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완의 수상한 돈벌이 추적

'빌딩 부자’ 회장님 돈놓고 돈먹기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복사용지 밀크(miilk)로 유명한 한국제지 등을 계열사로 갖고 있는 단재완 회장. 최근 독립 경영하던 계열사들을 묶어 해성그룹을 출범했다. 그런데 최근 단 회장을 향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다. 단 회장 일가의 회사로 알려진 해성산업 주가가 갑자기 추락했기 때문이다. 이후 해성산업을 둘러싼 여러 가지 설들이 퍼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해성산업을 파헤쳐보았다.

단재완 해성그룹 회장의 개인회사가 도마에 올랐다. 해성산업 이야기다. 지금까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별다른 이슈 없이 조용한 회사였다. 그런데 이달 들어 주가가 수직하락하면서 해성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짭짤한 수익 챙겨

해성산업은 임대 및 관리 사업을 하는 부동산업체다. 빌딩관리가 주력사업이다. 1954년 2월 설립된 이 업체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사무실이 있다. 직원은 80여명으로 파악됐다. 해성그룹의 지주사역할을 하고 있다. 대중들에게는 복사용지 밀크를 생산하는 한국제지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해성그룹의 모체는 해성산업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단 회장은 해성산업 지분 30.13%(294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단 회장의 장남 단우영 한국제지 전무가 15.70%(153만주), 차남 단우준 계양전기 상무가 15.23%(148만주)를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도 단정숙, 명명진(단명진), 단명호 등 대부분 단 회장의 친인척들이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즉, 단재완 회장은 특수 관계인을 포함해 65.12%의 해성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단 회장 일가의 회사다.

해성산업은 재계에서 은근한 알짜배기 회사로 알려져 있다. 다만 수익이 실적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해성산업의 매출은 100억원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업체 특성상 매출 규모가 크거나 높은 이익을 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우량한 재무구조를 갖췄다. 역설적이게도 부동산 덕분이다. 해성산업은 서울 북창동 해남빌딩과 서초동 송남빌딩, 부산 송남빌딩 등 다수의 토지와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해성산업의 주요 수입은 이들 빌딩으로부터 나온다. 빌딩 임대료와 시설관리비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단 회장은 해성산업을 통해 ‘짭짤한’ 현금수익을 챙기고 있다.


자산이 대부분 현금이라 모두 파악하기 어렵지만 단 회장은 수조원대의 막대한 부동산 자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성산업이 관리하고 있는 빌딩들도 대부분 단 회장 개인 소유다. 서울 강남에 해성1빌딩과 2빌딩, 성수동에 성수빌딩 등을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두 채의 해성빌딩만 해도 1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다. 단 회장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1877억원(지난 2007년 공시지가 기준)짜리 토지를 보유한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된 적도 있다. 따라서 단 회장은 ‘현금부자’로 통한다.

지난 4월에는 삼성테크윈 반도체 부품(MDS)까지 인수하면서 자산은 1411억원으로 불어났다. 반면 부채는 14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해성산업의 부채비율은 9.7%로 집계됐다. 이처럼 단 회장이 부채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면서도 많은 현금자산을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금을 중시하는 가풍 때문이다. 단 회장의 부친 고 단사천 창업주는 부채비율에 예민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단사천 명예회장 역시 60∼70년대 재계를 주름잡던 현금왕으로 불렸다.

개인회사 통해 금싸라기 부동산 소유
주가 추락…믿고 투자한 개미들 울상

그런데 최근 해성산업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높다. 지난해 12월부터 서서히 올랐던 주가가 이달들어 급격하게 수직 하강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3일만해도 8만원대였던 주가는 2만∼3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15일 2만원대 바닥을 찍고 서서히 올라가고 있지만 힘을 못 쓰고 있다. 25일 종가는 3만1400원에 그쳤다. 한달 만에 주가가 3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이에 따라 해성산업을 둘러싼 여러 가지 설들이 퍼지고 있다. 우선 해성산업의 보유 부동산이 애초부터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해성산업에서 삼성테크윈 반도체 사업을 인수했다는 점과 보유한 부동산의 재개발로 자산가치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많은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가치가 떨어지면서 주가가 빠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주가가 가파르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특히 업계에서는 작전세력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이 있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올 초부터 증권가에서는 해성산업에 개입한 작전세력 때문에 개미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전부터 ‘과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주가가 지나치게 ‘고공비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랐고, 개인투자자들 중 피해자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매출액 100억원대 소형 건물관리업체가 코스닥 시장에서 9000억원을 육박하는 시가총액을 모으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현재 시가총액은 3000억원대(25일 기준)로 토막이 난 상태다.

한국거래소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성산업을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한 뒤 집중 모니터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금융사 지점이 집중적으로 해성산업 주식을 매도한 정황을 파악하고 있다. 거래소는 해성산업 측에 주가 급락 관련 조회공시를 요구했으나 회사는 이와 관련해 공시할 정보가 없다고 답했다. 해성산업은 공시를 통해 “최근에 현저한 시황변동(주가급락)과 관련하여 공시할 중요한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해성산업은 담당자 부재를 이유로 자세한 답변을 회피했다. 요동치는 주가에 대해 해성산업 관계자는 “홍보팀은 따로 없고 담당자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까지 특별한 이슈는 없다”고 일축했다.

작전세력 개입?

단 회장이 기업을 키우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 부동산을 통해 돈벌이를 하다 보니 회사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단 회장이 독립 경영하던 계열사들을 묶어 해성그룹을 출범했던 것도 실질적인 ‘성장’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속 성장하는 선도 기업을 만들겠다는 단 회장의 다짐이 지켜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해성그룹은?

해성산업은 단재완 회장의 부친 고 단사천 명예회장이 설립했다. 단 명예회장 역시 재계에서 손꼽히는 ‘현금왕’이었다. 많은 부동산을 보유했고, 현금 동원력도 상당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황해도 해주 출신으로 개성상인 집안에서 태어난 단 명예회장은 고등학교 졸업 후 18세에 홀로 월남했다. 이후 재봉틀 조립회사 ‘일만상회’를 설립했다. 그의 나이 23세였다. 일만상회를 운영하며 모은 돈으로 1945년 해성직물상회를 세웠다. 이후 1958년 한국제지를 일궈냈고, 1977년 계양전기를 설립했다.

사채시장에서도 그는 명성을 날렸다. ‘명동 사채시장의 큰손’으로 불렸을 정도다. 당시 사업하는 사람 중에서 단 회장의 돈을 빌려 쓰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1980년대 단 회장의 하루 현금동원력이 무려 3000억원 규모였다는 얘기도 있었다. 과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단 회장의 도움을 받았다는 소문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70년대 그는 국내 종합소득세 납부 순위 7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보다 더 많은 소득세를 냈다.

그렇게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도 단 회장은 검소한 생활로 일관했다. 특히 부채비율에 민감했다.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단 회장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낮은 부채비율을 유지해가며 지금까지 기업을 경영해왔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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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