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상품의 비밀> 없어서 못파는 해태 ‘허니버터칩’

환상의 감자칩 성분 보니 ‘헐∼’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해태제과가 오랜만에 히트상품을 내놓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환상의 과자라고 불리는 ‘허니버터칩’이 그 주인공이다. 품절 대란이 일어날 정도로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해태제과 공장 화재설, 의도적 마케팅설 등 온갖 루머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허니버터칩에 들어가는 꿀과 버터 함유량을 두고 과대광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아카시아꿀과 고메버터 함유량이 0.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8월 해테제과가 출시한 허니버터칩. 출시 100일을 앞두고 매출 50억원을 뛰어넘었다. 보통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신제품의 월 매출이 10억원만 넘겨도 히트상품으로 본다. 해태제과가 허니버터칩으로 그냥 히트도 아닌 그야말로 ‘초대박’을 친 것이다.

온갖 루머도

전국의 마트, 편의점 등에서 허니버터칩 품절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GS25,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전체 스낵 메뉴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수급이 불안정해 일시적으로 제품 발주가 중단되는 현상까지 빚어졌다. 어떤 편의점에서는 허니버터칩을 한 사람당  한 개씩만 팔겠다는 곳도 있었다. 급기야 중고매매 사이트에서는 한 봉지에 1500원인 허니버터칩을 3배가 넘는 5000원에 구입하는 소비자들까지 나타났다.

공장을 풀로 가동해도 구매 속도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다. 해태는 허니버터칩을 생산하는 원주 문막 공장을 2교대에서 3교대 근무로 전환하고 주말에도 풀가동 중이다. 하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증권업계에서도 허니버터칩이 화제로 떠올랐다. 허니버터칩 열풍에 덩달아 크라운제과 주가도 치솟았기 때문이다. 10만원대였던 크라운제과 주가는 이달 들어 20만원대를 넘기며 파죽지세다. 이달 초에 비해 무려 40% 이상 급등했다. 크라운제과의 자회사인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인기가 순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분석된다.


허니버터칩을 둘러싼 괴소문도 돌았다. 공장에 불이 나서 허니버터칩 생산이 완전히 중단됐다는 이야기가 SNS에서 흘러 나왔다. 의도적으로 적게 생산해 품귀 마케팅을 유도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허니버터칩은 해태제과가 합작사인 일본 카루비(Calbee)의 ‘시아와세 버터(행복한 버터)’의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만들어냈다.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현지화한 상품은 아니지만 아이디어의 근원은 일본 합작사의 제품인 것이다.

카루비는 버터, 치즈, 파슬리, 사워크림 등 4가지 맛을 기반으로 한 감자스낵 ‘행복한 버터’를 선보였다. 이 과자에는 감자와 식물성 기름, 우유 가공품, 당류, 소금, 버터 분말, 버터 밀크 파우더, 파슬리, 치즈 가루, 꿀 가루, 조미료, 향류, 감미료 등이 들어갔다. 봉지당 58g이다.

해태제과 측은 허니버터칩이 카루비의 행복한 버터가 원조라는 점에 대해 시인하면서도 다른 장점을 강조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일본 카루비 제품은 시즌 한정 상품이었고, 그 과자에는 MSG가 들어갔다”면서 “허니버터칩에는 MSG를 넣지 않고도 자연스러운 맛을 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개발에 쏟아 부었다”고 설명했다.

입소문 타고 불티 “가게마다 품귀현상”
달짝지근 맛은…꿀·버터 0.01%만 함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허니버터칩은 ‘환상의 과자’로 불린다. 이 과자가 성공한 것은 ‘감자칩은 짜다’는 고정관념을 버렸기 때문이다. 달콤함으로 편견을 깼다. 허니버터칩은 짠맛보다는 버터와 꿀의 고소하고 달콤한 맛을 강조했다. 짭짤한 맛도 버리지 않았다. 단순히 짠맛이 아닌 허니버터칩에는 달콤함과 고소함, 짭짤한 맛이 자연스레 녹아있다.

제품 포장에는 벌꿀 그림과 버터 그림을 넣어 말 그대로 아카시아 꿀과 프랑스 고메버터 맛이 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정작 꿀과 버터의 함유랑은 1000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 사이에서 과대광고 논란이 일고 있다.


허니버터칩 원재료 및 함량표기에서 허니버터맛시즈닝은 6%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고메버터와 아카시아꿀은 함유량은 각각 0.01%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백설탕, 결정과당, 버터혼합분말 등 유사한 맛을 내는 성분이 들어있다. 허니버터칩 60g 한 봉지당 고메버터와 아카시아꿀은 0.36g에 불과한 셈이다. 이러한 함유량을 보고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허니버터칩은 “(허니버터를) 넣은 듯 넣지 않은 넣은 듯한 너”라는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해태제과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꿀과 버터가 지나치게 적게 들어간 게 아니냐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그렇게 따지면 어니언 맛 감자칩도 실제 양파가 들어가는 게 아닌 어니언향만 들어간다”며 “다른 과자들처럼 우리도 포장에 꿀과 버터가 들어갔다는 점을 표기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설탕 함유 여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며 “0.01% 함유량에 대해 미량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아카시아꿀과 버터가 들어간 것은 맞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허니버터칩의 인기에 회의적이다. 허니버터칩의 성공 여부를 단정 짓기 이르다는 시각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허니버터칩은 기본 감자칩에서 벗어난 색다른 모습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스테디셀러 과자가 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반짝 인기를 누렸던 하얀 국물라면의 경우와 같다”고 설명했다.

하얀라면 닮은꼴?

이 관계자는 “다른 제과업체와 마트에서 허니버터칩과 비슷한 카피상품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2011년 팔도에서 하얀국물라면 꼬꼬면을 출시하고 다른 업체에서 비슷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출혈경쟁이 이어졌던 것과 같은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허니버터칩이 '신화'가 될지 '거품'이 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해태-크라운제과 무슨 관계?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열풍에 크라운제과 주가가 치솟고 있다. 해태제과와 크라운제과의 특수 관계 덕분이다.

해태제과는 1945년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국내 최초의 식품회사였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경영난에 빠졌고 부도가 났다. 1999년 채권단의 출자 전환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2001년 CVC, JP모건, UBS캐피털 등 투자그룹이 결성한 UBS컨소시엄으로부터 외자를 유치하면서 경영을 정상화했다.

이후 2005년 크라운제과가 해태제과를 인수했다. 2007년 8월 안양공장을 매각하고, 이듬해 6월 (주)크라운스낵을 흡수합병했다. 2009년 3월 해태제과식품(주)과 영업망 통합 작업을 완료했다. 해태제과의 최대주주는 (주)크라운제과다. 66.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고 윤태현 크라운제과 창업자의 장남 윤영달 회장이 크라운과 해태제과 모두 운영하고 있다.

해태제과와 특수 관계로 얽혀져 있어 크라운제과는 ‘허니버터칩’ 인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크라운제과 주가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크라운제과 스스로 영업실적을 내지 못하고 ‘히트상품’ 이라는 가시적 흥행에 기대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따라서 단기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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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