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대명그룹 묻지마 투자, 왜?

돈만 되면 베팅 ‘불안한 야망’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대명그룹 2세 경영인 서준혁 대표가 최근 공격적인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외식, 상조 등 사업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웨딩사업으로 만회하려는 모습이다. 대명그룹은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문어발 확장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세 경영 기반을 다지려고 서두르다 자칫 대명그룹의 주력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리조트업계의 대표주자 대명그룹이 공격적으로 계열사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웨딩사업을 인수했다. 이번 사업은 서준혁 대표의 경영 능력을 시험해볼 또 다른 잣대가 될 전망이다.

이거 했다가
저거 했다가

대명그룹이 웨딩컨설팅 업체를 인수하고 웨딩시장에 전격 진출한다. 지난 8월 대명그룹은 최근 자회사 대명엔터프라이즈를 통해 결혼정보회사 ‘더원결혼정보’를 인수했다. 이후 더원결혼정보는 ‘대명웨딩앤드’로 간판을 바꿨다. 더원결혼정보는 결혼정보업계 3위권 업체다.

최근에는 웨딩컨설팅 업체 ‘본웨딩 컨설팅’까지 인수했다. 대명웨딩앤드를 통해 대명그룹은 웨딩컨설팅업계 선두주자 본웨딩컨설팅의 지분 100% 및 경영권을 갖게 됐다. 두 달여 만에 웨딩컨설팅업체를 품으면서 웨딩 분야 통합 솔루션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이번 인수로 대명그룹은 결혼에서부터 출산, 육아, 레저, 관광, 외식, 실버라이프를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서비스 제공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총 인수 규모만 15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대명그룹은 웨딩시장에서 업계 1위인 대명레저산업의 인프라를 앞세워 인지도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영업 규모를 확대하고 레저산업이 진출한 지역을 중심으로 거점을 마련해 웨딩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문화 서비스 사업영역으로의 단계별 확장을 추진하고 향후 5년 내에 1000억원대 이상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 코스닥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그만큼 이번 사업은 서 대표에게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출산, 육아, 실버라이프, 안티에이징 사업에 진출해 ‘요람에서 무덤까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조 외식 영화관 줄줄이 실패
부채 해결 못 하고 웨딩업 진출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명그룹이 상조회사 실패를 웨딩사업으로 만회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상조서비스의 부채비율도 높은 마당에 신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다는 지적이다. 상조시장에 뛰어든 대명라이프웨이는 대명그룹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0년 서 대표는 대명라이프웨이를 설립했다. 당시에도 지금과 비슷한 계획을 세웠다. 대명라이프 또한 모회사인 대명그룹의 리조트 및 회원 인프라, 서비스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기존 상조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었다. 레저 스포츠에서 문화 라이프로 방향을 정하고 첫 번째 신사업으로 상조 회사를 세웠다. 대명라이프를 통해 본업인 레저업 뿐 아니라 상조업으로 발을 넓혀 탄탄한 ‘캐시카우’를 마련하려는 전략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명라이프의 결과는 참담했다. 2012년부터 대명라이프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재무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명라이프는 2012년 자산 179억원, 부채 218억원, 자본금 60억원을 기록했다. 자본금 20억으로 시작한 대명라이프는 2012년 12월 유산증자를 통해 2012∼2013년에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다.

상조업체 특성상 상조업은 모집수당과 관리비 등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게다가 상조 시장은 그간 비리, 횡령으로 얼룩지면서 업계 자체 이미지가 훼손된 감이 있다. 따라서 상조시장은 자본잠식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흑자를 기록하지 못하고 적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되면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업체의 존폐 여부마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대명라이프 역시 이런 리스크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상조뿐만이 아니다. 이전부터 대명그룹은 벌여놓은 사업이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엔터프라이즈쪽만 해도 CCTV, 교육, 드라마, 영화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영화관 운영 사업에도 뛰어들었지만 지난해 4월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영화상영업을 중단했다. 위탁운영방식에서 부동산임대차계약으로 전환하면서 영업이 정지됐기 때문이다. 

내실 없는데
확장 또 확장

서 대표가 직접 추진했던 떡볶이 사업 ‘베거백’ 또한 실패로 끝났다. 지난 2009년 서 대표는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 진출을 본격 선언했다. 강남역 인근에 떡볶이 전문 레스토랑 베거백을 오픈했다. 당시 베거백은 구설에 휩싸였다. 대기업이 분식집에서나 팔 법한 떡볶이 사업에 착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당국이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 비난의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서 대표는 아랑곳 않고 꿋꿋이 사업을 벌였다. 비발디파크, 목동, 강남 등 모두 3곳에 매장을 냈다. 결국 목동점과 강남점은 문을 연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매출부진으로 문을 닫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명그룹은 지난해부터 항공과 호텔 사업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항공 사업은 당분간 접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명그룹은 사업 다각화가 아닌 연관 사업을 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대명그룹 관계자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라는 라이프 케어 서비스를 위해 상조서비스도 제공하고, 웨딩사업도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고객에게 전체 라이프 사이클에 맞춘 상품을 제공한다는 목표이고 신규 사업 또한 이와 비슷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레저 사업이 중심인 만큼 비슷한 문화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을 뿐”이라며 “상조가 어려워서 웨딩사업으로 만회하려는 계획이라는 시각은 어불성설”이라고 선 그었다.

대명라이프의 부채비율 대해 그는 “상조회사에 대한 이해가 없을 때 나올 수 있는 우려”라며 “현재 모든 상조회사가 마찬가지”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자본잠식으로 보이는 것일 뿐 고객이 가입을 해 매달 납입금을 내면 매출이 아닌 부채로 책정된다”며 “부채에서 매출로 장기간에 걸쳐 바뀌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본잠식’이라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운영상 전혀 문제가 없다”며 “상조회사로는 유일하게 금융사에 지급보증이 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회원에게 피해가 갈 일이 전혀 없고, 재무상태가 부실하다면 지급보증 역시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력업까지 악영향 우려
서준혁 경영능력 시험대

하지만 재계는 서 대표의 행보에 우려하는 분위기다. 내실 없이 기업을 확장하는 것은 모 기업에 리스크를 안겨줄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어발식 경영이라는 이야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직 상조부분의 높은 부채비율조차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벌써부터 웨딩사업 상장계획을 세울 정도로 서 대표가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며 “자칫 잘못했다가는 주력 사업인 레저사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10년 서준혁 대표는 동생인 서지영씨와의 ‘남매의 난’ 이후 인수 작업을 서두르는 모습”이라고 보았다.

사실상 서 대표의 입장에서는 확장한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사업 확대를 통해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좀 더 확실하게 굳혀야 하기 때문이다.
 

서 대표의 부친은 대명그룹의 창업주 서홍송 회장이다. 서 회장은 2001년 갑작스레 타계했다. 서 회장이 유언조차 없이 급거 타계하면서 그의 세 자녀 중 외아들인 서 대표가 자연스레 대명그룹 경영권을 쥐었다.


서 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대한민국 레저산업을 이끄는 최고의 레저기업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전 세계의 고객 감동을 실현하는 글로벌 휴먼 비즈니스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실제 2011년 이후 대명그룹은 서 대표를 필두로 한 2세 경영을 전면적으로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다각화와 해외 진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 대표는 외식사업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비롯해 항공여행사 업무로 영역을 넓혔다.

후계자 굳히기
서두르는 행보

현재 총 17개의 계열사로 이뤄진 대명그룹은 지주회사인 대명홀딩스가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대명홀딩스는 서 대표 36.4%, 서 대표의 모친 박춘희씨 37.7% 등 특수관계자가 지분 77.40%를 갖고 있다. 대명건설(72.83%), 대명레저산업(100%), 대명엔터프라이즈(31.06%) 등 주력 계열사들의 최대 주주에 올라 있다.

그러나 대명그룹에서 상장사는 대명엔터프라이즈 하나뿐이다. 웨딩사업까지 상장하게 되면 상장사는 하나 더 늘어나게 된다. 서 대표가 웨딩사업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후계자 자리를 확고히 굳히려는 서 대표의 계획이 순항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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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