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대명그룹 묻지마 투자, 왜?

돈만 되면 베팅 ‘불안한 야망’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대명그룹 2세 경영인 서준혁 대표가 최근 공격적인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외식, 상조 등 사업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웨딩사업으로 만회하려는 모습이다. 대명그룹은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문어발 확장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세 경영 기반을 다지려고 서두르다 자칫 대명그룹의 주력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리조트업계의 대표주자 대명그룹이 공격적으로 계열사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웨딩사업을 인수했다. 이번 사업은 서준혁 대표의 경영 능력을 시험해볼 또 다른 잣대가 될 전망이다.

이거 했다가
저거 했다가

대명그룹이 웨딩컨설팅 업체를 인수하고 웨딩시장에 전격 진출한다. 지난 8월 대명그룹은 최근 자회사 대명엔터프라이즈를 통해 결혼정보회사 ‘더원결혼정보’를 인수했다. 이후 더원결혼정보는 ‘대명웨딩앤드’로 간판을 바꿨다. 더원결혼정보는 결혼정보업계 3위권 업체다.

최근에는 웨딩컨설팅 업체 ‘본웨딩 컨설팅’까지 인수했다. 대명웨딩앤드를 통해 대명그룹은 웨딩컨설팅업계 선두주자 본웨딩컨설팅의 지분 100% 및 경영권을 갖게 됐다. 두 달여 만에 웨딩컨설팅업체를 품으면서 웨딩 분야 통합 솔루션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이번 인수로 대명그룹은 결혼에서부터 출산, 육아, 레저, 관광, 외식, 실버라이프를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서비스 제공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총 인수 규모만 15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대명그룹은 웨딩시장에서 업계 1위인 대명레저산업의 인프라를 앞세워 인지도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영업 규모를 확대하고 레저산업이 진출한 지역을 중심으로 거점을 마련해 웨딩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문화 서비스 사업영역으로의 단계별 확장을 추진하고 향후 5년 내에 1000억원대 이상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 코스닥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그만큼 이번 사업은 서 대표에게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출산, 육아, 실버라이프, 안티에이징 사업에 진출해 ‘요람에서 무덤까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조 외식 영화관 줄줄이 실패
부채 해결 못 하고 웨딩업 진출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명그룹이 상조회사 실패를 웨딩사업으로 만회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상조서비스의 부채비율도 높은 마당에 신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다는 지적이다. 상조시장에 뛰어든 대명라이프웨이는 대명그룹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0년 서 대표는 대명라이프웨이를 설립했다. 당시에도 지금과 비슷한 계획을 세웠다. 대명라이프 또한 모회사인 대명그룹의 리조트 및 회원 인프라, 서비스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기존 상조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었다. 레저 스포츠에서 문화 라이프로 방향을 정하고 첫 번째 신사업으로 상조 회사를 세웠다. 대명라이프를 통해 본업인 레저업 뿐 아니라 상조업으로 발을 넓혀 탄탄한 ‘캐시카우’를 마련하려는 전략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명라이프의 결과는 참담했다. 2012년부터 대명라이프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재무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명라이프는 2012년 자산 179억원, 부채 218억원, 자본금 60억원을 기록했다. 자본금 20억으로 시작한 대명라이프는 2012년 12월 유산증자를 통해 2012∼2013년에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다.

상조업체 특성상 상조업은 모집수당과 관리비 등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게다가 상조 시장은 그간 비리, 횡령으로 얼룩지면서 업계 자체 이미지가 훼손된 감이 있다. 따라서 상조시장은 자본잠식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흑자를 기록하지 못하고 적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되면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업체의 존폐 여부마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대명라이프 역시 이런 리스크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상조뿐만이 아니다. 이전부터 대명그룹은 벌여놓은 사업이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엔터프라이즈쪽만 해도 CCTV, 교육, 드라마, 영화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영화관 운영 사업에도 뛰어들었지만 지난해 4월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영화상영업을 중단했다. 위탁운영방식에서 부동산임대차계약으로 전환하면서 영업이 정지됐기 때문이다. 

내실 없는데
확장 또 확장

서 대표가 직접 추진했던 떡볶이 사업 ‘베거백’ 또한 실패로 끝났다. 지난 2009년 서 대표는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 진출을 본격 선언했다. 강남역 인근에 떡볶이 전문 레스토랑 베거백을 오픈했다. 당시 베거백은 구설에 휩싸였다. 대기업이 분식집에서나 팔 법한 떡볶이 사업에 착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당국이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 비난의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서 대표는 아랑곳 않고 꿋꿋이 사업을 벌였다. 비발디파크, 목동, 강남 등 모두 3곳에 매장을 냈다. 결국 목동점과 강남점은 문을 연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매출부진으로 문을 닫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명그룹은 지난해부터 항공과 호텔 사업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항공 사업은 당분간 접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명그룹은 사업 다각화가 아닌 연관 사업을 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대명그룹 관계자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라는 라이프 케어 서비스를 위해 상조서비스도 제공하고, 웨딩사업도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고객에게 전체 라이프 사이클에 맞춘 상품을 제공한다는 목표이고 신규 사업 또한 이와 비슷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레저 사업이 중심인 만큼 비슷한 문화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을 뿐”이라며 “상조가 어려워서 웨딩사업으로 만회하려는 계획이라는 시각은 어불성설”이라고 선 그었다.

대명라이프의 부채비율 대해 그는 “상조회사에 대한 이해가 없을 때 나올 수 있는 우려”라며 “현재 모든 상조회사가 마찬가지”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자본잠식으로 보이는 것일 뿐 고객이 가입을 해 매달 납입금을 내면 매출이 아닌 부채로 책정된다”며 “부채에서 매출로 장기간에 걸쳐 바뀌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본잠식’이라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운영상 전혀 문제가 없다”며 “상조회사로는 유일하게 금융사에 지급보증이 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회원에게 피해가 갈 일이 전혀 없고, 재무상태가 부실하다면 지급보증 역시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력업까지 악영향 우려
서준혁 경영능력 시험대

하지만 재계는 서 대표의 행보에 우려하는 분위기다. 내실 없이 기업을 확장하는 것은 모 기업에 리스크를 안겨줄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어발식 경영이라는 이야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직 상조부분의 높은 부채비율조차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벌써부터 웨딩사업 상장계획을 세울 정도로 서 대표가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며 “자칫 잘못했다가는 주력 사업인 레저사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10년 서준혁 대표는 동생인 서지영씨와의 ‘남매의 난’ 이후 인수 작업을 서두르는 모습”이라고 보았다.

사실상 서 대표의 입장에서는 확장한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사업 확대를 통해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좀 더 확실하게 굳혀야 하기 때문이다.
 

서 대표의 부친은 대명그룹의 창업주 서홍송 회장이다. 서 회장은 2001년 갑작스레 타계했다. 서 회장이 유언조차 없이 급거 타계하면서 그의 세 자녀 중 외아들인 서 대표가 자연스레 대명그룹 경영권을 쥐었다.


서 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대한민국 레저산업을 이끄는 최고의 레저기업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전 세계의 고객 감동을 실현하는 글로벌 휴먼 비즈니스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실제 2011년 이후 대명그룹은 서 대표를 필두로 한 2세 경영을 전면적으로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다각화와 해외 진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 대표는 외식사업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비롯해 항공여행사 업무로 영역을 넓혔다.

후계자 굳히기
서두르는 행보

현재 총 17개의 계열사로 이뤄진 대명그룹은 지주회사인 대명홀딩스가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대명홀딩스는 서 대표 36.4%, 서 대표의 모친 박춘희씨 37.7% 등 특수관계자가 지분 77.40%를 갖고 있다. 대명건설(72.83%), 대명레저산업(100%), 대명엔터프라이즈(31.06%) 등 주력 계열사들의 최대 주주에 올라 있다.

그러나 대명그룹에서 상장사는 대명엔터프라이즈 하나뿐이다. 웨딩사업까지 상장하게 되면 상장사는 하나 더 늘어나게 된다. 서 대표가 웨딩사업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후계자 자리를 확고히 굳히려는 서 대표의 계획이 순항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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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