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교황 마케팅’ 열전

‘교황님 모시기’ 약발 먹힐까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세계 가톨릭의 수장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이 땅을 찾았다. 4박5일 일정으로 교황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향해 낮은 곳으로 간다고 했다. 그는 검소한 생활 습관과 소탈함으로 대중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재계도 교황의 방한을 반겼다. 그런데 재계는 교황 방한을 이용해 마케팅 전쟁을 벌였다. 일부 업체들의 무분별한 마케팅은 교황 방한 목적의 본질을 흐려 놓고 소비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다. 교황의 방한에 재계는 들썩였다. 교황이 방문하면 그 국가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관광업계부터 금융권, 유통업계, 출판업계등 재계는 교황을 브랜드화 하기 위해 마케팅 전쟁에 돌입했다.

과열 현상

광화문 시복식에는 100만명 가량의 사람들이 모였다. 때맞춰 각종 업계는 교황의 행보를 따라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교황 음료, 교황 와인, 교황 도서, 교황 방문 기념화 등 교황을 내세운 상품들을 줄줄이 쏟아냈다.

교황 방한 소식을 가장 반긴 곳은 관광업계다. 우선 호텔이 먼저 웃었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은 내·외신 기자들을 위한 메인프레스센터를 마련했다. 15일 투숙 가능한 1120실은 만실이 됐다. 외신기자들이 숙소로 사용해 객실 예약률은 전년 대비 20% 정도 늘었다.


특히 서울 시청과 광화문 주변 호텔이 큰 수혜를 입었다. 16일 진행된 교황의 오픈카 퍼레이드와 시복 미사로 인해 시청과 광화문 주변 호텔들은 높은 객실 예약률을 기록했다. 시청 근처에 위치한 한화그룹의 더 플라자호텔과 프레지던트호텔의 15일 객실 예약률은 100%에 달했다. 미사가 열리는 광화문 광장이 보이는 더 플라자 호텔의 객실예약은 일찍이 완료됐다. 그런데 정작 교황은 호텔이 아닌 주한교황청대사관에 머물렀다.

기아자동차도 뜻밖의 호재를 맞이했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가장 작은 차를 타고 싶다는 뜻에 따라 방한기간 동안 교황은 기아자동차의 준중형차 쏘울을 이용했다. 교황이 쏘울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보도되면서 기아차는 자연스레 글로벌 광고 효과를 누린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지마다 인근 편의점 매출도 급증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집전'이 열린 대전 월드컵경기장 인근 점포 매출이 전주 대비 58.2% 늘었다.

특히 잘 팔린 상품은 생수(119.2%), 탄산음료(103.4%), 커피음료(101.8%), 아이스크림(108.4%) 등으로 집계됐다. 김밥(68.9%), 샌드위치(32.4%), 빵(21.4%), 유음료(63.4%) 등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교황은 ‘가난한 자의 벗’되라 했는데…
기업들은 ‘돈이 최고’…브랜드화 급급

유통시장도 ‘교황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주류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가 ‘교황 마케팅’으로 브랜드 강화에 나섰다.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윤지층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미사’에서 ‘석수’를 22만명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자사 제품 12만병을 나눠주고 교황의 퍼레이드가 진행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광화문광장까지 1.2㎞ 구간의 급수대 12곳에 냉온수기를 설치해 18.9L 제품 2000통을 공급했다. 석수 제품 병에는 교황 한국 방문 공식 로고와 함께 교황 방한 환영 문구를 새겨 넣었다.


대형마트도 교황 방한 특수를 놓치지 않았다. 롯데마트는 교황의 15일 대전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에 맞춰 인근 지역 점포에서 할인 행사를 열었다. 홈플러스도 대전 인근 지역에 위치한 13개 매장에서 야외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식품 및 양산, 썬캡 등 나들이 용품을 할인 판매했다.

금융권도 교황 마케팅에 팔을 걷어붙였다. 교황 방한을 기념해 기념주화를 발행했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한국은행이 발행한 교황 방한 기념주화를 교황 방한 전부터 예약 판매됐다.

우리은행에는 은화 3959개와 황동화 3500개 가량의 예약이 몰렸다. 농협 교황 기념주화도 은화 약 2500개, 황동화 약 2300개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교황 방한에 맞춰 하나은행의 ‘바보의 나눔 통장·적금’ 같은 천주교 관련 금융상품도 주목받았다.

바보의 나눔 통장·적금은 장기 기증 희망을 등록하거나 바보의 나눔 재단에 기부하는 상품이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기려 만들어졌다고 하나은행은 밝혔다. 2011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바보의 나눔 통장에는 18만1367명이 1150억원을, 적금에는 23만7477명이 1조2029억원을 각각 가입했다.

서점가에서는 교황의 어록과 편지, 대담, 화보집 등의 도서 판매가 봇물을 이뤘다. 이에 따라 출판사들은 교황 관련서적 30여종을 줄줄 출간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교황 프란치스코 관련 도서는 41여 종이다. 6월 이후 출간된 프란치스코 교황 관련 도서만 27종이다. 또한 알라딘은 해당 도서들이 현재까지 총 2000부 이상 팔려나가는 등 높은 판매를 보였다.

교황 관련 도서 중 가장 높은 판매를 기록한 도서는 지난 4월 출간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의 <복음의 기쁨>(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이다. 이 책을 두고 ‘정본’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출판사 21세기북스는 로마 교황청과 계약을 맺고 교황의 공식 권고문을 담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씀>을 출간했다. 그런데 21세기북스가 출간한 책에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의 <복음의 기쁨>에 게재된 교황의 발언과 비슷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저작권이 있는 책은 번역 출간될 때 한 출판사가 독점 소유권을 갖게 된다. 허가받지 않고 자체 교황 마케팅을 실시한 21세기북스는 천주교 교구의 제재를 받았다.

품질은 뒷전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교황의 방한은 경제적 부가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청년대회를 개최한 브라질을 5일간 방문했을 때 400만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어떤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발생하는 과도한 마케팅비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교황의 방한에 업계들이 얻는 경제효과는 분명히 크다”면서도 “사실상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과도하게 마케팅을 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도한 마케팅으로 바짝 실적을 올리는 데 치중하기보다 품질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dklo216@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