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의무휴업 피하기 논란

쉬는날 가판대 깔고…딱걸린 꼼수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추석 당일에도 대형마트는 문을 열었다.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즐거운 명절이 괴롭다. 고향을 가거나 가족을 만나는 건 꿈도 꾸지 못한다. 그나마 한 달에 두 번이나마 쉴 수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일부 홈플러스 지점이 임대매장의 휴무일을 없애고 영업을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석에도 가족들 외면하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한 달에 두 번 있던 휴일마저 포기하라고요? 구청장이 허가해서 영업한다고 하셨죠. 그럼 여기서 일하는 우리들 의견은 물어보기나 하셨나요?”
이달 초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홈플러스에서 고성이 오갔다. 홈플러스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못 박았고, 점주들은 “일방적인 ‘갑의 횡포’”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우는 점주들

홈플러스 임대매장(입점업체)은 식품매장 바깥에 입점한 의류매장, 음식점, 커피숍, 안경점 등을 말한다. 홈플러스 임대매장은 말 그대로 임대료를 홈플러스 측에 내고 독립적인 영업행위를 하는 사업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월 2회 공휴일에 문을 닫아야 한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홈플러스 매장은 둘째, 넷째 주 일요일로 정했다. 그런데 최근 강서에 있는 홈플러스가 마트 내 임대매장을 의무휴업 없이 영업하도록 만들어 상인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업계에서도 동반성장지수 3년 연속 최하 등급, 경품사기사건, 노조파업 등 온갖 악재에 겹친 홈플러스가 임대매장을 통해 손실을 메우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두 번째 일요일인 지난14일 홈플러스 강서점과 가양점의 임대매장은 모두 정상영업을 했다. 이날 매장 직원과 점주는 모두 출근했다. 점주들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홈플러스에 입점한 한 의류매장 직원은 “그나마 한 달에 두 번 쉬면서 활력소를 얻고 다음날 열심히 일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무기력해졌다”며 “앞으로 하루도 쉬지 못하고 출근한다는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숨이 턱턱 막힌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일 식품매장을 열지 않기 때문에 손님은 들어오지도 않았고, 매출도 미미했다”며 “직원과 점주는 죽을 맛인데, 영업을 하면 전체적으로는 매출이 생기니까 홈플러스만 돈 버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지난6월 공개된 홈플러스가 수입 수수료로 거둔 지난해 매출은 3700억원 가량이다. 이 돈의 대부분은 홈플러스에 입점한 임대매장이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홈플러스에 낸 수수료로 알려져 있다. 홈플러스가 입점업체에 요구하는 매장 수수료는 평균 20%로 파악됐다. 브랜드마다 다르지만 많은 경우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무는 곳도 있었다. 따라서 쉬는 날 없는 임대매장의 영업은 매출이 작더라도 홈플러스 입장에서는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임대매장 통해 손실 메우기…상인들 빈축
“일방적 영업 강행”…“절 싫으면 떠나라”

주변 지역 유통업체와 소비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주변 상인들과의 상생은커녕 삶의 터전까지 뺏어간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 주변에서 보세의류를 판매하는 사장은 “일 터질 때마다 지역 상권과 상생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더니 규제를 피해 돈을 벌어가려는 수작”이라며 “대기업 자본이 규제 망의 허점을 이용해 꼼수를 부리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이를 어기면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비자들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강서구에 사는 한 주부는 “솔직히 식품매장이라면 몰라도 주변에 맛집이나 쇼핑몰도 많은데, 홈플러스 내 의류매장이나 식당을 일부러 찾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의무휴업을 은근슬쩍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부터 홈플러스는 매장에 입점한 업체들을 ‘대형마트’에서 ‘쇼핑센터’로 등록을 변경해 의무휴업 피하기 ‘꼼수’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의무휴업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 위한 ‘밑작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쇼핑센터는 유통법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강서에 위치한 홈플러스들 역시 유통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워 점주에게 영업을 강요했다. 직영점이 아닌 별도의 쇼핑센터라는 점을 들어 임대매장은 영업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주장이다. 이는 서울 강서구청이 의무휴업일 지정에 관한 일정을 구청장이 별도로 공고하도록 하고, '임대매장의 의무휴업은 매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한다'는 단서를 달아 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강서구청이 홈플러스 임대매장들에 의무휴업일에도 정상영업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준 셈이다.

강서구청은 이러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전적인 책임은 슬쩍 다른 곳에 떠넘겼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입점업체 개인사업자에 대해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법을) 완화해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역여건에 맞게 상생 협의할 수 있게 하라는 지시가 들어왔고, 개인 사업자를 제한할 수 없는 근거가 미약하다보니 우리로서도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 자체가 애매한 부분이 있어 명확한 규정을 따지기 어렵고, 사실상 모순점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산자부에서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홈플러스가 임대매장의 영업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전달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즉, 휴일 없는 정상영업은 의무조항이 아닌 자율조항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가 유통법을 어기지 않았다 해도 점주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게 된다. 점주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영업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내 임대매장 점주는 “홈플러스는 자꾸 강서구청에서 임대매장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는 점을 내세워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다”며 “우리가 열 받는 것은 홈플러스가 점주들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영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통화가 되지 않아 문자 및 메일까지 보냈지만 끝내 답변은 듣지 못했다.

“이럴줄 알았다”

강서구에 있는 홈플러스뿐만이 아니다. 인천 남구의 홈플러스 인하점 임대매장도 의무휴업일에 정상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매출효과가 거의 없다보니 점주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익명을 요구한 인천 인하점 한 의류매장 점주는 “직원을 하루라도 쉬게 해줘야 하니까 나 혼자 장사를 하는 날이 많아졌다”며 “손님은 안 들어오고 매출은 거의 없는데, 하루 종일 밥도 못 먹고 서 있다보니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든 상황”이라고 털어 놓았다.

홈플러스 숭의점도 올 초까지 휴일 없이 영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남구의 인하점과 숭의점의 임대매장들이 별도 상업시설로 인정돼 의무휴업일에도 정상영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그런데 한 언론사의 고발로 점주 및 소비자로부터 빈축을 샀고, 이후 숭의점 임대매장은 휴일 없는 영업을 철회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인정보 유출' 홈플러스 수사 윗선 확대
이승한 전 회장·도성환 사장도 수사 받는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과 이승한 전 회장이 출국금지 됐다. 도 사장과 이 전 회장이 개인정보 유출 혐의를 보고 받고 이를 지시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기 때문. 이에 따라 검찰은 두 경영진을 포함한 임원진들에게도 출국금지령을 내렸다.

검찰에 따르면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은 지난 17일 홈플러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합수단은 도 사장 등 경영진의 사무실에서 내부 문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홈플러스가 최근 약 5년간 경품행사에 응모한 고객들의 개인정보 수십만건을 시중 보험회사들에 마케팅 용도로 불법 판매하는 과정에서 도 사장과 이 전 회장이 개입한 단서를 찾아낸 것. 따라서 합수단은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유출이 회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압수물 분석을 끝마치는 대로 합수단은 홈플러스 관계자들을 소환, 고객 정보 유출 경위와 수익규모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또한 보험서비스팀 정모 과장과 최모 대리가 경품프로그램을 조작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BMW,아우디 등 외제 승용차 4대를 빼돌린 범행 외에도 다른 경품조작이 더 있었을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이처럼 개인정보유출에 윗선까지 개입하고, 경품 조작 규모가 당초 밝혀진 것 보다 더 큰 것으로 드러나면서 요즘 홈플러스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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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