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삐까번쩍 AIA타워 가보니...

수천억 들여 치장했는데 ‘텅텅’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경기불황에 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구조조정도 모자라 서울에 있는 사옥마저 팔아넘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국 보험사 AIA생명은 수천억을 들여 지난해 종로에 위치한 신사옥을 마련했다. 국내 상륙 이후 처음으로 신사옥을 마련해 들떠 있던 AIA생명이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다. 7개월이 넘도록 AIA생명의 신사옥에 입주하겠다는 업체가 나타나지 않아서다.

지난해 12월 AIA생명은 서울시 중구 순화동에 위치한 N타워의 빌딩 대량 지분을 매입했다. N타워

는 지하 8층, 지장 27층의 건축물로 지난 2012년 5월에 완공됐다. AIA생명이 이 건물을 사들이면서 N타워는 ‘AIA타워’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지난7일 AIA타워를 찾아가보았다.

공실률 90%

겉으로 본 AIA타워는 화려했다. AIA타워는 종로 일대 고층 빌딩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했다. AIA타워는 주변 빌딩보다 우뚝 솟아 있었다. 접근성도 좋았다. 서울역과 시청역, 서대문 역 등 주요 지하철역에 인접해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했다.

그런데 압도적인 건물의 겉모습과 달리 AIA타워 안은 썰렁했다. 빌딩 전체가 텅텅 비어 있었다. 우선 1층에는 커피숍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하1층부터 7층까지는 지하주차장으로 파악됐다.

당일 지하1층은 공사 중이었다. 이 건물에 입주한 기업은 동성그룹 계열사(동성홀딩스, 동성하이켐, 동성화인텍)가 유일했다. 1층 커피숍과 9층~11층에 입주한 동성그룹 계열사를 제외하고 빌딩은 비어 있었다. 이렇게 되면 공실률은 90%에 달한다.


건물은 비어 있는데 여러 명의 경비원이 상주하고 있었다. 경비원의 감시로 일반인들은 출입할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 이용조차 불가능했다. 경비원의 눈을 피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러나 2개 층을 제외하고는 누를 수 있는 엘리베이터 버튼이 없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때마다 ‘해당 층은 비어 있습니다’라는 목소리만 들려왔다.

할 수 없이 1층으로 내려와 복도로 들어갔다. 그러나 복도조차 막혀 있었다. 복도마다 보안이 걸려 있어 문을 열 수 없었다. 건물 전체에 출입을 막아놓은 것이다.

입수한 <AIA타워 개요>에 따르면 22층부터 27층은 7월말 AIA생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8층은 제네웰, 16층은 보고펀드, 17층은 삼성 웰스토리가 들어오기로 했다. 입주 예정까지 합쳐도 27층 중 14층이 비어 있게 된다.

이렇게 임대가 원활하지 않은 이유는 비싼 임대료와 높은 ‘공실률’로 추정된다. 임대료를 알아보기 위해 인근 부동산을 찾아가 보았다. 부동산에 따르면 AIA타워의 임대료는 평당 9~10만원, 관리비도 평당 3만5000원으로 조사됐다. 120평 기준 보증금만 1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근 한 부동산 업자는 “현재 AIA타워에 들어와 있는 곳이 많지 않아서 협상하시면 렌트프리(일정기간 무상으로 업무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서비스)로 조정이 가능하다”며 “5월에 본사가 들어오기로 했는데 지연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수천억 들인 AIA타워...7개월 넘게 입주자 없어 ‘속앓이’
AIA생명 “여러 가지 신경 쓸게 많아서...”

지난해 AIA생명은 순화동 PFV로부터 N타워의 지분을 매입했다. AIA생명은 이 계약 체결을 통해 81.6% 지분을 소유한다. 매입 가격은 약 2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AIA생명이 신사옥 매입에 무리수를 뒀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AIA생명은 사옥 매입 후 위험기준 자기자본비율(RBC ratio)이 하락했다. 지난해 3월말 383.3%였던 RBC비율은 12월말 337.6%로 45.7%로 뚝 떨어졌다.


같은 기간 AIA생명의 위험가중자산은 4563억원 늘었다. 지급여력비율(RBC) 요구자본에서 신용위험액이 가장 크게 증가했다. AIA타워 가격이 20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위험가중치가 높은 부동산을 취득함에 따라 위험가중자산의 비율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속되는 수익악화에 많은 보험사들이 사옥 매각에 나서고 있다”면서 “다른 보험사들처럼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은 AIA생명은 독특하게도 거꾸로 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다소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은 환금성(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이라 위험가중치가 높게 적용된다”며 “보험사들이 사옥을 파는 데 열을 올리는 것도 자급여력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AIA생명 측은 당혹스런 분위기다. 입주초기인 점을 감안해달라고 요구했다. AIA생명은 “아직까지는 빈 사무실이 많지만 전담 부서에서 여러 업체들과 접촉하면서 입주자를 찾고 있다”며 “단시간 내에 그렇게 입주자를 빨리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빈 사무실을 채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옥 이전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여러 가지 신경 쓸 게 많아서 몇 달 정도 지연됐지만 이달 말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며 “(올 초에 옮기겠다는 말은)보도자료에서 그때 쯤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했을 뿐 확정적으로 이야기한 적 없다”고 일축했다. 일반인 출입 금지에 대해 그는 “AIA타워는 자사가 매입한 사건물이다”라며 “공공시설도 아니고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와 돌아다니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보안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제 채우나

현재까지 AIA생명은 서울 충무로 소재 한 건물의 4개 층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1960년에 세워진 오래된 건물의 4개 층에서 직원 500여명이 일하다 보니 업무공간이나 공공시설이 턱없이 부족했다.

AIA타워 매입 당시 다니엘 코스텔로 AIA생명 대표는 “이번 건물 매입은 한국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 비전을 가지고 결정한 일”이라며 “AIA 타워는 성장하는 한국 시장의 중심부에서 AIA생명의 브랜드를 알리는 상징적인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사옥 발표 이후 AIA생명은 지난2월 ‘콰이어트(quiet)룸’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콰이어트룸은 직원들이 독립적인 공간에서 편안하게 상대방과 통화하거나 업무처리를 할 수 있게 만든 공간이다. 신사옥 이전과 관련한 직원만족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그만큼 AIA생명은 신사옥 마련에 들떠 있었다. 1987년 국내에 진출한 후 처음으로 사들인 사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주자가 나타나지 않는 신사옥 문제로 AIA생명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dklo216@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카지노>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