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별' 월드컵 황당 마케팅 열전

대목 놓칠라…불붙은 골목길 배달 전쟁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2014 브라질 월드컵’의 개막 휘슬이 울렸다. 기업들의 마케팅 월드컵도 시작됐다. 그동안 세월호 침몰 여파로 마케팅 활동을 자제했던 기업들은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고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FIFA(국제축구연맹)나 대한축구협회 공식 후원사가 아닌 대부분의 기업들은 물량공세 작전, 매복 마케팅기법 등으로 어떻게든 튀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불황이 장기간 지속되고, 각종 사건 이후 침체된 사회적 분위기로 기업들은 마케팅을 자제했다. 그래서 재계는 브라질월드컵이 반갑다. 브라질월드컵은 침울해진 재계 분위기를 반전시킬 결정적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참아왔던 탓일까. 기업들의 홍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별의별 마케팅 기법이 쏟아지고 있다. 마케팅 전쟁의 성패는 월드컵이 열리는 한 달간 소비자의 시선을 얼마나 강하게 사로잡느냐에 달렸다.

법망 피해
매복 마케팅


월드컵 마케팅에도 ‘돈의 힘’이 중요하다. FIFA(국제축구연맹) 공식파트너가 된 기업은 마케팅을 펼치는데 유리해진다. 코카콜라, 아디다스, 에리메이트항공, 비자카드, 소니 그리고 한국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현대·기아자동차가 FIFA 공식파트너다.

이들 6개 기업은 매년 국제축구연맹에 3억7000만 달러(3800여억원)를 후원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월드컵이 없는 해에도 후원금을 내야 한다. 대신 FIFA가 주관하는 모든 공식 대회에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고 월드컵 로고 및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공식 파트너 외에도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 기간에 한정해 독점적인 마케팅 권한을 갖는 FIFA 월드컵스폰서가 있다. 맥도날드, 존슨앤드존슨, 버드와이저, 캐스트롤, 콘티넨탈, 모이파크, 오이, 잉리 등 8개 기업이 FIFA 월드컵스폰서다.

국내에서는 대한축구협회 공식 후원사가 되어 적극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다. 축구협회 공식지정 기업은 하나은행, 금호아시아나, KT, 삼성, E1, 다음, 스포츠토토, 하이트, 현대차, 삼일제약, 교보생명, 나이키 등이다.


FIFA는 월드컵이란 명칭, 공식 로고, 휘장, 월드컵 경기장면, 관련 엠블럼 등에 대해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다. 축구협회도 호랑이 엠블럼, 국가대표팀 경기 장면, 대표팀 유니폼, 협회 휘장 등에 대해 지적재산권을 행사한다. 따라서 공식 후원사가 아닌 업체가 FIFA나 축구협회가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내용을 마케팅에 활용하면 규제 대상이 된다.

공식 후원사가 아닌 업체들은 마케팅을 할 때 대표팀 유니폼 및 호랑이 마크, ‘남아공’, ‘월드컵’ 관련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 ‘붉은색 티셔츠’도 축구협회에서 판매하는 물품 이외에는 나눠줄 수 없다.

세월호 여파 눈치만 보던 재계
월드컵 계기로 만회 기회 노려

그렇다고 전 세계인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최고의 마케팅 기회를 날릴 기업들이 아니다. FIFA의 규제는 피하고 홍보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기업들의 아이디어 전쟁이 치열하다. 물량공세, 독특한 보도자료 등을 통해 우회적인 홍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규제를 교묘히 피해 홍보 효과를 노리는 이른바 ‘매복 마케팅’이다.

일반명사인 ‘축구’, ‘골’, ‘응원’, ‘승리’ 등의 표현과 응원 장면 등은 지적재산권 대상이 아니어서 어느 업체나 사용할 수 있다. 업체들은 이러한 점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 월드컵을 직접 언급하지 않아도 월드컵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 이런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다.
 

식품업체들은 월드컵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는 축구공 모양을 넣어 포장하고 있다. 제빵업계 및 커피업체들은 축구공 모양의 빵, 빙수 등을 출시하고 있다. 광고모델들도 월드컵 기간만큼은 붉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농심은 컵라면 ‘육개장 사발면’에 들어가는 맛살을 축구공 모양으로 바꿔 출시했다. 파리바게뜨는 ‘월드컵 케이크’를 내놓았고, 축구장 모양의 케이크 ‘축구하는 뽀로로와 크롱’과 붉은악마를 표현한 ‘레드벨벳 케이크’를 판매하고 있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축구를 주제로 제작한 ‘사커 도넛’ 4종을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4강 가면
전액 현금화

특히 공식 후원사에서 제외된 금융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카드사들은 직접적으로 월드컵 단어를 쓸 수 없어 혜택을 통해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다.

카드사들은 골 넣은 선수를 맞히거나 대표팀이 16강 이상 진출하게 되면 신용카드 사용자에게 캐시백 혜택을 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팀이 4강까지 진출하면 사용액을 전액 모두 현금화해주기도 한다. 거의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이다.

KB국민카드는 대표팀이 4강 진출 시 응모자 중 200명에게 이용액의 100%를 캐시백 해준다. 8강 진출 시에는 50%, 16강 진출 시에는 25%를 돌려준다. 삼성카드는 대표팀 전체 골 수와 16강, 8강 진출 여부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이벤트를 벌인다.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한 고객 중 1000명을 추첨해 대표팀이 행사 기간 기록한 골 수 및 16강, 8강 진출에 따라 서비스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신한카드도 골을 넣는 선수를 맞히면 3000만원까지 캐시백해준다.

하나SK카드는 한국 국가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면 배달 및 편의점 이용 시 캐시백을 20%까지 제공하고, 득점 맞히기, 경품 제공 등의 이벤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카드는 26일까지 10만원 이상을 이용한 회원을 대상으로 국가대표팀의 조별 예선 3경기의 점수 맞히기 이벤트를 연다. 3경기 점수를 모두 맞히면 빕스 5만원 상품권을 준다.

5명을 추첨해 26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시청 광장을 내려다보며 벨기에전을 시청할 수 있는 숙박권도 제공한다.

야식 매출이 느는 점도 카드사들의 마케팅 포인트다. 하나SK카드는 오는 29일까지 ‘배달의 민족’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야식을 결제하면 10%를 캐시백해주는 행사를 진행한다.

삼성카드는 월드컵 기간 중 야간에 외식 업종을 이용한 회원 가운데 100명을 추첨해 이용액 전부를 캐시백해주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16강 이상
우대금리 적용

은행권도 월드컵 마케팅에 시동을 걸었다. 시중은행들은 월드컵 특수 효과를 노리는 반짝 금융상품들을 선보여 가입자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표팀 공식 후원은행인 하나은행과 계열사인 외환은행은 월드컵과 연계한 예·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한국 대표팀이 선전할 경우 우대금리를 주고 있다.


하나은행은 은행의 기본 상품인 예금과 적금 상품을 월드컵과 연계해 내놨다. 축구에 대한 관심을 이용해 고객을 늘리겠다는 생각이다. 3년제 기준으로 기본금리 연 3.4%(1년제 연 2.9%)에 16강 진출 시 연 0.1%포인트, 8강 진출 시 연 0.2%포인트, 4강 진출 시 연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같은 하나금융그룹 회사인 외환은행 역시 ‘오! 필승코리아 정기예금’을 판매한다. 1년제 기본 금리 연2.68%에 대표팀 성적에 따라 최고 연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추가 제공한다. 16강은 0.1%포인트, 8강은 0.2%포인트, 4강은 0.3%포인트다.

월드컵 공식후원사
vs 비후원사 ‘신경전’

다른 은행들도 브라질로 응원을 떠나는 고객이나 여름휴가철을 공략하기 위해 환율 우대 등의 마케팅에 나섰다.

농협은행은 다음달 14일까지 ‘올라 ! 브라질, 환전 카니발’ 이벤트를 진행한다. 농협은행에서 미국 달러를 환전하는 모든 고객에게 50% 환율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마케팅이다. 한국대표팀이 8강에 진출할 경우 내달부터 80%로 환율 우대율을 대폭 상향할 예정이다.
 

한국씨티은행은 글로벌 은행의 장점을 살려 브라질 현지로 응원차 출국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에서 무료로 발급 가능한 국제현금카드를 통해 현지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광주은행은 다음달 14일까지 ‘광주카드와 함께하는 투혼 이벤트’를 연다. 이벤트 기간 광주은행 홈페이지에 등록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국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할 때 포인트를 2배 적립해주고 8강 진출 시 3배, 4강 진출 시 4배를 적립해준다.

기업은행은 ‘2014 FIFA 브라질월드컵 공식 기념주화’를 판매 중이다. 지난 5월19일부터 전국 영업점에서 각각 300세트 한정 판매되는 공식 금화와 은화, 한국조폐공사에서 제조한 도금 은메달 등을 판매하고 있다.

물량공세로
관심 끌기

특히 유통업계는 월드컵 특수를 어떻게든 붙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의 본선 경기 일정이 주로 평일 새벽이나 이른 시간대에 잡히면서 유통업계는 물량공세라도 해서 소비자들을 붙잡을 태세다. 

CJ오쇼핑은 월드컵 기간 중 여행상품권과 캠핑용품, 포인트 등 총 4억5000만원어치의 경품을 제공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일본 가전업체 소니와 함께 최대 상금 1억원을 걸고 우승팀 맞히기 이벤트를 연다. 롯데슈퍼는 국가대표팀 8강 진출 시 현금 800만원을 8명에게 증정하는 등 최대 1억원 규모의 생활비 경품을 준비했다. 오픈마켓 옥션도 경품 45만개를 내건다.

이마트는 월드컵 기간 중 치킨과 수입 캔맥주를 동시에 구매할 경우 가격을 10∼20%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선보인다. 영업 마감 시간에 맞춰 진행하는 야식 타임세일도 적극 진행할 방침이다. 대표팀이 선전하면 소비심리가 확 살아날 수 있기 때문에 대규모 경품행사도 따로 준비하고 있다.
 

휴가철을 맞아 휴가비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감자칩 브랜드 프링글스는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의미로 4개 대학 축구팀이 참여하는 ‘프링글스 드림컵’ 대회를 개최했다. ‘프링글스 드림컵’ 대회에 참가하는 4개 대학 축구팀 가운데 한 팀을 선정해 ‘응원단장’에 지원하고 팬들에게 가장 많은 투표를 받으면 여름 휴가비 100만원을 제공한다.

물량 공세로 ‘밀어붙여∼’
독특한 홍보 ‘톡톡 튀기’

증권사와 보험사의 물량공세도 만만치 않다. 우리투자증권은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옥토 대한민국 승승장구 이벤트'를 다음 달까지 이어간다. 우리투자증권은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면 500만원 상당의 여름휴가지원금, 3D LED TV 등을 지급하는 경품행사를 준비했다.

또 펀드·보험 등 우리투자증권 적립식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 5000명에겐 선착순으로 ‘응원 티셔츠’를 증정한다. 메리츠화재는 이달 한 달 동안 ‘월드컵 승리 기원’ 이벤트 기간으로 삼아 홈페이지를 방문해 응모하면 TV, 월드컵 공인구 등을 준다.

식품업체 농심의 독특한 보도자료도 화제가 됐다. 농심은 ‘베스트 일레븐’ 보도자료를 통해 라면을 축구 포지션별 국가대표로 묘사해 호기심을 유발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전방 공격수 자리는 농심 ‘신라면’이 담당한다. 중앙미드필더는 농심의 짜파게티, 너구리, 오뚜기의 ‘진라면’이 맡았다. 주로 모디슈머들이 열광하는 곳이다. 측면 미드필더는 여름철에 인기 있는 팔도 비빔면과 태풍냉면이 차지했다.

수비수에는 ‘안성탕면’을 주축으로 언제든 공격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오징어짬뽕’과 ‘참깨라면’이 선정됐다. 든든한 수문장 골키퍼는 ‘육개장 사발면’이 맡았다고 농심은 표현했다. 라면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양 날개 미드필더 역할을 맡은 ‘태풍냉면’을 두고 논란을 벌이기도 했다. 태풍냉면이 아닌 ‘둥지냉면’이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가대표 라면
홍보효과 ‘톡톡’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맥도날드도 독특한 월드컵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한국 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18일, 23일, 27일에는 밤샘 응원한 고객들을 위해 맥도날드 아이스 커피를 무료로 제공한다.

취업지원 사이트들도 응원알바 홍보를 통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시즌을 겨냥해 응원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다며 ‘응원전 스텝알바’를 소개했다. 취업률이 저조해지면서 알바에 관심 있는 구직자들을 끌어들여 자연스럽게 월드컵 특수 효과를 누리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월드컵 유통업계 희비, 편의점 ‘웃고’ 치킨집 ‘울고’

4년 만에 찾아온 월드컵이지만 유통업체간 희비는 엇갈릴 전망이다.

브라질월드컵은 주로 새벽에 볼 수밖에 없어 업계 간 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24시간 편의점은 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큰 반면 치킨·호프집은 울상을 짓고 있다.

야외 음식점이나 술집에 모여 응원하는 것은 물론 가정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기도 애매하다. 월드컵을 기념해 ‘몬스터 치킨’을 선보인 BBQ는 이달 치킨 공급 물량을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5∼20% 정도 늘렸다. 하지만 이는 남아공 월드컵 당시 일 매출이 최대 90% 이상 신장했던 점을 감안하면 적은 물량이다. 4년 전 오전 3시30분에 열렸던 한국-나이지리아전 당시 매출은 20% 늘어나는 데 그쳤다. BBQ를 제외하면 나머지 치킨 업체들은 이렇다 할 판촉 전략을 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은 월드컵 특수를 준비하고 있다. GS25와 미니스톱은 이달 한 달 동안 수입맥주를 최대 25%와 30%씩 할인 판매한다. CU는 아침까지 경기를 보다가 출근하는 직장인을 겨냥해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같은 아침식사 메뉴를 할인해준다.

하지만 편의점 업계 역시 밤샘 거리 응원으로 뜨거웠던 4년 전과 비교하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에서도 월드컵 수혜주를 맞히는데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 월드컵의 경우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가운데 한국 경기 시간이 주중 새벽 또는 이른 아침에 예정돼 있어 월드컵 개최에 따른 소비 확대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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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