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증세 폭탄 미소 짓는 기업들 리스트

국민 한숨 짙어지는데 몰래 ‘키득키득’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정부의 세제개편에 서민들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서민들의 한숨은 짙어지고 있는데 일부 기업들은 뒤에서 웃고 있다. 증세로 인한 간접 효과 때문이다. 웃음을 감추고 있는 기업들을 찾아보았다.

지난11일 정부가 담뱃값 2000원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2004년 500원이 오른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이번 담뱃값 인상 이유에 대해 정부는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웃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증세에 따라 간접적인 수혜를 입는 기업들이다.

제약사 콧노래
KT&G 기대감↑

증권사들은 수혜주에 대한 분석을 줄줄이 쏟아냈다. 특히 증권가는 금연보조제 업종에 주목하고 있다. 돈 때문에라도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금연보조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담배, 금연초, 패치 등 다양한 금연 보조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자담배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0% 이상 늘었다. 은단 판매는 186%, 쑥담배와 금연파이프 판매는 164% 증가했다.

제약사들은 주로 패치형 금연보조제를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가장 많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제약사다. 실제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발표 이후 국내 대형 제약사들의 주가는 평균 5% 이상 증가했다. 코스피 의약품 지수도 4.5% 늘어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담뱃값 인상이 제약사에게는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분명한 것은 제약사에게 위험성은 없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담뱃값이 인상된 다음 해인 2003년과 2005년 제약업종 주가 상승률은 각각 34.2%, 118.3%였다. 당시 시장평균 상승률 29.2%와 54.0%를 크게 웃도는 수치였다.


제약사 중에서도 증권가는 한독약품을 주시하고 있다. 아직까지 주가의 뚜렷한 증가세는 보이지 않지만 한독약품은 금연보조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독약품의 ‘니코스탑’은 붙이는 패치형 금연보조제로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니코스탑은 한독이 지난 2007년 대웅제약으로부터 판매권을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영업마케팅 독점권을 보유한 제품이다. 제조는 삼양그룹 계열사인 삼양바이오팜이 하고 있다. 또한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생산해 동화약품이 판매하는 ‘니코틴엘’과 존슨앤존슨의 ‘니코레트’도 대표 금연보조제다.
 

제약업계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심지어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을 두둔하기도 했다. 국내 제약사 한 관계자는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많은 흡연자들이 금연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건강증진을 위해서 금연하는 분위기는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담뱃값이 500원 올랐을 때 3배 정도 성장한 만큼, 이번 인상안 이후 금연보조제 시장이 늘어나는 등 사실상 제약사 입장에서는 전망이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얼마만큼 오를지 확정되지 않아 수혜를 볼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일축했다.

담뱃값 인상에 담배회사들 표정관리
사재기 조짐 편의점·대형마트 대박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담배제조업체 KT&G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다. 담뱃값 인상으로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뱃값 자체가 오르기 때문에 전체적인 매출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담뱃값 인상이 KT&G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담뱃세 인상안이 하반기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평균판매단가(ASP)를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교보증권 한 연구원은 “이번 담배 세금 인상안 발표로 KT&G를 포함한 담배업계는 장기적으로 흡연율 하락에 따른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하나, 순매출단가의 상승효과로 상쇄될 전망”이라며 “특히 물가연동제 등이 포함돼 장기적으로 순매출 단가의 상승효과가 기대되고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군 확보로 외국계 경쟁사 대비 높은 가격 결정력을 확보하는 등 긍정적 요인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분석에서도 중저가 라인에 대해서만 소비자가격을 갑당 200원씩 세금에 덧붙여 올려도 KT&G의 주당순이익(EPS)은 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물가연동제까지 시행된다면 연간 10%가량의 실적 전망 상향 요인이 발생한다. 경쟁사는 제품 가격을 2011년과 2012년에 갑당 200원씩 올렸으나 KT&G는 아직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는 점도 기대 요인이다. 덕분에 KT&G 주가는 연초 7만3600원에서 최근까지 9만원을 뚫어 30% 이상 올랐다.

편의점·대형마트
반짝 인기 누려


단기적으로는 편의점, 대형마트 등이 재미를 보았다. 담뱃값 인상 발표 이후 담배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대형마트과 편의점의 담배 매출이 크게 늘었다. 기획재정부가 담배 사재기를 막기 위해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고시'를 시행하고 벌금까지 걸어놓았지만 막지 못하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발표하기 직전인 10일부터 11일까지 이마트의 이틀간 담배 매출은 평소보다 2배 이상 상승했다. CU, 세븐일레븐, GS25 등 국내 주요 편의점 3사의 담배 매출도 담뱃값 인상 발표 전주 대비 30%가량 뛰었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모든 고객들에게 고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각 점포에 구매제한 공지를 내려 보냈다”면서도 “담뱃값 인상이 크게 이슈화 되면서 일부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고 KT&G로부터 물량 공급도 원활하지 않았을 정도”라고 털어 놓았다.

담뱃값 인상 발표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BGF리테일은 11일 전 거래일보다 2200원(3.42%)오른 6만6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GS리테일은 전날보다 1550원(6.60%) 상승한 2만5050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 주가의 동반 강세 역시 정부의 연이은 담뱃값 인상 발표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은 편의점 CU와 GS25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담배는 편의점업체에서 가장 매출비중이 큰 품목으로 꼽힌다.

또한 담배가격이 인상된 이후에도 편의점업체 및 대형마트는 유통재고에서 발생하는 일회성 이익과 담배가격 인상에서 오는 구조적 매출 및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현대증권 한 연구원은 “올해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의 담배 관련 매출은 각각 1조2000억원으로 이는 전체 편의점 매출의 3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담배가격이 2000원 인상된다면 상위 두 업체의 내년 영업이익은 800억원,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에 따른 매출증가 효과는 약 5000억원, 판매마진 10% 감안 시 추가 영업이익은 5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 제과업체들도 들뜬 분위기다. 담배를 끊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초콜릿과 사탕, 껌 등 금연을 돕는 입가심용 간식 판매도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자동차세 인상에
철도·자전거 업

담뱃값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에 이어 레저세 도입과 자동차세 인상 등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카지노 레저세는 기존 경마, 경륜, 경정, 소싸움에 부과하는 세금을 카지노에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안전행정부가 지난12일 발표한 ‘2014년 지방세제 개편 방향’에서 레저세 도입 방안은 빠졌다. 카지노 업종에 대한 레저세 부과 논의는 지난 2010년 이후 몇 차례 불거졌지만 번번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아직까지 도입은 불발됐지만, 실제 레저세를 부과하게 되면 카지노마다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국내 대표적 카지노시설인 강원랜드다. 매출의 10%가 레저세로 부과되는 만큼 강원랜드의 지난해 매출은 1조2773억원으로 1277억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다만 GKL이나 파라다이스는 타격을 입지 않을 전망이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레저세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의 때문에 아직까지 레저세 부과를 두고 말이 많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레저세가 부과되면 강원랜드의 영업이익은 기존 추정치 대비 14∼15% 정도 줄어들 것”이라면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파라다이스나 GKL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자동차세 연납 할인제도도 2016년까지 폐지된다. 이렇게 되면 경차(모닝 기준)의 경우 연간 1만원, 중형차(쏘나타 기준)는 5만원, 대형차(에쿠스)는 13만원가량 할인 혜택이 사라지게 된다.


금연보조제 관심 폭발…제약사 함박웃음
자동차세 인상에 철도·자전거 기대감 ↑

자동차세 인상으로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자동차부품, 블랙박스 등의 자동차 관련 업계는 타격이 예상된다. 신규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들수록 자동차부품과 블랙박스 등의 시장도 함께 좁아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거꾸로 대중교통과 관련된 철도업계와 자전거시장에 관심이 몰릴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코레일을 비롯해 현대로템, 동양강철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삼천리자전거, 알톤스포츠 등 자전거 업체들도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전기료 인상
재미본 한전

한국전력의 경우 전기요금 인상으로 재미를 봤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공요금을 인상한 바 있다. 당시 한전은 11월 산업용 6.4%, 주택용 2.7%, 일반용 5.8% 등 전기요금을 평균 5.4% 인상했다.

이후 한전은 올 들어 지난해보다 주가가 20% 이상 올랐다. 이 같은 주가 상승은 전기 요금인상으로 인한 실적개선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3만5000원 안팎이었던 한국전력의 주가는 18일 4만6400원까지 상승했다. 반년 동안 20% 이상이 오른 셈이다. 한국전력의 시가총액도 3조원 규모로 늘어났다.

외국인들의 매수세 덕분도 있었겠지만 전기료 인상으로 인한 실적 개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1월에는 평균 4%를, 11월에는 5.4%를 각각 올렸다.
 


요금 인상은 실제로 올 1분기 한국전력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6.6% 증가한 1조227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7.1% 증가한 14조7726억원을 기록했다.

아직까지도 한국전력은 강세다. 배출권 거래제를 앞두고 또다시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도 있다는 업계의 분석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내년 1월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앞두고 정부가 가격 기능으로 수요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키움증권 한 연구원은 “지난 6월 산업부 장관 역시 배출권 거래제가 강화되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며 “최종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상향될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에너지 정책에 상당기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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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