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재벌’ 씨앤앰 접대 파문

노동자에 ‘갑질’ 미래부엔 ‘을짓’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수도권 최대 케이블방송업체 씨앤앰(C&M)이 논란에 휩싸였다. 자신들의 직원들에게는 ‘갑’의 횡포를 부리더니 미래창조과학부 고위 공무원들을 룸살롱, 골프장 등에서 접대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 여론에 불을 지폈다. 사측은 단순 인사치레였다고 해명했지만 마련한 자리마다 과거 성접대를 받아 물의를 빚은 인사가 동석해 파문은 커지고 있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씨앤앰의 미래창조과학부 고위 공무원들을 위한 룸살롱, 골프접대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씨앤앰이 미래부 공무원을 접대한 시기는 묘하다. 3월과 5월은 케이블방송과 관련한 주요 업무·정책발표가 있었던 때다. 씨앤앰과 미래부 사이의 ‘끈끈한’ 관계가 이어져 왔던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미래부 정책 방향이 케이블 TV사업자에 유리한 쪽으로 잡히도록 ‘관경유착’을 해왔다는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래부 공무원에
접대하며 ‘굽신’

은수미 의원은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008년 외국계 사모펀드가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인수한 씨앤앰이 ‘매각가치’를 높이기 위해 음지에서 미래부 공무원을 상대로 골프, 룸살롱 접대를 해왔다”고 지난16일 주장했다. 은 의원은 관련내역이 담긴 씨앤앰의 접대비 지출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8일 장영보 씨앤앰 대표는 회의비 및 전략부문이라는 명목으로 법인카드를 긁었다. 이날 장 대표는 성낙섭 씨앤앰 전무와 함께 서울 강남에 있는 룸살롱에서 김정수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 미래부 뉴미디어 이모 과장을 접대했다. 다만 미래부 과장은 식사 자리에만 참석했고 이후 자리에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품의서에는 “방송정책 제도 관련 각종 현안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자 관계자를 모시고 간담회를 개최하였음을 보고드리며, 소요경비 집행을 품의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회의 내용에는 “미래부 정책방향 Q&A 및 케이블업계 아젠다 점검(DCS대응 등)”이라고 나와 있다. 이날 ‘룸살롱 회의’에 사용된 금액은 117만원 수준이다.


앞서 3월29일에도 씨앤앰 간부가 미래부 고위공무원을 경기도 포천시 화현면에 있는 골프장에 데려갔다. 장 대표와 성 전무는 김정무 사무총장과 미래부 박윤현 방송정책진흥국장과 함께 이곳에서 골프를 쳤다.

품의서에는 “방송산업발전에 대한 최신동향 및 타사업자 8VSB(8레벨 잔류측파대) 허용 시 발생되는 문제점 공유 등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라고 적혀 있다. 이날 비용은 씨앤앰 법인카드로 87만7000원을 결제했다.

고위 공무원들 상대로 접대 사실 폭로
골프장 회동 이어 강남 룸살롱 술자리

은 의원은 접대 기간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월과 5월 모두 케이블방송과 관련한 주요 업무·정책발표가 있었던 시기라는 점이다. 5월에는 미래부가 위성방송 임시허가 관련 논의를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룸살롱 접대 당일은 KT스카이라이프가 접시 없는 위성방송인 DCS 임시허가 문제를 미래부와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불과 1~2주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특히 골프를 친 3월29일은 미래부가 케이블 방송에 8VSB를 허용키로 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게 은 의원의 설명이다. 8VSB는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도 디지털 화질을 볼 수 있는 송출 방식이다. 실제 미래부는 3월11일 케이블방송에 8VSB를 허용하고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세부 사안들을 확정지은 바 있다.
 

게다가 3월과 5월 씨앤앰이 마련한 접대자리마다 김정수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김 사무총장은 과거 성접대를 받아 물의를 빚은 인물로 유명하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대통령실 방송통신정책행정관으로 ‘청와대 성접대’ 관련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도 케이블업체 티브로드로부터 향응과 성접대를 받은 사실이 적발돼 해임된 바 있다. 따라서 씨앤앰의 이번 룸살롱 접대도 단순 응대가 아닌 성접대가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씨앤앰 해명에
은 의원 재반박


은 의원의 발표 이후 씨앤앰을 향한 비난여론은 거세졌다. 씨앤앰은 보도를 통해 부랴부랴 해명했다. 접대가 절대 아니라며 단순한 인사치레 만남이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룸살롱접대에 대해 씨앤앰은 “미래부 과장에게 사측의 현황을 보고하는 단순 저녁식사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골프접대에 대해서는 “지인과 함께 1명씩 초청해 골프치기를 했는데, 지인이 초청한 사람이 미래부 국장이었을 뿐”이라며 우연한 만남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은수미 의원은 씨앤앰을 향한 재반박 자료를 내놨다. 은 의원은 “씨앤앰의 해명은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다”며 “매각을 앞두고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본질을 흐리는 해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은 의원은 “회사는 미래부 담당 과장이 새로 들어오면 CEO가 친히 식사를 늘 대접하는지, 늘 회사 현황에 대해 보고를 해왔는지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며 “씨앤앰은 개인적인 운동차원의 골프 비용도 회사 비용으로 처리하는지, 2012년 6월 당시 중앙전파관리소장이었던 미래부 박 국장과 골프를 치며 간담회를 했던 것은 무엇인지, 왜 최근 미래부 등 여러 관련 부처 공무원들에게 로비성 접대(품의서 표현에는 간담회)를 하면서 소속, 직책, 성명을 표시해 증거를 남겨 놓았는지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매각과정에서 도움을 받기 위한 자기보험이 아니냐는 부연이다.

씨앤앰은 은 의원의 재반박 자료에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씨앤앰 관계자는 “(은 의원의 재반박 자료는) 전후 사정 설명이 잘못됐다”며 “골프접대 건에 대해 은수미 위원 자료를 보면 마치 우리가 거짓말을 한 것처럼 되어 있는데, 한 번도 미래부 국장을 처음 만났다고 한 적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룸살롱 대접을 했다고 하는데 함께 동석한 미래부 과장은 여성분이셨는데 여성분에게 룸살롱 대접을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미래부 공무원들을 접대한 것은) 상견례 같은 인사 치레였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매각가를 높이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그러한 주장은 노조 측의 주장일 뿐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협력업체 압박하고
노동자 쥐어짜기

고위 공무원들을 극진히 접대한 씨앤앰은 정작 자신들의 직원에게는 인색했다. 상황이 좋을 때는 자기 주머니부터 채우더니 위기에 처하자 노동자들을 압박했다. 씨앤앰의 노사갈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가 밝힌 씨앤앰의 노조 압박 과정은 이렇다. 2007년 MBK파트너스와 맥쿼리 사모펀드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씨앤앰을 2조75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외국계 사모펀드는 자기자본금 3500억원만 투자하고, 나머지 금액은 씨앤앰을 담보로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렸다. 특히 맥쿼리는 지하철 9호선, 메가박스 등 ‘먹튀자본’으로 유명한 호주 금융투자사다. 때문에 씨앤앰 인수 후 지금까지 ‘먹튀’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두 사모펀드는 장밋빛 전망을 가지고 회사를 인수했지만 인터넷TV(IPTV)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5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간 인수합병 경쟁이 심해지면서 매각이 어려워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주주사와 회사가 협력업체를 압박하고, 노동조합을 정리하려 했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씨앤앰은 임직원들을 해고하고, 방문판매업체를 끌어들여 협력업체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노사 상생협약은 어기고 노동조합 지우기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상생협약을 통해 ‘업체 변경시 전원 고용승계’를 합의했지만 올해 74명을 해고했다.

씨앤앰의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행태와 불공정거래 행위 유형은 ▲무분별한 방판계약에 따른 협력업체 영업권 침해 ▲고객관리수수료 일방적 미지급 ▲협력업체에 외상매출금을 발생시키고 재회수 ▲협력업체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이유로 일방적 계약해지 및 타 업체 업무이관 협박 등이다.


씨앤앰의 압박은 협력업체가 노동자들을 쥐어짜게 만들었다. 협력업체들의 주된 업무는 고객에 대한 애프터서비스와 장비 설치다. 그런데 씨앤앰은 협력업체에 목표 물량을 채우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압력을 가했다. 협력업체들은 씨앤엠이 2010년 1월 본사 업무인 공사 스케줄 및 계약서 관리업무를 하도급 업체들에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묘하게…케이블방송 정책 발표 겹쳐
MB정부 때 성접대 연루 인물도 동석

이러한 협력업체를 향한 씨앤앰의 압박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노조 측은 우려했다. 매각을 앞두고 매각가격의 기준이 되는 가입자 수 유지, 확장에 몰두하다보니 고객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씨앤앰은 신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최초 고가, 이후 저가’ 전략을 개선노력 없이 지속해왔다. 동일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가입 시기에 따라 최고 6배 비싼 시청료를 가입자들이 부담하게 만든 셈이다.

실제로 지난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서울 삼성동 씨앤앰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하도급사에 대한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씨앤앰 협력업체들이 “씨앤앰이 업체들에 매달 700∼1200건의 신규 가입자 유치를 강요한다”고 신고한 데 따른 것이다.

노사갈등 못 풀면
매각작업 안 풀려

노사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는 2009년이다. 당시만 해도 상황이 좋았다. 2009년 씨앤앰은 295억원의 순수익을 벌어들였다. 그런데 이 중 84%인 247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이는 씨앤앰 노동자들의 파업을 촉발시켰다. 협력업체와 노동자로부터 짜낸 이윤을 기업에 재투자 하지 않고 자기들 주머니부터 채운 것이다. 지난달에는 씨앤앰 본사 노조 및 설치와 AS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이처럼 노사갈등은 좀처럼 풀릴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씨앤앰이 노사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매각문제도 풀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주주가 원하는 매각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데다 이런 와중에 불거진 노사 갈등은 매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노조 갈등도 못 풀고 있는데 이번 미래부 접대 논란까지 겹쳐 매각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으로 보여 씨앤앰은 눈높이를 많이 낮춰야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씨앤앰은 노조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힘쓴다는 입장이다. 씨앤앰 관계자는 “노조 측과 대화를 하고 있다”며 “구체적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노조 측과의 의견을 좁히기 위해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애물단지 씨앤앰, 왜? ‘거품덩어리’전전긍긍

씨앤앰은 외국계 사모펀드가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만든 기업 중 하나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맥쿼리가 페이퍼 컴퍼니 (주)국민종합유선방송을 세워 인수한 회사다. 당시 인수대금은 약 2조750억원이다.

2008년 씨앤앰은 국내 M&A 시장을 달궜다. 당시만 해도 케이블TV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가득 찼다. MBK파트너스와 맥쿼리는 씨앤앰을 두고 뜨거운 경쟁을 벌였다. 엎치락 뒤치락 인수가격을 높이다 공동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남에게 주기는 아깝고, 혼자 인수하기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경쟁자끼리 손을 잡은 기형적 사례다.

하지만 2009년부터 통신사들이 주도하는 인터넷TV(IPTV)가 확산되면서 케이블TV산업은 쪼그라들었다. 결국 MBK와 맥쿼리는 거품덩어리가 된 씨앤앰을 안고 전전긍긍한 상황에 몰렸다. 씨앤앰은 사모펀드의 애물단지가 돼버린 셈이다. 씨앤앰의 현재 가입자당 기업 가치는 50만원을 밑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덩치가 큰 만큼 일각에서는 분할매각, 컨소시엄 구성 등이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분할매각은 파는 쪽에서 꺼릴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도 분할매각 리스크가 커 컨소시엄을 구성해 매각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컨소시엄 구성은 주사업자를 주축으로, 크고 작은 업체들이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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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