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노릇’ 돈놀이하는 재벌들 백태

'짭짤한’ 사채놀이에 푹 빠진 회장님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국내 내로라하는 굵직한 재벌기업 회장들이 대부업으로 돈놀이를 하고 있다. 저소득· 저신용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부업체에 진출해 쏠쏠한 수익을 챙기는 모습이다. 현대그룹, 동양그룹, 부영그룹, 신안그룹, 청호나이스 등의 기업이 대부업체를 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들은 사채업을 위해 만든 게 아니라고 선 긋고 있지만, 업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그룹 간판 뒤에 숨어 돈놀이를 한 회장들을 조명해보았다.

재벌기업의 대부업 진출에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지금껏 영세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는커녕 고금리 대출을 통해 오너들의 배만 불린 사례가 파다했기 때문이다.

수익 대부분
오너 주머니로

최근에는 정휘동 청호나이스 회장의 개인회사가 도마에 올랐다. 대부업체 동그라미대부 이야기다. 금융권에 따르면 정 회장은 동그라미대부를 끼고 4년간 27억원에 달하는 돈을 벌었다.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고 동그라미대부에 약 99억원을 대여해 약 3억1414만원의 이자를 받는 등 대부업체 뒤에서 숨은 ‘전주’ 노릇을 해온 것이다.

동그라미대부는 사실상 정 회장의 개인회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그라미대부는 지난해 말 기준 정 회장이 지분 99.26%(4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동그라미대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배당을 실시했다. 1주당 2000원씩 총 8억600만원(배당성향 33.9%)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이 중 8억원이 정 회장 주머니로 들어갔다.

실적은 매년 늘어났다. 2011년 35억원에서 2012년 7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억원, 3억원에서 15억원, 13억원으로 올랐다. 지난해에는 8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30억원, 순이익은 24억원을 기록했다.


정 회장은 동그라미대부로부터 약 19억원의 이자수익을 챙겼다. 자신의 개인자금을 동그라미대부에 빌려주고 이자를 받은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동그라미대부의 대출채권 규모는 약 280억원에 달한다. 이 중 214억원은 차입금이다. 124억원은 청호나이스에서, 90억원은 동그라미2대부에서 빌린 자금이다. 여기서 동그라미2대부는 정 회장을 지칭한다.

정 회장은 지난해 1년 만기, 연리 6.9% 조건으로 90억원을 동그라미대부에 빌려주고 6억1600만원의 이자를 받아갔다. 2011년과 2012년에도 각각 89억원을 빌려준 대가로 6억2800만원, 6억5000만원의 이자수익을 올렸다.

오너일가 개인 대부업체 운영
계열에 대출해주고 이자 받아

부영그룹 오너도 대부업체를 통해 제 주머니를 채웠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부영대부파이낸스를 통해 배당금 5억원을 챙겼다. 부영대부파이낸스는 배당 성향만 239.04%를 기록해 업계 4위에 오른 반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순이익의 두 배를 배당한 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은 부영의 계열사 중 친인척 명의로 돼 있던 계열사 주식을 본인의 이름으로 바꾸는 식으로 지분율을 높였다. 내부거래로 문제가 될 여지가 있는 이 회장 가족 소유의 회사는 부영의 주력 계열사가 인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액의 세금이 발생해 이를 메우기 위해 무리한 배당을 실시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부영 계열사가 지난해 이 회장 일가의 주식을 사들이거나 자금 대여를 한 게 5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비상장 계열사가 총수 일가의 지배권 확보를 위해 사금고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부실계열사 지원
회장님 사금고


대부업체는 오너의 사금고로 전락해왔다. 그룹의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는 자금줄 수단으로 이용되곤 했다. 동양파이낸셜대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우선 동양증권의 100% 자회사인 대부업체 동양파이낸셜대부는 1년 반 동안 다른 동양 계열사들에 1조5621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빌려줬다. 이는 같은 기간 동양그룹 계열사 간 차입된 전체 금액의 91.2%에 해당된다. 심지어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 등에게는 저리로 자금을 빌려준 혐의도 받았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사금고 역할을 한 것이다.

구속 수감된 상황에 현 회장은 개인재산을 지키기 위해 옥중소송을 내기도 했다. 덕분에 현 회장은 ‘정신 못 차린 회장님’이란 오명을 얻었다.
 

검찰에 따르면 현 회장과 부인 이혜경씨는 지난해 대부업체 티와이머니대부 주식 16만주(지분율 80%)를 담보로 제공하고 동양파이낸셜로부터 78억8000만원을 빌렸다. 현 회장 명의로 39억8000만원, 부인 이씨 명의로 39억원을 각각 대출했다.

하지만 현 회장 부부는 정해진 기간에 차입금을 갚지 못했다. 동양파이낸셜은 이들이 맡긴 티와이머니 주식을 전량 인수했다. 동양파이낸셜의 티와이머니 지분율은 10%에서 90%로 뛰었다. 이에 현 회장 부부는 동양파이낸셜이 보유한 티와이머니 주식을 처분해선 안 된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두 회사는 기존 동양그룹 출자 구조상 지주사 역할을 한 핵심계열사였기 때문이다. 현 회장 측은 소송에서 티와이머니 주식 가액이 2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현 회장 부부에게 공탁금 4억원과 보증보험 36억원 등 총 40억원의 담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 회장 부부는 재판부의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 결국 가처분 신청은 각하됐다. 다만 동양파이낸셜은 티와이머니 주식을 당장 처분하기 어렵게 됐다. 채권자인 농협은행이 “티와이머니 주식을 처분하지 말라”며 동양파이낸셜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대부업 설립하려
편법 등록 추진

거꾸로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을 끌어 올린 기업도 있다. 건설업과 레저업, 철강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신안그룹의 경우가 그렇다. 자생력이 약한 신안그룹의 대부업체 ‘그린씨앤에프대부’과 캐피탈업체 ‘신안캐피탈’은 그룹 계열사에 의존해 매출을 올렸다. 그린씨앤에프대부와 신안캐피탈은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 오너일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그린씨앤에프대부는 박 회장이 지분 4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대 주주는 41%를 갖고 있는 ㈜신안이다. 박 회장이 100% 소유한 회사다. 그린씨앤에프대부 지분 88%가 박 회장의 손 안에 있는 셈이다. 신안캐피탈도 박 회장 지분(61%)과 ㈜신안 지분(39%)을 합치면 사실상 그의 개인회사다.

그린씨앤에프대부의 2011년 매출은 135억원 중 132억원(98%)을 계열사들과의 거래로 채웠다. 일거리를 준 곳은 ㈜신안(49억원)과 코지하우스(24억원), 인스빌(20억원), 신안레져(11억원), 신안관광(10억원), 신안관광개발(10억원), 네오어드바이져(7억원) 등이다.

여기에는 박순석 회장의 장남 박훈(5900만원), 차남 박상훈(4800만원)씨 등과의 거래도 매출로 잡혔다. 장남 훈씨는 신안그룹 총괄 부사장, 차남 상훈씨는 신안상호저축은행 이사로 재직 중이다. 형제는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휴스틸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그린씨앤에프대부는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거둔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몸집을 키웠다. 설립 후 적자에서 허우적거리다 2006년부터 흑자로 완전 전환해 매년 20억∼80억원의 영업이익과 30억∼13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총자산은 2000년 269억원에서 지난해 2372억원으로 9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153억원이던 총자본은 667억원으로 4배 이상 불었다.


신안캐피탈도 마찬가지다. 신영천 그린씨앤에프대부 대표가 신안캐피탈의 대표직을 겸하고 있다. 매출이 발생하지 않던 신안캐피탈은 2008년부터 실적을 올리기 시작했다. 90% 이상이 계열사 내부거래로 채워졌다.

아울러 신안저축은행의 전 대표이자 박순석 회장의 차남 상훈씨는 대부업체를 통해 수십억원대의 이자놀음을 한 사실이 적발됐다.

상훈씨는 신안저축은행의 대표로 있던 지난 2010년 개인 돈을 대부업체에 빌려주고 이자를 챙긴 혐의를 받았다. 높은 이자를 노리고 저축은행과 거래 중인 우량 대부업체에 직접 자기 돈을 맡긴 것이다. 이들이 빌려준 돈은 30억∼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금고 의심…배당까지 챙겨
1년에 수십∼수백억원 이익

해외에 진출하려고 국내에서 대부업 편법등록을 추진하다 딱 걸린 곳도 있다. 롯데쇼핑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09년 롯데쇼핑은 베트남 현지 법인인 ‘롯데베트남파이낸스’ 설립을 위해 국내에서 대부업 등록을 추진했다. 당시 롯데 측은 “실제 대부업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차가웠다. 국내 관련 규정을 자사 편의를 위해 편법적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당초 롯데쇼핑은 국내에서 금융업을 해야만 ‘롯데베트남파이낸스’ 설립 인가를 내주겠다는 베트남 당국의 인가 조건을 맞추기 위해 카드업 등록을 추진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반대에 부딪혔다. 당국이 롯데쇼핑의 카드업 등록에 반대했던 이유는 롯데쇼핑이 국내에서 금융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의 카드업 등록을 최종 심사하는 감독당국은 “실제 하지도 않을 카드사업 등록을 받아 줄 수 없다”며 롯데쇼핑의 카드사업 추진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당국의 반대 입장을 피해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되는 ‘대부업 등록 카드’를 꺼내들었다. 카드업과 달리 대부업은 금융당국이 아닌 해당 지자체에 설립 신고만 내면 됐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롯데쇼핑이 베트남 진출을 위해 기업 이미지도 외면한 채, 편법까지 동원하며 지나치게 ‘무리수’를 둔다고 비판했다. 연 45%가 넘는 고금리의 이자를 받는 대부업에 대기업인 롯데가 진출한다는 사실만으로 사업 여부를 떠나 등록 그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비판의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규제 사각지대
대부 진출 막아야

동양파이낸셜대부처럼 기업 위주로 영업을 진행했던 업체는 현대기업금융대부와 하이캐피탈대부 등이다. 계열사 대상 대출은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이캐피탈대부는 일반 대출이용자를 대상으로 대부업을 했다. 동양파이낸셜대부와 비슷한 구조다. 현재 하이캐피탈대부는 일본 금융지주회사인 J트러스트가 인수한 상태다.

차이가 있다면 동양파이낸셜대부가 주로 대출모집인 역할을 하고 있는 반면 하이캐피탈대부는 본연의 대부업을 했다는 점이다. 물론 동양파이낸셜대부도 일부 저신용자층을 대상으로 소액 신용대출을 하고 있기는 하다. 대출 잔액은 400억원가량이다.

다만 하이캐피탈대부는 382억원을 현대해상과 하이카다이렉트에서 빌렸을 뿐 계열사 대상 대출실적은 없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기업금융대부도 2000년 이후 계열사 간 거래는 없었다. 오너가 개인적으로 유용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현재 대부업체에 대한 감독과 검사행태 등을 비춰볼 때 동양그룹과 같은 사태가 얼마든지 재발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대부업체는 비리 제보가 접수되지 않는 이상 금감원의 감독권이 제대로 미치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불법적인 자금조달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감원이 동양파이낸셜대부를 검사했음에도 계열사 지원 여부를 파악하지 못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대주주입장에서는 대부업체를 금융계열사로 선호할 수밖에 없다.

금감원의 검사 초점이 소비자보호에 맞춰져 있을 뿐, 계열사 지원 여부는 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금융소비자단체는 재발 방지를 위해 여신전문업법과 같인 대부업법에도 대주주 규제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재벌기업 오너들은 그룹 간판 뒤에 숨어서 대부업과 캐피탈사로 고금리 신용대출 장사를 일삼고 자금조달을 통해 사금고처럼 쓰고 있다”며 “변칙통로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대기업 계열의 대부업체와 캐피탈사 등을 감시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 대표는 “대기업의 대부업체들은 개인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닌 그룹 계열사의 우회지원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며 “기업들의 대부업 진출 자체를 차단하는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6조 아주캐피탈 일본에 넘어가나

자산규모 6조원이 넘는 ‘알짜’ 매물 아주캐피탈 우선협상자 선정이 다가왔다. 아주캐피탈 인수전은 일본계 금융회사 2곳의 승부로 좁혀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일본계 금융그룹 제이트러스트와 ‘러시앤캐시’로 유명한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아주캐피탈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두 업체는 비슷한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최종 매각가는 6000억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두 업체는 치열한 양강 구도를 펼칠 전망이다.

한편 아주캐피탈 전신은 대우캐피탈이다.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2005년 아주그룹에 매각됐다. 아주그룹은 이번 매각을 통해 들어온 자금을 바탕으로 대한전선 등 국내 M&A 매물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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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