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상품의 비밀> 금방 고장나는 '셀카봉'

판치는 짝퉁…사자마자 ‘뚝’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여행을 가면 누군가가 사진을 찍어줘야 한다. 일행 중 한명은 사진 속에서 빠지곤 했다. 대부분의 가족사진 속에는 대부분 아빠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전대미문의 도구가 등장했다. 셀카봉이다. 휴대할 땐 짧게 접었다가 사용할 땐 길게 늘려 사진 안에 모두를 담을 수 있다. 간단하지만 기발한 발명품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 기발함만큼 그늘도 짙다. 누가 최초로 셀카봉을 발명했는지 알 수 없다보니 카피상품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특히 중국산 제품이 활개를 치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오픈마켓에서 셀카봉을 구입한 A씨는 최근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할 때 스마트폰이 휙휙 돌아간 것이다. 흔들려서 제대로 나온 사진이 없었다. 스마트폰을 고정해주는 나사 부분이 헐거웠던 게 원인이었다. A씨는 판매자에게 따졌지만 저렴한 가격의 중국산이라서 A/S는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미 사용했기 때문에 환불이나 교환 역시 불가능했다.

불량품 많아

여름부터 불기 시작한 셀카봉 열풍이 가을까지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다. 스마트폰 케이스에 이어 디지털 액세서리 부문 판매1위를 차지했다. 점차 셀카봉은 여행 필수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올해 들어 판매량은 급속도로 늘었다. 오픈마켓에 따르면 셀카봉은 8월과 9월 전년 동기 대비 42배, 56배 급증했다. 10월에는 61배까지 뛰었다. 지난 한달 간 셀카봉 구매는 전년동기 대비 G마켓 4900%, 11번가 1012%, 옥션 305% 늘었다.

셀카봉은 촬영거리가 짧은 스마트폰 사진 기능을 보완한 아이디어 상품이다. 휴대할 땐 짧게 접었다가 사용할 땐 1m 정도까지 길이를 늘릴 수 있다. 낚싯대처럼 생겼다. 봉 끝에는 휴대폰 거치대가 달려있다. 여행갈 때 셀카봉을 가지고 가면 다른 사람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의 모습을 주위 풍경과 함께 담을 수 있다.

셀카봉의 종류와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가장 일반적 셀카봉의 형태는 휴대폰 및 카메라 고정 거치대와 약 20㎝에서 100㎝ 정도까지 잡아 뺄 수 있는 봉이 연결되어 있다. 여기에 블루투스 및 리모컨 기능을 더해 편리함을 높인 셀카봉도 있다. 일반 셀카봉은 대략 2500∼1만원 사이, 블루투스 및 리모컨 기능이 추가된 셀카봉은 1만5000∼3만5000원 사이로 가격대는 다양하다.

게다가 셀카봉은 기존의 디카나 휴대폰도 담기 어려웠던 경이로운 화면을 제공한다. 온 가족이 셀카봉을 바라보며 한 바퀴 도는 영상을 찍을 수도 있다. 그러면 세상은 일행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돈다. 셀카봉을 바닥에 놓고 그 위로 펄쩍펄쩍 뛰면 아이들이 창공으로 날아가는 효과가 창출된다. 그동안 일반인들이 체험할 수 없었던 시각적 충격과 짜릿한 흥미를 선사한다.


이러한 셀카봉을 누가 발명했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온갖 설만 나돌고 있다. 처음에는 다이애나 헤마스 사리라는 인도네시아의 21세 여성이 처음 발명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최근에는 온라인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코간이 지난해 11월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시자에게 시제품을 보낸 것이 원조라는 설도 나왔다.

쉽게 망가지는 이유 알고보니…
시중 판매 제품 대부분 중국산

그만큼 셀카봉은 정품 여부를 가리기가 어렵다. 시중에 나오는 대부분의 셀카봉은 사실상 카피상품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중국산 불량제품이 국내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제조된 셀카봉이 국내에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단가를 낮추려다 보니 중국산 제품들이 대거 국내로 흘러들어온 것이다. 불량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내로 유통되는 중국산 셀카봉은 약 50만대로 추정된다.

관리 역시 허술한 상태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은 국내보다 품질에 대한 엄격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제품에 대한 고객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실제 셀카봉을 사용하다 피해를 입었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대부분 부실한 손잡이 및 휴대폰 거치대, 작대기 등의 불량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상담 사례는 올해 8월 이후 급증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셀카봉을 사용하다 피해를 입었다는 소비자 민원은 총 31건이다. 8월 셀카봉에 대한 민원은 13건, 9월 7건, 10월 13건으로 집계됐다. 셀카봉이 1만원대 저가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낮지 않은 민원 추이다. 셀카봉이 불량이라는 민원이 대다수였다.

한국소비자연맹에서도 중국산 셀카봉의 제품은 하자 입증이 어렵다 보니 불만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접합 불량이나 이탈로 인해 휴대폰이 부서지는 확대손해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셀카봉을 반품하는 절차가 복잡하다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 소비자와 판매사, 제조사 간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쉽지 않아서다. 중국산 제품의 경우 셀카봉으로 인해 스마트폰이 망가지더라도 반품이나 교환은커녕 A/S조차 받기도 불가능하다.

업체들은 불량상품을 피하려면 국가통합인증마크인 KC인증을 받은 상품인지 선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셀카봉 수입업체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 제품처럼 통합인증마크인 KC인증을 받은 상품은 제품에 하자가 있을 경우 A/S나 교환 및 환불이 가능하다”며 “불량 제품을 피하려면 KC인증 표시가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시중에서는 품질인증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제품들도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에서 대량의 셀카봉을 들여온 판매사업자가 검사서류 사본을 소매업자에게 나눠준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어 제대로 된 품질 검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못 믿을 인증

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연맹 등 소비자 단체는 셀카봉 피해 사례가 더 늘어난다면 검토 과정을 거쳐 실태조사나 기능 실험을 진행할 방침이다. 피해상황을 지켜본 뒤 실태조사나 제품 결합 여부 검증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아무래도 배상책임을 물으려면 제품의 명백한 불량을 증명해야 하는데 판매업자가 소비자의 미숙한 사용법으로 탓을 돌리면 입증 여부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며 “아직까지는 피해사례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서 일단 지켜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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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