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집권 2년차> '세풍' 2라운드 관전포인트

"세수 아직도 부족해" 대기업 탈탈 턴다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세풍’ 2라운드가 시작됐다. 재계는 잔뜩 움츠렸다. 세무조사를 받은 업체들은 추징금 규모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세청의 압박은 더욱 심해지고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지난해 3월 김덕중 국세청장이 부임하면서 세무조사 강도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국세청이 칼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재계는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국세청이 지난달부터 기업들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농심, 대상, 일동후디스 등 식품업계가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오랫동안 정기 세무조사를 받지 않았던 기업들도 조사대상이 된 것이다.

국세청의 칼끝이 전 정권 MB(이명박 전 대통령)지우기 1라운드에 이어 그동안 정기 세무조사에서 피해갔던 기업들을 향하고 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2라운드가 시작된 모양새다. 이에 따라 최근 조사를 받게 된 기업들은 정기조사일 뿐이라며 온갖 의혹제기에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식품업계 ‘긴장’
조선업계 ‘난항’

서울지방국세청은 1일 서울 동작구에 있는 농심 본사의 회계 및 세무 관련 자료를 확보해 조사에 돌입했다. 조사기간은 2∼3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주로 특별조사를 하는 조사4국이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4국은 국세청 중수부로 특별조사팀이다. 보통 탈세 제보를 입수하거나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이 포착되면 움직인다. 따라서 오너 비리와 관련됐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농심 관계자는 “5년에 한 번씩 하는 정기조사일 뿐 별 다른 이유는 없다”며 “성실히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상그룹 역시 지난달 26일 서울지방국세청 4국의 특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기간은 100일 정도 걸릴 예정이다. 3년만의 세무조사다. 보통 5년에서 10년 사이에 이뤄지는 정기 세무조사에 조사시점이 빠르다는 점을 임창욱 명예회장과 관련된 비자금 조성 여부를 밝히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대상은 2011년에도 특별 세무조사를 받아 43억원 가량을 추징당했다. 임창욱 회장이 2005년 회삿돈 210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때문이다. 그러나 대상은 극구 부인했다. 대상 관계자는 “(임창욱 회장 비자금과) 전혀 상관없다”며 “정기조사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중부지방국세청이 일동후디스의 서울 구의동 본사와 강원도 춘천·횡성 공장 등을 조사하기 위해 회계 장부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해갔다. 일동후디스에 대한 세무조사는 2005년 이후 9년 만이다. 이번 세무조사는 약 60일 일정이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보통 정기조사는 5년에서 10년 사이에 하는데 우리는 9년 만에 받는 조사로 일반적인 정기조사라고 알고 있다”며 “게다가 우리는 2011년 납세자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세청 조사국이 직접 춘천·횡성공장까지 15명의 요원을 보냈다는 점에서 정기조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시각에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공장 주소가 춘천과 횡성에 있다 보니 회계장부를 가지러 조사팀이 그곳에 간 것”이라며 “다른 기업(농심, 대상)처럼 조사4국이 아닌 일반적인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별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지난4월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나서 최근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노희영 CJ그룹 브랜드전략고문을 허위 세금계산서 작성과 세금 탈루 혐의로 소환했다. 노 고문은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컨설팅 업체를 통해 용역비를 부풀리고 48억 원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개인소득세 5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은 국세청이 CJ그룹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4월 국세청이 노 고문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함에 따라 수사를 시작했다. 보통 국세청 세무조사는 검찰 수사와 동시에 실시하지 않는다. 검찰 수사가 끝나면 국세청이 조사에 돌입한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반대로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이 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숨 고르던 국세청 세무조사 재개
조사4국 강도높은 특별조사 시동

조선업계도 세무조사에 한창이다. 앞서 국세청이 조선업계 세무조사를 자제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진행된 만큼 배경을 두고 재계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에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세무당국에 따르면 국세청 조사관들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본사 건물에 예고 없이 몰려와 조사를 실시했다. 국세청은 같은 날 서울 강남구 논현동 대우조선해양건설 건물과 경남 거제의 조선소에도 직원들을 보내 필요한 자료를 가져갔다.

이번 세무조사에도 특별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직원들이 주축이 됐다. 다음날 국세청은 서울 중구 연세빌딩의 대우인터내셔널 본사에도 사전 통보 없이 조사관들을 보내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의 자회사로 대우라는 이름만 공유하고 있을 뿐 대우조선해양과 무관한 기업이다. 

업계는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다소 놀라는 분위기다. 국세청은 지난2월 자료를 통해 “조선과 해운, 건설 등 어려운 경제여건에 특히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4개월 만에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세무조사에 전격 착수하면서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한바탕 몰아쳤던 ‘납품비리’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납품단가 비리로 지난해 연말부터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로 인해 대우조선해양 임직원 수십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때문에 이번 세무조사를 당시 사건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또 조사주체나 시점 등을 볼 때 특별 세무조사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역외탈세나 비자금 조성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러한 조사배경에 대해서 입을 다물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4국은 일반 조사와 달리 특별조사를 한다”며 “(기업 세무조사 내용에 대해) 지금 진행 중이라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다”고 회피했다.

조사 후폭풍
추징금 부담

기업들이 세무조사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추징금 때문이다. 추징금은 여러모로 기업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추징금을 부과받으면 기업 이미지 실추뿐 아니라 경영 악화로도 이어진다.


지난 4월 국세청은 지난해 세무조사를 한 11개 보험사에 2000억원대의 추징금을 통보했다. 보험업계 역대 최대 규모의 추징금으로 해당 보험사들은 충격에 빠졌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해 교보생명, 한화생명, LIG생명 등 보험사 11곳에 총 1982억원에 이르는 추징금을 부과했다.

회사별 추징액을 보면 생명보험 업계 2위인 한화생명보험이 936억원으로 가장 많은 세금을 맞았다. 이어 교보생명 303억원, 서울보증보험 171억원, 동양생명보험 58억원, 현대해상 36억원, LIG손해보험 35억원, 미래에셋생명보험 24억원, 동부생명보험 21억원 등이다.

국세청은 농협중앙회를 통해 농협은행을 비롯한 농협생명보험과 농협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를 세무조사해 모두 394억원의 추징금을 통보했다.

보험사들은 추징금 규모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갈수록 영업실적은 떨어지는데, 막대한 추징금 때문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생겼다”며 “정부는 세수부족을 추징금으로 메꾸려 한다”고 토로했다.
 

실제 일부 보험사는 부과받은 추징금보다 적은 금액을 냈다. 교보생명은 과세 당국과 조정해 추징금 중 48억원만 냈고, 농협생명은 중앙회와 사업분리로 인해 5억원만 납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추징금 규모가 이처럼 예년보다 이례적으로 높은 것은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번 추징금액은 보험회사 지난해 회계연도(2013년 4~12월) 전체 당기 순이익 3조 8203억원의 5.3%에 해당된다.


탈세·비자금 ‘꼼짝마!’
수백억 추징 폭탄 예고
움츠러든 재계‘초긴장’

지난해 세무조사를 받은 효성, OCI, 코오롱글로벌, KT&G, 코웨이, 풍산, 포스코는 고강도 세무조사로 8000억원이 넘는 법인세 폭탄을 맞았다.

특히 법인세 탈루 등의 혐의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은 효성이 가장 많은 4700여억원의 법인세를 추징당했다. 이는 전년 609억원의 7배를 넘는 수준이다. 법인세 급증에 효성은 323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OCI는 3000억원에 육박하는 법인세를 내 효성의 뒤를 이었다. OCI는 계열사 디씨알이(DCRE)의 물적분할과 관련해 2965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아 법인세 비용이 전년 59억원에서 1201억원으로 급증했다.

코오롱글로벌도 지난해 법인세와 부가가치세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523억원의 세금을 추징받아 7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KT&G는 세무조사로 467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지난 2월 롯데그룹 주력사인 롯데쇼핑은 국세청으로부터 600억원대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롯데그룹 사상 최대 규모의 추징금이다.

추징금을 받고 나서도 끝이 아니다. 신용등급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후폭풍은 만만찮다.

지난해 효성은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4700억원의 추징금에 그룹 전체가 휘청거렸다. 대규모의 세금 추징으로 효성은 재무 부담을 떠안았다. 2012년 141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지난해 2362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신용평가사들도 일제히 효성그룹 신용등급을 내렸다. 지난해 말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효성과 효성캐피탈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강등했다.
 

지난해 초 세무조사로 523억원의 세금을 낸 코오롱글로벌도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달 코오롱글로벌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떨어뜨렸다. 이는 500억원대의 추징금의 여파로 풀이된다. 그동안 코오롱글로벌은 세금을 추징당하면서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12월 NICE신용평가에서 신용등급(BBB)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세금 추징 후 재무 부담이 커진 탓이다.

서희건설도 세금을 추징당하고 재무부담이 늘어나 신용등급이 깎였다. 서희건설은 지난해 6월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138억원의 법인세를 추징당했다. 2012년 168억원이었던 순손실 규모는 지난해 9월 기준 359억원까지 불어났다.

이에 따라 NICE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서희건설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내렸다. NICE신용평가는 신용등급을 강등한 평가근거로 지난해 세무조사 결과에 따른 추징금 부과로 유동성과 재무안정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제시했다. 건설경기 침체로 손실이 쌓여가던 시점에 세무조사마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에 따라 세무조사를 받은 기업들은 추징금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무조사 가능성이 큰 기업들도 조용히 국세청의 눈치만 보고 있다.

1라운드는
MB 지우기

1라운드 세풍은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특히 MB 지우기부터 시작됐다. MB정권의 수혜를 입은 기업들에 메가톤 세풍이 불었다.

MB정부와 관련 있는 롯데와 포스코, 효성 등의 대기업들은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

특히 지난해 효성그룹은 국세청의 거센 세무조사로 괴로운 한 해를 보냈다. 효성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가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큰아버지다.

국세청은 지난 5월말 효성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돌입했다. 조사 과정에서 효성을 샅샅이 뒤져 거액의 차명재산을 파악하고 4000억원대의 대규모 추징금을 부과했다. 추징금 부담은 효성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졌다.

롯데그룹도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카드 등의 계열사들이 수차례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국세청이 호텔롯데 세무조사를 끝낸 지 한 달만 에 롯데쇼핑 조사에 돌입해 그 배경에 의혹을 사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2009년 롯데월드타워 사업허가 승인을 받으면서 MB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이밖에도 MB정권의 지원정책으로 큰 혜택을 받았던 현대차, 대우건설 등도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던 이석채 KT 회장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퇴임도 세무조사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과거에는 정권 교체 후 검찰이 나섰지만 최근에는 국세청이 먼저 세무조사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정리해야 할 사안들을 국세청이 세무조사로 압박해 먼저 손본다는 이야기다. 당시 국세청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기업들은 여전히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덕중호’는 지금…

김덕중 국세청장은 지난해 3월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됐다. 김덕중 청장은 복지 정책 실현을 위한 추가 재정확보라는 막중한 임무를 안았다. 아직까지 1년간 대체로 순항했다는 평가다. 취임 초기 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의 비리로 위기도 있었지만 강력한 집안 단속으로 극복해가고 있다. 특히 올해 국세청 세입예산은 204조9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4조7000억원 늘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강도 높은 세무조사로 세수확보를 하고 있다는 비판여론도 따라다닌다. 납세자들에 대한 마른수건 짜내기식 세정 집행으로 세수를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전 정권과 관련된 기업 세무조사 1라운드가 끝난 시점인 올해는 김 청장의 진정한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연임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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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