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증세 폭탄 미소 짓는 기업들 리스트

국민 한숨 짙어지는데 몰래 ‘키득키득’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정부의 세제개편에 서민들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서민들의 한숨은 짙어지고 있는데 일부 기업들은 뒤에서 웃고 있다. 증세로 인한 간접 효과 때문이다. 웃음을 감추고 있는 기업들을 찾아보았다.

지난11일 정부가 담뱃값 2000원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2004년 500원이 오른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이번 담뱃값 인상 이유에 대해 정부는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웃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증세에 따라 간접적인 수혜를 입는 기업들이다.

제약사 콧노래
KT&G 기대감↑

증권사들은 수혜주에 대한 분석을 줄줄이 쏟아냈다. 특히 증권가는 금연보조제 업종에 주목하고 있다. 돈 때문에라도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금연보조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담배, 금연초, 패치 등 다양한 금연 보조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자담배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0% 이상 늘었다. 은단 판매는 186%, 쑥담배와 금연파이프 판매는 164% 증가했다.

제약사들은 주로 패치형 금연보조제를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가장 많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제약사다. 실제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발표 이후 국내 대형 제약사들의 주가는 평균 5% 이상 증가했다. 코스피 의약품 지수도 4.5% 늘어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담뱃값 인상이 제약사에게는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분명한 것은 제약사에게 위험성은 없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담뱃값이 인상된 다음 해인 2003년과 2005년 제약업종 주가 상승률은 각각 34.2%, 118.3%였다. 당시 시장평균 상승률 29.2%와 54.0%를 크게 웃도는 수치였다.


제약사 중에서도 증권가는 한독약품을 주시하고 있다. 아직까지 주가의 뚜렷한 증가세는 보이지 않지만 한독약품은 금연보조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독약품의 ‘니코스탑’은 붙이는 패치형 금연보조제로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니코스탑은 한독이 지난 2007년 대웅제약으로부터 판매권을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영업마케팅 독점권을 보유한 제품이다. 제조는 삼양그룹 계열사인 삼양바이오팜이 하고 있다. 또한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생산해 동화약품이 판매하는 ‘니코틴엘’과 존슨앤존슨의 ‘니코레트’도 대표 금연보조제다.
 

제약업계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심지어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을 두둔하기도 했다. 국내 제약사 한 관계자는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많은 흡연자들이 금연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건강증진을 위해서 금연하는 분위기는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담뱃값이 500원 올랐을 때 3배 정도 성장한 만큼, 이번 인상안 이후 금연보조제 시장이 늘어나는 등 사실상 제약사 입장에서는 전망이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얼마만큼 오를지 확정되지 않아 수혜를 볼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일축했다.

담뱃값 인상에 담배회사들 표정관리
사재기 조짐 편의점·대형마트 대박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담배제조업체 KT&G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다. 담뱃값 인상으로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뱃값 자체가 오르기 때문에 전체적인 매출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담뱃값 인상이 KT&G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담뱃세 인상안이 하반기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평균판매단가(ASP)를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교보증권 한 연구원은 “이번 담배 세금 인상안 발표로 KT&G를 포함한 담배업계는 장기적으로 흡연율 하락에 따른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하나, 순매출단가의 상승효과로 상쇄될 전망”이라며 “특히 물가연동제 등이 포함돼 장기적으로 순매출 단가의 상승효과가 기대되고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군 확보로 외국계 경쟁사 대비 높은 가격 결정력을 확보하는 등 긍정적 요인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분석에서도 중저가 라인에 대해서만 소비자가격을 갑당 200원씩 세금에 덧붙여 올려도 KT&G의 주당순이익(EPS)은 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물가연동제까지 시행된다면 연간 10%가량의 실적 전망 상향 요인이 발생한다. 경쟁사는 제품 가격을 2011년과 2012년에 갑당 200원씩 올렸으나 KT&G는 아직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는 점도 기대 요인이다. 덕분에 KT&G 주가는 연초 7만3600원에서 최근까지 9만원을 뚫어 30% 이상 올랐다.

편의점·대형마트
반짝 인기 누려


단기적으로는 편의점, 대형마트 등이 재미를 보았다. 담뱃값 인상 발표 이후 담배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대형마트과 편의점의 담배 매출이 크게 늘었다. 기획재정부가 담배 사재기를 막기 위해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고시'를 시행하고 벌금까지 걸어놓았지만 막지 못하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발표하기 직전인 10일부터 11일까지 이마트의 이틀간 담배 매출은 평소보다 2배 이상 상승했다. CU, 세븐일레븐, GS25 등 국내 주요 편의점 3사의 담배 매출도 담뱃값 인상 발표 전주 대비 30%가량 뛰었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모든 고객들에게 고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각 점포에 구매제한 공지를 내려 보냈다”면서도 “담뱃값 인상이 크게 이슈화 되면서 일부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고 KT&G로부터 물량 공급도 원활하지 않았을 정도”라고 털어 놓았다.

담뱃값 인상 발표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BGF리테일은 11일 전 거래일보다 2200원(3.42%)오른 6만6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GS리테일은 전날보다 1550원(6.60%) 상승한 2만5050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 주가의 동반 강세 역시 정부의 연이은 담뱃값 인상 발표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은 편의점 CU와 GS25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담배는 편의점업체에서 가장 매출비중이 큰 품목으로 꼽힌다.

또한 담배가격이 인상된 이후에도 편의점업체 및 대형마트는 유통재고에서 발생하는 일회성 이익과 담배가격 인상에서 오는 구조적 매출 및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현대증권 한 연구원은 “올해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의 담배 관련 매출은 각각 1조2000억원으로 이는 전체 편의점 매출의 3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담배가격이 2000원 인상된다면 상위 두 업체의 내년 영업이익은 800억원,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에 따른 매출증가 효과는 약 5000억원, 판매마진 10% 감안 시 추가 영업이익은 5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 제과업체들도 들뜬 분위기다. 담배를 끊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초콜릿과 사탕, 껌 등 금연을 돕는 입가심용 간식 판매도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자동차세 인상에
철도·자전거 업

담뱃값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에 이어 레저세 도입과 자동차세 인상 등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카지노 레저세는 기존 경마, 경륜, 경정, 소싸움에 부과하는 세금을 카지노에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안전행정부가 지난12일 발표한 ‘2014년 지방세제 개편 방향’에서 레저세 도입 방안은 빠졌다. 카지노 업종에 대한 레저세 부과 논의는 지난 2010년 이후 몇 차례 불거졌지만 번번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아직까지 도입은 불발됐지만, 실제 레저세를 부과하게 되면 카지노마다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국내 대표적 카지노시설인 강원랜드다. 매출의 10%가 레저세로 부과되는 만큼 강원랜드의 지난해 매출은 1조2773억원으로 1277억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다만 GKL이나 파라다이스는 타격을 입지 않을 전망이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레저세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의 때문에 아직까지 레저세 부과를 두고 말이 많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레저세가 부과되면 강원랜드의 영업이익은 기존 추정치 대비 14∼15% 정도 줄어들 것”이라면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파라다이스나 GKL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자동차세 연납 할인제도도 2016년까지 폐지된다. 이렇게 되면 경차(모닝 기준)의 경우 연간 1만원, 중형차(쏘나타 기준)는 5만원, 대형차(에쿠스)는 13만원가량 할인 혜택이 사라지게 된다.


금연보조제 관심 폭발…제약사 함박웃음
자동차세 인상에 철도·자전거 기대감 ↑

자동차세 인상으로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자동차부품, 블랙박스 등의 자동차 관련 업계는 타격이 예상된다. 신규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들수록 자동차부품과 블랙박스 등의 시장도 함께 좁아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거꾸로 대중교통과 관련된 철도업계와 자전거시장에 관심이 몰릴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코레일을 비롯해 현대로템, 동양강철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삼천리자전거, 알톤스포츠 등 자전거 업체들도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전기료 인상
재미본 한전

한국전력의 경우 전기요금 인상으로 재미를 봤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공요금을 인상한 바 있다. 당시 한전은 11월 산업용 6.4%, 주택용 2.7%, 일반용 5.8% 등 전기요금을 평균 5.4% 인상했다.

이후 한전은 올 들어 지난해보다 주가가 20% 이상 올랐다. 이 같은 주가 상승은 전기 요금인상으로 인한 실적개선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3만5000원 안팎이었던 한국전력의 주가는 18일 4만6400원까지 상승했다. 반년 동안 20% 이상이 오른 셈이다. 한국전력의 시가총액도 3조원 규모로 늘어났다.

외국인들의 매수세 덕분도 있었겠지만 전기료 인상으로 인한 실적 개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1월에는 평균 4%를, 11월에는 5.4%를 각각 올렸다.
 


요금 인상은 실제로 올 1분기 한국전력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6.6% 증가한 1조227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7.1% 증가한 14조7726억원을 기록했다.

아직까지도 한국전력은 강세다. 배출권 거래제를 앞두고 또다시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도 있다는 업계의 분석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내년 1월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앞두고 정부가 가격 기능으로 수요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키움증권 한 연구원은 “지난 6월 산업부 장관 역시 배출권 거래제가 강화되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며 “최종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상향될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에너지 정책에 상당기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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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