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대국민 사기극 파문

비싼 경품 안주고 고가 경품 뻥쳤다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홈플러스가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해 경품 사기극을 벌여온 사실이 드러났다. 홈플러스의 도덕성은 도마 위에 올랐다. 파문이 커지자 홈플러스는 성난 소비자들이 겨누는 칼을 자신들이 아닌 개인 직원을 향하게 만들었다. 약관을 내세워 책임은 소비자에게 미루고 자신들은 깨알 같은 글씨 뒤로 숨어버렸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던 도성환 대표의 다짐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MBC <시사매거진2580> 보도팀이 홈플러스 경품사기 사건을 집중 취재했다. 그동안 홈플러스가 당첨자에게 경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오히려 경품을 미끼로 고객들의 정보를 모았고, 이 정보는 보험사에 팔아넘겼다. 홈플러스 경품사기는 유통업계 최악의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품 줄게
정보 다오

방송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올 초 다이아몬드 반지와 고급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고 행사를 벌였다. 그런데 취재결과 이러한 행사 대부분의 1등 당첨자는 경품을 받지 못했다. 미지급 사례는 쏟아졌다. 대부분의 당첨자들은 “당첨사실을 몰랐다”며 놀랐다. 홈플러스는 공교롭게도 당첨자가 전화를 안 받아서 취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고 차첨자를 뽑은 것도 아니었다. 당첨 무효처리를 한 것이다.

1등 경품으로 나왔던 7800만원 상당의 2캐럿짜리 클래식 솔리테르 다이아몬드 링은 국내에 한 번도 수입된 적 없는 제품이었다. 이 제품을 취급하는 업체는 “경품으로 자사 제품을 내놓지 않는다”며 “홈플러스 측이 다이아몬드에 대해 문의한 적도 없다”고 했다.

홈플러스의 소비자 속이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2012년 3월 4500만원 상당의 외제 자동차를 1등 상품으로 내건 행사에서 당첨자를 조작했다. 실제로 홈플러스 한 직원은 응모 프로그램을 조작해 친구를 1등 당첨자로 만들었다. 경품으로 받은 승용차를 되팔아 3000만원을 챙겼다.


자신의 친구에게 경품이 돌아가도록 한 뒤 물건을 현금화해 나눠 가진 것이다. 보도가 나가자 홈플러스는 부랴부랴 상품을 받지 못한 당첨자들에게 경품을 모두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일부러 안 준 게 아니라 “지급보류”라고 주장했다.

1등 당첨 사실 모르고 그냥 넘어가
“연락 안 된다”시간 끌다 무효처리

특히 홈플러스는 경품행사를 진행하면서 응모권에 고객이 기재한 개인정보를 제휴 보험사에 팔아넘겼다. 경품 행사로 모은 개인정보는 보험사에 한 명당 2000∼2800원을 받고 넘겨왔다. 퍼미션DB는 더 비싸게 팔 수 있었다. 퍼미션DB는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고객에게 얻어낸 개인정보다. 어렵게 정보를 구한 고객들일수록 보험에 가입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퍼미션DB는 4200∼4500원으로 두 배 비싼 값에 팔린다.

보험사가 이를 통해 수익을 얻으면 그 일부를 돌려받기도 한다. 경품은 고객이 개인정보를 작성시키게 만들기 위한 미끼일 뿐 사실상 정보장사를 해온 셈이다.

홈플러스는 지난3년 동안 매년 300만명이 넘는 고객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겼다. 올해는 400만명을 목표로 잡고 있었다. 올해 네 번의 경품행사로 48억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경품 행사 1번에 10억원 이상 남길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는 응모권 뒷장에 동의를 받았으니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동의를 내세워 책임은 소비자에게 넘기고 자신들은 깨알 같은 글씨 뒤로 숨어버린 모양새다.

불매운동 조짐
임대매장 불똥

방송이 나간 뒤 홈플러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홈플러스는 “연락이 부족해 경품이 지급되지 않은 사례가 발생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며 “최근 개인정보 유출사태 이후 문자사기, 보이스피싱 등에 대한 염려로 당첨 고지에 대한 응답률이 낮아지면서 일부 경품이 지급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미지급 당첨자에게 이제야 경품을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노동조합 측도 경품사기 관련 논평을 냈다. 논평에서 노조는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보도 이후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으로 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노동조합 또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 노조는 내부감시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추가제보를 접수받고 있다”며 “이 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경품지급을 조작한 직원을 경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지켜봐달라고 호소했다. 다만 자세한 언급은 자제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경품행사를 조작한) 해당직원 2명을 고소했다”며 “아직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지켜봐 달라”고 짧게 답했다.

하지만 책임은 은근슬쩍 미룬 모습이다. 성난 소비자들이 겨누는 칼을 홈플러스는 자신들이 아닌 개인 직원을 향하도록 만든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조직에 있는데 마치 개인 비리인 것처럼 봉합하기 급급했다.

이러한 홈플러스의 대응에 후폭풍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홈플러스 불매 운동을 벌일 조짐이다.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홈플러스 불매운동’ 카페부터 만들자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고객 정보 보험사에 팔아넘겨
직원 고소…또 ‘꼬리 자르기’

그런데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움직임에 홈플러스 테넌트 매장은 벌벌 떨고 있다. 테넌트 매장은 홈플러스 식품매장 바깥에 입점한 임대매장이다. 의류매장, 음식점, 커피숍, 안경점, 피부과 등의 업체들을 말한다.

테넌트매장 점주 및 직원들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울의 한 홈플러스 지점에 입점한 의류매장 점주는 “잘못은 홈플러스가 저질렀는데, 테넌트 매장까지 싸잡아 욕먹고 있다”며 “요즘 매출도 안 좋은 상황에 소비자들이 홈플러스 불매 운동까지 벌인다니까 정말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고객정보 제공
당국 감시 시급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개인정보수집이다. 홈플러스가 금융사에 개인정보를 넘기면서 발생한 피해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천에 사는 주부 A씨는 지난6월 홈플러스에서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내면 핸드카트를 준다는 말에 개인정보를 써냈다. 가족들의 정보도 함께 적어냈다. 그런데 며칠 뒤 신한카드에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건 카드사 영업직원은 “홈플러스 경품에 당첨되시길 바란다”며 “고객님이 동의해서 전화 드렸다”고 자연스럽게 카드신청을 유도했다. 영문도 모른 채 이 전화를 받은 A씨의 아들은 신용카드를 덜컥 신청했다. 카드가 오고 나서야 A씨는 당시 적어냈던자신의 가족정보가 카드사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A씨는 “홈플러스에서 고객 관리 차원에서 연락처를 요구했다고 생각했지 금융사에 내 정보를 넘길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며 “이런 정보에 무지했던 내 잘못이 크겠지만 애초에 홈플러스가 카드사에 정보를 모두 제공한다고 충분히 알아듣게 공지를 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더이상 ‘착한기업’아니다
도성환 대표 윤리경영 흠집

금융소비자원은 마트가 행사를 통해 개인정보 수집하는 것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경품만 생각하고 자신의 정보를 생각 없이 적어낸다”며 “마트는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파고들어 교묘하게 개인정보를 모아놓고 문제가 커지면 고객의 동의를 받았다고 핑계를 대곤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마트와 금융사는 동의만 받을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어떤 용도로 수집하는지 이후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면서 “사실상 마트에서 보험가입을 목적으로 한 행사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이어 당국의 책임을 물었다. 그는 “올 초부터 금융사의 개인정보가 큰 문제로 지적돼 왔는데, 아직까지도 마트에서의 금융사 개인정보 수집을 막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이 이런 경품 행사를 미끼로 한 개인정보 수집 자체를 금지해야 하고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는 ‘봉’
상생은 ‘최악’

홈플러스는 ‘착한 기업’ 홈플러스를 내세워 신뢰성 있는 이미지를 표방해왔다. 지난해 5월 취임한 도성환 홈플러스 대표는 ‘상생과 성장’을 다짐했다. 그런데 착한 얼굴 뒤로 소비자를 이용해 악덕 상술을 펼치고, 직원들에게는 등을 돌렸다. 노동자들과의 상생은 최악이다.


최근 발표된 동반성장위원회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홈플러스는 3년 연속 꼴찌를 차지했다. 3년 연속 최하위는 재계에서 홈플러스가 유일하다. 그래서인지 대형 유통 업체 중 유독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상인들과의 마찰이 많았다.

협력업체에 불공정 행위, 자체브랜드(PB) 제품 하자, 키즈랜드 관련 ‘갑을논란’에 이어 매장 내 입점한 중소상인은 쉽게 내쫓았다. 이러한 불명예를 꾸준히 얻으면서 홈플러스는 숱한 도덕성 논란에 휩싸여왔다.
 

특히 지난해부터 불거진 노조와의 갈등은 도성환 대표의 도덕성에 커다란 흠집이 되고 있다. 조직관리 시스템 부재와 내부 감사 질서의 허점을 보여주고 있다.

홈플러스와 노조의 갈등은 극에 치달은 상태다. 지난달 11일부터 노조는 “10년을 일해도 월급은 100만원이라는 기막힌 현실을 바꾸겠다”며 부분파업과 정시출퇴근, 집단휴가 등 쟁의행위를 하고 있다. 노조는 최저임금 수준의 낮은 급여를 최소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활임금 보장 수준으로 올려달라고 사측에 요구했다. 요구 사항은 ▲2013년 도시노동자 평균임금(261만원)의 57%(148만원)를 기본급으로 지급 ▲상여금 400% 지급 ▲감정노동수당 지급 등이다.

홈플러스는 노조와 충분히 협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노조 측과 협의 진행 중에 있다”고 답했다.

노조의 의견은 달랐다. 노조는 논평에서 “임금교섭이 회사 설립 15년 만에 처음으로 열렸지만 수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음에도 사측은 책임 있게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종일관 ‘회사사정이 어려워 노동조합 요구안에 대해 사측 안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만 반복해 왔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반면 도성환 대표는 영국 테스코사에 엄청난 로열티를 지급하는 등 본사에 대해서는 ‘해바라기 경영’을 펼쳤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로열티로 영국 본사에 616억17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전보다 약 20배 가까이 늘어난 금액이다. 도 대표가 한국 고객과 한국 시장보다는 영국 본사를 더 신경 쓰는 게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영국 본사가 국내 홈플러스에 비용절감을 강하게 주문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테스코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영국 본사가 비용통제를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도성환 대표 입장에서는 영국 본사의 요구에 따라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임금을 올려달라는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고, 고가의 경품행사를 통해 고객정보를 모아 이상한 형태로 수익을 끌어 올린 것도 영국 본사의 요구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테스코는 지속적인 실적악화로 지난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교체했다. 최고경영자 필립 클라크도 오는 10월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취임 2년차를 맞이한 도성환 대표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홈플러스 ‘로열티 퍼주기’논란
한국서 벌어 영국으로 송금

도성환 홈플러스 대표의 영국 본사를 향한 ‘해바라기’ 경영이 논란에 휩싸였다. 홈플러스가 영국 테스코 본사에 매년 30억원 안팎으로 지급해왔던 상표 수수료를 갑자기 616여억원으로 인상 지급한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영국의 Tesco Stores Limited와 ‘TESCO’의 상표, 로고 및 라이센스의 사용에 대해 지난해 616억17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홈플러스의 지난해 영업이익 2509억여원의 25% 수준이다. 또한 홈플러스가 2012년 37억7000여만원을 상표 수수료로 지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6배가 넘는 규모다.

유럽의 경기 침체로 테스코 본사의 수익이 줄자,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상표 수수료를 대폭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향후 이보다 더 많은 비용을 내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급증한 로열티가 일시적 비용이 아닌 고정비용이기 때문이다.

상표 수수료 갑자기 16배 인상
갈수록 ‘등골 빼먹기’ 심해져

게다가 국내 홈플러스는 ‘TESCO’라는 상표명을 사용하는 곳이 없는데도 600억원이 넘는 상표 수수료를 지급했다. 법인명에서도 ‘테스코’는 빠졌다. 반면 중국·인도·말레이시아·체코 등에서는 국가명 앞에 ‘TESCO’라는 상표를 붙이고 있다. 따라서 도성환 대표가 영국 본사에 지나치게 휘둘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홈플러스는 1999년 삼성물산과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 테스코가 출자한 네덜란드 법인 테스코 홀딩스가 1대 1로 합작해 만든 삼성테스코㈜가 모태다. 이후 2011년 3월 삼성과 테스코의 상호 계약기간이 만료돼 법인명이 삼성테스코㈜에서 홈플러스㈜로 변경됐다. 즉 간판만 국내 기업인 셈이다.

최근 발표된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는 3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한국 시장 정서를 외면하는 외국 기업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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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