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집권 2년차> '세풍' 2라운드 관전포인트

"세수 아직도 부족해" 대기업 탈탈 턴다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세풍’ 2라운드가 시작됐다. 재계는 잔뜩 움츠렸다. 세무조사를 받은 업체들은 추징금 규모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세청의 압박은 더욱 심해지고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지난해 3월 김덕중 국세청장이 부임하면서 세무조사 강도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국세청이 칼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재계는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국세청이 지난달부터 기업들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농심, 대상, 일동후디스 등 식품업계가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오랫동안 정기 세무조사를 받지 않았던 기업들도 조사대상이 된 것이다.

국세청의 칼끝이 전 정권 MB(이명박 전 대통령)지우기 1라운드에 이어 그동안 정기 세무조사에서 피해갔던 기업들을 향하고 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2라운드가 시작된 모양새다. 이에 따라 최근 조사를 받게 된 기업들은 정기조사일 뿐이라며 온갖 의혹제기에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식품업계 ‘긴장’
조선업계 ‘난항’

서울지방국세청은 1일 서울 동작구에 있는 농심 본사의 회계 및 세무 관련 자료를 확보해 조사에 돌입했다. 조사기간은 2∼3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주로 특별조사를 하는 조사4국이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4국은 국세청 중수부로 특별조사팀이다. 보통 탈세 제보를 입수하거나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이 포착되면 움직인다. 따라서 오너 비리와 관련됐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농심 관계자는 “5년에 한 번씩 하는 정기조사일 뿐 별 다른 이유는 없다”며 “성실히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상그룹 역시 지난달 26일 서울지방국세청 4국의 특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기간은 100일 정도 걸릴 예정이다. 3년만의 세무조사다. 보통 5년에서 10년 사이에 이뤄지는 정기 세무조사에 조사시점이 빠르다는 점을 임창욱 명예회장과 관련된 비자금 조성 여부를 밝히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대상은 2011년에도 특별 세무조사를 받아 43억원 가량을 추징당했다. 임창욱 회장이 2005년 회삿돈 210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때문이다. 그러나 대상은 극구 부인했다. 대상 관계자는 “(임창욱 회장 비자금과) 전혀 상관없다”며 “정기조사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중부지방국세청이 일동후디스의 서울 구의동 본사와 강원도 춘천·횡성 공장 등을 조사하기 위해 회계 장부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해갔다. 일동후디스에 대한 세무조사는 2005년 이후 9년 만이다. 이번 세무조사는 약 60일 일정이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보통 정기조사는 5년에서 10년 사이에 하는데 우리는 9년 만에 받는 조사로 일반적인 정기조사라고 알고 있다”며 “게다가 우리는 2011년 납세자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세청 조사국이 직접 춘천·횡성공장까지 15명의 요원을 보냈다는 점에서 정기조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시각에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공장 주소가 춘천과 횡성에 있다 보니 회계장부를 가지러 조사팀이 그곳에 간 것”이라며 “다른 기업(농심, 대상)처럼 조사4국이 아닌 일반적인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별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지난4월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나서 최근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노희영 CJ그룹 브랜드전략고문을 허위 세금계산서 작성과 세금 탈루 혐의로 소환했다. 노 고문은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컨설팅 업체를 통해 용역비를 부풀리고 48억 원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개인소득세 5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은 국세청이 CJ그룹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4월 국세청이 노 고문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함에 따라 수사를 시작했다. 보통 국세청 세무조사는 검찰 수사와 동시에 실시하지 않는다. 검찰 수사가 끝나면 국세청이 조사에 돌입한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반대로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이 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숨 고르던 국세청 세무조사 재개
조사4국 강도높은 특별조사 시동

조선업계도 세무조사에 한창이다. 앞서 국세청이 조선업계 세무조사를 자제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진행된 만큼 배경을 두고 재계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에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세무당국에 따르면 국세청 조사관들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본사 건물에 예고 없이 몰려와 조사를 실시했다. 국세청은 같은 날 서울 강남구 논현동 대우조선해양건설 건물과 경남 거제의 조선소에도 직원들을 보내 필요한 자료를 가져갔다.

이번 세무조사에도 특별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직원들이 주축이 됐다. 다음날 국세청은 서울 중구 연세빌딩의 대우인터내셔널 본사에도 사전 통보 없이 조사관들을 보내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의 자회사로 대우라는 이름만 공유하고 있을 뿐 대우조선해양과 무관한 기업이다. 

업계는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다소 놀라는 분위기다. 국세청은 지난2월 자료를 통해 “조선과 해운, 건설 등 어려운 경제여건에 특히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4개월 만에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세무조사에 전격 착수하면서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한바탕 몰아쳤던 ‘납품비리’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납품단가 비리로 지난해 연말부터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로 인해 대우조선해양 임직원 수십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때문에 이번 세무조사를 당시 사건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또 조사주체나 시점 등을 볼 때 특별 세무조사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역외탈세나 비자금 조성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러한 조사배경에 대해서 입을 다물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4국은 일반 조사와 달리 특별조사를 한다”며 “(기업 세무조사 내용에 대해) 지금 진행 중이라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다”고 회피했다.

조사 후폭풍
추징금 부담

기업들이 세무조사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추징금 때문이다. 추징금은 여러모로 기업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추징금을 부과받으면 기업 이미지 실추뿐 아니라 경영 악화로도 이어진다.


지난 4월 국세청은 지난해 세무조사를 한 11개 보험사에 2000억원대의 추징금을 통보했다. 보험업계 역대 최대 규모의 추징금으로 해당 보험사들은 충격에 빠졌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해 교보생명, 한화생명, LIG생명 등 보험사 11곳에 총 1982억원에 이르는 추징금을 부과했다.

회사별 추징액을 보면 생명보험 업계 2위인 한화생명보험이 936억원으로 가장 많은 세금을 맞았다. 이어 교보생명 303억원, 서울보증보험 171억원, 동양생명보험 58억원, 현대해상 36억원, LIG손해보험 35억원, 미래에셋생명보험 24억원, 동부생명보험 21억원 등이다.

국세청은 농협중앙회를 통해 농협은행을 비롯한 농협생명보험과 농협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를 세무조사해 모두 394억원의 추징금을 통보했다.

보험사들은 추징금 규모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갈수록 영업실적은 떨어지는데, 막대한 추징금 때문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생겼다”며 “정부는 세수부족을 추징금으로 메꾸려 한다”고 토로했다.
 

실제 일부 보험사는 부과받은 추징금보다 적은 금액을 냈다. 교보생명은 과세 당국과 조정해 추징금 중 48억원만 냈고, 농협생명은 중앙회와 사업분리로 인해 5억원만 납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추징금 규모가 이처럼 예년보다 이례적으로 높은 것은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번 추징금액은 보험회사 지난해 회계연도(2013년 4~12월) 전체 당기 순이익 3조 8203억원의 5.3%에 해당된다.


탈세·비자금 ‘꼼짝마!’
수백억 추징 폭탄 예고
움츠러든 재계‘초긴장’

지난해 세무조사를 받은 효성, OCI, 코오롱글로벌, KT&G, 코웨이, 풍산, 포스코는 고강도 세무조사로 8000억원이 넘는 법인세 폭탄을 맞았다.

특히 법인세 탈루 등의 혐의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은 효성이 가장 많은 4700여억원의 법인세를 추징당했다. 이는 전년 609억원의 7배를 넘는 수준이다. 법인세 급증에 효성은 323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OCI는 3000억원에 육박하는 법인세를 내 효성의 뒤를 이었다. OCI는 계열사 디씨알이(DCRE)의 물적분할과 관련해 2965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아 법인세 비용이 전년 59억원에서 1201억원으로 급증했다.

코오롱글로벌도 지난해 법인세와 부가가치세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523억원의 세금을 추징받아 7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KT&G는 세무조사로 467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지난 2월 롯데그룹 주력사인 롯데쇼핑은 국세청으로부터 600억원대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롯데그룹 사상 최대 규모의 추징금이다.

추징금을 받고 나서도 끝이 아니다. 신용등급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후폭풍은 만만찮다.

지난해 효성은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4700억원의 추징금에 그룹 전체가 휘청거렸다. 대규모의 세금 추징으로 효성은 재무 부담을 떠안았다. 2012년 141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지난해 2362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신용평가사들도 일제히 효성그룹 신용등급을 내렸다. 지난해 말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효성과 효성캐피탈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강등했다.
 

지난해 초 세무조사로 523억원의 세금을 낸 코오롱글로벌도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달 코오롱글로벌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떨어뜨렸다. 이는 500억원대의 추징금의 여파로 풀이된다. 그동안 코오롱글로벌은 세금을 추징당하면서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12월 NICE신용평가에서 신용등급(BBB)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세금 추징 후 재무 부담이 커진 탓이다.

서희건설도 세금을 추징당하고 재무부담이 늘어나 신용등급이 깎였다. 서희건설은 지난해 6월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138억원의 법인세를 추징당했다. 2012년 168억원이었던 순손실 규모는 지난해 9월 기준 359억원까지 불어났다.

이에 따라 NICE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서희건설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내렸다. NICE신용평가는 신용등급을 강등한 평가근거로 지난해 세무조사 결과에 따른 추징금 부과로 유동성과 재무안정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제시했다. 건설경기 침체로 손실이 쌓여가던 시점에 세무조사마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에 따라 세무조사를 받은 기업들은 추징금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무조사 가능성이 큰 기업들도 조용히 국세청의 눈치만 보고 있다.

1라운드는
MB 지우기

1라운드 세풍은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특히 MB 지우기부터 시작됐다. MB정권의 수혜를 입은 기업들에 메가톤 세풍이 불었다.

MB정부와 관련 있는 롯데와 포스코, 효성 등의 대기업들은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

특히 지난해 효성그룹은 국세청의 거센 세무조사로 괴로운 한 해를 보냈다. 효성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가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큰아버지다.

국세청은 지난 5월말 효성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돌입했다. 조사 과정에서 효성을 샅샅이 뒤져 거액의 차명재산을 파악하고 4000억원대의 대규모 추징금을 부과했다. 추징금 부담은 효성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졌다.

롯데그룹도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카드 등의 계열사들이 수차례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국세청이 호텔롯데 세무조사를 끝낸 지 한 달만 에 롯데쇼핑 조사에 돌입해 그 배경에 의혹을 사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2009년 롯데월드타워 사업허가 승인을 받으면서 MB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이밖에도 MB정권의 지원정책으로 큰 혜택을 받았던 현대차, 대우건설 등도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던 이석채 KT 회장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퇴임도 세무조사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과거에는 정권 교체 후 검찰이 나섰지만 최근에는 국세청이 먼저 세무조사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정리해야 할 사안들을 국세청이 세무조사로 압박해 먼저 손본다는 이야기다. 당시 국세청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기업들은 여전히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덕중호’는 지금…

김덕중 국세청장은 지난해 3월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됐다. 김덕중 청장은 복지 정책 실현을 위한 추가 재정확보라는 막중한 임무를 안았다. 아직까지 1년간 대체로 순항했다는 평가다. 취임 초기 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의 비리로 위기도 있었지만 강력한 집안 단속으로 극복해가고 있다. 특히 올해 국세청 세입예산은 204조9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4조7000억원 늘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강도 높은 세무조사로 세수확보를 하고 있다는 비판여론도 따라다닌다. 납세자들에 대한 마른수건 짜내기식 세정 집행으로 세수를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전 정권과 관련된 기업 세무조사 1라운드가 끝난 시점인 올해는 김 청장의 진정한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연임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