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돈되는' 금융상품의 비밀-함정 많은 치아보험

조건은 '복잡' 보장은 '제한'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6월9일은 치아의 날이다. 매년 7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치과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 그만큼 치아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민원도 늘어나고 있다. 보장 제한요소는 까다로운데 복잡한 구조로 치아보험은 ‘단골’민원 상품으로 꼽힌다.

평소 치아가 안 좋은 A씨는 몇달 전 홈쇼핑에서 광고하는 보험사의 치아보험에 가입했다. 그러다 최근 치아가 악화돼 임플란트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보험금은 받지 못했다. 임플란트는 1년 이후부터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가 난 A씨는 가입당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며 보험사에 따졌지만 보장내역을 잘 살펴봤어야 했다는 상담사의 말만 들었다.

보장사유 제한적

이처럼 보장이 가능한 사유가 제한적인데도, 가입 당시 이에 대한 충분한 고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용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가입시 이러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치료보험금 청구시 지급여부에 대한 불안감이 78.5%에 달했다. 10명 중 8명이 보험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실제 치아보험료 청구시 받지 못했던 가입자 경험이 종종 회자됐기 때문이다.


치아보험은 질병(충치 및 잇몸질환) 또는 상해로 치아에 보철치료 또는 보존치료 등을 받을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2008년 라이나생명이 최초로 이 상품을 출시했다. 당시 라이나생명의 치아보험 상품은 TV홈쇼핑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판매 첫 달에만 약 1만5000건의 가입을 이끌어냈다. 이 보험은 혁신성을 인정받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우수 금융신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신한생명, AIA생명,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에이스손해보험 등 보험사들이 줄줄이 치아보험을 출시했다.

임플란트, 브릿지와 같은 치과 치료는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이 만만찮다. 그래서 치아보험을 통해 치료비 부담을 덜고자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다만 보장내역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무턱대고 가입했다가는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치료 받은 이력 있으면 불가
충치 및 잇몸 질환시만 가능

우선 치아보험은 진단형과 무진단형의 상품으로 나뉜다. 진단형 치아보험은 가입시 치아 검진이 요구되는 상품으로 가입 즉시 보장이 가능하고, 보장한도에 대한 제한이 없다. 다만 보험가입자의 치아 상태에 대한 검진결과가 보험사에서 정한 조건에 해당되는 경우만 가입이 가능하다. 가입조건은 까다로운데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싸다 보니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진단형 상품 가입을 꺼리고 보험사들도 거의 판매하지 않는다. 

반면 무진단형 치아보험은 치아상태에 대한 진단 없이 바로 가입할 수 있다. 전화, 홈쇼핑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이 상품에 가입한다. 그러나 가입이 쉬운 만큼 보장내역이 까다롭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치아보험은 충치 및 잇몸질환에 의한 질병 또는 상해로 인해 치아에 보철치료 또는 보존치료 등을 받는 경우에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이외 다른 치과치료는 보장되지 않는다. 또 복합 형태의 보철치료를 받을 경우, 해당 치료 중 한 가지 항목의 치료비 보험금만 지급된다. 충치와 잇몸질환이 동시에 발생하더라도 두 가지 질병을 모두 보장받지 못한다.

라이나생명 ‘The 건강한 치아보험’의 경우도 보험사에서 제시하고 있는 주계약의 보상은 ‘충치나 잇몸질환이 직접적인 원인’인 치료로 이 두 원인이 아닌 이유로 치료를 받게되면 보장받을 수 없다. 또 이미 임플란트나 브릿지 치료를 받은 치아는 수리, 대체 치료를 받더라도 보험금을 받지 못한다. 치료이력이 없는 치아도 ‘충치나 잇몸질환이 원인’으로 ‘영구치를 발치’한 경우에 한해서만 보장 받을 수 있다. 일반적인 치과 치료시 보상을 생각하고 보험에 가입했다가는 낭패를 보게 된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충치와 잇몸질환이라는 직접적인 원인 이외에는 보장받기 어려운데 이러한 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면서 “보장 조건이 복잡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충치와 잇몸질환에 대한 상품으로 출시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이스보험의 ‘치아안심보험’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치아안심보험’은 스케일링 보상의 경우 연 1회 4만원까지 보장하지만 ‘치료목적’이라는 전제가 있다. 예방차원에서 스케일링을 할 때는 보상받을 수 없다. 충치가 아닌 사유로 치료를 받을 때는 보상받을 수 없고, 상품 가입 전 치료이력이 있는 치아는 기준이 까다롭거나 아예 보상대상에서 제외있다.

“단골 민원 상품…
너무 기대 마세요”

면책, 감액 기간이 설정돼 있어 보장기간도 잘 살펴보아야 한다. 대부분의 치아보험은 2년 후에나 보장받을 수 있다. 보장개시일로부터 1년 이내에 충치, 잇몸질환을 원인으로 영구치를 발거한 경우에는 보험금의 50%만 받게 된다. 또 과거 5년 동안 충치, 치주질환(잇몸질환) 등 질병을 진단받거나 치료받은 경우 치아보험을 받지 못한다. 

이렇게 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전제가 붙는다. 그런데 가입 시 보험사에서 이를 제대로 고지 않아, 가입 후 보상받지 못하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에 실망한 고객들이 보험에 해지하려고 하지만 치아보험은 대부분 만기환급금이 없는 순수보장형이다. 만기환급형이라고 해도 중도 해지환급금은 보험료보다 훨씬 적거나 아예 없다. 결국 중간에 해지하면 보상도 받지 못하고 보험료만 버리게 되는 셈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치아보험은 보장범위, 면책기간, 지급대상이 상품별로 다르기 때문에 가입 전에 보장내용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불완전 판매 많아

금소연 관계자는 “아무래도 치아보험이 생긴지 얼마 안 돼 불완전 판매가 많아 소비자 민원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일부 가입자가 생니를 뽑아 보험금을 타내는 식의 모럴헤저드 리스크가 있어서 보장 범위를 쉽게 넓히지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 실비의료보험이나 암보험 등은 그 내용이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치아보험은 보험사별로 보장 내용이 큰 차이를 보인다”며 “소비자들은 반드시 보상하지 않는 손해를 꼼꼼히 살펴보고 가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헷갈리는' 치아보험 보장범위

대부분의 보험사에서 치아보험이 보장하는 치과 의료는 크게 보철치료, 보존치료, 영구치 발치치료 세 가지다.

보철치료는 임플란트, 브릿지, 틀니 세 가지로 나뉜다. 임플란트는 점막 또는 골막층 하방, 그리고 골조직 내부 등의 구강조직에 이물 성형재료를 매식한 후 고정성 또는 가철성 보철물을 삽입하는 치료다. 브릿지(고정성가공의치) 치료는 치아와 치아 사이를 다리처럼 연결해 보철물을 제작하는 식이다.

보존치료는 충전치료와 크라운치료 두 가지로 나뉜다. 보존치료는 영구치에 손상이 생기는 경우 손상된 부위를 원상회복시켜 형태학적, 기능적 복구를 도모하는 치료다. 충전치료의 재료는 아말감(구리,주석, 은 등의 합금과 수은 혼합체) 혹은 글래스아이노머, 레진 등이 있다. 크라운치료는 많은 사람들이 진단받는 충치치료다. 치아에 손상이 생겼을 때 영구치 전체를 금속 등의 재료로 씌우는 치료다.

영구치 발치치료는 치아를 제거해 내는 치료를 말한다. 여기서 영구치의 범위는 앞니 8개, 송곳니 4개, 어금니 8개 등 총 28개만 포함된다. 사랑니 발치는 보장하지 않는다.

만약 이러한 세가지 보장내역 중에서 한 가지라도 치료 받은 사람은 치아보험을 보장받기 어렵다. 이외에 치열교정이나 스케일링 등의 치료도 치아보험 보장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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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