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놀라는' 카페베네 급성장의 비밀

‘오버페이스’ 너무 앞만 보고 달렸다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커피업계 신화이자 청년들의 멘토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 그가 청년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도전의식이 부족하다고. 도전은 기회와 함께 존재한다. 카페베네는 가맹점주의 절박함과 노동자들의 고달픔을 긁어모아 부를 축적했다. 김 대표의 도전은 질주 그 자체다. 그런 그의 질주가 요즘 한계치에 치닫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1위 사업자 카페베네가 ‘악덕기업’이라는 오명에 온갖 부정적인 이슈로 흔들리고 있다. 김 대표의 경영 능력은 도마 위에 올랐다. 손대는 사업마다 부진을 면치 못하고 노동력 착취 논란은 김 대표의 발목을 붙잡았다. 카페베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반 토막이 났다. 새롭게 진출한 프랜차이즈 사업은 줄줄이 실패했다. 최근에는 불공정한 갑질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받고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베네’

카페베네의 별명은 여러 가지다. 소비자들은 카페베네를 ‘바퀴베네’ ‘달면 삼키고 쓰면 베네’라고 부른다. 커피업계 점주 및 직원들 사이에서는 ‘등골빼네’로 통한다. 모두 좋은 별명은 아니다. 맛없는 커피를 팔면서 커피가 아닌 기형적인 방식으로 수익을 챙기는 카페베네를 비웃는 말이다. 특히 카페베네의 ‘갑질’ 행태는 업계에서 지독하기로 유명하다.

최근에도 카페베네가 가맹점주들에게 판촉비용을 떠넘기며 ‘갑의 횡포’를 부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들이 카페베네 음료를 구입할 때 통신업체 제휴카드인 올레KT를 내밀면 10%를 할인받을 수 있다. 그런데 공정위에 따르면, 카페베네는 계역서상 내용과 달리 할인 비용의 절반을 가맹점주에게 떠넘겼다. 또한 가맹점주들에게 인테리어 공사 시 특정업체와 계약하도록 강요했다는 정황도 적발됐다.

계약서는 카페베네가 공개할 수 없다고 해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알려진 바에 의하면 매장 인테리어 비용은 3.3㎡당 250만원이다. 반면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업체들의 3.3㎡당 인테리어 비용이 200만원으로 전해진다. 다른 업체에 비해 카페베네 인테리어 비용은 27% 정도 비싼 셈이다. 카페베네의 상징인 ‘대형시계’ 하나당 가격이 1000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조만간 카페베네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카페베네에 수십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조사 중이라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며 “회의를 통해 제재 수위를 논의할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카페베네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공정위의 심사가 완료 되지 않은 상태라 현재 이렇다할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 “가맹점주에게 할인 부담을 떠넘겼다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통신사 할인 비용 중 50%는 통신사가, 50%는 점주가 부담한다는 것은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 사안”이라며 “할인은 가맹점주의 동의를 얻고 진행되는 것으로, 이를 거부한 가맹점은 할인행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할인 부담을 거부한 곳은 1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의 가맹점주들은 할인 부담을 떠안은 셈이다.

연예인 아끼고
알바비 아끼기

김 대표는 스타마케팅을 발판으로 카페베네를 빠르게 키웠다. 공격적인 확장전략과 스타마케팅은 카페베네를 국내 1위 커피전문점으로 우뚝 올라서게 만들었다.

카페베네는 2009년 커피업계 최초로 연예인을 내세운 방송광고를 내보냈다. 효과는 좋았다. 론칭한지 불과 5년도 되지 않아 전국에 1000여개의 가맹점을 개설한 국내 최대의 커피전문점 브랜드가 됐다. 2008년 3호점을 열고, 2009년 120호점, 2010년 446호점, 2011년 500호점, 2012년 810호점, 지난해에는 1000호점을 돌파했다.

김 대표는 스타마케팅에 거금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메인모델 한예슬과의 인연도 깊다. 김 대표는 2009년부터 톱스타 한예슬을 모델로 기용했다. 2009년은 한예슬이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 이후 몸값이 한창 치솟던 때였다. 올해로 한예슬과의 인연은 6년째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김 대표는 카페베네 모델로 한예슬과 3년 연장 계약을 맺었다. 한예슬에게 2012년 개점한 미국 LA지점을 넘겨주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걸그룹 크레용팝을 모델로 발탁했다.


스타마케팅에 그치지 않고 김 대표는 드라마 및 영화 제작지원 홍보에도 매달렸다.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드라마 <대물>, <시크릿가든>, <옥탑방 왕세자>, <넝쿨째 굴러온 당신>, <최고다 이순신> <돈의 화신> 등 방송 프로그램에 수십억원을 투자했다.

‘악덕기업’ 오명에 부정적 이슈들 가득
젊은 대표의 한계?…경영 능력 도마위

이처럼 스타마케팅에는 거금을 아끼지 않았지만 아르바이트 근로자와 가맹점주, 직원들에게는 인색했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카페베네의 근로기준법 위반율은 98.3%에 달했다. 당시 카페베네는 점검 대상 56개 곳 중 55개 지점이 근로기준법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항목별로는 최저임금 위반 42건, 임금 정기 미지급 23건, 성희롱예방교육 미시행 32건, 근로계약서 미작성 45건 등 총 245건이었다.
 

2011년 청년유니온은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이사를 임금체불을 이유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카페베네에서 일하던 조합원 중 한명은 주 40시간 이상을 일하고도 법적으로 보장된 주휴수당조차 지급받지 못했다. 사업자는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라 알바생이 1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당시 청년유니온 조사 결과 카페베네 주휴수당 예상체불 금액은 60억원이었다.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카페베네는 부랴부랴 직영점 알바생들에게 체불된 주휴수당 등을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가맹점에도 해당안을 권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알바연대가 카페베네 60곳을 조사한 결과 여전히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지점은 87%에 달했다. 수십억 원은 드라마 제작 및 스타 모델 섭외에 투자하면서 알바비는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카페베네는 동반성장을 이유로 직영점에서 일하던 100여명의 직원을 권고사직 형태로 퇴직시켰다. 임직원 월급은 30%나 깎았다. 이런 상황에 김 대표는 지난1월 <조선일보>에 ‘청년들이여. 도전하라’는 글을 기고했다가 청년들에게 “너나 잘하라”라는 몰매를 맞았다.

내실 없는
덩치 키우기

그렇게 카페베네는 가맹점주와 알바생들을 철저하게 부리면서 사업 확장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김 대표가 야심차게 진출한 사업은 줄줄이 철수했다.

2011년 김 대표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를 시작으로 2012년 베이커리 전문점 마인츠돔을 인수했다. 이어 세 번째 브랜드 드러그 스토어 ‘디셈버24’를 여는 등 계속해서 사업영역을 넓혔다.

그러나 최근 동반성장위원회의 출점 규제로 카페베네는 블랙스미스 마인츠돔을 잇따라 철수 하기로 했다. ‘디셈버24’ 사업은 시작한지 5개월만에 사업을 접었다. 김 대표는 지난2월 블랙스미스와 마인츠돔 사업을 담당하는 법인의 지분 50%를 마인츠돔 창업자 홍종흔 대표에게 매각했다. 법인의 지분을 매각해 사실상 해당 사업에서 철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카페베네 영업이익은 반 토막이 났다. 실적이 악화되면서 카페베네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손대는 사업마다 부진
노동 착취 논란 발목
스타 마케팅엔 ‘펑펑’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카페베네의 매출액은 348억원으로 전년 419억원보다 크게 떨어졌다. 연매출만 봐도 2012년 2207억원의 매출에서 2013년 1873억원으로 15.1%나 하락했다.
 

영업이익 하락세도 두드러졌다. 카페베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9억5000만원이다. 2012년 66억3400만원에 비하면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지난해 19억62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은 665%에 달했다. 이렇게 되면서 2012년부터 준비해왔던 기업공개(IPO)와 증시 상장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결국 김 대표는 사업 확장 중지를 선언했다. 청담동에 있던 옛 사옥도 광고대행사에 매각했다. 카페베네는 본사 사옥을 40억원에 팔아 넘겼다. 2005년 신축된 이 건물은 2011년 4월 카페베네가 매입해 사옥으로 사용해왔던 건물이다.

청담동 경기고 사거리에 위치한 본사 사옥도 매물로 내놨다. 매각 후 재임대하는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일앤드리스백'은 기업이 현금 유동력을 늘리거나 부채 비율을 줄이기 위해 많이 쓰는 방식이다. 그만큼 현금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당분간 커피사업에 주력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연예인을 내세워 눈길을 잡는데 성공했지만 카페베네 커피 맛은 여전히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인점 장사에 혈안 ‘바퀴베네’
가맹점주·알바생들 ‘등골빼네’

상황이 이런데도 김 대표의 카페베네 덩치 키우기 집착은 끝이 없어 보인다. 김 대표의 야심은 아직도 멈추지 못했다.

2020년까지 전 세계에 1만개 매장을 오픈해 스타벅스와 경쟁하는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것이 김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다. 국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17일 카페베네 양주공장 준공식에서 “2017년까지 전 세계 4000개 매장 오픈을 목표로 각 진출국가별 매장과 제조품 등에 들어가는 원두를 전량 양주 글로벌 플랜트에서 생산할 계획”이라며 “이제 커피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역사를 새로 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우려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카페베네에 대한 국내의 평가가 해외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커피업계 한 관계자는 “김선권 대표가 커피에 일가견이 있었던 사람이 아니다보니 커피 맛이 좋을 수가 없다”면서 “그러다보니 메인메뉴인 커피는 외면 받고 엉뚱하게도 팥빙수나 케이크같은 서브메뉴만 팔려나가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맛이 아닌 곁가지로 승부를 보는 업체는 한계가 있다는 부연이다.

대표님의 욕심
도대체 어디까지?

이 관계자는 “오히려 국내에서는 운 좋게도 맛이 아닌 스타마케팅과 유럽풍 인테리어가 지금까지 통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맛을 중시하는 커피 전문점이 많은 해외에서 카페베네가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커피전문가가 아닌 오로지 경영자의 시각으로 커피숍을 이끌어가다 보니 한계가 있다”며 “매장 내에 있는 책꽂이가 손이 닿기 어려운 높은 곳에 위치해있고, 책 종류도 김 대표의 자서전을 비롯해 대부분 자기계발서로 비치돼 있는 것만 봐도 얼마나 실속 없이 겉모습에 치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맛 보다는 스타마케팅과 가맹점포 수에 의지하는 수익구조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의 무모한 마케팅은 초창기 인지도를 높이는데 어느 정도 기여했지만 카페베네를 위기로 몰았다. 맛의 성장 없이 마케팅에만 매달려온 카페베네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으로 김 대표가 어떤 자구책을 마련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카페베네 대표 김선권은 누구?

국내 커피시장 1위 업체 카페베네의 창업자 김선권 대표는 처음부터 커피전문점을 운영했던 것은 아니다. 카페베네를 창업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만큼 김 대표의 이력은 화려하다. 커피업종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뜻밖의 경력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28세 취업을 할 나이에 김 대표는 일본에 갔다가 게임기 프랜차이즈 시장에 뛰어들었다. 외환위기로 어려웠던 1998년 온갖 악재 속에서도 3년 만에 400여개의 가맹점을 세웠다. 하지만 개설 수익 외에 운영 수익이 발생하지 않자 외식사업에 도전했다.

2000년 삼겹살 전문점, 2004년 감자탕 전문점 행복추풍령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프랜차이즈 미다스의 손이라는 닉네임까지 붙었다. 그런데 해외여행을 갔다가 보게 된 커피전문점은 김 대표에게 새로운 아이템으로 다가왔다. 이후 그는 커피사업을 본격적으로 계획한다. 2007년 그가 커피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변인들은 김 대표를 말렸다. 주변인의 만류에도 김 대표는 2008년 커피사업을 시작했고, 우려와 달리 카페베네를 국내 1위 커피전문점으로 키워냈다.

하지만 너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온 탓일까. 요즘 김 대표의 카페베네는 난항을 겪고 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 착취, 가맹점에 대한 갑의 횡포 논란에 이어 실적악화까지 겹쳐 온갖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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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