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양책’ 서민은 안중에 없었다

9·1대책 대해부

정부가 또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에 내놓은 9·1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재건축 규제 완화’다. 주택 재건축이 가능한 연한의 상한선(40년→30년)이 낮아졌고, 주거환경이 나빠도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했다. 하지만 이로 인한 혜택은 재건축 단지가 집중된 강남과 목동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는 건물을 다시 짓는 것을 허용하면서 불필요한 자원낭비가 커질 것이란 지적이 많다.

 

주택 재건축 연한 40년→30년 완화
강남 목동 등 일부 지역 국한 전망

국토교통부는 지난 1일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서민 주거안정을 강화하기 위해 임대주택 단기공급을 확대하고, 임대시장에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임대 8만 공급 

우선 국토부는 가을 이사철에 맞춰 이번달과 다음달 중 매입·전세 임대주택 1만2000가구를 공급한다. 9월 이후 입주예정인 공공건설주택 2만5000가구 중 6000가구 가량은 입주시기를 1∼2개월 앞당길 방침이다. 미분양 주택은 전세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대출보증 지원도 강화한다. 업체별 건설자금 대환대출 보증한도를 기존 1000억∼4000억원에서 2000억∼5000억원으로 늘린다. 미분양 리츠를 통해서도 임대주택을 계속 공급한다.
임대시장에 민간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공공임대 리츠와 함께 민간제안 리츠, 수급조절 리츠를 통해 2017년까지 8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공공임대주택 리츠를 통해 올해부터 2017년까지 10년 장기임대 주택 착공 물량을 기존 2만6000가구에서 5만가구까지 확대한다. 민간이 제안한 임대주택 사업에도 기금이 심사를 통해 선별 투자한다. 2017년까지 2만가구를 공급하고 올해 최대 2000가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수급조절 리츠는 매각할 공공택지 중 공급과잉 우려가 있는 지역 택지를 리츠로 임대사업하는 방식이다. 수급조절위원회가 대상지역, 임대조건, 분양전환시기 등을 결정한다.
주택기금 출자하고, LH가 출자를 하거나 매입확약을 통해 신용보강에 나선다. 임대주택리츠에 일반 국민이 개인 투자할 수 있도록 공공임대리츠 3호에 500억원 규모 전담 자산유동화증권(Prime ABS) 공모를 추진한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이 50% 이상 출자하는 임대주택 리츠가 주택을 취득하는 취득세·재산세를 감면한다. 내년 말 감면 종료하려던 것을 유지한다. 리츠가 임대주택 용으로 집을 매입할 때 60㎡ 이하 주택은 취득세가 면제되고 60∼85㎡는 30% 감면된다. 재산세는 60㎡ 이하가 50% 감면, 60∼85㎡는 25% 감면된다.
준공공임대 기금 지원대상 범위를 넓혀 민간 임대사업자 육성에도 나선다. 기존에는 신규 분양주택을 매입해 준공공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최대 5가구까지만 기금대출(연이자 2.7%, 수도권 1억원·지방 7000만원 한도)을 허용했다. 앞으로는 10가구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무주택 서민이 다수 거주 중인 다가구주택도 준공공임대로 등록할 수 있도록 면적제한(85㎡ 이하)을 폐지한다. 다가구주택 대부분이 85㎡를 초과하는 점을 고려했다. 다가구주택을 준공공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세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우선 85㎡ 이하 민영주택에 대한 가점제를 오는 2017년 1월부터 지자체장(시군구청장)이 현행 가점제 비율 40% 이내에서 자율 운영토록 할 계획이다. 현재 민영주택 중 85㎡ 초과는 100% 추첨제이나, 85㎡ 이하는 40% 가점제를 적용하고 있다. 지역별로 상이한 수급 상황을 반영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자율권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청약가점제도 손본다. 무주택자에게 가점(최대 32점)을 부여하는 점을 감안해,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중복 차별(1가구당 5∼10점 감점)을 폐지한다. 청약가점제는 민영주택 공급 시 동일 순위 내(1, 2순위) 경쟁이 있을 경우 무주택기간(32점), 부양가족수(35점), 입주자저축 가입기간(17점) 등을 점수화해 다득점자(85점 만점)에게 공급하는 제도다.

청약제도 개편


또 청약시 무주택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소형·저가주택 기준을 전용 60㎡ 이하·공시가격 7000만원 이하에서 전용 60㎡ 이하·공시가격 1억3000만원(지방은 8000만원) 이하로 완화했다. 무주택 세대주로 제한하고 있는 국민주택 청약자격을 완화해 세대주 여부와 관계없이 1가구 1주택인 경우 청약을 허용한다. 여기에 1, 2순위로 나누어져 있는 청약자격을 1순위로 통합하고, 국민주택에 적용하는 6개 순차를 2개 순차로 통합해 입주자 선정절차를 단순화된다. 청약예금 예치금 칸막이도 줄어든다.

택지개발 제한

예치금액 이하의 주택은 자유롭게 청약이 가능하고, 예치금 변경 시 청약규모 변경도 즉시 가능하도록 개선한다. 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청약종합저축 등 4종류로 나뉘어 있는 청약통장은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통합된다. 지난 2009년 청약종합저축이 출시돼 민간과 공공 주택 중 청약 물량을 선택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청약 예금 등 다른 상품들이 존재해 혼란이 가중됐다. 공급주택 유형을 기존 국민주택, 민간건설중형국민주택, 민영주택 3개에서 민간건설중형국민주택을 폐지해 2개로 통합된다.
정부가 주택 공급량 조절에 나선다. 대규모 택지 개발 관련법을 폐지하고 대규모 공공택지도 3년간 지정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건설사 착공 의무기간은 5년으로 연장하고 민간 택지 공급시기도 조절해 시장 전반에 중장기적으로 공급을 줄일 방침이다.

세입자 융자 완화

국토교통부는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년간 대규모 공공택지를 지정하지 않는 내용의 주택 공급방식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으로 택지개발촉진법은 폐지된다. 도시 외곽지역 신규 대규모 택지개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이 법안을 폐지하고 공공주택법과 도시개발법을 통해 중소형 택지개발을 유도한다는 목적이다.
이와 함께 LH는 2017년까지 3년간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을 중단한다. 올 1월 기준 LH 보유택지는 124만가구 규모다. 주택법에서 규정하는 사업 계획 승인 이후 착공 의무기간은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된다. 기존에는 사업계획승인 이후 3년 내 착공하게 하고 소유권 분쟁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연장이 가능했다. 앞으로는 기존 사업승인 물량을 포함해 모두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된다.
LH 분양물량 중 일부는 후분양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후분양은 시공 후 분양하는 것이다. 올해 2개 지구 2000가구를 시범사업지로 선정해 공정률 40%에 이르면 후분양을 실시한다. 내년에는 3개 지구 3000세대를 선정해 공정률 60%에 이르면 후분양을 실시한다. 이 시범사업 결과를 평가해 LH 후분양 확대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LH 토지은행을 통해 민간 택지 공급시기도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수도권에서 2조원(2만가구 내외) 규모 택지를 비축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매각시기를 조정하게 된다.

재건축 기준 완화

 

서민 주거비를 줄이기 위해 집값이 대출금보다 낮아져도 집값 내에서만 대출금을 상환하도록 유한책임대출 제도를 도입하고 디딤돌 대출 금리도 낮춘다. 최근 전세가격이 올라 전세금 반환보증 한도도 증액하고, 공공임대주택 거주자가 보증금을 높여 월세를 줄일 수 있는 한도도 커진다. 9·1부동산대책엔 무주택 서민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도 포함해 발표했다.
주택기금 유한책임 대출 도입과 디딤돌 대출 금리 인하, 디딤돌 대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무주택 서민이 주택기금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유한책임대출 제도를 시범적으로 적용한다. 집값이 하락해도 해당 담보 주택만으로 상환의무를 제한하는 것이다. 집값이 대출금보다 낮아져도 해당 집값까지만 상환하면 된다.
대출자의 다른 자산에는 압류 등 행위를 실행할 수 없게 된다. 주택기금 대출은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 수익공유형 모기지, 손익공유형 모기지 등이 있다. 디딤돌 대출 금리도 인하된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계속해서 낮아져(6월 기준 3.58%) 일부 구간은 이미 디딤돌 대출 금리가 더 높아진 곳이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디딤돌 대출금리 2.8∼3.6%를 0.2%P 낮추도록 했다.
청약저축에 2년 이상 가입했을 경우 0.1%P, 4년 이상은 0.2%P 금리를 낮춘다. 디딤돌 대출 LTV·DTI도 조정된다. 현재 디딤돌 대출은 DTI 40% 내에서 LTV 70%까지, DTI 40∼100%는 LTV 60%를 적용했다. 앞으로는 DTI 60% 이하일 경우 LTV는 70%까지 완화된다. 다만 DTI 60∼80%는 LTV 60%를 2년간 적용한다.
LH 임대주택 거주자는 전월세간 전환이 쉽도록 보증금 전환 상한선(50%)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완화한다. 보증금 2000만원, 월세 20만원 임대주택은 보증금을 4000만원으로 늘리면 월세를 10만원까지 낮출 수 있었다. 공공임대 보증금은 LH 부채로 잡힌다. 보증금이 늘면 LH 부채 비율이 증가해 전환 상한선을 50%로 제한했다. 상한선을 정해두지 않으면 공공임대주택 월세 수익이 줄어 주택기금에 납부해야 할 원리금 조달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불필요한 자원낭비 커질 것”지적

 

재건축 연한이 최장 30년으로 완화된다. 현재 최장 40년으로 정해진 서울시 재건축 연한은 30년으로 10년 단축된다. 재건축 연한 완화로 재건축 대상 아파트도 대폭 늘어나게 된다. 서울에서 재건축 대상이 될 1987년부터 1991년에 준공된 아파트는 24만8000가구에 이른다. 강남3구의 재건축 대상아파트도 3만7000가구로 늘어나게 된다. 서울 이외 지역도 21만1000가구가 새로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포함된다.
당초 국토부는 재건축 연한 완하에 소극적이었다. 연한이 넘었어도 사업성이 없어 사업이 지지부진한 곳이 많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점차 살아나고 있고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재건축이 속속 진행되면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또 재건축 연한 도래 후 구조안전에 큰 문제가 없더라도 생활에 불편이 크면 주거환경 평가비중을 강화(15%→40%)해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재정비했다.
연한 도래와 관계없이 구조적 결함이 있는 경우에는 구조 안전성 사유만으로 재건축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주차장, 배관 외에도 층간소음, 에너지효율, 노약자 생활개선 등도 반영된다. 안전진단 기준완화는 재건축 연한을 충족해도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재건축이 가능한데, 실제로 안전진단 통과가 쉽지 않았던 중층단지에겐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층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연한은 충족하지만 구조가 튼튼해서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단지들이 다수 존재했다.
재건축 주택건설 규모 제한도 완화된다. 현재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재건축 시 85㎡ 이하 주택을 가구수 기준 60% 이상과 전체 연면적 대비 50% 이상 건설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규제는 각 조합이 초소형 주택을 대거 분양해 분양 가구수를 늘리기 위한 편법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한 것이었다. 이번에 정부는 가구수 기준은 유지하되 면적 제한은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기부채납 요구 제동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 재정비사업의 공공관리제도는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는다. 공공관리제는 지자체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조합에 전문가를 보내 사업을 관리하고 사업 추진비를 대출하는 제도다.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조합장 선거까지 관리한다. 시공사들이 조합장과 결탁해 조합원 분담금이나 일반분양가를 올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서울시가 2010년 조례를 통해 의무화했다.
정부는 주택사업시 지자체의 과도한 부담 요구를 합리적으로 제한할 예정이다. 우선 기부채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부채납 관련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재정비 등 주택사업 추진시 지자체가 과도하게 기부채납을 요구하고 용적률 인센티브 기준은 없어 사업추진에 장애가 돼 왔다. 해당 지침에는 지자체장이 기부채납을 요구할 수 있는 적정한도(총사업비의 일정비율 이내로 제한) 등을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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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