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듯 말듯' 모뉴엘 미스터리

은행도 속고, 정부·국민도 속았다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가전기업 모뉴엘이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해 ‘매출 1조 클럽’에 입성하며 승승장구하던 모뉴엘의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 모뉴엘이 공개했던 매출은 대부분 ‘뻥튀기’로 드러났다. 이후 모뉴엘을 둘러싼 의혹들이 줄줄이 제기되고 있다. 관세청과 금융당국이 고발 방침을 내세워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빌 게이츠가 찬사를 보낼 정도로 주목받았던 중견가전업체 모뉴엘이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모뉴엘의 수천억대 대출사기로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 부풀린 수출채권 규모만 300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수사까지 시작된 가운데 직원들은 물론 1000곳이 넘는 협력업체들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 금융업계 등 시장 전반적 연쇄피해가 예상된다.

부서진 꿈

모뉴엘의 경영진이 구속됐다.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박홍석 모뉴엘 대표와 신모 부사장, 강모 재무이사 등 3명을 구속 수감했다. 2009년부터 최근까지 미국과 홍콩 등의 해외지사에서 수출 물량과 대금을 부풀린 혐의(관세법상 가격조작 등)에서다.

외사부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09년부터 최근까지 미국, 홍콩 등 해외 지사에서 수출대금 액수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1조3000억원대의 해외매출 관련 서류를 조작한 혐의(관세법 위반)를 받고 있다. 외국으로 빼돌린 재산은 400억원 수준이다. 이 서류들은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을 받는 데 쓰였다. 이 보증은 은행에서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담보로 사용됐다.

모뉴엘은 허위 명세서와 가짜 신용장 등 조작한 서류로 수출채권을 발행해 국내 금융사에 할인 판매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판매한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면 또다시 허위로 매출을 꾸며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돌려막기를 해왔다.


이어 지난달 31일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에서도 박 대표 등 3명을 구속했다. 제품 3조원대를 허위수출한 혐의(관세법 위반)에서다. 관세청은 관세법 위반 적용이 가능한 1조2292억원의 허위수출 혐의로 박씨 등을 검찰 고발한 바 있다.

서울세관에 따르면 박 대표 등은 2009년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3330차례에 걸쳐 홈씨어터(HT) PC 120만대를 3조2000억원 상당의 정상제품인 양 허위 수출했다. 이후 446억원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 조사결과 박씨는 거액의 사기대출을 받으려고 수출 가격을 고가로 조작하고, 수출실적을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모뉴엘이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지난달 20일이다. 박 대표는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이전에 잠적했다. 일주일 이상 박 대표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모뉴엘 직원들조차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알았을 정도였다. 그만큼 모뉴엘의 사태는 긴박했던 것으로 보인다.

돌연 법정관리 사태 파장 어디까지
배경·이유 두고 갈수록 의혹 커져

사업보고서에서 모뉴엘은 은행으로부터 1조680억원의 매출 채권을 담보로 67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그런데도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뉴엘의 영업이익은 2800억원에 달했다. 실제 쥐어진 돈은 400억원밖에 되지 않았다.

갑작스런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에 수천억원의 여신 채권을 발행한 금융사와 부품을 공급하던 협력사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은행권의 경우 향후 손실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모뉴엘에 6000억원이 넘는 거액을 대출해 준 은행들은 3분기 실적에 일부 손실을 반영했다.

 

이후 모뉴엘의 보증서를 두고 은행권과 무역보험공사는 치열한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은행들은 모뉴엘이 꾸민 서류를 근거로 발급된 무보의 보증서만 믿고 6728억원을 대출해줬다며 항변하고 있다.


은행들은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에야 이같은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모뉴엘의 대출액은 기업은행 1500억원, 산업은행 1165억원, 외환은행 1100억원, 국민은행 700억원, 농협은행 700억원, 수출입은행 400억원 등 총 67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모뉴엘이 제품을 수출하면서 무보로부터 지급보증 받은 보증서만 믿고 대출한 금액만 3000억원 규모다. 무보는 모뉴엘의 은행권 대출 3265억원을 보증해줬다.

최근에는 무보 측 실무자가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모뉴엘의 수출채권 보증을 담당했던 무보 직원은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나흘 전에 사표를 냈다. 이 직원이 팀장으로 재직한 이듬해 무보의 모뉴엘 수출채권 보증한도는 6배 이상 급증했다.

경영진들 간의 다툼이 있었다는 ‘내부 알력설’도 제기됐다. 내부 경영진들 간의 권력다툼이 있었다는 추측이다. 모뉴엘 창업자인 원덕연 부사장은 단행된 조직 개편에서 박 대표와 마찰을 빚고 지난7월 퇴사했다. 사내 지휘체계가 마비되면서 정상적인 운영이 이뤄지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다. 게다가 박 대표가 조세회피지역인 마셜제도에 계좌를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은행에서 대출받은 자금 일부가 해외로 유출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협력업체들의 피해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모뉴엘에 직접 납품하는 업체 등 2, 3차 협력업체는 모두 약 10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법정관리 신청으로 납품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이란 걱정은 물론 연쇄 도산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내부 알력설

잘 나가던 중견기업이 왜 시중은행은 물론 무보와 관세청까지 거짓말로 속여야만 했는지에 대해서는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 법정관리로 인한 파장은 금융권은 물론 협력사와 공공기관까지 커지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모뉴엘은?

모뉴엘은 지난해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해 강소기업으로 주목받았던 전자기업이다. PC와 TV, 아이디어 생활가전 등을 제조하는 업체다. 2007년 국제 가전박람회 행사인 CES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혁신의 대표 사례로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모뉴엘은 혁신기업의 대명사가 됐다. 세계 최초로 홈시어터 PC를 개발한 데 이어 로봇청소기 등의 히트작을 냈다. 2007년 매출 241억원에서 6년 만에 1조2000억원의 중견 가전기업으로 성장했다. 수출입은행에서 ‘히든챔피온’으로 선정되고, 무역보험공사에서 3000억원의 대출 보증을 받는 등 막대한 금융 혜택을 받았다.

모뉴엘의 박홍석 대표는 삼성전자 북미 판매왕 출신이자 영업의 달인으로 불렸다. 1962년 중앙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박 대표는 삼성전자 북미 영업부문에서 12년 동안 근무하다, 2005년 모뉴엘에 합류했다. 2년 뒤에는 아예 회사를 인수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해 업계와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가짜 어음으로 대출 사기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벤처신화는 10년만에 물거품이 됐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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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