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대명그룹 묻지마 투자, 왜?

돈만 되면 베팅 ‘불안한 야망’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대명그룹 2세 경영인 서준혁 대표가 최근 공격적인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외식, 상조 등 사업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웨딩사업으로 만회하려는 모습이다. 대명그룹은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문어발 확장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세 경영 기반을 다지려고 서두르다 자칫 대명그룹의 주력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리조트업계의 대표주자 대명그룹이 공격적으로 계열사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웨딩사업을 인수했다. 이번 사업은 서준혁 대표의 경영 능력을 시험해볼 또 다른 잣대가 될 전망이다.

이거 했다가
저거 했다가

대명그룹이 웨딩컨설팅 업체를 인수하고 웨딩시장에 전격 진출한다. 지난 8월 대명그룹은 최근 자회사 대명엔터프라이즈를 통해 결혼정보회사 ‘더원결혼정보’를 인수했다. 이후 더원결혼정보는 ‘대명웨딩앤드’로 간판을 바꿨다. 더원결혼정보는 결혼정보업계 3위권 업체다.

최근에는 웨딩컨설팅 업체 ‘본웨딩 컨설팅’까지 인수했다. 대명웨딩앤드를 통해 대명그룹은 웨딩컨설팅업계 선두주자 본웨딩컨설팅의 지분 100% 및 경영권을 갖게 됐다. 두 달여 만에 웨딩컨설팅업체를 품으면서 웨딩 분야 통합 솔루션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이번 인수로 대명그룹은 결혼에서부터 출산, 육아, 레저, 관광, 외식, 실버라이프를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서비스 제공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총 인수 규모만 15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대명그룹은 웨딩시장에서 업계 1위인 대명레저산업의 인프라를 앞세워 인지도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영업 규모를 확대하고 레저산업이 진출한 지역을 중심으로 거점을 마련해 웨딩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문화 서비스 사업영역으로의 단계별 확장을 추진하고 향후 5년 내에 1000억원대 이상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 코스닥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그만큼 이번 사업은 서 대표에게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출산, 육아, 실버라이프, 안티에이징 사업에 진출해 ‘요람에서 무덤까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조 외식 영화관 줄줄이 실패
부채 해결 못 하고 웨딩업 진출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명그룹이 상조회사 실패를 웨딩사업으로 만회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상조서비스의 부채비율도 높은 마당에 신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다는 지적이다. 상조시장에 뛰어든 대명라이프웨이는 대명그룹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0년 서 대표는 대명라이프웨이를 설립했다. 당시에도 지금과 비슷한 계획을 세웠다. 대명라이프 또한 모회사인 대명그룹의 리조트 및 회원 인프라, 서비스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기존 상조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었다. 레저 스포츠에서 문화 라이프로 방향을 정하고 첫 번째 신사업으로 상조 회사를 세웠다. 대명라이프를 통해 본업인 레저업 뿐 아니라 상조업으로 발을 넓혀 탄탄한 ‘캐시카우’를 마련하려는 전략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명라이프의 결과는 참담했다. 2012년부터 대명라이프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재무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명라이프는 2012년 자산 179억원, 부채 218억원, 자본금 60억원을 기록했다. 자본금 20억으로 시작한 대명라이프는 2012년 12월 유산증자를 통해 2012∼2013년에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다.

상조업체 특성상 상조업은 모집수당과 관리비 등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게다가 상조 시장은 그간 비리, 횡령으로 얼룩지면서 업계 자체 이미지가 훼손된 감이 있다. 따라서 상조시장은 자본잠식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흑자를 기록하지 못하고 적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되면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업체의 존폐 여부마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대명라이프 역시 이런 리스크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상조뿐만이 아니다. 이전부터 대명그룹은 벌여놓은 사업이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엔터프라이즈쪽만 해도 CCTV, 교육, 드라마, 영화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영화관 운영 사업에도 뛰어들었지만 지난해 4월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영화상영업을 중단했다. 위탁운영방식에서 부동산임대차계약으로 전환하면서 영업이 정지됐기 때문이다. 

내실 없는데
확장 또 확장

서 대표가 직접 추진했던 떡볶이 사업 ‘베거백’ 또한 실패로 끝났다. 지난 2009년 서 대표는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 진출을 본격 선언했다. 강남역 인근에 떡볶이 전문 레스토랑 베거백을 오픈했다. 당시 베거백은 구설에 휩싸였다. 대기업이 분식집에서나 팔 법한 떡볶이 사업에 착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당국이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 비난의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서 대표는 아랑곳 않고 꿋꿋이 사업을 벌였다. 비발디파크, 목동, 강남 등 모두 3곳에 매장을 냈다. 결국 목동점과 강남점은 문을 연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매출부진으로 문을 닫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명그룹은 지난해부터 항공과 호텔 사업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항공 사업은 당분간 접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명그룹은 사업 다각화가 아닌 연관 사업을 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대명그룹 관계자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라는 라이프 케어 서비스를 위해 상조서비스도 제공하고, 웨딩사업도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고객에게 전체 라이프 사이클에 맞춘 상품을 제공한다는 목표이고 신규 사업 또한 이와 비슷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레저 사업이 중심인 만큼 비슷한 문화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을 뿐”이라며 “상조가 어려워서 웨딩사업으로 만회하려는 계획이라는 시각은 어불성설”이라고 선 그었다.

대명라이프의 부채비율 대해 그는 “상조회사에 대한 이해가 없을 때 나올 수 있는 우려”라며 “현재 모든 상조회사가 마찬가지”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자본잠식으로 보이는 것일 뿐 고객이 가입을 해 매달 납입금을 내면 매출이 아닌 부채로 책정된다”며 “부채에서 매출로 장기간에 걸쳐 바뀌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본잠식’이라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운영상 전혀 문제가 없다”며 “상조회사로는 유일하게 금융사에 지급보증이 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회원에게 피해가 갈 일이 전혀 없고, 재무상태가 부실하다면 지급보증 역시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력업까지 악영향 우려
서준혁 경영능력 시험대

하지만 재계는 서 대표의 행보에 우려하는 분위기다. 내실 없이 기업을 확장하는 것은 모 기업에 리스크를 안겨줄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어발식 경영이라는 이야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직 상조부분의 높은 부채비율조차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벌써부터 웨딩사업 상장계획을 세울 정도로 서 대표가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며 “자칫 잘못했다가는 주력 사업인 레저사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10년 서준혁 대표는 동생인 서지영씨와의 ‘남매의 난’ 이후 인수 작업을 서두르는 모습”이라고 보았다.

사실상 서 대표의 입장에서는 확장한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사업 확대를 통해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좀 더 확실하게 굳혀야 하기 때문이다.
 

서 대표의 부친은 대명그룹의 창업주 서홍송 회장이다. 서 회장은 2001년 갑작스레 타계했다. 서 회장이 유언조차 없이 급거 타계하면서 그의 세 자녀 중 외아들인 서 대표가 자연스레 대명그룹 경영권을 쥐었다.


서 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대한민국 레저산업을 이끄는 최고의 레저기업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전 세계의 고객 감동을 실현하는 글로벌 휴먼 비즈니스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실제 2011년 이후 대명그룹은 서 대표를 필두로 한 2세 경영을 전면적으로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다각화와 해외 진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 대표는 외식사업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비롯해 항공여행사 업무로 영역을 넓혔다.

후계자 굳히기
서두르는 행보

현재 총 17개의 계열사로 이뤄진 대명그룹은 지주회사인 대명홀딩스가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대명홀딩스는 서 대표 36.4%, 서 대표의 모친 박춘희씨 37.7% 등 특수관계자가 지분 77.40%를 갖고 있다. 대명건설(72.83%), 대명레저산업(100%), 대명엔터프라이즈(31.06%) 등 주력 계열사들의 최대 주주에 올라 있다.

그러나 대명그룹에서 상장사는 대명엔터프라이즈 하나뿐이다. 웨딩사업까지 상장하게 되면 상장사는 하나 더 늘어나게 된다. 서 대표가 웨딩사업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후계자 자리를 확고히 굳히려는 서 대표의 계획이 순항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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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