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집권 2년차> '세풍' 2라운드 관전포인트

"세수 아직도 부족해" 대기업 탈탈 턴다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세풍’ 2라운드가 시작됐다. 재계는 잔뜩 움츠렸다. 세무조사를 받은 업체들은 추징금 규모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세청의 압박은 더욱 심해지고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지난해 3월 김덕중 국세청장이 부임하면서 세무조사 강도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국세청이 칼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재계는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국세청이 지난달부터 기업들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농심, 대상, 일동후디스 등 식품업계가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오랫동안 정기 세무조사를 받지 않았던 기업들도 조사대상이 된 것이다.

국세청의 칼끝이 전 정권 MB(이명박 전 대통령)지우기 1라운드에 이어 그동안 정기 세무조사에서 피해갔던 기업들을 향하고 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2라운드가 시작된 모양새다. 이에 따라 최근 조사를 받게 된 기업들은 정기조사일 뿐이라며 온갖 의혹제기에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식품업계 ‘긴장’
조선업계 ‘난항’

서울지방국세청은 1일 서울 동작구에 있는 농심 본사의 회계 및 세무 관련 자료를 확보해 조사에 돌입했다. 조사기간은 2∼3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주로 특별조사를 하는 조사4국이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4국은 국세청 중수부로 특별조사팀이다. 보통 탈세 제보를 입수하거나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이 포착되면 움직인다. 따라서 오너 비리와 관련됐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농심 관계자는 “5년에 한 번씩 하는 정기조사일 뿐 별 다른 이유는 없다”며 “성실히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상그룹 역시 지난달 26일 서울지방국세청 4국의 특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기간은 100일 정도 걸릴 예정이다. 3년만의 세무조사다. 보통 5년에서 10년 사이에 이뤄지는 정기 세무조사에 조사시점이 빠르다는 점을 임창욱 명예회장과 관련된 비자금 조성 여부를 밝히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대상은 2011년에도 특별 세무조사를 받아 43억원 가량을 추징당했다. 임창욱 회장이 2005년 회삿돈 210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때문이다. 그러나 대상은 극구 부인했다. 대상 관계자는 “(임창욱 회장 비자금과) 전혀 상관없다”며 “정기조사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중부지방국세청이 일동후디스의 서울 구의동 본사와 강원도 춘천·횡성 공장 등을 조사하기 위해 회계 장부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해갔다. 일동후디스에 대한 세무조사는 2005년 이후 9년 만이다. 이번 세무조사는 약 60일 일정이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보통 정기조사는 5년에서 10년 사이에 하는데 우리는 9년 만에 받는 조사로 일반적인 정기조사라고 알고 있다”며 “게다가 우리는 2011년 납세자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세청 조사국이 직접 춘천·횡성공장까지 15명의 요원을 보냈다는 점에서 정기조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시각에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공장 주소가 춘천과 횡성에 있다 보니 회계장부를 가지러 조사팀이 그곳에 간 것”이라며 “다른 기업(농심, 대상)처럼 조사4국이 아닌 일반적인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별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지난4월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나서 최근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노희영 CJ그룹 브랜드전략고문을 허위 세금계산서 작성과 세금 탈루 혐의로 소환했다. 노 고문은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컨설팅 업체를 통해 용역비를 부풀리고 48억 원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개인소득세 5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은 국세청이 CJ그룹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4월 국세청이 노 고문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함에 따라 수사를 시작했다. 보통 국세청 세무조사는 검찰 수사와 동시에 실시하지 않는다. 검찰 수사가 끝나면 국세청이 조사에 돌입한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반대로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이 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숨 고르던 국세청 세무조사 재개
조사4국 강도높은 특별조사 시동

조선업계도 세무조사에 한창이다. 앞서 국세청이 조선업계 세무조사를 자제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진행된 만큼 배경을 두고 재계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에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세무당국에 따르면 국세청 조사관들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본사 건물에 예고 없이 몰려와 조사를 실시했다. 국세청은 같은 날 서울 강남구 논현동 대우조선해양건설 건물과 경남 거제의 조선소에도 직원들을 보내 필요한 자료를 가져갔다.

이번 세무조사에도 특별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직원들이 주축이 됐다. 다음날 국세청은 서울 중구 연세빌딩의 대우인터내셔널 본사에도 사전 통보 없이 조사관들을 보내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의 자회사로 대우라는 이름만 공유하고 있을 뿐 대우조선해양과 무관한 기업이다. 

업계는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다소 놀라는 분위기다. 국세청은 지난2월 자료를 통해 “조선과 해운, 건설 등 어려운 경제여건에 특히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4개월 만에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세무조사에 전격 착수하면서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한바탕 몰아쳤던 ‘납품비리’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납품단가 비리로 지난해 연말부터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로 인해 대우조선해양 임직원 수십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때문에 이번 세무조사를 당시 사건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또 조사주체나 시점 등을 볼 때 특별 세무조사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역외탈세나 비자금 조성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러한 조사배경에 대해서 입을 다물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4국은 일반 조사와 달리 특별조사를 한다”며 “(기업 세무조사 내용에 대해) 지금 진행 중이라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다”고 회피했다.

조사 후폭풍
추징금 부담

기업들이 세무조사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추징금 때문이다. 추징금은 여러모로 기업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추징금을 부과받으면 기업 이미지 실추뿐 아니라 경영 악화로도 이어진다.


지난 4월 국세청은 지난해 세무조사를 한 11개 보험사에 2000억원대의 추징금을 통보했다. 보험업계 역대 최대 규모의 추징금으로 해당 보험사들은 충격에 빠졌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해 교보생명, 한화생명, LIG생명 등 보험사 11곳에 총 1982억원에 이르는 추징금을 부과했다.

회사별 추징액을 보면 생명보험 업계 2위인 한화생명보험이 936억원으로 가장 많은 세금을 맞았다. 이어 교보생명 303억원, 서울보증보험 171억원, 동양생명보험 58억원, 현대해상 36억원, LIG손해보험 35억원, 미래에셋생명보험 24억원, 동부생명보험 21억원 등이다.

국세청은 농협중앙회를 통해 농협은행을 비롯한 농협생명보험과 농협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를 세무조사해 모두 394억원의 추징금을 통보했다.

보험사들은 추징금 규모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갈수록 영업실적은 떨어지는데, 막대한 추징금 때문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생겼다”며 “정부는 세수부족을 추징금으로 메꾸려 한다”고 토로했다.
 

실제 일부 보험사는 부과받은 추징금보다 적은 금액을 냈다. 교보생명은 과세 당국과 조정해 추징금 중 48억원만 냈고, 농협생명은 중앙회와 사업분리로 인해 5억원만 납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추징금 규모가 이처럼 예년보다 이례적으로 높은 것은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번 추징금액은 보험회사 지난해 회계연도(2013년 4~12월) 전체 당기 순이익 3조 8203억원의 5.3%에 해당된다.


탈세·비자금 ‘꼼짝마!’
수백억 추징 폭탄 예고
움츠러든 재계‘초긴장’

지난해 세무조사를 받은 효성, OCI, 코오롱글로벌, KT&G, 코웨이, 풍산, 포스코는 고강도 세무조사로 8000억원이 넘는 법인세 폭탄을 맞았다.

특히 법인세 탈루 등의 혐의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은 효성이 가장 많은 4700여억원의 법인세를 추징당했다. 이는 전년 609억원의 7배를 넘는 수준이다. 법인세 급증에 효성은 323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OCI는 3000억원에 육박하는 법인세를 내 효성의 뒤를 이었다. OCI는 계열사 디씨알이(DCRE)의 물적분할과 관련해 2965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아 법인세 비용이 전년 59억원에서 1201억원으로 급증했다.

코오롱글로벌도 지난해 법인세와 부가가치세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523억원의 세금을 추징받아 7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KT&G는 세무조사로 467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지난 2월 롯데그룹 주력사인 롯데쇼핑은 국세청으로부터 600억원대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롯데그룹 사상 최대 규모의 추징금이다.

추징금을 받고 나서도 끝이 아니다. 신용등급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후폭풍은 만만찮다.

지난해 효성은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4700억원의 추징금에 그룹 전체가 휘청거렸다. 대규모의 세금 추징으로 효성은 재무 부담을 떠안았다. 2012년 141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지난해 2362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신용평가사들도 일제히 효성그룹 신용등급을 내렸다. 지난해 말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효성과 효성캐피탈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강등했다.
 

지난해 초 세무조사로 523억원의 세금을 낸 코오롱글로벌도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달 코오롱글로벌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떨어뜨렸다. 이는 500억원대의 추징금의 여파로 풀이된다. 그동안 코오롱글로벌은 세금을 추징당하면서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12월 NICE신용평가에서 신용등급(BBB)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세금 추징 후 재무 부담이 커진 탓이다.

서희건설도 세금을 추징당하고 재무부담이 늘어나 신용등급이 깎였다. 서희건설은 지난해 6월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138억원의 법인세를 추징당했다. 2012년 168억원이었던 순손실 규모는 지난해 9월 기준 359억원까지 불어났다.

이에 따라 NICE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서희건설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내렸다. NICE신용평가는 신용등급을 강등한 평가근거로 지난해 세무조사 결과에 따른 추징금 부과로 유동성과 재무안정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제시했다. 건설경기 침체로 손실이 쌓여가던 시점에 세무조사마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에 따라 세무조사를 받은 기업들은 추징금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무조사 가능성이 큰 기업들도 조용히 국세청의 눈치만 보고 있다.

1라운드는
MB 지우기

1라운드 세풍은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특히 MB 지우기부터 시작됐다. MB정권의 수혜를 입은 기업들에 메가톤 세풍이 불었다.

MB정부와 관련 있는 롯데와 포스코, 효성 등의 대기업들은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

특히 지난해 효성그룹은 국세청의 거센 세무조사로 괴로운 한 해를 보냈다. 효성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가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큰아버지다.

국세청은 지난 5월말 효성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돌입했다. 조사 과정에서 효성을 샅샅이 뒤져 거액의 차명재산을 파악하고 4000억원대의 대규모 추징금을 부과했다. 추징금 부담은 효성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졌다.

롯데그룹도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카드 등의 계열사들이 수차례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국세청이 호텔롯데 세무조사를 끝낸 지 한 달만 에 롯데쇼핑 조사에 돌입해 그 배경에 의혹을 사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2009년 롯데월드타워 사업허가 승인을 받으면서 MB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이밖에도 MB정권의 지원정책으로 큰 혜택을 받았던 현대차, 대우건설 등도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던 이석채 KT 회장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퇴임도 세무조사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과거에는 정권 교체 후 검찰이 나섰지만 최근에는 국세청이 먼저 세무조사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정리해야 할 사안들을 국세청이 세무조사로 압박해 먼저 손본다는 이야기다. 당시 국세청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기업들은 여전히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덕중호’는 지금…

김덕중 국세청장은 지난해 3월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됐다. 김덕중 청장은 복지 정책 실현을 위한 추가 재정확보라는 막중한 임무를 안았다. 아직까지 1년간 대체로 순항했다는 평가다. 취임 초기 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의 비리로 위기도 있었지만 강력한 집안 단속으로 극복해가고 있다. 특히 올해 국세청 세입예산은 204조9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4조7000억원 늘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강도 높은 세무조사로 세수확보를 하고 있다는 비판여론도 따라다닌다. 납세자들에 대한 마른수건 짜내기식 세정 집행으로 세수를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전 정권과 관련된 기업 세무조사 1라운드가 끝난 시점인 올해는 김 청장의 진정한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연임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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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