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못할 신춘호의 '3가지 고민'

‘절대강자’ 농심이 흔들린다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내년 창립 50주년을 맞는 농심. 요즘 농심의 행보는 질주 그 자체다. 그만큼 신춘호 농심 회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라면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던 농심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탓인지 지난해부터 농심의 대리점주를 향한 ‘갑질’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신 회장이 직접 이름까지 지어 야심차게 내놓은 ‘강글리오’는 커피시장에서 굴욕을 맛봤다. 생수시장에서는 삼다수를 빼앗기고 백산수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 백산수의 취수원을 백두산이 아닌 장백산이라고 표기한 사실이 드러나 국내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라면 황제 농심은 요즘 경쟁사들의 성장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국물 없는 라면 전성시대가 오면서 시장판도가 서서히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라면 ‘춘추전국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경쟁사들이 이 같은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식품업체들은 다양한 라면을 출시하고 화려한 마케팅을 펼치며 농심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다급해진 농심
갑의 횡포 논란

올해 들어 농심의 성장 동력은 떨어진 모습이다. 그동안 독점해왔던 라면 점유율(판매수량 기준)도 감소했다. 시장조사업체 AC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62.8%의 점유율을 기록한 이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농심의 2분기 라면 시장점유율은 61.4%로 전년보다 4.6%, 전분기보다 2.9% 떨어졌다.

지난 6월 57.2% 점유율을 기록하며 독주체제를 회복한 모습이지만 경쟁업체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같은달 오뚜기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18.2%로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했다. 후발주자들의 도전에 농심은 맥을 못 추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떨어졌다. 농심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 19.8% 감소한 4320억원과 103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오뚜기와 삼양식품의 매출은 각각 17%와 23% 늘어났다.


여파는 주가로 이어졌다. 지난 8월 농심의 주가는 떨어졌다. 농심 라면 리뉴얼 소식에 9월 이후 다시 오름세를 탔지만 증권가에서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농심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 한 연구원은 “볶음면을 중심으로 한 국물 없는 라면 제품 인기 확대와 국물 있는 라면 부문에서 경쟁사들의 판촉확대 영향이 지속되며 농심의 라면 부문 매출 감소와 영업이익 감익 추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라며 “전통적인 비수기인 3·4분기를 지나 4·4분기 이후 점유율의 재상승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위기감을 느낀 농심은 승부수를 던졌다. 28년 만에 주력상품인 신라면을 리뉴얼하기로 한 것이다. 맛과 포장까지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농심의 높은 라면 의존도를 우려하고 있다. 농심 전체 매출에서 라면만 7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자신의 성을 따 직접 작명해 1986년 세상에 내놓은 신라면은 농심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최근 라면시장에서 경쟁사들의 마케팅에 밀리면서 농심 전체 실적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농심의 부진이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라면을 리뉴얼하면서 광고로 판감비를 많이 지출했을 것으로 보여 전체적으로는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농심의 영업이익과 라면 점유율이 전년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창립 50주년 앞두고…입지 흔들려
다급해진 탓? 대리점에 갑질 도마

이처럼 라면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면서 농심은 갈수록 다급해진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농심의 대리점주를 향한 ‘갑질’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갑의 횡포’를 부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최근 <JTBC>는 농심의 행태를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농심은 라면 대리점에 사실상 판매 목표를 강제 할당했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손해를 보면서까지 팔도록 압박했다. 보도 내용은 이렇다. 지난 5월 27일 농심 본사는 라면 대리점에 월 판매목표 100%를 맞추라며 남은 기간 동안 라면 2800만원어치를 더 팔라고 강요했다. 농심 영업사원은 대리점주에게 이를 강제로 할당하고 받은 물량을 매입가보다 10%가량 더 싸게 팔라고 지시했다.

팔아야 할 라면은 대리점에 사실상 강제 할당됐다. 이렇게 받은 물량은 매입가보다 10% 더 싸게 팔아 없애라는 압박이나 마찬가지였다. 본사 측은 대리점 손실분 10% 중 6%는 따로 보전해 주겠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본사가 전산 서류상에 결제한 보전액은 599만원이지만 실제 이 돈을 대리점에 지급한 영업부의 결제서류에는 544만원으로 적혀 있었다. 55만원이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농심은 대리점주들 명의로 개설된 ‘마이너스 통장’을 통해 물건대금을 빼갔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대리점주가 계좌개설 당시 은행에 가지도 않았는데 농심 직원이 대신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정황이 포착됐다. 농심이 처음 대리점 계약을 맺는 점주들에게 마이너스 통장개설을 권하고 매월 떼가는 물품대금을 이 통장에서 가져갔다는 게 농심특약점협의회의 주장이다.

지난해에도 ‘마이너스 통장’은 논란이 됐다. 물건이 제때 팔리지 않아도 물건 값이 마이너스 통장으로 꼬박꼬박 결제됐고, 과도한 매출목표로 어려움을 겪어 빚더미를 떠안은 대리점주도 있었다.

농심은 강하게 반박했다. <JTBC> 보도에 왜곡된 부분이 많다는 입장이다. 농심 관계자는 “한 대리점주의 왜곡된 주장일 뿐”이라며 “판매목표제를 폐지하고 나서 대리점주들과의 관계가 상당히 호전됐는데 한 대리점주의 주장만 부각됐다”고 억울해했다. 지난해 농심은 특약점에 대한 물량 밀어내기로 사회적 비난이 일자 인센티브제와 매출목표제를 폐지하고 특약점(대리점)과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어 “전산 서류상에 결제한 보전액과 대리점에 지급한 영업부의 결제서류 금액에 차이가 있다고 나왔는데 모두 전산처리 되기 때문에 절대로 조작할 수가 없다”며 “서류에는 여러 가지 항목이 있는데 추가된 항목을 보지 못하고 마치 (농심이) 금액을 속인 것처럼 보도됐다”고 반발했다.

백산수 팔려고
장백산 표기

특히 마이너스통장에 대해서는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농심 관계자는 “마이너스 통장은 대리점주의 선택사항이지 강제사항이 아니다”라며 “해당은행과 대리점주와의 거래일 뿐”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절대로 본사 측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요구할 수 없다”며 “대출 이자도 8%에서 6%로 줄여 오히려 어떤 대리점주들은 이를 활용하기도 하는데 (농심이) 마이너스 통장을 통해 대리점주들의 물건대금을 빼갔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특약점주협의회의 주장은 달랐다. 형식적으로는 선택사항이지만 실제로는 ‘마이너스 통장’ 개설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 농심 측 직원들이 대리점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어 쉽게 불만사항을 이야기하거나 요구사항을 거부하기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특약점주협의회 측은 불법 대출과 관련해 문제가 된 거래은행을 불법대출로 고발할 예정이다.

라면시장 뿐만이 아니다. 생수시장에서도 농심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농심은 삼다수를 보면 마음이 쓰리다. 회사의 효자노릇을 했던 삼다수를 제약사 광동제약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농심은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제주도개발공사의 삼다수 판매를 도맡아왔다. 삼다수는 과거 150억에 불과하던 농심의 매출을 1888억까지 늘렸다. 하지만 삼다수는 2012년 3월 광동제약에 넘어갔다. 삼다수를 품은 광동제약은 단숨에 10위권 제약사로 우뚝 올라섰다. 반면 삼다수를 빼앗긴 농심은 매출액에 큰 타격을 받았다.
 

농심은 이를 갈았다. 2012년 국내시장에 ‘백산수’를 내세워 물시장의 패권을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이다. 여기에는 신 회장의 맏딸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까지 가세했다. 신 부회장은 지난 2월 신한금융투자와 군인공제회가 보유한 농심백산수 28만3647주(10.15%)를 사들였다. 인수대금은 92억5600만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신 부회장은 백산수를 개발한 김병순 농심백산수 각자 대표이사를 제치고 2대주주에 올랐다. 1대 주주는 농심(80.43%)이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지분 매각대금 100억원을 활용해 농심백산수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신현주 부회장이 농심백산수 2대 주주에 오르면서 농심의 대대적인 투자가 시작됐다. 지난 4월 사명부터 상선워터스에서 농심백산수로 바꿨다. 특히 지난 6월 농심은 백두산에 위치한 백산수 공장 설립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2000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농심은 이러한 투자로 백산수 생산 물량을 25만톤에서 125만톤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연간 133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춘 삼다수에 버금가는 규모다. 게다가 백두산 신공장은 향후 200만톤 규모로 즉각 증설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생수 기업 에비앙의 연간 생산량 180만톤을 능가하는 수치다. 농심의 투자 소식에 백산수는 자연스레 광고효과를 누리게 됐고 성장세를 탔다. 하지만 연매출은 250억원 수준으로 간신히 생수시장 4위를 지키고 있다. 사실상 투자에 비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라면·커피·생수’
3대 주력사업 굴욕

농심은 삼다수의 ‘청정 이미지’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백산수의 수원지 백두산을 내세우고 있다. 농심은 백산수가 ‘세계 3대 청정지역’인 백두산의 물이라는 점을 알리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농심은 백산수 취수원 표기 논란으로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국내에서는 백산수가 ‘백두산’ 물이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중국에서는 ‘장백산’물이라고 표기하기 때문이다. 장백산(長白山·창바이산)은 중국인들이 백두산을 부를 때 쓰는 명칭이다. 국내에선 이를 동북공정과 연관 짓는다. 애국과 맞닿아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 국내 소비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인기를 끌었던 배우 김수현과 전지현의 경우 취수원 ‘장백산’으로 표기된 중국기업 ‘헝다생수’ 광고 모델로 나서 많은 국내 팬들이 등을 돌렸다. 그런데 중국기업도 아닌 국내기업 농심이 백두산을 장백산이라고 표기한 만큼 비난여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아직까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를 알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미 농심은 ‘매국노’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농심은 해당 국가 공식표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농심 관계자는 “기업의 문제와 애국심의 문제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중국인들은 백두산 자체를 모른다”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도 (백산수 취수원을) 백두산이라고 표기하고 싶었다”면서도 “장백산은 중국의 공식 지명이라서 그 나라 정부 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회장님 야심작
커피사업 굴욕

신 회장이 직접 이름까지 짓고 야심차게 진두지휘한 ‘강글리오’마저 커피시장에서 기를 못 펴고 있다. 농심의 커피브랜드 강글리오는 시장 점유율을 집계하기 힘들 정도다. 롯데마트가 2분기 ‘강글리오 커피’ 판매 현황을 집계한 결과 판매 비중이 전체의 0.4%에 그쳤다. 이마트와 홈플러스에서도 농심 커피는 통계로 잡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농심은 녹용(사슴 뿔)성분을 함유한 커피믹스 강글리오를 비롯해 꿀사과맛 커피 등을 출시했다. 커피에 ‘건강’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내세웠지만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자사 계열사인 농심미분이 생산하고 농심이 유통을 맡은 우리쌀 프리믹스(부침·튀김가루)도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기존 업체들의 지배력이 워낙 커 시장진입이 쉽지 않은 상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커피시장은 기존 업체들이 탄탄한 기반을 다진 상태여서 소비자들의 입맛을 바꾸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며 “신 회장이 특별히 신경 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커피에 건강이라는 콘셉트는 사실상 소비자들에게 너무나 생소하고 이상한 조합이라 이목을 끄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글리오의 실패로 최근 농심이 새로운 커피브랜드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농심은 “알려진 ‘코리아노’라는 명칭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아직까지 개발 중이라서 공개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선 그었다.

내년 창립 50주년을 맞는 신 회장. 라면, 생수, 커피 등 세 가지 고민을 어떻게 풀어낼지 식품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농심 ‘과대포장’ 딜레마

농심은 제과시장에서도 내수 성장 침체라는 벽에 부딪혔다. 양도 많고 값도 싼 수입과자의 등장에 소비자들이 국산 과자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산과자의 과대포장과 가격거품 논란에 ‘국산과자 불매운동’ 조짐까지 불거지고 있다.

농심은 지난 2월 새우깡 10% 등 스낵, 즉석밥 가격을 평균 7.5% 인상했다. 하지만 제품 가격인상 이후 실적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될 전망이다. 국산과자를 외면하고 있는 분위기 탓이다. 아직까지 농심의 타격은 크지 않지만 국내 제과업계는 전체적으로 2분기 국내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내수성장 정체에 직면한 농심은 타개책 마련에 분주하다. 국산과자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농심은 올해 초 ‘업계 최초 수출 100개국 돌파’라는 글로벌 경영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이미 본사에 해외시장개척팀을 신설해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등의 신시장을 발굴, 개척하고 있다. 아울러 해외시장개척팀을 중심으로 지난 5월 아프리카 니제르에 판매망을 갖췄다. 방글라데시와 소말리아 등으로도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현재 현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양 적고 과다 포장된 수미칩, 입친구 등 농심과자가 해외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대다수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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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