아깝거나 주위의 비난이 두려워 제때 중단하지 못하는 ‘흰 코끼리’(처치 곤란한 물건) 바이러스와 시장 상황이 변했는데도 계획대로만 밀고 나가는 돈키호테 바이러스가 실행 단계에서 빠지기 쉬운 함정으로 제시됐다. 예컨대 웅진과 STX그룹의 몰락은 단기간에 초고속으로 신사업을 밀어붙이다가 그룹이 감당할 수 있는 관리 범위와 역량을 넘어선 데서 비롯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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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