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 멘붕’ 내막

되는 게 없다 ‘굿이라도 해야 하나’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롯데그룹이 연이은 악재로 뒤숭숭하다. 신동빈 회장은 사장단회의까지 열고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의 ‘갑질’ 납품비리를 크게 질책했다. 그러나 신 회장의 비리척결 다짐은 금세 무색해졌다. 당일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여동생이 납품사기 혐의로 피소됐기 때문이다. 온갖 비리사건에 휘말린 롯데그룹, 올해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롯데홈쇼핑 사건은 충격과 실망 그 자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임직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의 비리가 밝혀진 다음날인 6월24일 42개 계열사 대표 이사와 임원 등 60여명이 서울 롯데제과 본사에 모였다. 2010년에 이어 4년만으로 같은 곳에서 사장단 회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개 사장단 회의는 일 년에 한번 열린다. 그런데 창사 이래 최악의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신동빈 회장은 직접 비리 척결 다짐에 나선 것이다.

겹치는 악재
신동빈호 난항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이 납품업체 등을 상대로 각종 명목의 금품을 받아 챙기는 ‘갑질’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신헌 전 롯데쇼핑 대표를 비롯해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들이 납품비리로 줄줄이 검찰에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은 홈쇼핑 방송에서 특혜를 주는 대가로 20억원대의 뒷돈을 챙긴 신헌 전 대표 등 임직원 7명을 구속기소하고, 전·현직 상품 기획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수사 결과 신 전 대표는 2007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방송 출연과 백화점 입·퇴점 등의 편의 제공 명목으로 업체로부터 1억3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전 대표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이후 롯데쇼핑 대표로 재직했다.


신 전 대표는 부하 직원들과 짜고 인테리어 공사비를 과다 지급해 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삿돈 6억5100여만원을 빼돌렸다. 이 가운데 신 전 대표가 챙긴 금액은 2억2500여만원 가량이다. 신 전 대표는 신격호 롯데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회장을 보좌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사옥에서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 사건을 언급하며 부정비리 척결 의지를 밝혔다. 신 회장은 “그간 온 정성을 다해 쌓아왔던 공든 탑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번 일을 그룹 내 부정과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각 사 대표이사들의 책임하에 내부 시스템에 허점은 없었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각 사 실정에 맞게 부정, 비리 재발방지 대책을 다시 한 번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홈쇼핑 납품비리
부회장 여동생도

그런데 신동빈 회장의 이러한 발언은 금세 물거품이 돼버렸다. 신 회장이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날 롯데그룹 부회장의 여동생이 납품사기 구설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여동생이 중소기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겼다는 고소장이 접수됐다. 롯데마트 협력업체 등록을 미끼로 사업체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에서다.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유통업자 김모씨는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여동생 이모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김씨는 “이 부회장의 동생이 롯데마트 고위 임원을 통해 협력업체로 등록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중소형차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이씨에게 아반테 차량을 리스해주고 자동차 보험료까지 지불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부채 1억8000만원만 진채 사업체를 정리해야 했다고 한다.

롯데홈쇼핑 경영진 횡령 비리 일파만파
이인원 부회장도 여동생 납품비리 연루


롯데마트 측은 고소인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롯데마트 홍보 관계자는 “우리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며 “이인원 부회장은 이 일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김씨는) 롯데마트를 고소한 게 아닌 부회장님 동생 한 개인을 고소한 것이기 때문에 그 둘 사이의 문제일 뿐 사실상 롯데마트와는 관련이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이미 홈쇼핑 비리로 얼룩진 상황이라 롯데그룹은 곤혹스런 상황이다. 이인원 부회장은 신격호, 신동빈 부자 경영을 보좌하는 그룹의 핵심 리더로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재 롯데쇼핑 대표이사와 그룹 정책본부장을 겸하고 있다.

홈쇼핑 채널은 6개에 불과한 독과점 구조다. 그래서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황금 시간대 편성이나 방송 출연 횟수 등을 챙겨주고 편의를 봐주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졌다.

제2롯데월드
인명사고 뒤숭숭

신동빈 회장의 숙원사업인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도 난항을 겪고 있다. 롯데는 123층짜리 타워와 별도로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을 지난5월부터 단계적으로 문을 열 계획이었다. 그래서 지난3월 롯데는 채용 박람회를 열고 저층부에서 일할 직원을 뽑았다. 고층부를 제외한 백화점동, 쇼핑몰동, 엔터테인먼트동 등 3개동에 대한 공사가 완료 되는 대로 서울시에 임시사용 신청을 낼 방침이었다.

그러나 개장하기도 전에 인명사고가 터졌다. 지난 4월 롯데월드 인부가 숨지는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롯데월드 인부 황모씨는 제2롯데월드 엔터테인먼트동 12층 옥상에서 배관작업을 하다 폭발사고로 숨졌다.

이에 따라 제2롯데월드 개장은 예정보다 두달 넘게 지연되고 있다. 서울시의 반대로 조기 개장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안전 문제를 제기한 것은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에서 사망 사고를 비롯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아서다. 1년 여 동안 4차례나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2명은 숨졌고, 6명이 다쳤다.

지난 2월에도 롯데월드타워 47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공사현장 44층 컨테이너 박스에 불이 나 공사자재가 탔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지난해 6월에는 롯데월드타워 43층에서 거푸집이 무너져 작업 중이던 근로자 한 명이 숨지고 다섯 명이 다쳤다. 같은 해 10월에는 기둥 거푸집 해체작업을 하던 중 쇠파이프가 50m 아래로 떨어져 공사장 앞을 지나던 시민 한 명이 다쳤다.

지난해 3월에는 콘크리트 균열로 안전문제가 제기돼 대한건축학회로부터 정밀 안전진단을 받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과 근접해 있는 석촌호수 물 15만톤이 사라지기도 했다.

롯데월드 공사 과정에서 이 같은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은 데에는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안전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서울시는 판단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는 안전점검 항목 264 가운데 무려 187개 항목에서 안전 조처를 취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했다.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 등이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시행한 ‘제2롯데월드 1차 종합안전점검’ 결과 264개 점검 항목 중 187개 항목에서 안전 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저층부 개장 이후에도 초고층 건물 공사가 계속 진행될 것이라는 점도 안전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롯데월드타워는 2016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롯데월드타워 공사장에서 구조물이 무너지거나 건축자재가 백화점 등 쇼핑시설 방향으로 떨어질 경우 자칫 대규모 인명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신 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도 이러한 롯데월드 사고를 의식한 듯 안전관리를 강조했다. 신 회장은 “다중 시설이 많은 롯데그룹의 특성상 사업장 안전관리는 매우 중요하다”며 “철저한 안전점검으로 사고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사고 발생 시 대처 요령이 몸에 밸 수 있게 습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LIG손보 인수
눈앞에서 놓쳐

또한 롯데는 LIG손해보험 인수를 눈앞에서 놓쳤다. 롯데손해보험은 LIG인수 후보 금융사 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LIG손해보험 측의 반대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사실상 롯데는 LIG손보를 인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LIG손보는 업계에서 매력 있는 매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인수 제안 가격을 제시할 때도 롯데는 6400억원을 제시한 KB금융지주보다 100억 높게 불렀다. 하지만 LIG손보 노조의 거센 반대에 부딪쳐 인수에 실패했다. LIG손보 노조는 롯데그룹이 인수 유력후보군으로 나타나자 서울역 광장에서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이 LIG손보 노조가 롯데의 인수를 유독 심하게 반대했던 이유는 ‘짠돌이 경영’ 때문이다.

노조는 롯데손보를 계열사로 둔 롯데그룹이 LIG손보를 인수하면 동종 업계인 만큼 합병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과 열악한 근무여건을 들어 강력 반대했다. 돈보다 철저한 이해관계가 맞물려있는 M&A속설을 잘 보여준 셈이다.

업계에서도 롯데를 짠돌이라고 부른다.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가 LIG손보를 인수하려면 KB금융보다 100억이 아닌 훨씬 높은 금액을 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인수할 것처럼 행동하다가, 결국 돈 때문에 물러서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머뭇거렸다는 이야기다. 롯데그룹 스스로가 금융사를 크게 키울 자신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세무조사 추징 공포
롯데월드 잇단 사고
LIG손보 인수 실패


사실상 롯데그룹은 롯데카드를 제외한 금융사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트,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금융계열사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롯데손보 자체도 2008년 M&A를 통해 만든 금융사이지만, 자체성장이 더디다. 지난 2008년 롯데는 대한화재(현 롯데손보)를 3526억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현재 지분가치는 1200억원에 불과하다. 롯데손보의 시장점유율도 4%에서 3.2%까지 줄어들었다.

그나마 이름값을 했던 롯데카드마저 올 초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으로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지난1월 롯데카드 고객 2600만명 개인정보를 유출했다. 유출된 개인정보 일부는 대출업자 등에게 넘어갔다. 카드 고객들은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1층 롯데카드센터에서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롯데카드에 금융당국으로부터 3개월 영업정지와 과태료 600만원을 부과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이어 롯데카드는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 등 롯데쇼핑 4개 사업본부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600억원대 추징금을 부과했다.

올 들어 고객 정보유출, 리베이트와 탈세, 인명사고 등 각종 사고에 휘말린 롯데그룹. 상반기 마지막을 신헌 롯데쇼핑 전 대표 구속과 부회장 여동생 피소 소식으로 마무리 지었다. 시끄러웠던 상반기가 끝나면서 신 회장은 비리척결을 다짐했다. 롯데그룹의 올해 하반기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잘나가는 유니클로…롯데 표정관리 왜?

롯데가 온갖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제조·직매형 의류(SPA)업체 유니클로가 효자노릇을 해주고 있다. 유니클로만큼은 승승장구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니클로는 1994년 일본이 설립한 캐주얼 의류업체다. 지난 2004년 롯데쇼핑이 유니클로 일본본사와 합작해 FRL코리아를 설립했다. 이후 롯데쇼핑은 국내에서 유니클로 영업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유니클로 한국법인 FRL코리아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법인 설립 후 2005년 3개 점포로 시작한 유니클로는 현재 117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2005년 11월 소공동 롯데영플라자 6층에 입점한 데 이어 2007년 12월 명동점을 열었다. 유니클로 명동점은 전국 매장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실적↑ 매장 확대 ‘효자노릇’
업계선 국내 의류업 잠식 우려
 

FRL코리아는 당초 3년간 롯데 관련 유통망에서만 판매가 가능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3년 시한이 지나면서 롯데 외에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로 유통망을 확대해 둥지를 텄다. 특히 최근에는 유니클로가 홈플러스를 통해 판매처를 대거 넓혀가고 있다. 이달까지 홈플러스 내 유니클로 매장은 15개로 확대됐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유니클로의 지난해 매출은 6940억원으로 전년보다 37.5% 늘었다. 해마다 30% 이상 폭발적인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SPA 브랜드 가운데 1위를 독점하고 있다. 유니클로의 꾸준한 성장세에 2대주주인 롯데쇼핑은 간접적으로 패션사업부문 매출에 상당한 이득을 맛보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 입장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한 일 중에서 일본기업 유니클로를 들여온 것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롯데가 유니클로를 국내로 들이면서 국내 의류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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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