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월드컵 카드사 '마케팅 실태'

“골 수 맞히면 현금” 복권이 따로 없네∼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카드3사(KB국민, NH농협, 롯데)의 개인정보유출 사건에 이어 세월호 침몰 여파로 카드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래서인지 카드사들은 브라질월드컵을 유난히 반기는 모습이다. 월드컵은 신용카드업계의 우울한 분위기를 반전시킬 결정적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카드, 삼성카드 등 카드사들은 월드컵이라는 명목으로 캐시백과 고가 경품 등의 ‘미끼’를 내걸어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의 지나친 물량공세 이벤트가 과소비를 조장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속되는 경기 불황에 침울한 사회적 분위기까지 겹쳐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따라서 카드사들은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실적 악화를 떨치기 위해 카드사들은 월드컵 특수를 최대한 이용하려는 모습이다. 캐시백, 경품증정 등 물량공세 이벤트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과소비 조장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용카드 승인금액은 39조9300억원으로 전년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0.4%(14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의 소득공제 혜택에 힘입은 체크카드가 21%의 증가율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카드승인금액 증가율은 전년 대비 4.7%(24조2700억원)였다. 여신금융협회 통계 발표(2005년) 이후 최저 증가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소비가 위축됐던 2009년에도 증가율은 10.9%였다.

게다가 세월호 침몰 여파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은 카드사의 매출 타격으로 이어졌다. 사고 전 주에 비해 KB국민카드는 9.5% 감소했고, 현대카드가 7.5%, 신한카드가 4.4% 각각 줄었다. 또 많은 소비자들이 1000원짜리 제품 결제에도 카드를 내밀다 보니 평균 결제금액도 떨어졌다. 올해 4월 기준 전체 카드 평균 결제금액은 4만772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2376원에 비해 약 8% 이상 줄었다. 온갖 악재가 겹치면서 카드사들은 코너에 몰린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카드사들은 브라질월드컵을 기다려온 모습이다. 월드컵 시즌을 맞이해 각종 이벤트를 내놓았다. 하지만 비자카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FIFA가 주관하는 월드컵 공식 파트너가 아니다. 따라서 직접적으로 ‘월드컵’이라는 단어를 쓸 수 없다.


그렇다고 최고의 마케팅 기회를 놓칠 카드사들이 아니다. 카드사들은 우회적인 홍보 전략으로 규제를 교묘히 피해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캐시백과 경품증정 등의 이벤트를 내걸어 카드이용액 증가 효과를 노리고 있다.

특히 캐시백 증정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팀의 골 수를 맞히거나 골을 넣은 선수를 맞히면 사용한 금액을 현금화해 주는 것이다. 대표팀이 4강까지 가면 카드 사용금액 전액을 캐시백해주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거의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어서라도 카드이용액을 늘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신한카드는 월드컵 기간 동안 공식 후원사인 비자카드와 손잡고 신한비자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간접 마케팅에 나섰다.

신한카드는 신한비자카드 가입자를 대상으로 경기에서 골을 넣는 선수를 맞힌 고객에게 총 3000만원 내 캐시백을 제공하기로 했다. 조별리그 경기에서 골을 넣는 선수를 맞추는 이벤트다. 이 카드를 사용한 고객은 최대 19번까지 투표할 수 있다.

예컨대 A, B, C 선수 중 A와 C 선수가 골을 기록한 경우, A 3회, B 2회, C 1회 등 총 6번을 응모한 고객은 4번의 캐시백 기회를 갖게 된다. A에만 총 6번을 응모한 고객은 6번의 캐시백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행사기간 중 총 5000명의 고객이 골을 넣은 선수를 맞힌 횟수가 1만회라고 가정하면 맞춘 횟수 당 캐시백 금액은 3000원(3000만원/1만회)이 되고, 해당 고객은 4번을 맞춰 1만2000원을 캐시백을 받게 된다. 6번을 맞춘 고객은 1만8000원을 캐시백 받는 방식이다.

또 행사 기간 동안 총 214명을 추첨해 30만원 이상 사용한 고객 중에서 46인치 LED TV(4명), SONY 카메라(10명) 등의 사은품을 제공한다. 아울러 이달 말까지 신한비자카드로 100만원 이상 결제한 고객에게는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면 1만6000원을 캐시백해 준다.

캐시백·경품 '미끼'로 카드고객 늘리기
악재 겹친 카드사들 월드컵으로 위기 돌파?


다른 카드사들은 직접적으로 월드컵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축제 분위기에 편승하는 ‘앰부시 마케팅’을 펼쳤다. KB국민카드는 대표팀이 4강 진출 시 응모자 중 200명에게 이용액의 100%를 캐시백 해준다. 8강 진출 시에는 50%, 16강 진출 시에는 25%를 돌려준다.

삼성카드는 대표팀 전체 골 수와 16강, 8강 진출 여부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이벤트를 벌인다.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한 고객 중 1000명을 추첨해 대표팀이 행사 기간 기록한 골 수 및 16강, 8강 진출에 따라 서비스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하지만 이 같은 카드사들의 지나친 캐시백 제공, 고가 경품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신용카드 이벤트는 금융당국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다. 카드사 이벤트에 대한 규제나 관리는 사실상 전무하다시피하기 때문이다. 업계 및 소비자단체는 카드사들의 과소비를 조장하는 이벤트는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월드컵 특수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건전한 소비문화를 조성해야 하는 금융사의 이벤트는 당국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며 “특히 카드사들은 이벤트를 통해 과소비를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혜택을 주는 척 조건을 달아 카드 이용액을 늘리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이라며 “일부 소비자들은 이러한 이벤트에 유혹돼 미리 카드를 과하게 이용하고, 당첨만을 바랄 수 있어 분명히 이벤트가 끝난 후에는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뭐가 문제?

하지만 카드사들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벤트로 인한 과소비 조장은 확대해석이라며 강력 반박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카드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한 이벤트일 뿐”이라며 “경품 제공자가 많은 것도 아니고, 사행성을 조장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외환은행 노조 vs 하나금융,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고발

외환은행 노동조합과 하나금융지주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지주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17일 검찰에 고발했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그룹비전 교육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직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교육 위탁업체 한화에스앤씨에 무단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가 한화에스앤씨에 제공한 외환은행 직원들의 정보는 이름, 회사, 부서, 직책, 사원번호 등이다.

노조는 하나금융지주가 그룹비전 교육에 외환은행 직원들을 참여시키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제 17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외환은행은 직원들로부터 본인이 연수를 신청한 기관에 한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정보제공 동의서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직원이 신청한 연수가 아니기 때문에 직원 개인의 사전 동의 없이는 정보제공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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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