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증인 홍성열 위증 의혹

“국감장서 거짓말 했다”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이 위증 의혹에 휩싸였다. 로비 정황으로 거론된 마리오아울렛 선물리스트에 대해 홍 회장은 지인에게 준 단순한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직원들을 자르고도 이직은 패션업계의 특성이라고 둘러댔다. 정치권의 시각은 달랐다. 퇴사자들은 모두 정규직이었다. 지난해부터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선물리스트에 대한 문건은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피어도…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80년대 구로공단을 묘사한 노래 ‘사계’. 가사에는 옛 구로공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담겨 있다. 구로공단은 한강의 기적을 이끌어온 주역이기도 했지만 노동착취의 아픈 역사도 함께 안고 있다. 현재 가발·봉제 공장들로 빼곡했던 과거의 모습은 지워졌다. 첨단 정보기술(IT) 단지와 패션의 집단지로 변신한지 오래다.

구로공단은 2000년대 이후 디지털단지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노동은 여전히 소외됐다. 노동착취는 마리오아울렛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마리오아울렛의 눈부신 성장 뒤에는 대리점주와 직원들의 눈물이 서려 있었다.

‘선물 리스트’
사실로 드러나

지난 14일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 국정감사 증인 질의에서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을 강하게 질책했다. 전 의원은 ▲불법판매장 운영에 대한 산단공과의 법정공방 ▲산업직접활성화 및 공장설립(산집법) 규정의 전면적 규제완화 시점을 전후로 한 정관언론계 로비의혹 ▲경쟁사 입점을 핑계로 한 입점업체의 일방적 퇴출 ▲이직률 100% 이상을 기록하는 마구잡이식 고용조정 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 같은 주장에 홍 회장은 추석·설 명절 선물리스트에 대한 부분을 일부 인정했다. 다만 로비성 특혜가 아닌 지인들에게 성의를 보인 것이라는 게 홍 회장의 해명이다.

홍 회장은 “산단공의 유연하지 못한 처사 때문에 법정시비를 건 것”이라며 “추석·설 명절 선물리스트는 로비성이 아니라 지인들에게 성의를 보인 것”이라고 변명했다. 이어 “입점업체의 일방적 퇴출은 한 적이 없으며, 고용조정 또한 패션업계의 특성상 이직률이 높은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여기서 홍 회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서 위증소지의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 측은 “선물리스트는 로비성이 아니라 지인들에게 성의를 보인 것”이라는 홍 회장의 발언을 위증이라고 보았다.

정 의원 측이 주목한 부분은 특혜성 로비의혹이 산단공과 법정시비가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던 2008년 추석부터 2009년 설 사이의 기간이다. 당시 정관언론계 인사에게 선물세트를 뿌렸다는 점과 관련돼 있다는 점을 조사했다. 전 의원이 공개한 선물리스트에서 마리오아울렛은 국회의원, 지자체, 언론사, 공공기관, 학계 등의 인사들을 S(특)급, A, B, C급 등으로 분류했다. 홍 회장은 매년 추석과 설날마다 이들에게 선물을 보냈다.

성공 신화 이면에…노동자 착취 도마
전순옥 의원 “증언 중 위증소지 발언”

산단공과의 법정공방은 2000년 마리오1관인 아파트형 공장을 건립하면서 시작됐다. 아파트형 공장에서 불법화된 판매장을 운영하면서 2001년 시작된 법정시비는 이후 매년 고발·고소 등 총 11건에 달했다. 이와 함께 판매장운영개선안 의견 제출 등 민원과 소송제기 등 불법적 위반, 시정 불복 등도 해마다 거르지 않고 이뤄졌다.

이런 상황에도 홍 회장은 마리오 아울렛을 1관, 2관, 3관으로 확장해갔다. 이 과정에서 저리 자금융자 및 부동산 취·등록세 100% 면제, 이후 5년간 재산세 종합토지세 등 지방세 50% 경감 등 정부의 산업단지 입주기업에 대한 혜택을 받아왔다. 이런 식으로 마리오가 받은 지방세제 혜택은 총 11억2700만원에 이르렀다.


이어 2008년 산단공과의 입주계약해지조치 취하 소송에서 2심까지 패소, 패색이 짙었다. 홍 회장은 정관언론계 주요 인사들에게 추석과 설 명절마다 10만∼40만원 상당의 선물을 돌렸다. 산업단지 규정을 상습적으로 위반했음에도 마리오아울렛이 건재할 수 있던 이유다.

매년 퇴사자 수백명 달해
대부분 회장의 전횡 때문?

홍 회장의 ‘갑질’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전 의원 자료에 따르면 홍 회장은 반강제적인 권고사직에, 임금체불 등 부당노동행위, 입점업체에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지난해 6월 마리오에 입점한 27개 패션업체들이 갑작스런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지난 2년간은 수백명의 직원을 반강제적으로 사직시켰다. 아울러 지난 4월에는 소속 시설관리팀 21명 전원에게 권고사직을 강요했다. 외부 용역회사에 업무를 맡긴 사실도 드러났다.

잇단 권고사직
임금체불 질타

이직률은 123%에 달했다. 이에 대해 홍 회장은 패션업계의 특수성을 들어 퇴사자 대부분이 아르바이트와 계약직이라고 핑계를 댔다. 그러나 전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서는 퇴사자 모두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정규직이었다. 전 의원은 홍 회장의 발언이 “명백한 위증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지난달 마리오아울렛 취업자 121명 중 5년 이상 근속자는 12명에 불과했다. 이 중에서도 4명은 이미 권고사직 통보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가 된 시설관리팀 권고사직건과 관련해서도 홍 회장이 위증을 했다고 전 의원은 주장했다.

홍 회장은 직원들이 외주화를 사유로 권고사직을 인지한 시점이 2년 전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이들 직원은 올 초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 마리오아울렛 1관과 3관을 증축하는 과정에서 시설관리팀 직원을 추가로 채용하고, 공사가 완료되자 이들을 퇴사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전 의원 자료에 따르면 홍 회장이 지난1월 반강제적으로 단행한 디자인실 직원들은 권고사직 압박을 통해 모두 퇴사했다. 현재 그의 딸만 패션사업부 해외상품개발팀에서 대리로 근무하고 있다.

디자인실 직원들 해고 후
친딸만 대리로 근무 중

마리오아울렛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전 의원이 주장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선물리스트에 대해서 불순한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호소했다. 30여년간 경제인, 패션업체, 지역단체 등에서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개인적 친분을 쌓아온 사람들에게 명절 선물을 줬다고 주장했다. 일반 기업에서 전달하는 명절 선물의 한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부연이다.

산업단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산단공이 2007년 ‘판매장 운영개선사업’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는 점을 들었다. 정부로부터 세금 혜택을 받았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세제 혜택은 공단지역은 입주 유치 및 활성화를 위해 입주 업체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혜택이라고 설명했다. 또 산단공 측에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라며 반박했다. 임대료는 산단공 측과 협의 끝에 합의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3관 11층에서 영업했던 준오헤어 매장 임대료가 평당 2만6000원이었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책정했다는 것이다.

홍 회장이 시설팀 외주와 관련해 국감에서 한 발언에 대해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2년 동안 시설관리 직무를 외주 전문 업체와 진행하고, 이후 업무 평가를 통해 외주전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는 내부 경영진의 판단을 의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과 해결점을 찾아 가고있다며 호소했다.


정규직 직원의 높은 이직률을 주장하는 자료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에서 제공받은 자료는 정규직 직원 관련 통계자료가 아닌 계약직 및 아르바이트 등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상시근로자에 대한 자료라며 반박했다.
 

입점업체에 거래해지를 통보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단행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계약 만료가 되는 입주업체 중 업체 사정과 고객반응을 고려해 철수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점주 및 직원들의 목소리는 달랐다. 가산패션단지 점주원들 사이에서는 마리오아울렛에 대한 악명이 높았다. 익명을 요구한 마리오아울렛 전 점주는 “당시 매출에 대한 압박이 너무 높아 그만둔 지 오래다”라며 “지금은 다른 곳에서 의류매장을 차렸는데, 여기서도 힘든 건 마찬가지지만 마리오아울렛에서 장사를 하던 때는 매출이 낮으면 온갖 눈치를 주고 압박이 들어와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5월 마리오아울렛 인근에 현대 아울렛이 오픈하던 때 마리오아울렛의 많은 직원들이 대거 이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리오 측
“억울하다”

허허벌판이었던 구로공단에 터를 잡고 마리오아울렛을 키워낸 홍 회장. 그는 한때 구로공단의 개척자로 불렸다. 그러나 이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홍 회장은 가산단지에 아픈 역사를 하나 더 추가하게 된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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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