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라이프 ‘설계사 빼가기’ 공방전

빼간다 삿대질 하더니 이젠 빼가?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메트라이프생명이 경쟁사의 설계사를 빼간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경쟁사에 있는 설계사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세워 도 넘은 스카우트를 강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 메트라이프는 “사실무근”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 같은 공방전이 이어지면서 업체 간 설계사 영입 경쟁은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는 보험설계사 스카우트 ‘과당 경쟁’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에는 메트라이프생명의 설계사 빼가기 논란에 업계가 시끄럽다. 2년 전 AIA생명의 설계사 영입에 발끈해 소송까지 걸었던 메트라이프가 같은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진흙탕 싸움

지난 2012년 메트라이프생명은 AIA생명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AIA생명이 고액의 급여를 제시해 메트라이프 설계사들을 빼갔다는 이유에서다. 메트라이프는 AIA생명 본사와 이직 설계사들을 상대로 총 15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메트라이프는 AIA생명이 500여명의 설계사들을 대거 빼갔다며 비판했고, AIA는 메트라이프에 불만을 느낀 직원들이 넘어왔을 뿐 과도한 인센티브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경쟁업체 한 관계자는 “설계사직은 워낙 이직률이 높고, 각자가 원하는 조건에 따라 움직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팀 단위로도 움직이고, 개인으로도 움직이는데 이걸 가지고 소송까지 벌인 것은 다소 과도한 행동으로 보여진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최근 메트라이프생명이 거꾸로 AIA생명의 설계사들을 다시 끌어들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년 전 메트라이프생명에서 AIA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한 설계사는 “단순히 금전적인 이유로 수년간 몸 담았던 메트라이프를 떠난 것은 아니었다”며 “영업현장에 대한 지원을 거의 끊고 비용절감과 수익확보에 혈안이 된 메트라이프에 염증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우리가 대규모로 이동하고 나서 메트라이프 전속설계사 조직은 계속 급감하고 있다”며 “메트라이프는 조직 급감에 대한 타계책으로 타사의 설계사들을 상당한 스카웃 머니를 제공하며 데려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송 이후 메트라이프의 설계사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메트라이프생명의 전속설계사는 2011년 말 기준 7222명에서 2012년 6399명, 지난해 5588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사는 “회사를 떠난 사람들에게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해 놓고 뒤에서는 타사 사람들을 영입하는 행동을 버젓이 하고 있다”며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냐”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올해 ING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설계사들이 메트라이프로 대거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ING생명의 한 지점에 근무하던 40여명의 설계사들이 한꺼번에 메트라이프로 넘어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푸르덴셜생명의 이그제큐티브(Executive) 라이프 플래너 4∼5명도 메트라이프로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그제큐티브 라이프 플래너는 푸르덴셜의 라이프 플래너 최고 등급이다. 이 회사 라이프플래너가 된 뒤 이그제큐티브 등급에 오르는 데는 평균 12년의 시간이 걸린다.

‘과도한 베팅질’ 도 넘은 스카우트 논란
“원래 이직 많아…자유 의지일 뿐”일축

메트라이프는 경쟁사의 설계사들이 자사로 대거 들어왔다는 점에 대해 시인했다. 하지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설계사들의 자발적인 결정이었을 뿐, 대가성 조건은 전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메트라이프 관계자는 “(ING생명과 푸르덴셜의) 설계사들이 들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ING생명의 경우 수장도 바뀌고, 영업 환경도 바뀌다 보니 설계사들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회사를 다니고 싶어 하는 니즈가 높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마치 우리가 빼왔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제보자의 자료에 대해 “음해성 문건”이라며 “문건 내용을 100% 사실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AIA생명 이직설계사 소송에 대해 메트라이프 측은 “정확하게 몇 명에게 소송을 걸었는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지만 일부 지점장들에 한해서만 소송을 한 것”이라며 “(AIA생명으로) 넘어갔던 500명의 설계사 전부에게 소송을 진행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AIA에 넘어간 설계사들에게 재영입을 요구했다는 점에 대해 이곳 관계자는 “이직한 일부 설계사들이 해당 보험사의 문화나 보수 체계 등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아 메트라이프로 돌아오고 싶어 했다”며 “이직 후 1~2개월 동안만 (AIA에) 있었던 설계사에게만 다시 들어온다면 기존에 받았던 보수를 유지해주기로 했을 뿐, 절대로 대가성 인센티브를 제시했던 적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특히 문건에 안내돼 있는 설계사 동반 이동에 대한 스카웃 규정에 대해 메트라이프 측은 상세한 설명이 빠졌다고 강력 반박했다. 메트라이프의 주장은 이렇다. 팀장이 10명 이상의 설계사와 함께 들어오면 메트라이프는 최대 6000만원을 지급한다. 하지만 영입을 주도한 사람이 모두 받는 것이 아니라 팀장까지 합쳐 11명이 나눠 갖는 구조다. 한꺼번에 지급하는 방식이 아닌 1년 동안 12개월을 나눠서 지급한다. 즉, 1인당 한 달 동안 45만원가량을 받게 되는 것이다.

메트라이프 관계자는 “문건에서 최대 6000만원을 주는 것만 부각해 마치 엄청난 인센티브를 주는 것처럼 나타냈다”며 “어느 설계사가 한 달에 45만원 받겠다고, 다른 직원들까지 끌고 들어 오겠냐”고 되물었다. 그는 “우리로서도 설계사들의 이직이 잦은 게 좋은 게 아니다”라며 “설계사들의 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교육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을 뿐, 외부영입으로 사세를 넓히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억울함 호소

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소송까지 벌여가며 보험모집인 스카우트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설계사의 기여도가 크기 때문이다. 설계사는 보험사 영업 현장과 판매 실적 부문에서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보험인협회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지나친 스카우트 경쟁은 ‘철새 설계사’들을 양산하게 된다”며 “이는 고아계약(관리자 없는 계약)과 같은 부작용을 낳아 결국 보험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 관행화된 타사 소속 설계사에 대한 스카우트 행위는 보험사 간 불필요한 마찰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러한 스카우트 경쟁은 보험사의 생산성 및 경영효율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메트라이프 12년 전에도…

설계사 쟁탈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설계사 빼오기 경쟁은 2000년대 이후 외국계 보험사가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하면서 심해졌다.

지난 2002년 푸르덴셜생명의 설계사 100여명이 메트라이프로 넘어갔다. 당시 푸르덴셜은 메트라이프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푸르덴셜이 메트라이프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한 것은 메트라이프 측이 푸르덴셜의 보험설계사를 무더기로 영입한 데 이어 설계사용 교육 자료까지 불법 복제했다는 이유에서다.

메트라이프뿐만이 아니다. 설계사 끌어들이기 경쟁은 점차 보험업계 관행처럼 여겨졌다. 2008년에는 ING생명에서 뉴욕생명(현 에이스생명)으로 500여명의 설계사들이 대거 이동해 논란이 일었다. 2010년에는 ING생명에서 미래에셋생명으로 넘어갔다. 올해에는 AIA생명이 ING생명의 스타지점을 인수하기 위해 30억원을 제시하는 등 두 차례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ING생명과 같이 매물로 거론되고 있는 보험사들의 소속 설계사들이 경쟁사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ING생명은 남아 있는 설계사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까지 도입했다. ‘장기 인센티브 제도(TARIS)'를 시행해 장기근무 보험설계사에게 매년 150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겠다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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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