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게 돌아가는 홈플러스 수사 막전막후

꼬리 자르려다 꼬리 잡혔다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비리가 점입가경이다. 결국 홈플러스는 검풍을 맞았다. 검찰의 칼끝은 도성환 사장과 이승한 전 회장을 향했다. 검찰은 두 경영진이 홈플러스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착한 홈플러스를 외쳤던 두 사람의 약속은 거짓말이 되어 소비자의 뒤통수를 쳤다. 상생하겠다던 약속도 새빨간 거짓말이 되어 노동자와 주변상인을 울렸다. 소비자와 노동자, 주변상인까지 모두 잃은 홈플러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요즘 홈플러스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동반성장지수 3년 연속 최하등급, 경품추첨 비리, 고객정보 불법판매, 노조 파업, 매출 부진 등 온갖 악재에 휩싸였다. 최근에는 홈플러스 경영진들까지 회사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도·이 잡는 검찰
경영자의 몰락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유출 수사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과 이승환 전 회장은 출국금지를 당했다. 검찰은 홈플러스가 고객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기는 과정에서 두 경영진이 개입됐다고 판단했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은 지난1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홈플러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합수단은 도 사장 등 경영진의 사무실에서 내부 문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홈플러스가 5년간 경품행사에 응모한 고객들의 개인정보 수십만건을 시중 보험회사들에 마케팅 용도로 불법 판매하는 과정에서 두 경영진이 개입한 단서를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합수단은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유출이 회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경품행사를 통해 모은 고객 개인정보 250만건 이상을 여러 보험회사에 1인당 4000원가량을 받고 팔아넘겨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조사 과정에서 직원개인이 아닌 도 사장과 이 전 회장이 연루된 것이다. 압수물 분석을 끝마치는 대로 합수단은 홈플러스 관계자들을 소환, 고객 정보 유출 경위와 수익규모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경품 추첨 조작’수사 윗선으로 확대
이승한·도성환 등 경영진 출금 조치

홈플러스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은 지난 7월 MBC <시사매거진2580> 보도팀이 경품사기 사건을 집중 취재하면서 드러났다.

방송은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를 진행하면서 응모권에 고객이 기재한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다수의 보험사에 팔아넘겼다고 보도했다. 경품 행사로 모은 개인정보는 보험사에 한 명당 2000∼2800원을 받고 넘겼다. 보험사가 이를 통해 수익을 얻으면 그 일부를 돌려받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3년 동안 매년 300만명이 넘는 고객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겼다. 올해는 400만명을 목표로 잡고 있었다. 올해 네 번의 경품행사로 48억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경품 행사 1번에 10억원 이상 남길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품은 고객이 개인정보를 작성시키게 만들기 위한 미끼일 뿐 사실상 정보장사를 해온 셈이다.

커지는 경품조작
꼬리 자르기

소비자들을 더욱 기막히게 만든 것은 이런 개인정보 장사가 홈플러스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노동조합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개인정보 판매에 따른 수익 목표를 정한 자체 사업보고서를 해마다 만들었다. 홈플러스 실무진은 ‘올해 안에 고객들의 개인정보 판매로 40억원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내용의 사업보고서를 작성해 경영진에 보고했다.

홈플러스는 경품행사 응모권에 직원 회사 사번란을 따로 마련해 경품 응모자 수를 늘리라고 압박했다. 계산원들에게는 응모권 1장당 100원씩 인센티브를 걸고, 개인별로 300장씩 목표를 할당했다. 협력업체 직원들에게도 응모자 수를 올리라는 압력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홈플러스가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약속하는 등 경영진이 앞장서 개인정보 수집을 독려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경품 조작규모는 당초 밝혀진 것보다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홈플러스는 올 초 다이아몬드 반지와 고급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고 행사를 벌였다. 그런데 이러한 행사 대부분의 1등 당첨자는 경품을 받지 못했다. 미지급 사례는 쏟아졌다. 대부분의 당첨자들은 “당첨사실을 몰랐다”며 놀랐다. 홈플러스는 공교롭게도 당첨자가 전화를 안 받아서 취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고 차첨자를 뽑은 것도 아니었다. 당첨 무효처리를 한 것이다.

1등 경품으로 나왔던 7800만원 상당의 2캐럿짜리 클래식 솔리테르 다이아몬드 링은 국내에 한 번도 수입된 적 없는 제품이었다. 2012년 3월에는 4500만원 상당의 외제 자동차를 1등 상품으로 내건 행사에서 당첨자를 조작했다. 홈플러스 한 직원이 응모 프로그램을 조작해 친구를 1등 당첨자로 만들었다. 경품으로 받은 승용차는 되팔아서 3000만원을 챙겼다. 자신의 친구에게 경품이 돌아가도록 한 뒤 물건을 현금화해 나눠 가진 것이다.

여기서 검찰은 홈플러스의 경품조작 의혹을 추가로 포착했다. 검찰은 홈플러스 경품담당 보험서비스팀 과장 정모씨를 구속기소하고 같은 팀 대리 최모씨와 경품 추첨 대행업체 대표 손모씨, 이들과 공모해 경품을 타낸 김모씨도 불구속기소했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를 조작하는 데 이용된 차량이 기존에 알려진 BMW 외에도 3~4대가 추가로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자체 진상조사 후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한 아우디와 K3 차량 등을 합치면 추첨 결과를 바꾼 것이 총 10여건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상생의 그늘
의무휴업 피하기

이 같은 경품사기 사건 및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알려지면서 홈플러스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떨어진 신뢰는 실적부진으로 이어졌다. 홈플러스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보다 4.1%나 감소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 위축을 감안해도 기대 이하의 성적표다. 같은 기간 이마트는 0.6%, 롯데마트는 2.9% 하락에 그쳤다.

돌파구를 찾지 못한 홈플러스는 꼼수를 부리기 시작했다. 임대매장(입점업체)의 휴무일을 없애고 영업을 강행한 것이다. 홈플러스 임대매장은 말 그대로 임대료를 홈플러스에 내고 독립적인 영업행위를 하는 의류매장, 음식점 등의 사업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월 2회 공휴일에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런데 인천에 있는 한 지점과 서울 강서에 위치한 홈플러스의 임대매장이 의무휴업 없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두 번째 일요일인 지난14일과 네 번째 일요일인 28일 홈플러스 강서점과 가양점의 임대매장은 모두 정상영업을 했다. 이날 매장 직원과 점주는 모두 출근했다. 업계에서는 온갖 악재에 겹친 홈플러스가 임대매장을 통해 손실을 메우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6월 공개된 홈플러스가 수입 수수료로 거둔 지난해 매출은 3700억원가량이다. 이 돈의 대부분은 홈플러스에 입점한 임대매장이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홈플러스에 낸 수수료로 알려져 있다. 홈플러스가 입점업체에 요구하는 매장 수수료는 평균 20%로 파악됐다. 브랜드마다 다르지만 많은 경우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무는 곳도 있었다. 따라서 쉬는 날 없는 임대매장의 영업은 매출이 작더라도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점주들은 분통을 터뜨렸고 주변 지역 유통업체와 소비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이들은 홈플러스가 상생은커녕 삶의 터전까지 뺏어간다며 비판했다.

3년간 홈플러스는 동반성장지수 최하위 등급을 받으며 상생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노사갈등도 극에 달했다. 계산직과 판매직 사원의 임금 인상을 놓고 노사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노조는 부분 파업에 이어 전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닳아버린
구두 한 켤레

홈플러스를 향한 비난여론이 거세지면서 모든화살은 도성환 사장을 향하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도 전 도 사장은 이 전 회장과 함께 고객정보유출 사건에 연루되면서 사퇴압박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도 사장은 지난달 이 전 회장이 모든 직위를 내려놓으면서 홈플러스의 모든 짐을 떠안은 상태다. 이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에 당시 업계 안팎에선 사퇴 배경을 두고 뒷말이 많았다. 홈플러스 측은 이 전 회장의 사퇴에 대해 연구와 교육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지만 꼬리를 자르고 모든 책임을 도 사장에게 떠넘긴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었다.

실제 도 사장이 홈플러스의 모든 짐을 떠안으면서 내홍은 터질 대로 터졌다. 15년 동안 달려온 길 끝에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 전 회장의 갑작스런 사임에 대해 영국 테스코 회장의 퇴임과 관련이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들어 테스코는 40년 만에 최악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러한 실적부진에 필립 클라크 테스코 회장은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하며 지난 7월 사임했다. 클라크 회장은 2011년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뒤 실적부진으로 압력을 받아왔다. 지난 5월까지 테스코 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3.8% 하락했고 클라크 부임 이후 주가는 27% 하락해 주주들의 손실이 88억파운드(약 15조원) 규모에 이르렀다.

투자자들은 클라크 회장의 능력 부재가 테스코의 저조한 경영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 달 테스코에는 데이브 루이스가 후임 CEO로 부임할 예정이다. 테스코 경영자문역을 맡아온 이 회장의 입장에서는 클라크 회장의 퇴임이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미지 추락과 실적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도 사장을 테스코 본사가 계속 신임할지도 의문이다. 도 사장을 가로막던 이 전 회장의 빈자리를 도 사장이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고객정보 장사’ 개입 조사
도 사장 사퇴 목소리 커져

사실상 도 사장은 이 전 회장이 철저하게 키운 후계자이자 아끼는 후배였다. 두 경영자의 인연은 각별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1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도 사장은 뉴욕지사·기획팀 등을 거쳐 1995년 유통부문에 배치되면서 처음으로 유통에 발을 내디뎠다. 1998년 9월 도 사장은 삼성물산 홈플러스 1호점인 대구점을 맡게 됐다. 도 사장은 당시 대표였던 이 회장으로부터 구두 한 켤레를 선물 받았다. 신임 점장이 최고 경영자로부터 구두 선물을 받은 것이다. 그만큼 구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구두가 닳도록 현장을 뛰어다니라는 의미였다. 그 구두를 신은 도 사장은 15년 뒤 홈플러스의 새로운 수장이 됐다. 이 전 회장은 홈플러스가 정식으로 출범한 1999년 6월부터 회사를 이끌 후임자로 도 사장을 점찍었다. 이후 이 회장의 후계자 수업이 시작됐고, 두 사람은 함께 홈플러스를 키워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홈플러스의 성장은 더뎠다. 대형마트 1등이라는 목표는 아직까지 이루지 못 했다.

결정적으로 이번 고객정보 유출 사건에 연루된 두 사람은 함께 추락하게 됐다. 앞으로 도 사장이 홈플러스를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평가는 엇갈릴 전망이다. 하지만 이미 신뢰는 바닥수준으로 떨어져, 신성장동력을 찾는데 조금 늦어버린 모습이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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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