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환기업 4500억 비자금 미스터리

“오빠가 꼬불쳤다” 여동생의 반란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오너가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법정관리 중인 중견 건설업체 삼환기업의 최용권 명예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여동생 최모씨로부터 고소를 당하면서 내홍을 겪고 있다. 유산상속을 놓고 갈등을 빚다가 검찰 고소로 이어졌다. 단순 재산 다툼에서 비리 사건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이 같은 ‘남매전쟁’에 ‘피보다 진한 게 돈’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중견 건설업체인 삼환기업의 최용권 명예회장이 여동생으로부터 고소당했다. 유산상속을 놓고 갈등을 빚다가 마침내 검찰고소로 비화됐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최씨가 친오빠인 최 명예회장을 상대로 수천억원대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남매 싸움
비자금 의혹
 
검찰 관계자는 “최 명예회장에 대해 기업비리 형태의 고발이 접수돼 사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고소장에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재산 국외 도피와 외국환거래법 위반, 조세 포탈 혐의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살고 있으며 삼환기업 경영에 직접 관여한 적이 없는 최씨는 최 명예회장이 조성된 비자금 4500억원 상당을 해외로 빼돌린 뒤 미국 하와이 등에 부동산을 샀다고 주장했다.
 
1980년대 중동건설 사업과 해외사업 수주과정에서 조성된 비자금 일부가 빠져나와 미국법인으로 유입됐다는 것이다. 최씨는 미국에 머무르면서 최 명예회장 비자금 조성 혐의를 뒷받침할 자료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환기업 측은 최씨가 불만을 품고 악의적인 고발을 했다며 비자금 조성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최씨가 최 명예회장을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아버지인 최종환 회장이 별세한 뒤 재산을 나눠 받는 과정에서 최 명예회장과 마찰을 빚어 소송으로 번지기도 했다. 최씨는 비자금 조성 혐의를 뒷받침할 자료를 수집해 검찰에 넘기고 있어 추가 폭로가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2012년 11월에는 삼환기업 노동조합이 최 명예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한 적이 있다. 당시 노조는 최 명예회장이 오랜 기간 현장에서 횡령해 차명계좌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최 명예회장은 올해 4월 1심 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차명계좌나 비자금과 관련한 내용은 무혐의 처리됐다.
 
이번 논란에 삼환기업 노조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 측은 최 명예회장 측이 유산상속에 불만을 품은 여동생 최씨가 악의적 소송을 벌이고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으나, 최씨는 과거 노동조합에서 최 명예회장의 비자금과 차명계좌에 대한 고발을 했을 때, 최 명예회장이 만든 비자금을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거짓 증언한 것에 분개해 선친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망자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진행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 명예회장은 2012년 말 노조로부터 횡령 및 배임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하지만 당시 서울지방국세청은 세금추징으로 사건을 마무리했고, 검찰 또한 서울지방국세청과 최 명예회장 측근들의 진술만 듣고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최 명예회장의 해외 비자금 형성은 기업내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지사와 일본 동경지사를 유지한 결정적 이유가 최 명예회장의 해외 비자금 관리 때문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삼환기업 노조 측은 과거 경영지원실에서 근무하며 최 명예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해 왔던 손모 차장이 회사 보유의 타사 주식들을 불법적으로 매각하여 수십억대의 최 명예회장 차명계좌를 만든 증거를 포착해 서울중앙지검에 추가 고발했다.
 
최용권 회장 돈 해외로 빼돌린 의혹 제기
유산상속 놓고 갈등 빚다가 결국 법정행
 
삼환기업은 2007년까지 이익잉여금이 2000억원에 달했고 법정관리 이전까지 매출 및 수주가 1조원에 달하는 우량기업이었다. 그러나 최 명예회장의 폭력, 독단, 비리 경영으로 인해 법정관리에 이르렀고, 법정관리 조기 졸업 이후에도 기업 정상화를 위한 노력 없이 과거와 똑같은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2년에는 <한겨레>의 보도로 삼환기업 총수 일가의 반인권 경영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최 명예회장은 최모 전 사장, 오모 전 비서실장, 박모 전 상무 등 과거 사장을 비롯한 대다수의 고위직 임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갈비뼈 골절, 목 디스크 돌출, 고막 찢어짐, 맞다가 기절 등 심각한 상해를 입혔다. 현재 임원으로 재직 중인 지모 비서실장, 이모 총무이사 등도 폭행을 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3세 경영자인 최모 상무는 보고가 늦었다는 이유로 어릴 적부터 형이라 부르며 따랐던 박모 상무를 폭행하기도 했다. 또한 이모 총무이사를 회사 업무가 아닌 본인의 선산 관리를 잘못했다고 꾸짖으며 산으로 끌고가 폭행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 중 박모 상무는 중앙지검 조사부에 가서 폭행당했던 사실을 진술한 바 있다. 이러한 폭력에 삼환기업 이사회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존재로 추락했고 모든 의사 결정은 최 명예회장이 독단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최 명예회장이 기업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 명예회장은 2003년부터는 출근조차하지 않은 선친의 퇴직금 회사분 5억원을 불법적으로 받아가기도 했다. 이에 노조는 괘씸하다는 반응을 내비친 상태다.

어디에 숨겼나
은닉재산 진실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 명예회장은 본인이 보유했던 회사채 40억을 법정관리 돌입 시 회생채권에 포함시키기 위해 경영진을 이용해 채권단을 속이고 개인회사인 리온기업 명의로 청구하는 불법 행위를 저지르기도 했다. 현행법상 1년 이상 보유했던 채권을 본인이 회생채권으로 청구할 시에는 불법이 아니지만, 본인 또는 특수관계인이 실소유주인 리온기업에 채권을 양도해 청구하게 되면 마땅히 부인되었어야 하나 불법적으로 시인을 유도해 기업에 손실을 초래하는 배임행위와 탈세행위가 발생하게 됐다.
 
최 명예회장은 2012년 11월15일, 회생절차에 대한 승인을 얻기 위해 현 경영진들로 하여금 전날인 11월14일 언론을 통해 ‘주식과 차명주식을 사회에 환원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지금까지도 경영에 관여하며 개인의 이익을 위해 경영진들을 괴롭히고 있다. 또 기업회생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사장과 최 명예회장의 두 아들만 근무하는 13층의 연간 임대료를 절감하기 위해 노조 측이 다른 층으로 옮길 것을 요구했으나 최 명예회장은 모르쇠로 일관 중이다. 현재 최 명예회장은 변호사 3명을 대동하고 자신의 악행을 감추기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삼환기업이 내홍까지 겪으면서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환기업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2637억원이며 영업이익은 1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소폭 하락한 가운데 영업이익은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영업현금흐름도 178억원가량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중 부채비율은 9043%에 달한다. 삼환기업은 2011년 704억원, 2012년 110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2012년 7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초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하지만 삼환기업의 3월 공시 내용에 따르면 삼환기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68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49.08% 줄어든 수치다. 매출액은 5382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0.2% 늘었고, 당기순손실은 2786억원으로 0.6% 증가했다.
 
삼환기업의 전신은 1946년 세워진 삼환기업공업사다. 삼환기업공업사는 수도, 배관, 난방 등을 전문으로 했던 회사로 삼환그룹 창업자인 최종환 회장이 10여명의 기술자와 함께 세웠다. 한국전쟁 이후 최 회장은 자택 근처에 주둔해 있던 미국 공병대의 활동을 보면서 건설업체를 세울 결심을 하고 1952년 삼환기업공업사를 삼환기업(주)으로 전환했다. 이후 삼환기업은 다양한 전후 복구사업에 참여하면서 사업을 확장했다.
 
검찰 수사…남매 전쟁 서막
풀리지 않는 의혹도 풀릴까
 
삼환기업은 62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 공사를 시작했고 66년에는 베트남에 지사를 세우고 해외건설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60년대에만 일본 도쿄, 미국 클리블랜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해외 지사를 세웠다. 73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지사를 세우고 카이바~알울라 구간의 고속도로 공사를 따내면서 국내 건설업체 최초로 중동지역에 진출하면서 주식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80년대 들어서는 조선호텔, 프라자호텔, 삼성그룹 태평로빌딩, 서울지방검찰청과 대검찰청, 우리은행, SC제일은행 본점 등을 잇달아 지었고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 등 굵직한 토목공사에 참여하며 시공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 시기에 해외지사 세우기에 박차를 가해 81년에는 필리핀 마닐라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82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83년 미국 뉴욕, 84년 미국 알래스카, 85년 미국 괌, 87년 방글라데시 다카 등에 해외 지사를 세우며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삼환기업 주요 계열사로는 삼환까뮤, 삼환종합기계, 삼환컨소시엄, 신민상호저축은행, 삼환기술개발, 회현상사, 칠성흥업 등이 있다.
 
삼환기업은 96년 9월 창립 50주년과 동시에 최 명예회장이 경영을 맡았다. 또한 장남과 차남이 경영수업을 받으며 부친의 경영을 도왔다. 삼환기업은 2007년까지는 대우건설 인수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튼실한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사세가 기울기 시작해 2007년 9145억원에 이르던 매출이 2012년에는 778억원으로 줄었고 42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던 당기순이익은 991억원 적자로 급감했다.
 
회사가 기울자 당시 노조 측은 최 명예회장의 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된 허종 삼환기업 사장을 해임해 달라는 의견서를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에 제출했다. 허 사장은 최 명예회장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2006년부터 사장을 맡았다. 노조는 의견서를 통해 “대주주인 최용권 회장이 임원 등의 이름을 빌려 차명주식을 관리해 온 내역을 확보했다”며 “허종 사장의 이름도 차명계좌 내역에 들어 있다”고 밝혔다. 허 사장이 최 회장의 주식을 차명으로 관리했고, 비자금 조성 및 관리, 경영 악화의 책임 등 법정관리인의 역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크다는 것이었다.

신화도 옛말
추락 가속도
 
이처럼 기업경영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최 명예회장이 사재를 출연하고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환기업과 관련된 각종 비리와 부패는 끝없이 터져 나왔다. 2012년 초에는 최 명예회장과 삼환기업이 대주주로 있는 신민상호저축은행은 대주주 불법 대출과 당기순이익을 200억원 부풀려 자기자본비율을 부당하게 산정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삼환 측은 차명계좌 의혹에 대해 부인한 바 있다. 결국 차명계좌 논란은 무혐의 처리돼 한숨 돌렸지만 그것도 잠시, 최근 삼환 오너가 남매전쟁이 불거지면서 최 명예회장을 둘러싼 새로운 비리가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벌가 골육상쟁사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형제 간 골육상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요 재벌가 집안  싸움은 과거부터 끊이지 않았다. 2001년 현대그룹 왕자의 난, 2002년 한진그룹 유산다툼, 2005년 두산그룹 형제분쟁, 2009년 금호가 형제갈등, 올해 삼성가 상속재산 법정다툼 등이 대표적이다.
 
2001년 현대그룹은 왕자의 난으로 알려진 2세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바 있다. 이 분쟁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그룹 등으로 분리되면서 일단락됐다. 2002년 한진그룹에서는 조중훈 전 회장 타계 후 계열분리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이 정석기업 차명주식과 대한항공 면세점을 두고 소송을 제기했다가 철회하면서 끝났다.
 
한집 건너 한집 ‘난’
 
2005년 두산그룹 역시 고 박병두 전 회장의 2세들이 회장직을 둘러싼 경영권 다툼으로 아픔을 겪었다. 2009년 금호그룹도 계열분리 과정에서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사이 경영권 다툼이 있었다. 2012년 삼성가는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형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간의 상속재산을 둔 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이 분쟁은 올해 초 마무리됐다.

라면 사업을 두고 롯데와 농심 간에도 갈등이 있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965년 라면사업에 진출하려고 하면서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과 마찰을 빚었다. 한라그룹도 정몽국 배달학원 이사장이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 측의 주식매도 건을 두고 사문서 위조 등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태광그룹도 이호진 회장 등 남매 간 상속분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그룹에서도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대성그룹도 장남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과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간 법적 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내 주요 재벌그룹 가운데 아직까지 형제들 간 갈등이 공식적으로 터지지 않은 곳은 SK, LG, GS그룹 등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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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