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없는 스포츠토토 사태> 등 돌린 담철곤 속사정

정(情) 강조하더니…매정한 회장님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과거 담 회장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한적이 있다. ‘감옥행’을 면하자 눈물로 호소했던 담 회장의 모습은 사라졌다. 다시 자기 주머니 채우기 바빴다. 비리는 담 회장 일가가 저질렀지만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청춘을 바쳐 회사를 키워온 직원들이 벼랑 끝에 내몰린 것이다. 그들의 눈물을 담 회장은 외면했다.

오리온의 알짜 계열사였던 스포츠토토가 사업을 접게 됐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을 비롯한 오리온 경영진의 비리 때문이다. 스포츠토토 임직원들은 거리로 내몰릴 처지에 놓였다. 스포츠토토 직원들의 탄식은 커져갔지만 담 회장은 이렇다 할 대책조차 내놓지 않아 원성을 사고 있다. 스포츠토토 직원들은 담 회장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스포츠토토 직원
거리에 내몰려

스포츠토토는 축구·야구·농구 등 6개 종목을 대상으로 스코어와 승패를 예측해 베팅하면 결과에 따라 배당금을 지급하는 체육복권이다. 2000년 체육진흥투표권 사업 및 관련 부대사업을 목적으로 500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됐다. 현재 스포츠토토의 최대주주는 오리온(지분 66.64%)이다.

그러나 오리온은 담 회장의 비리와 횡령사건으로 스포츠토토의 사업권을 박탈당했다. 오는 9월부터는 신규 사업자 웹케시가 스포츠토토를 운영한다.

현재 스포츠토토 임직원은 250여명이다. 그런데 웹케시가 필요로 하는 인력은 200명이 안 된다. 게다가 웹케시 자체에도 인력이 충분하다. 이에 따라 기존 스포츠토토 직원은 최대 150명만 고용 승계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100명은 당장 직장을 잃게 된다. 게다가 신규 사업자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위탁수수료율이 턱없이 낮게 책정돼 적자가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150명마저 언제 퇴출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스포츠토토 직원들은 울분을 터뜨렸다. 지난 10년간 회사를 키워왔지만 담 회장의 비리 때문에 실직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청춘 바쳐 일한 직원들 헌신짝 처지
누구 때문에 이러는데…끝까지 외면

지난달 스포츠토토 노동조합은 스포츠토토 대주주인 오리온을 상대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담 회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담 회장의 비리로 스포츠토토 사업권을 박탈당하고 입찰참여 기회조차 뺏겼는데도 오리온은 뒷짐만 지고 있어서다. 스포츠토토 노조에 따르면 오리온은 명예퇴직, 직원보상, 생존권 보장 요구를 회피했다.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스포츠토토 노조는 파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스포츠토토 노조 측은 사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사측의 근로조건에 대한 답변을 들을 때까지 시위를 자제할 계획이다. 김인수 스포츠토토 노조위원장은 “고용보장과 직원보상 등에 대해 사측이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며 “그때까지 당분간 시위를 자제할 생각이지만 다음주까지 오리온에서 답변이 없다면 파업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리온 측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확인해보겠다”라는 답변을 끝으로 연락이 없었다.

담 회장 일가
배만 불렸다

스포츠토토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담 회장의 책임이 크다. 담 회장이 배임과 횡령을 벌이지 않았다면 기존처럼 오리온이 5년 동안 스포츠토토를 맡았을 것이다. 스포츠토토 사업을 통해 이익을 본 사람도 담회장이고, 비리로 인해 사업권을 잃게 한 장본인도 담회장이다.


스포츠토토는 오리온의 돈줄이었다. 연간 수백억원씩 현금이 들어오는 ‘캐시카우’(확실한 수익 창출원) 역할을 했다. 지난 2003년 오리온은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사업을 접은 한국타이거풀스로부터 지분 46.8%를 확보하며 스포츠토토 최대주주로 나섰다. 당시 오리온은 스포츠토토를 단돈 300억원(지분 46.8%)에 인수했다.

오리온은 지속적으로 스포츠토토 지분을 사 모으면서 최대주주(지분 66.64%)에 올랐다. 오리온의 최대주주는 14%의 지분을 가진 담철곤 회장의 부인인 이화경 부회장이다. 2대 주주는 담 회장(지분 12%)이다.

오리온은 스포츠토토를 품으면서 성장하기 시작했다. 10년간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체육기금을 조성할 정도로 엄청난 성장세를 이어왔다.

사행산업통합위원회에 따르면 스포츠토토 매출액은 오리온이 최대주주로 나선 2003년 283억원에서 2013년 4조500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10년간 150배나 기업 매출이 커진 것이다.

이익도 가파르게 늘었다. 스포츠토토는 2004년까지 당기순손실이 130억원이었지만 2005년부터 흑자로 전환해 그해 당기순이익 110억원을 올렸다. 이후 정부가 스포츠토토 발행횟수를 계속 늘려주면서 순이익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이듬해인 2006년 당기순이익이 495억원으로 전년대비 4배이상 급증했다. 2007년에는 770억원으로 사상 최고 순이익을 올렸다.

이익률도 좋았다. 스포츠토토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2012년에도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15%에 달했다. 최근 5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20%에 육박해 제조업체에서는 보기 힘든 수익성을 보였다. 오리온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식품업계 최고인 8.1%를 보인 것도 스포츠토토가 든든한 후원자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성장세 타고
주머니 채우기

스포츠토토가 가파르게 성장하자 담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은 자기 주머니를 채우기 시작했다. 우선 짭짤한 배당금을 챙겼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오리온은 최대주주 자격으로 스포츠토토를 통해 115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게다가 조경민 전 오리온 전략담당 사장은 스포츠토토 계열사 임직원의 급여를 실제보다 많이 지급한 것처럼 꾸며 차액을 빼돌렸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사장은 스포츠토토 사업자금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100억원대의 배임·횡령을 저질렀다. 자신의 형이 운영하는 인쇄업체에 스포츠토토 용지를 발주하고 대금을 과다 책정해 스포츠토토에 수십억원의 손해를 입혔다.

스포츠토토 최대주주인 오리온의 실세가 저지른 이 비리는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의 회삿돈 횡령·배임과 맞물리며 사회 문제로 비화됐다.

지난해에는 담 회장이 보수 총액으로 53억9100만원을 챙겼다. 담 회장의 부인 이화경 부회장은 43억79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로써 담 회장 부부는 식품업계 연봉 1위를 기록했다.

 

오리온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88% 감소했음에도 등기이사들의 평균 보수는 54.88% 증가했다. 담 회장 부부와 자녀 2명은 오리온 배당금 44억9269만원을 더 챙겼다.

게다가 담 회장이 자회사 아이팩으로부터 고액의 배당금을 챙겨온 것이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지난3월 금감원에 접수된 아이팩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담 회장은 지난해 150억880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영업이익 8억원, 당기순이익 25억원에 불과한 회사가 순이익의 6배에 달하는 금액을 담 회장에게 배당한 것이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났음에도 거액을 배당했다. 아이팩은 과자 봉지와 박스 등을 만들어 납품하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 403억원 중 80%인 324억원을 오리온에 납품해 올렸다.


아이팩은 2010년 강남구 논현동 91-6필지의 토지와 지상 10층 건물을 처분해 현금화했다. 매입자는 스포츠토토로 알려졌다. 건물 매매 과정에서 담 회장이 아이팩을 인수하기 직전 이 건물을 스포츠토토에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시점을 들어 일각에서는 매각대금이 그의 배당금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비리 저지르고
발 빼기

이러한 비자금 조성 및 횡령 등 부도덕한 경영으로 담 회장은 업계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이후 오리온에게 스포츠토토 사업을 맡길 수 없다는 여론이 뜨거워졌다.

결국 오리온은 스포츠토토 선정 입찰 자격에서 박탈당했다. 특히 스포츠토토 사업 제안요청서 사전규격에 따르면 주식 총수의 5% 이상을 갖고 있는 대주주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차기 입찰 자격을 잃게 된다. 2000년, 2002년 스포츠토토 관련 수탁사업자 선정 공고 시 제안요청서 상에 명시하도록 문체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한 내용이다. 즉 3년 이내 금고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앞서 담 회장은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고가 미술품을 법인자금으로 매입해 자택에 장식품으로 설치했다.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 초호화 외제 승용차를 계열사 자금으로 빌려 사용하는 등 226억원을 횡령하고 74억원을 유용했다.

오너비리로 사업권 박탈
입찰참여 기회조차 없어


돈줄이었던 스포츠토토를 가질 수 없게 되자 오리온은 다급해졌다. 지난 1월 오리온은 사업 유지를 핑계로 오리온의 입찰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우겼다. 사실상 이때까지만 해도 스포츠토토 직원들은 적극적으로 오리온을 도왔다. 언론보도에서도 “문제없다”며 짐짓 괜찮은 척했다. 담 회장의 비리 때문에 일어난 일이였기에 괘씸했지만 고용 안전을 위해 참았다.

그러나 공단이 본격적으로 다른 사업자를 찾아 나서자 오리온은 슬쩍 발을 뺐다. 담 회장은 지난해11월 등기임원에서 물러나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스포츠토토 직원들은 좌절했다. 이후 직원들은 담 회장을 향해 사태를 해결하라며 시위에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기업 회장들은 횡령과 같은 비리에 연루되면 눈치를 봐서라도 자신의 보수를 기업에 환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해도 욕을 먹는 마당에 오리온 담 회장의 경우는 비리를 저질러 놓고도 자기 보수와 배당금만 챙기고 회사 일은 모르는 척 은근슬쩍 넘어가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신 못차린' 동양 부부
재산 지키기 노후대비?

사기성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생 등으로 4만명이 넘는 피해자를 발생시킨 ‘동양 사태’의 책임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그의 부인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이 도 넘은 ‘재산 지키기’로 빈축을 사고 있다.

이들 부부는 동양그룹 계열사 주식을 처분하지 말라며 옥중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이 부회장은 가압류 직전의 미술품을 빼돌려 매각한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이선봉)는 지난 2일 강제집형 면탈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최근 법원의 가압류 절차 직전 자신이 소유한 고가의 미술품을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를 통해 매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 회장 등 동양그룹의 주가조작 혐의를 조사하던 검찰은 이 부회장과 홍 대표 사이의 자금 흐름을 포착하고 지난 달 이 부회장의 미술품 보관 창고와 갤러리 서미를 압수수색해 그림과 조각품 등 미술품 수십점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법원의 재산처분을 피해 미술품을 미리 빼돌린 것으로 보고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현 회장 “주식처분 말라” 옥중소송
이혜경 부회장 가압류 직전 미술품 급매

 

앞서 지난달 10일에는 현 회장과 이 부회장이 낸 가처분 신청이 각하됐다. 현 회장 부부는 지난 5월2일 동양파이낸셜 보유의 티와이머니 주식을 처분해서는 안 된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동양파이낸셜과 티와이머니는 기존 동양그룹 출자 구조에서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핵심 계열사다.

지난해 2월 이들 부부는 티와이머니 주식 16만주(지분율 80%)를 담보로 동양파이낸셜로부터 각자 명의로 38억8000만원과 39억원 등 총 78억8000만원을 대출했다. 하지만 정해진 기간에 차입금을 갚지 못했고 동양파이낸셜은 이들이 담보로 잡힌 티와이머니 주식을 전량 인수했다. 티와이머니 지분을 10%에서 90%로 늘린 동양파이낸셜은 주식 처분에 나섰다.

현 회장 측이 주장한 티와이머니 주식 가액은 200억원. 200억원을 눈 뜨고 날리게 된 이들 부부는 담보제공 자체가 무효라며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동양파이낸셜대부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내린 40억원대의 담보제공명령을 현 회장 측이 이행하지 않았다며 쟁점 판단 없이 신청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현 회장 부부에게 공탁금 4억원과 보증보험 36억원 등 40억원의 담보를 제공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하지만 현 회장 측은 일단 재산은 지키게 됐다. 채권자 농협은행이 “티와이머니 주식을 처분하지 말라”며 동양파이낸셜에 가처분 신청을 냈고, 재판부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동양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해 부실 계열사 회사채와 CP를 판매해 개인투자자 4만여명에게 1조3000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지난 1월 구속기소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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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