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돈되는' 금융상품의 비밀-간병보험

'100세 시대' 노후생활 지켜줄까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노년은 어둡고 슬프고 아프다. 방치된 노후생활은 고스란히 금전 부담으로 직결된다. 100세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간병보험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마다 보장기간, 보장금액 등 차이가 있어 가입 전 상품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또 같은 회사의 상품이라도 가입자의 나이, 성별, 가입유형, 직업 등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내달부터는 간병보험의 보상 기준이 되는 장기요양등급 기준이 바뀌면서 보험사마다 약정과 보장내역이 조금씩 변경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국민의 노후보장 여건을 조성하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노후보장 특화보험’ 정책에 따라 보험사들이 간병보험을 내놓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따라 간병보험은 보험업계의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등급 확인부터

간병보험은 보험기간 중에 치매 등 상해, 질병으로 다른 사람의 간병이 필요한 경우 간병자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이 보험은 치매나 중풍과 같은 노인성 질환으로 장기요양이 필요할 때 간병비와 간병연금 등을 보장해준다. 일반 상해나 질병으로 사망시 일시지급 보험금 외에 5년간 매월 유족연금을, 50% 또는 80% 이상 후유 장해 시 5년간 매월 후유장해 연금을 지급한다는 점이 주요 특징이다.

다만 간병보험은 고령이나 치매로 인한 생활 불편을 지원하는 정부 요양보험과 운영 기준이 다르다. 중증치매나 활동불능 상태 등 특정사유가 발생해야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간병보험을 따로 들기 부담될 경우 연금보험을 가입할 때 장기간병 연금보험을 선택하거나 연금보험 안에서 관련 특약을 넣을 수 있다.

2000년 초기 도입당시만 해도 간병보험은 소비자들에게서 외면을 받았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당연시됐던 당시 분위기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8년 이후 건강보험공단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요양등급을 기준으로 삼은 상품들이 출시되면서 현재는 손해보험사들의 주력종목이 됐다.

간병보험이 성장세를 거듭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 철회와 관련이 있다. 대선후보 당시 박 대통령은 건강보험 내 간병비 추가 항목을 공약에서 제외했다.


이후 민영 간병보험의 시장성이 확보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고령층에 특화된 다양한 상품을 주문했다. 손보업계는 즉시 관련 상품 출시와 판매에 박차를 가했다. 치매 진단시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장기요양등급 판정시 장기요양자금이나 간병비를 보상하는 상품이 주류다.

최근 들어 간병보험은 고령화시대와 맞물려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LIG손해보험, 현대해상,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 6개사가 판매한 간병보험 신계약건수는 46만건으로 전년(17만건)보다 크게 증가했다. 작년에는 4개사(메리츠화재, 한화손보, 흥국화재, 롯데손보)가 상품을 새로 출시해 취급하는 손보사도 8개로 늘었다.

신계약건수로 보면 지난해에 15만건을 넘게 판 LIG손보가 가장 돋보였다. 2012년 9월에 ‘100세LTC간병보험’을 내놨던 LIG손보는 지난해 만기를 110세로 연장했다. 보장 나이를 늘리면서 LIG손보의 간병보험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출시 이후 총 판매건수는 20만건이 넘는다.

동부화재는 2012년 8월 ‘가족사랑간병보험’을 출시해 지난해 말까지 14만9139건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기세를 멈추지 않고 지난 한 해 동안만 13만4007건의 판매실적으로 상승세를 탔다.

대부분의 간병보험은 치매나 활동불능 진단을 받아도 90일이 지나야 보험금이 지급된다. 보험계약을 체결한지 치매는 2년, 활동불능 상태는 90일이 지나야 보장이 시작된다.

그러나 보험사마다 보장개시일이나 지급사유 등이 달라 꼼꼼히 살펴보고 비교해보고 가입해야 한다. 간병보험은 갱신형과 비갱신형으로 나뉘는 만큼 보험료를 손해 보지 않으려면 각각의 보험회사 공시자료를 직접 찾아보고 가입하는 것이 좋다.

사고의 발생 원인에 따라 보험료가 지급되는 보장 개시일도 보험사마다 다르다. 치매 등의 진단을 받은 뒤에도 일정 기간이 지나야 보험금이 지급된다. 중증치매나 활동불능상태로 진단받아야만 보험금을 주는 경우도 있고 보장기간이 종신, 100세, 110세로 상품마다 차이가 있다.


각 손보사 주력 상품…보장 비교 필수
같은 회사 상품도 개별에 따라 달라져

특히 다음 달부터는 간병보험의 보상 기준이 되는 장기요양등급이 바뀐다. 내달부터 장기요양등급체계가 기존 3등급에서 5등급으로 변경된다. 기존에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치매 등 환자의 상태를 장기요양인정 점수로 환산해 1∼3등급까지 분류하고 판정해왔다.

1등급은 혼자서는 아무 일도 못하는 사람으로 95점 이상인 경우다. 2등급은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75∼95점 이하), 3등급은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장기요양 인정 점수가 51∼75점 이하로 판정됐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등급별 수급자간 기능 차이가 큰데 따른 불필요한 비용 증가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구간 폭이 넓은 3등급을 두개의 구간으로 분할하기로 했다. 즉 기존 3등급을 3∼4등급으로 세분화해 장기요양인정점수를 3등급은 60∼75점 이하로, 4등급은 51∼60점 이하로 새로 설정했다. 신설된 5등급은 45∼51점 이하다.

대부분의 손보사들은 내달부터 보장범위를 4등급 까지 확대할 전망이다. 다만 5등급 이하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LIG손해보험 관계자는 “그동안 3등급까지만 간병보험이 적용됐지만, 등급 기준이 바뀌면서 4등급까지 보장 범위를 확대할지 검토하고 있다”며 “약정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7월 1일자부터 바뀔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바뀌는 보장내역에 대해 “보험사 마다 다르겠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보장내역에 대해서 조율 중”이라며 “새로 생긴 4등급에 대해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살펴보겠지만, 5등급 이하는 우리 뿐 아니라 대부분의 손보사들도 보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한편, 정부는 공공 간병보험 신설 공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사회보험 방식의 공공 간병보험을 국민건강보험 내에 추가로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간병을 개인의 책임에서 국가가 함께 부담하는 방향으로 전환해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에서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공공 간병보험이 도입되면 건강보험 가입자는 매월 5220원만 납부하면 된다. 가족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간병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2017년 도입할 계획이다.

묻고 따져야

공공 간병보험 공약이 실현된다면 그동안 간병보험으로 재미를 봤던 손보사들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표정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간병보험은 고객이 평소 생활해왔던 경제수준까지 맞춰 보상금을 주지만 정부에서 지원하게 될 간병보험 보장 범위가 보험사 수준까지 맞출 수 있을지 미지수”이라며 “공공 영역에서 지원하게 될 간병보험금은 사람이 최소한 살 수 있는 의식주 정도만 보장해주는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장기요양등급 악용 주의보


장기요양등급이 변경되면서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이를 악용해 가입자들을 끌어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판매는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요양등급이 바뀐다면서 간병 진단금이 줄어들거나,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로 보험가입자 유치에 나서는 사례가 있었다”며 “이러한 보험영업조직의 판매를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