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집권 2년차> '세풍' 2라운드 관전포인트

"세수 아직도 부족해" 대기업 탈탈 턴다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세풍’ 2라운드가 시작됐다. 재계는 잔뜩 움츠렸다. 세무조사를 받은 업체들은 추징금 규모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세청의 압박은 더욱 심해지고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지난해 3월 김덕중 국세청장이 부임하면서 세무조사 강도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국세청이 칼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재계는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국세청이 지난달부터 기업들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농심, 대상, 일동후디스 등 식품업계가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오랫동안 정기 세무조사를 받지 않았던 기업들도 조사대상이 된 것이다.

국세청의 칼끝이 전 정권 MB(이명박 전 대통령)지우기 1라운드에 이어 그동안 정기 세무조사에서 피해갔던 기업들을 향하고 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2라운드가 시작된 모양새다. 이에 따라 최근 조사를 받게 된 기업들은 정기조사일 뿐이라며 온갖 의혹제기에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식품업계 ‘긴장’
조선업계 ‘난항’

서울지방국세청은 1일 서울 동작구에 있는 농심 본사의 회계 및 세무 관련 자료를 확보해 조사에 돌입했다. 조사기간은 2∼3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주로 특별조사를 하는 조사4국이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4국은 국세청 중수부로 특별조사팀이다. 보통 탈세 제보를 입수하거나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이 포착되면 움직인다. 따라서 오너 비리와 관련됐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농심 관계자는 “5년에 한 번씩 하는 정기조사일 뿐 별 다른 이유는 없다”며 “성실히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상그룹 역시 지난달 26일 서울지방국세청 4국의 특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기간은 100일 정도 걸릴 예정이다. 3년만의 세무조사다. 보통 5년에서 10년 사이에 이뤄지는 정기 세무조사에 조사시점이 빠르다는 점을 임창욱 명예회장과 관련된 비자금 조성 여부를 밝히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대상은 2011년에도 특별 세무조사를 받아 43억원 가량을 추징당했다. 임창욱 회장이 2005년 회삿돈 210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때문이다. 그러나 대상은 극구 부인했다. 대상 관계자는 “(임창욱 회장 비자금과) 전혀 상관없다”며 “정기조사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중부지방국세청이 일동후디스의 서울 구의동 본사와 강원도 춘천·횡성 공장 등을 조사하기 위해 회계 장부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해갔다. 일동후디스에 대한 세무조사는 2005년 이후 9년 만이다. 이번 세무조사는 약 60일 일정이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보통 정기조사는 5년에서 10년 사이에 하는데 우리는 9년 만에 받는 조사로 일반적인 정기조사라고 알고 있다”며 “게다가 우리는 2011년 납세자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세청 조사국이 직접 춘천·횡성공장까지 15명의 요원을 보냈다는 점에서 정기조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시각에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공장 주소가 춘천과 횡성에 있다 보니 회계장부를 가지러 조사팀이 그곳에 간 것”이라며 “다른 기업(농심, 대상)처럼 조사4국이 아닌 일반적인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별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지난4월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나서 최근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노희영 CJ그룹 브랜드전략고문을 허위 세금계산서 작성과 세금 탈루 혐의로 소환했다. 노 고문은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컨설팅 업체를 통해 용역비를 부풀리고 48억 원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개인소득세 5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은 국세청이 CJ그룹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4월 국세청이 노 고문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함에 따라 수사를 시작했다. 보통 국세청 세무조사는 검찰 수사와 동시에 실시하지 않는다. 검찰 수사가 끝나면 국세청이 조사에 돌입한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반대로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이 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숨 고르던 국세청 세무조사 재개
조사4국 강도높은 특별조사 시동

조선업계도 세무조사에 한창이다. 앞서 국세청이 조선업계 세무조사를 자제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진행된 만큼 배경을 두고 재계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에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세무당국에 따르면 국세청 조사관들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본사 건물에 예고 없이 몰려와 조사를 실시했다. 국세청은 같은 날 서울 강남구 논현동 대우조선해양건설 건물과 경남 거제의 조선소에도 직원들을 보내 필요한 자료를 가져갔다.

이번 세무조사에도 특별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직원들이 주축이 됐다. 다음날 국세청은 서울 중구 연세빌딩의 대우인터내셔널 본사에도 사전 통보 없이 조사관들을 보내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의 자회사로 대우라는 이름만 공유하고 있을 뿐 대우조선해양과 무관한 기업이다. 

업계는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다소 놀라는 분위기다. 국세청은 지난2월 자료를 통해 “조선과 해운, 건설 등 어려운 경제여건에 특히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4개월 만에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세무조사에 전격 착수하면서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한바탕 몰아쳤던 ‘납품비리’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납품단가 비리로 지난해 연말부터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로 인해 대우조선해양 임직원 수십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때문에 이번 세무조사를 당시 사건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또 조사주체나 시점 등을 볼 때 특별 세무조사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역외탈세나 비자금 조성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러한 조사배경에 대해서 입을 다물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4국은 일반 조사와 달리 특별조사를 한다”며 “(기업 세무조사 내용에 대해) 지금 진행 중이라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다”고 회피했다.

조사 후폭풍
추징금 부담

기업들이 세무조사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추징금 때문이다. 추징금은 여러모로 기업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추징금을 부과받으면 기업 이미지 실추뿐 아니라 경영 악화로도 이어진다.


지난 4월 국세청은 지난해 세무조사를 한 11개 보험사에 2000억원대의 추징금을 통보했다. 보험업계 역대 최대 규모의 추징금으로 해당 보험사들은 충격에 빠졌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해 교보생명, 한화생명, LIG생명 등 보험사 11곳에 총 1982억원에 이르는 추징금을 부과했다.

회사별 추징액을 보면 생명보험 업계 2위인 한화생명보험이 936억원으로 가장 많은 세금을 맞았다. 이어 교보생명 303억원, 서울보증보험 171억원, 동양생명보험 58억원, 현대해상 36억원, LIG손해보험 35억원, 미래에셋생명보험 24억원, 동부생명보험 21억원 등이다.

국세청은 농협중앙회를 통해 농협은행을 비롯한 농협생명보험과 농협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를 세무조사해 모두 394억원의 추징금을 통보했다.

보험사들은 추징금 규모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갈수록 영업실적은 떨어지는데, 막대한 추징금 때문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생겼다”며 “정부는 세수부족을 추징금으로 메꾸려 한다”고 토로했다.
 

실제 일부 보험사는 부과받은 추징금보다 적은 금액을 냈다. 교보생명은 과세 당국과 조정해 추징금 중 48억원만 냈고, 농협생명은 중앙회와 사업분리로 인해 5억원만 납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추징금 규모가 이처럼 예년보다 이례적으로 높은 것은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번 추징금액은 보험회사 지난해 회계연도(2013년 4~12월) 전체 당기 순이익 3조 8203억원의 5.3%에 해당된다.


탈세·비자금 ‘꼼짝마!’
수백억 추징 폭탄 예고
움츠러든 재계‘초긴장’

지난해 세무조사를 받은 효성, OCI, 코오롱글로벌, KT&G, 코웨이, 풍산, 포스코는 고강도 세무조사로 8000억원이 넘는 법인세 폭탄을 맞았다.

특히 법인세 탈루 등의 혐의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은 효성이 가장 많은 4700여억원의 법인세를 추징당했다. 이는 전년 609억원의 7배를 넘는 수준이다. 법인세 급증에 효성은 323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OCI는 3000억원에 육박하는 법인세를 내 효성의 뒤를 이었다. OCI는 계열사 디씨알이(DCRE)의 물적분할과 관련해 2965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아 법인세 비용이 전년 59억원에서 1201억원으로 급증했다.

코오롱글로벌도 지난해 법인세와 부가가치세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523억원의 세금을 추징받아 7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KT&G는 세무조사로 467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지난 2월 롯데그룹 주력사인 롯데쇼핑은 국세청으로부터 600억원대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롯데그룹 사상 최대 규모의 추징금이다.

추징금을 받고 나서도 끝이 아니다. 신용등급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후폭풍은 만만찮다.

지난해 효성은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4700억원의 추징금에 그룹 전체가 휘청거렸다. 대규모의 세금 추징으로 효성은 재무 부담을 떠안았다. 2012년 141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지난해 2362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신용평가사들도 일제히 효성그룹 신용등급을 내렸다. 지난해 말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효성과 효성캐피탈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강등했다.
 

지난해 초 세무조사로 523억원의 세금을 낸 코오롱글로벌도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달 코오롱글로벌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떨어뜨렸다. 이는 500억원대의 추징금의 여파로 풀이된다. 그동안 코오롱글로벌은 세금을 추징당하면서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12월 NICE신용평가에서 신용등급(BBB)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세금 추징 후 재무 부담이 커진 탓이다.

서희건설도 세금을 추징당하고 재무부담이 늘어나 신용등급이 깎였다. 서희건설은 지난해 6월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138억원의 법인세를 추징당했다. 2012년 168억원이었던 순손실 규모는 지난해 9월 기준 359억원까지 불어났다.

이에 따라 NICE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서희건설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내렸다. NICE신용평가는 신용등급을 강등한 평가근거로 지난해 세무조사 결과에 따른 추징금 부과로 유동성과 재무안정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제시했다. 건설경기 침체로 손실이 쌓여가던 시점에 세무조사마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에 따라 세무조사를 받은 기업들은 추징금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무조사 가능성이 큰 기업들도 조용히 국세청의 눈치만 보고 있다.

1라운드는
MB 지우기

1라운드 세풍은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특히 MB 지우기부터 시작됐다. MB정권의 수혜를 입은 기업들에 메가톤 세풍이 불었다.

MB정부와 관련 있는 롯데와 포스코, 효성 등의 대기업들은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

특히 지난해 효성그룹은 국세청의 거센 세무조사로 괴로운 한 해를 보냈다. 효성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가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큰아버지다.

국세청은 지난 5월말 효성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돌입했다. 조사 과정에서 효성을 샅샅이 뒤져 거액의 차명재산을 파악하고 4000억원대의 대규모 추징금을 부과했다. 추징금 부담은 효성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졌다.

롯데그룹도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카드 등의 계열사들이 수차례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국세청이 호텔롯데 세무조사를 끝낸 지 한 달만 에 롯데쇼핑 조사에 돌입해 그 배경에 의혹을 사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2009년 롯데월드타워 사업허가 승인을 받으면서 MB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이밖에도 MB정권의 지원정책으로 큰 혜택을 받았던 현대차, 대우건설 등도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던 이석채 KT 회장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퇴임도 세무조사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과거에는 정권 교체 후 검찰이 나섰지만 최근에는 국세청이 먼저 세무조사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정리해야 할 사안들을 국세청이 세무조사로 압박해 먼저 손본다는 이야기다. 당시 국세청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기업들은 여전히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덕중호’는 지금…

김덕중 국세청장은 지난해 3월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됐다. 김덕중 청장은 복지 정책 실현을 위한 추가 재정확보라는 막중한 임무를 안았다. 아직까지 1년간 대체로 순항했다는 평가다. 취임 초기 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의 비리로 위기도 있었지만 강력한 집안 단속으로 극복해가고 있다. 특히 올해 국세청 세입예산은 204조9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4조7000억원 늘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강도 높은 세무조사로 세수확보를 하고 있다는 비판여론도 따라다닌다. 납세자들에 대한 마른수건 짜내기식 세정 집행으로 세수를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전 정권과 관련된 기업 세무조사 1라운드가 끝난 시점인 올해는 김 청장의 진정한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연임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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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