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효 한국가스공사 사장 비리 수사 파문

부패 잡겠다더니…본인이 수사선상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지난달 장석효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맑고 깨끗한 조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런 장 사장이 개인 비리 혐의로 최근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청렴과 정직을 강조한 당사자가 개인 비리에 연루된 것이다. 현재 그는 WGC(World Gas Conference, 세계가스총회) 유치를 위해 해외에서 뛰고 있다. 장 사장이 수사망에 올랐다는 소식은 그의 발목을 붙잡았고, 정부의 공기업 중간평가 결과 발표는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장 사장의 거취에 이목이 쏠린다.

최근 수사당국이 장석효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업무상 횡령 혐의 등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아직까지 비리 혐의가 구체적으로 판명되지 않았지만, 검찰수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는 장 사장에겐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직원에 청렴 강조

인천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정순시)는 장 사장의 비리 혐의에 관해 수사를 시작했다.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인천 부평을)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장 사장은 가스공사와의 특수 관계인 통영예선 대표로 재직하던 때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경은 지난해 12월 한국가스공사의 액화천연가스(LNG) 물량 검정용역 입찰비리와 관련한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에 착수했다. 이후 지난4월 한국가스공사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통해 관련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과정에서 장 사장의 업무상 횡령 혐의가 드러났다. 해경은 통영예선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접대비 허위영수증 1억원에 달하는 횡령과 35차례(약 7000만원)의 골프접대(뇌물공여)를 확인하고 추가 수사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가스공사 부장급 간부 4명의 입찰비리 정황도 포착됐다. 이들은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LNG 물량 검정용역 사업 입찰 과정에서 사전 입찰 정보를 특정 회사에 알려줘 사업 수주를 도와준 혐의(입찰방해 및 업무상 배임)를 받고 있다. 

도마 위에 오른 '통영예선'이라는 업체는 통영기지에 들어오는 LNG 운반선의 입출항을 지원하는 가스공사의 협력사다. 2001년 7월 설립됐다. 과거부터 이 회사는 가스공사 출신 간부들이 퇴임 후 재취업해 논란이 됐던 곳이다. 지난 2004년에도 한국가스공사 출신 송원종 전 건설사업단장이 통영예선의 대표이사로 선임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장 사장도 비슷한 길을 택했다. 그는 1983년 가스공사 공채 1기로 입사해 수급계획부장, 자원사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이후 2011년 7월 통영예선 대표로 재직했다. 지난7월에는 제14대 한국가스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내부출신’이 가스공사 사장으로 선임된 것은 장 사장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가스공사 사장 자리는 외부 인사나 산업부 차관 출신이 꿰차곤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인 가스공사는 정부가 26.86%, 한국전력이 24.46%의 지분을 갖고 있는만큼 낙하산이 내려올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내부출신 장 사장이 가스공사를 운영하면서 회사 분위기는 변하기 시작했다. 장 사장은 부패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달에도 장 사장은 반부패 관리시스템 운영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부패방지 종합대책’을 시행할 정도였다. 그렇게 청렴과 정직을 강조했던 당사자가 개인 비리에 연루된 것이다.

WGC 유치 악영향 미칠까 ‘전전긍긍’
비리 척결 분위기에 찬물…거취 관심

현재 장 사장은 세계가스총회를 본사 소재지인 대구에 유치하기 위한 막바지 득표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1 WGC 개최국은 오는 16일 독일 베를린 IGU(International Gas Union, 국제가스연맹) 총회에서 회원국의 투표로 결정된다. 막바지 유치활동을 위해 장 사장은 출장 중이다.


가스공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장석효 사장이 현재 2021 WGC 유치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유럽 각국의 세계가스연맹 회원사들을 직접 방문해 지지를 요청하는 마지막 득표 활동 중”이라며 “한국에서 최초로 WGC 개최 전망이 어느 때보다 밝다”고 호소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악재가 불거진 것이다.
 

특히 장 사장은 공기업 중간평가 발표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중순 정부는 부채 및 방만 경영 중점 관리 기관에 대한 ‘경영정상화’ 중간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해 가스공사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낙제점이나 마찬가지인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만약 여기서 경영 개선 실적마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장 사장에 대한 인사 조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장 사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 사장은 “검찰의 출석 요청이 있을 경우, 적극 협조하고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가스공사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간 공들여온 WGC 유치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장 사장의 개인 비리로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큰일 앞두고…

가스공사 관계자는 “우리로서도 관련 기관도 아니다 보니 기사를 보고 알았을 뿐 내부적으로 몰랐다”면서 “아직까지 조사 결과가 확정된 것도 아니고 사장님께서 직접 성실하게 조사를 받으시겠다고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에 귀국 이후에야 어떤 답변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가스공사 유치 총력 ‘WGC’는?

한국가스공사는 2021년 WGC(World Gas Conference, 세계가스총회)를 본사 소재지인 대구에 유치하기 위한 막바지 득표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1 WGC 개최국은 오는16일 독일 베를린 IGU (International Gas Union, 국제가스연맹) 총회에서 회원국의 투표로 결정된다. 한국가스공사는 중국, 노르웨이, 러시아 등과 WGC 유치를 위해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고 있다.

장석효 가스공사 사장은 현재 2021 WGC 유치를 위해 마지막 득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럽 각국의 세계가스연맹 회원사들을 직접 방문해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WGC는 ‘가스 산업계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전 세계 90여개국 6000여명(전시관람객 1만5000여명)의 인사가 참여하는 세계 가스 산업계 최대의 행사다. 유치 시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IGU의 의장국을 맡게 된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가스산업의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약 12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 2500명의 고용 유발효과 등 경제적인 효과와 국내 가스산업 경쟁력 강화 등 국익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상황에 장석효 사장의 개인 비리가 불거졌다. 출장 중인 장 사장 역시 당혹스런 모습이다. WGC 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장 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은 중대한 국익과 관련된 WGC 유치국 결정이 임박해 있고, 유치 전망도 어느 때보다도 높기 때문에 개최국이 확정되는 오는 16일까지 유치 활동에 전념하겠다”며 “관계기관의 출석 요청이 있을 경우 귀국 후 성실히 협조하고 적극적으로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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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