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김호연 유령법인' 실체 추적

비밀 들통…애국자라더니 미국서 ‘허걱’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인생2모작’을 위해 정계에 뛰어들며 돌연 회장직을 던지고 떠났던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 올 초 빙그레로 돌아왔다. 그런데 김호연 전 회장의 경영 복귀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국회의원 시절 해외에서 부동산을 취득하고도 이를 숨긴 사실이 발각됐기 때문이다.

KBS <시사기획 창> 보도팀이 국내 재벌과 부호들의 수상한 해외 부동산을 집중 취재했다. 그 중에서도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 일가가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김 전 회장 일가가 페이퍼컴퍼니 7곳과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빙그레-에버그린
수상한 관계

방송에 따르면 김호연 전 회장은 18대 국회의원을 지내던 당시 딸 정화씨의 명의로 시가 20억원 상당의 하와이 콘도를 보유했다. 김 회장 측은 이 콘도를 지난해 ‘클리어워터(CLEARWATER GROVE)’라는 회사에 매각했다. 그런데 이 ‘클리어워터’라는 회사의 주소가 김 회장 가족의 미국 주소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회장의 부인과 딸 명의로 되어 있는 ‘클리어워터’는 장모씨가 이사로 재직하며 관리하고 있었다. <시사기획 창> 보도팀은 장씨를 통해 김 전 회장 가족이 서류상 회사들을 만들어 여러 건의 미국 부동산을 거래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김 전 회장 가족이 장씨를 통해 조세회피처 등에 서류상 회사를 만들어 미국 부동산을 거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와이·시카고 등에 수상한 회사들 존재
모두 페이퍼컴퍼니…현지 부동산 사고팔아


그 중에서도 에버그린(EVERGREEN GLOBAL)이라는 회사는 빙그레와 관련돼 있었다. 1995년 설립된 에버그린은 20여년 동안 빙그레에 식품 원료를 수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빙그레가 자사의 대표적인 상품 ‘바나나 우유’에 들어가는 바닐라향, 딸기향, 초코향 등의 원료를 에버그린으로부터 수입해온 것이다. 알려진 수출입 규모는 연간 40억∼50억원에 달했다.

게다가 김 전 회장의 딸 정화씨가 이 회사를 운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에 있는 딸 회사가 서울에 있는 아버지 회사와 거래를 해온 셈이다. 그러나 빙그레는 이 같은 사실을 금융감독원에 단 한 차례도 공시하지 않았다.
 

빙그레는 에버그린의 수출입 규모에 대해서는 시인하면서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보도됐던 대로 공시 요건이 되지 않아 공시하지 못했다”면서도 “당시 우리도 국적상황을 잘 몰랐다”고 답했다.

하지만 회계법인에 따르면 상장사는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감사보고서에 명확하게 기재해야 한다. 상장사가 이를 위반하게 되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게 된다. 기업의 재무 상황 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대주주나 임원 등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조치 중 하나다.

국회의원 시절
해외재산 누락

이밖에도 장씨와 관련된 서류상의 회사 6곳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버넌(VERNON HOLDINGS), 데이 크리크(DAY CREEK), 하이랜드(HIGHLAND GROVE), 하이우드(HIGHWOOD HOLDINGS), 배넉번(BANNOCKBURN HOLDINGS), 샤이엔(SHYENNE INCORPORATION) 등이다.

특히 샤이엔이라는 회사는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미국 플로리다 영국령 케이먼제도에 설립됐다. 이 업체 역시 페이퍼컴퍼니로 파악됐다. 샤이엔사는 지난 1997년 시카고 외곽에 있는 저택을 사들였다. 이 곳에서 김호연 전 회장 가족이 실제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으로 김 전 회장 일가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부동산을 거래하고 소유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지난 2010년 국회의원 시절 이 같은 내용을 숨겼다. 

김 회장 측이 공직자 재산신고를 한 곳은 36곳. 모두 국내에서 가지고 있는 부동산 뿐이었다. 김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하와이에 있는 콘도를 비롯한 해외 재산은 모두 빠져있었다. 공직자윤리법을 어긴 것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의 고위공직자는 배우자 및 직계존속 등이 소유하는 재산, 비영리법인에 출연한 재산, 외국에 있는 재산을 공개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빙그레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그때 김호연 전 회장은 개인적인 정치활동을 하기 위해 퇴사한 상태였기에 회사 측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라며 “회장직을 내려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회사차원에서는 정치사안(보유재산)까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해명했다.

부인·딸 회사 수상한 거래
빙그레에 식품 원료들 수출
‘부당’일감 몰아주기 의혹

김 전 회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그는 한화그룹 창업자인 고 김종희 회장의 차남이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김 전 회장은 1986년 빙그레 상무이사를 거쳐 한양유통 대표이사에 취임해 최고 경영자의 길을 걸었다. 1992년부터 2008년까지는 빙그레 대표이사 회장을 맡아 적자 기업이었던 빙그레를 흑자 기업으로 올려놓았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에는 은탑산업훈장, 2004년에는 한국의 경영자상, 2005년에는 제2회 한국 리더십 대상, 2008년에는 한국마케팅 최고경영자(CEO)대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사위이기도 하다. 1993년 김 전 회장은 사재 200억원을 털어 김구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지난해부터 김 전 회장은 김구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미국 하와이에서 독후감 대회를 여는 등 백범 정신 알리기에 나섰다.

성공한 CEO라는 타이틀을 얻고 남부러울 게 없어보였던 김 전 회장은 2008년 돌연 회장직을 던지고 정치인의 길을 선택했다.

2008년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 천안을에서 제18대 국회의원에 도전했지만 당시 현역이었던 박상돈 전 의원에 밀려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그는 다음을 기약하며 지역구를 지켰다.

2010년 김 전 회장은 천안을에 다시 출마해 국회의원 당선에 성공해 4년간 의정활동을 펼쳤다.

2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낙선했지만 그는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했다. 김 전 회장은 박 대통령의 서강대 4년 차이 선후배 사이로 서강대 총동문회 회장을 5대째 역임해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박 대통령의 장충초등학교 후배이기도 하다. ‘국민행복캠프’ 총괄 부본부장,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 부실장 등을 맡아 박 대통령의 숨은 조력자로 활약했다. 

그렇게 6년간 김 전 회장은 경영권을 내놓고 회사를 떠나 최대주주 자리만 지켰다. 당시 빙그레 지휘봉을 경기고와 서강대 동기동창 친구 겸 전문경영인(CEO)인 이건영 사장에게 맡겼다.

하지만 정계에서 그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대선이 끝나고 재단법인 김구재단의 이사장만 맡았을 뿐 정치적인 활동에는 일체 나서지 않았다. 동시에 재계는 그의 복귀를 점쳤다. 지난해부터 정계에서 마땅한 역할이 없어졌다는 점이 회사로 복귀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경영복귀 앞두고
웃음기 사라져

실제로 지난3월 김 전 회장은 빙그레 등기이사로 복귀했다. 빙그레는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공장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김 전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를 두고 업계는 빙그레가 오너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했다. 

빙그레로 돌아오면서 김 전 회장은 잇따라 자사주를 매입했다. 공시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지난달11일부터 18일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보통주 2만 6042주를 매입했다. 이러한 지분 매입으로 김 전 회장의 지분율은 34.61%에서 34.88%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이 빙그레 회장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빙그레 측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자사 매입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이유로 매입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유는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특별한 계기로 자사주를 매입했다기 보다는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한다는 의미에서 매입하셨을 것”이라며 “당장 대표이사나 회장직을 맡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김 전 회장의 경영 복귀설에도 업계의 시선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이 여의도에서 정치 외유하는 동안 이건영 사장의 회사 경영 실력이 그다지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빙그레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이 구원투수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이런 시점에 해외 부동산 매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김 전 회장의 경영복귀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김 전 회장의 행보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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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