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계약서 ‘김석동 사인’ 수수께끼

두 장의 2·17 합의서…진본은?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외환은행이 새 주인을 맞이한다. 하나금융지주다. 하나금융은 지난 20012년 2월17일 외환은행의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은 3년 만에 깨졌다. 그런데 당시 약속했던 ‘2·17 합의서’를 두고 최근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가 진실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같은 합의서에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사인이 있는 문서와 없는 문서로 갈렸다. 각자 가지고 있는 문건 둘 중 하나는 가짜다.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가 조기통합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서명이 들어간 문건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하나는 진짜
하나는 가짜

2·17 합의서는 지난 2012년 2월17일 하나금융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사들이면서 맺어진 것이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외환은행 노조가 서명 주체로 돼 있다. 합의서의 주요 골자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5년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인위적인 인원감축 금지, 생산성 향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이익배분제 도입 등의 세부적 내용도 담겨 있다.

합의 당사자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김기철 전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이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정부 측 입회인 자격으로 합의서 조인식에 참석했다. 당시 노사 양측은 합의서에 각각 서명하고 문건을 나눠 보관했다.

그런데 최근 이 문건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서명을 했는지가 논란거리다. 함께 작성한 2·17 합의서는 김석동 위원장의 서명이 있는 것과 없는 것 두 개로 나눠졌다. 애초에 두 가지 버전의 합의서가 만들어졌다느니, 원본에 없는 김 전 위원장의 서명이 나중에 들어갔다느니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노조 측이 갖고 있는 합의서에는 김 전 위원장의 서명이 담겨 있다. 5년간 독립보장을 주장하는 외환은행 노조는 당시 김 위원장이 참석해 서명한 것을 근거로 2·17 합의 일종의 노사정 합의라고 의미를 부여해왔다. 하지만 사측이 보관중인 합의서에는 김 전 위원장의 이름과 서명이 없다. 이렇게 되면 하나는 진짜, 하나는 가짜가 된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내용의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추진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감에서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17 합의서에 대해 정부차원의 보증을 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합의서 마지막에 ‘노사정 합의서’라고 병기돼 있으면 노사정 합의라는 것”이라며 “입회인 자격으로 서명했지만 노사정 합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과거 합의 당시 김 전 위원장이 서명한 것에 대해서 별다른 의미가 없다”며 “노사정 합의라기보다 노사합의의 성격”이라고 회피했다. 김석동 전 위원장은 단순 입회자로서 참여했다는 이야기다.

이어 그는 “고용노동부와 협의가 있는데 노사정 합의라기보다 노사합의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부처의 의견”이라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합의서에는 ‘입회인, 금융위원장 김석동’이라는 김 전 위원장의 사인이 있는데 사인이 없는 합의서가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구속력 있는 합의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중국에서 체류중이던 김승유 전 하나금융회장도 국감장에 출석했다. 김 전 회장은 2·17 합의에 대해 노사 간 합의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노사 합의인데 김석동 전 위원장이 서명하는 게 말이 안 된다”며 “합의서 원본에는 당시 김석동 전 위원장의 서명은 물론 이름 자체도 없다”고 답했다.

당사자인 김석동 전 위원장의 입장은 들을 수 없는 상태다. 김석동 전 위원장은 지난 3월 시민단체로부터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임에도 외환은행 인수 및 철수를 승인한 혐의로 고발당한 바 있다. 외환은행 인수 당시 금융당국 책임자로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을 알고서도 이를 묵인한 혐의에서다.

하나-외환 노조 조기통합 앞두고 대립
론스타 매매 때 맺은 문건 놓고 공방

외환 노조는 합의서에 김석동 전 위원장의 직위와 이름이 들어갔고, 김 전 위원장이 직접 서명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당시 합의가 노사정 합의에 해당하며, 이 합의를 깨는 조기통합 관련 협상은 정부가 중재해야 응할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아울러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이 2·17 합의서에 서명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한 의원은 사진을 통해 김승유 전 회장이 위증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이 공개한 사진에는 김 전 위원장이 김승유 전 회장과 김기철 전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의 사이에 앉아 서명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밖에도 김승유 전 회장이 김기철 전 노조위원장이 서명하는 모습, 서명을 마치고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김승유 전 회장과 김기철 노조위원장의 손을 잡고 있는 사진도 공개됐다.

한 의원은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김 전 회장이 ‘노사정의 문제가 아니라 노사의 문제이기 때문에 금융위원장의 사인이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은 위증”이라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 승인권을 가지고 있는 금융위가 조기통합 문제에 뒷짐 지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애초 두개 버전?
나중에 서명했다?

그동안 2·17 합의서는 하나와 외환은행의 합병 기준으로 인식돼왔다. 하나금융지주는 5년간 독립경영을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은 3년 만에 깨졌다. 지난 7월 김정태 하나지주 회장은 조기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올해 안에 통합하겠다는 의중을 보였다. 이후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한 2·17 합의를 깨고 3년 만에 조기통합을 추진한 명분은 경영 위기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한지 3년이 다 돼가지만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는 전무하고, 외환은행의 기초 체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금융은 투 뱅크(two bank) 체제로는 조직의 장기적 생존기반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외환 은행은 통합 이사회를 개최하고 공식적인 통합절차에 착수했다. 29일 하나금융지주 자회사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결국 합병 계약을 맺었다. 하나·외환 은행은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조기 합병을 의결했다. 이어 하나금융지주 이사회를 거쳐 두 은행 간 합병 계약을 맺었다. 합병 비율은 하나은행 보통주 1주당 외환은행 보통주 2.97주다. 사실상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흡수 합병하는 셈이다.

하나금융은 이달 초 금융 당국에 합병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승인에 최소 60일가량 걸릴 예정이다. 주주총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통합법인은 내년 2월쯤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도 통합법인 출범 일을 일단 내년 2월1일로 잡고 있다.

하나금융은 조기통합 시 연간 비용절감 2692억원에 수익증대 효과 429억원까지 더해 매년 3121억원에 이르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규모 면에서도 두 은행이 합병하게 되면 연내 총자산 334조원의 메가뱅크가 탄생하게 된다. KB국민은행(292조원), 우리은행(273조원), 신한은행(263조원)을 압도한다.

‘5년 독립보장’ 금융위원장 서명
외환 쪽 문건 ○…하나 쪽 문건 X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하나·외환은행 간의 통합을 명분으로 30일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내년 3월 임기를 4개월 남기고 은행장직을 내려놓은 것. 통합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외환은행 인수 이후 국내 금융환경이 변화하면서 투 뱅크 체제를 유지하는데 한계에 직면했다는 점도 조기 통합의 이유다.

합병에 따른 존속법인은 외환은행으로 남기기로 했다. 순익 규모가 더 적은 외환은행을 존속법인으로 해야 법인세를 더 적게 내는 등 세테크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합병당하는 외환은행 임직원들의 화를 달래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의 존속법인 양보에는 은행의 명칭을 염두한 또 다른 속셈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합병 은행 명칭은 통합추진위원회에서 추후 결정하기로 했지만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는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아직 명칭에 대해 ‘하나’라고 결정된 바 없고, 통합추진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며 “저희로서는 저성장, 저마진에 직면한 상태인 만큼 빨리 합쳐서 다른 은행에 없는 장점으로 위기를 돌파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와의 대화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이사회가 끝났다고 대화를 안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대화를 할 것이고, 지켜봐 달라”고 답했다.

내부적인 합병 절차를 마무리 짓고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이미 공표한 대로 조만간 물러난다. 초대 합병은행장으로는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달 초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소통’에서 돌연 ‘강경’으로 태도를 바꿔 직원들로부터 원성을 사기도 했다. 외환은행은 지난 18일부터 인사위원회를 열어 대규모 직원 징계 조치에 들어갔다.

지난 3일 외환은행 노조가 개최하려던 임시조합원 총회에 참석했거나 참석하려던 직원 898명을 징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금융권 사상 단일사안으로는 최대 규모의 징계 조치였다. 내부에서는 통합은행장에 대한 야심이 외환은행 출신 ‘외환맨’인 김 행장의 태도를 바꾸게 만들었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김 행장은 외환은행 일부 직원들에게서 ‘선배가 배신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외환은행은 노동조합의 조합원 총회 참석과 관련해 사상 최대 규모로 추진하던 직원 징계를 풀어주기로 했다. 당초 900명이던 징계 대상을 38명으로 대폭 축소하기로 한 것. 애초 898명에 2명이 추가된 900명이 징계 대상으로 분류되다가 이 가운데 862명(95.8%)이 제외된 것이다. 외환은행에 따르면 징계 대상인 38명은 견책 이하 경징계 21명, 중징계 17명(정직 3명, 감봉 14명)이다. 중징계 대상은 애초 56명으로 분류됐으나, 이 역시 약 3분의 1로 줄었다.

이러한 사측의 결정에 외환노조도 태도를 바꿨다. 사측과의 대화를 거부했던 외환 노조도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를 하나금융지주에 제의했다. 이로써 평행선을 달리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 작업이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어떤 합의서가
법적효력 있나

노조는 “조건 없이 사측과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조기통합 반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노조의 입장은 변함이 없고 대화는 2·17 합의 기반으로 진행돼야 한다”면서도 “조직과 직원들, 금융산업의 발전 등을 위한 것이라면 2·17 합의를 뛰어넘는 조건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하나금융과 외환노조가 각각 가지고 있는 2·17 합의서의 위조 여부를 떠나 어떤 합의서에 법적효력이 있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앞으로 둘 중 하나의 법적효력이 있는 2·17 합의서가 하나-외환 통합 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영원히 묻히는 론스타 의혹들

외환은행은 한때 훌륭한 국산 금융브랜드로 꼽혔다. 능력있는 직원들이 모인 유망했던 은행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2003년 론스타의 매각 후 외환은행은 이제 새 주인을 맞이한다. 하나금융지주 품에 안기면서 외환은행도 조만간 금융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아직까지도 외환은행에 대해 이대로 사라지기엔 아까운 은행으로 평가하고 있다. 외환위기로 매각됐지만 그렇게 쉽게 사라질 은행이 아니었다는 부연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던 과정은 아직도 석연찮은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론스타 게이트의 ‘몸통’은 누구이며 무엇 때문인지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시계추를 돌려 2003년 론스타로의 외환은행 매각이 사심이 끼어든 음모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관련자 두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외환은행 직원이 돌연사로 죽었고, 금감원 직원은 과로사로 죽었다. 두 사람은 외환은행 매각의 심사 서류를 다룬 핵심 실무자였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핵심 비밀을 가장 잘 알고 있던 사람이기도 했다.

외환은행의 BIS 자기자본 비율을 6.1%대로 낮춰 잡은 의문의 팩스는 외환은행 직원의 컴퓨터에서 작성됐다. 금감원 직원은 산업자본인 론스타가 51%에 달하는 외환은행 지분을 취득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현재 두 사람의 근거 자료는 모두 없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검찰 수사도 중단된 상태다. 이제 운명의 수레바퀴는 외환은행이 새 주인 하나금융지주를 만나는 지점까지 왔다. 론스타로부터 하나금융으로 다시 팔린 외환은행은 앞으로 간판마저 내려야 할 판이다. 기구한 운명 속에서 외환은행 직원들은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쳤다.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의 이면에는 구조조정 대상이 돼야 했던 직원들의 아픔과 희생이 서려있다. 은행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으로 들어가면서 실타래처럼 얽힌 론스타의 인수 과정 의혹도 이대로 묻혀질까 우려하고 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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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을 두고 수사기관이 대거 투입됐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수사팀을 꾸리고 ‘조작 기소’ 혐의를 받는 검사들을 겨눴다. 법조계에서는 두 기관이 대북송금 진상규명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 전문성 논란에 이어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서다. 검찰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다. 쌍방울 대북송금과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을 ‘조작 기소’라고 규정하면서 복수의 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고질적 인력난이 걸림돌이다. 수사에 착수했다고 해도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례적 수사 착수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는 2022~2024년 대장동 사건을 수사해 이재명 대통령을 기소했던 서울중앙지검 2기 수사팀 검사 9명을 감찰 중이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 국회 기관보고에서 “지난해 9~12월 감찰 요청이 접수됐다”며 “별건 수사로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회유, 정영학 녹취록을 조작한 내용 등”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9·11월 법무부에 엄희준, 강백신 등 대장동 사건 담당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요청했다. 이들은 민간사업자들 진술을 근거로 2023년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을 대장동·위례 사건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자신 몫 배당 이익이 “이재명 거니까 떼어먹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고, 남욱 변호사도 “천화동인 1호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본인 지분이 포함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민주당은 이후 조작 기소 의혹을 거론하고 나섰다. 대장동 피의자들의 주장도 뒤집히기 시작했다. 남 변호사는 재판에서 “검사들한테 ‘배 가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협박당했다고 주장했다. 정영학 회계사는 자신과 남 변호사 대화가 녹음된 녹취록에서 “위례신도시도 너 결정한 대로 해줄 테니까” 중 위례신도시를 검찰이 “윗 어르신”으로 왜곡해 이 대통령 또는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주장을 X(옛 트위터)에 공유해 “황당한 증거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쌍방울 조작 기소 의혹의 핵심은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음에도 그가 “필리핀에 있었다”는 진술을 기반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측에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필리핀에서 리호남을 만나 이 대통령 방북 비용 일부인 70만달러(약 10억원)를 건넸다는 법정 진술이 사실이었는지 추궁 중이다. 만일 김 전 회장이 사실이라며 진술을 유지하면 민주당 측에선 위증이라며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국정조사에서 “리호남이 필리핀 아닌 제3국에 체류한 증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중심 국조 후 수사기관 대거 투입 검찰→대통령실 연결고리 증거 확보 의문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도 고발당할 처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박 검사가 지난해 9~10월 국정감사에서 연어 술파티가 없었다는 등 취지로 증언한 것을 위증으로 보고 고발을 의결했다. 법사위에서 정 장관은 박 검사의 연어 술파티 의혹 감찰은 시효가 도래하는 5월17일 전 “후속 조치를 가능한 신속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박 검사가 전날 국민의힘이 개최한 ‘민주당 공소 취소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한 것도 정치 중립 의무 위반으로 보고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종합특검팀도 조작 기소 의혹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당초 종합특검팀은 지난해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끝내지 못한 잔여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며 출범했다. 인력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음에도 수사 역량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조작 기소 의혹에 투입했다. 종합특검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윤석열 대통령실의 개입 시도를 확인했다”며 관련 사건을 서울고검TF에서 이첩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종합특검팀은 파견검사 1명, 특별수사관 2명, 파견경찰관 약간명으로 구성된 ‘국정 농단 의심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당시 수사 과정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실과의 연결고리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이번 수사의 관건으로 꼽힌다. 이번 수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자체보다는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성과 권한 남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국가정보원의 객관적 자료가 대북송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누락됐거나 국정원에 파견된 검찰 인사들이 대북송금 수사를 대통령실에 보고한 정황들이 사실인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중복수사 논란도 수사권에 대한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종합특검법상 수사 대상에는 ‘윤석열과 김건희가 본인 또는 타인의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수사 및 공소 제기 절차 관련 적법절차를 위반한 사건’이 포함돼있어 종합특검팀은 이를 근거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준을 두고 대통령실이 보고받았을 모든 사건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어 ‘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박 검사가 핵심 증인들을 회유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과 형량 거래로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의 주범이란 진술을 끌어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공수처도 박 검사를 직권남용, 그리고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왜곡죄로 수사 중이다. 법왜곡죄는 지난달 시행되기 전 행위에 소급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공수처는 사건을 지난달 26일 수사3부에 배당했다. 다만 공수처는 법왜곡 혐의를 ‘단독’으로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으로 명시된 형법 제122조부터 제133조까지의 죄에 법왜곡죄(형법 123조의2)도 포함되지만, 수사 범위에 대한 판례와 적용 기준이 없어 추후 영장 청구나 재판 과정에서 수사권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종합특검팀과의 중복 수사 문제 등도 일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사 이후의 ‘공소 유지’ 단계 역시 공수처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공수처가 독자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더라도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하려면 결국 검찰의 협조가 필요하다. 향후 수사 주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종합특검팀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경우 공수처가 이를 넘길 수 있다. 공정성 논란 종합특검팀은 수사 초기부터 흔들렸다. 권영빈 특검보가 이 전 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변호한 경력으로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박 검사는 최근 <한국일보>에 “조사 과정에서 방 전 부회장이 ‘사실 권 변호사와 진술을 짰는데, 거짓말하는 것이 힘들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진술 세미나’를 했다는 것”이라면서 “질문이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피의자의 말과 배치되는 물증이 있다 보니 허위로 답변하기가 힘들어졌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권 특검보는 2012~2014년 이 전 부지사가 저축은행 등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 1·2심 변호를 맡았다. 이 사건은 ‘금품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긴 하나 객관적 물증이 없다’며 무죄로 확정됐다. 이후 이 전 부지사와 친분을 쌓은 권 특검보는 2022년 방 전 부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 법인카드 등 뇌물을 준 혐의 사건 변호를 맡았다. 방 전 부회장은 최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 전 부지사가 소개해 줬다”고 말했다. 수사 초기 “법인카드 등은 이 전 부지사의 측근에게 준 것”이라고 했다가, 김 전 회장이 국내 압송된 후 “이 전 부지사에게 줬다”고 말을 바꿨다. 재판에선 법인카드가 사용된 병원에서 발견된 이 전 부지사 진료 내역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재판부 질의에 “검찰 조사 발언을 후회한다”면서 “변호사 사무실에서 권 변호사를 소개받고, ‘어떻게 줬냐’ 의논한 것에 맞춰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착수는 했는데…인력난에 골머리 수사 권한 정리 안 돼 공방 불가피 종합특검팀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입장문에서 “권 특검보가 상담이 끝난 후 (사무실)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방 전 부회장과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법정에서 쪽지를 주고받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종합특검팀은 지난 16일 언론 공지를 통해 “기존 사건 담당 특검보인 권 특검보가 과거 이화영, 방용철을 변호한 것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면서도 “향후 수사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공정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담당자를 김치헌 특검보로 전격 교체했다. 종합특검팀은 법무부에 검사 3명 추가 파견을 요청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배치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파견 절차가 진행되다가 최근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종합특검팀에 배치된 검사는 정원 15명 중 12명으로 인력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대북송금 사건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파견이 늦어지면서 수사 준비 단계부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검사 파견이 지연되는 배경으로는 사건의 민감성이 거론된다. 3대 특검팀과 상설특검팀에 투입된 검사들이 50명을 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인력 부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대체로 안 가려고 한다. 지금 수도권 검찰청은 사건 적체로 한 사람이 수백개의 사건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없다. 수도권 외 지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며 “더군다나 같은 집단 사람을 겨누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파견을 꺼리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없다 실제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검찰청 장기 미제 사건은 12만1563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5만1825건 ▲2023년 5만7327건 ▲2024년 6만4546건 ▲2025년 9만6256건이던 미제 사건이 올해 들어 12만건을 넘어섰다. 불과 1년여 만에 약 2배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 2월 기준 수원지검의 미제 사건은 2만139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정부지검은 1만410건, 부산지검은 1만229건, 인천지검은 9764건, 대구지검은 9402건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인력 보강이 이뤄질 때까지 서울고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중심으로 기초 검토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