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도주로 본' 해외도피 기업인 블랙리스트

돈 들고 튄 회장들 “잘 먹고 잘 산다”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행방이 묘연하다. 유 전 회장뿐만이 아니다. 이전부터 회장들의 도피사례는 파다했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 등 외국으로 도주한 이들은 빼돌린 돈으로 사업을 벌이며 여유로운 생활을 누렸다. 세금탈루,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해외로 도망친 회장들은 ‘죄 짓고는 못산다’는 옛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보란 듯이 잘살고 있다.

도대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어디 숨어 있을까. 검찰이 현상금까지 내걸며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유병언 전 회장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유 전 회장 일가는 검찰보다 한 발 빠르게 해외로 도피하기 위한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 퍼져있는 유씨 일가는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고 있고, 유씨의 은신처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검찰보다 한발
빠른 도피준비

우선 유병언 전 회장의 경우 아직까지 국내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금수원 신도들의 보호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

유 전 회장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곳은 금수원 내부 혹은 주변 아파트단지다. 금수원은 여의도 절반 크기로 유씨가 내부에 숨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하벙커가 있으면 건물 위주 수색으로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금수원 주변 아파트 단지는 1700여 세대 중 150여 세대를 유씨 일가가 차명으로 소유해 구원파 신도 등에게 임대를 준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금수원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구원파 촌이라 불릴 정도로 신도들이 모여 살고 있어 유씨를 보호하기에 적합하다.

구원파의 신도 집에 은신했을 가능성도 크다. 건물이 많은 서울에서는 위치 추적 반경 안에 건물이 많아 실제 은신처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남 여수와 보성 일대에서 유씨를 봤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보성에는 유씨 일가 소유의 대규모 녹차밭인 ‘몽중산다원’이 있다.


또 구원파 소유의 전남 신안 염전 지역도 주목되고 있다. 섬 지역이라 구원파 신도가 보호한다면 눈에 띄지 않고 오랫동안 은신할 수 있다. 신안은 유씨의 최측근인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의 고향이다.

검찰의 국내 수색이 실패로 이어지자 해외로 밀항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씨는 해운사를 운영해 밀항 루트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유병언도 그들처럼?…어디서 뭐하나
구원파 보호 받고 있을 가능성 높아

유씨 일가족은 검찰이 검거하기 전 모두 해외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매번 검찰보다 한 박자 빨랐다.

유씨의 장남 대균씨는 세월호 사고 사흘만인 지난 4월 인천지검의 수사 착수 하루 전 인천공항에서 프랑스 파리행 비행기를 타려고 했다. 그러다 출국금지 된 사실을 알고 공항에 고급 승용차까지 버려둔 채 도주했다.이에 따라 유씨 일가가 검경국가정보원의 인맥과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씨의 장녀 섬나씨가 프랑스에서 체포됐다. 섬나씨가 체포되면서 유씨를 비롯해 대균씨, 차남 혁기씨 등에도 심리적 압박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유씨 부자에 대해 전국 A급 지명 수배와 함께 현상 수배를 하고 있다. 현상 수배 이후 제보가 급증함에 따라 경찰은 현상금 10배 상향으로 시민들의 제보가 더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씨의 현상금은 5억원, 대균씨 현상금은 1억원이 걸려있다.


황제노역 허재호
뉴질랜드 백만장자

‘황제노역’으로 지난 3월 공분을 산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뉴질랜드로 도피해 카지노 VIP를 드나들며 호화생활을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허재호 전 회장은 뉴질랜드 최대도시인 오클랜드에서 최고급 아파트로 유명한 메트로폴리스의 팬트하우스를 소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 시가로 46억원이 넘는 초호화 아파트다.

MBC <PD수첩>에 따르면, 허 전 회장이 살았던 아파트는 공시지가만 약 14억(153불)에 달했다. 허씨는 호화 요트를 타고 낚시를 즐기고, 카지노에는 수년간 VIP 회원으로 출입했다. 허씨는 뉴질랜드에서 고층 아파트 건설 사업을 활발하게 운영해 상당한 부동산 소유자로 현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현지 신문에서는 허씨가 ‘백만장자’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오클랜드에서 가장 부촌인 타카푸나에서도 손꼽히는 호화 저택과 오클랜드의 ‘노른자’ 땅도 일부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씨 일가와 관련된 부동산 시세는 약 700여억원으로 추정된다.

황재노역 허재호·한보사태 정태수
해외 도망가 떵떵…초호화 갑부생활

대주그룹은 호남지역에선 유일하게 재계순위 60위까지 올랐던 대기업이다. 1981년 대주종합건설로 시작하여 이후엔 조선, 미디어, 레저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3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렸다.

그러나 2007년 대주그룹의 총수 허 전 회장 500억 원대 법인세 포탈과 100억 원대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지난 2010년 허씨는 항소심 선고 직후 지불해야 할 벌금과 세금을 내지 않고 해외로 도주했다. 당시 허씨는 벌금 254억원 및 국세 134억원, 지방세 24억원 등 400억원 이상을 체납하고 있는 상태였다.

검찰의 지시에 따라 허씨는 귀국 후 지난 3월부터 노역을 시작했다. 그러나 노역 일당 때문에 허씨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판결’은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

기소 당시만 해도 허씨에게 벌금 1000억원을 구형했던 검찰이 이례적으로 선고유예를 구형했다. 가장 크게 논란이 된 2심에서는 허씨의 벌금이 다시 반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하루 노역일당은 5억원으로 두 배 올랐다. 일반인이 벌금을 납부하지 않았을 경우 하루 노역 일당은 5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허씨는 일반인과 똑같은 일을 해도 만 배 높은 일당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황제 노역’이라는 말이 탄생했다.

항소심에서 책정한 1일 노역비 5억원으로 환산하면 허씨는 49일 동안 구치소의 일반 작업장에서 청소 등의 잡일만 하면 된다.

한보사태 정태수
풍족한 생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은 건국 이후 최악의 금융 부정 사건으로 꼽히는 한보사태의 주인공이다. 정태수 전 회장은 1997년 한보비리 사건으로 징역 15년을 선고 받은 뒤, 2005년 사학 재단의 교비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로도 기소됐다. 2225억여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정 전 회장은 역대 최고액 탈세자로 불린다. 정씨는 2007년 은마아파트 상가와 관련된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암 치료를 핑계로 해외로 도주했다. 일본을 거쳐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으로 숨어들었다.

재판 중에도 정씨가 일본으로 도주할 수 있었던 것은 법원의 방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형사 재판 중에는 여권의 효력이 정지되기 때문에 해외로 나갈 수 없다. 그런데 정씨의 경우 법원의 출국 허가를 받고 일본으로 출국했다. 어떻게 법원이 이렇게 쉽게 출국 허가를 내줬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정씨는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 또다시 기업을 경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법무부가 뒤늦게 그의 움직임을 포착하면서 카자흐스탄에 범죄인 신병인도를 요구했지만, 2008년 정씨는 키르기스스탄으로 거처를 옮겼다.

키르기스스탄은 우리나라와 범죄인 인도조약이 맺어져 있지 않은 나라다. 덕분에 정 회장은 7년 넘게 한국의 눈을 피해 도피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이 카자흐스탄과는 2003년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한 반면 키르기스스탄과 협정하지 않은 것을 교묘히 이용한 셈이다.

정씨는 카자흐스탄 이웃나라인 키르기스스탄의 서북부 탈라스로 은신처를 옮긴 뒤,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 숨어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정씨는 아들과 며느리가 빼돌린 사학재단 교비를 해외 도피자금으로 썼다고 한다.

장진호, 나라 옮기며 사업가 변신
전윤수, 직원들 월급 떼먹고 잠적


또 한보 그룹 부도 전 사들인 러시아 가스전 지분을 이용해 개인 간호사를 고용할 정도로 풍족하게 살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정씨는 옛 소련국가 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을 옮겨다니며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횡령 혐의로 검찰의 수배를 받고 있는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은 2005년 2월 캄보디아로 도피했다. 장진호 전 회장은 5496억원을 사기 대출받고 비자금 7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5개월여 재판 끝에 1심에서 징역 5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5년형을 받고 풀려난 장 전 회장은 4개월 뒤 가족을 데리고 캄보디아로 도망쳤다.

캄보디아에서 장씨는 은행, 기업형 룸살롱, 개 경주 도박장, TV프로그램 제작사, 부동산 개발 회사 등 다양한 사업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현지에서 탈세 문제가 불거지자 중국 베이징으로 거처를 옮겨서 다시 게임 산업 관련 사업을 했다.

탈세자 장진호
현지이름 취득

이러한 소문을 정리해 보면, 장씨는 이전부터 도주를 준비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출국 전부터 도피를 준비한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장씨는 지난 2002년 찬삼락이라는 현지이름까지 취득해 이미 여권까지 만들었다.

해외에서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회사가 부도나기 전부터 캄보디아에 투자한 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법정관리가 들어가기 전부터 해외 도주를 미리 계획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장씨는 중국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0년 임금체불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전윤수 전 성원건설 회장도 검찰 수사를 받던 중 해외로 도주했다. 전윤수 전 회장은 돌연 해외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아 수원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던 전 전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취소됐다.

성원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상떼빌’로 유명하다. 1977년 용산구 이태원에서 설립된 태우종합개발(주)을 모회사로 한다. 현재 성원건설은 부도로 인해 업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전씨는 미국으로 도피해 호화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방송된 MBC <PD수첩>에 따르면 전씨는 미국 뉴저지주 허드슨강이 보이는 부촌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방 3개짜리 집을 임대해 사용했다. 딸의 명의로 고급 승용차 BMW를 구매하기도 했다. 2011년 6월 한 달간 사용한 직불카드 사용 금액은 1만5000달러(한화 1760만원)에 달할 정도였다.

임금체불 전윤수
골프장 단골고객

전씨는 미국 생활 도중 불법 체류 혐의로 현지에서 검거됐던 적도 있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씨에 따르면 전씨는 골프장을 자주 찾았으며 나이아가라 폭포 등에도 유람을 다녔다고 한다.

현지 이민 사기브로커에게 합법적 체류신분(영주권)을 조건으로 수억원대의 돈을 뜯겼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러한 경제사범 중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한때 경영인들의 영웅이었던 김우중 전 회장은 해외로 도주해 여기저기서 도망자로 살았다. 김 전 회장도 베트남 등지에서 호화생활을 누린 바 있다. 

김씨는 전 대우그룹 계열사에 20조원의 분식회계를 지시하고 이를 통해 9조8000억원을 대출받고 회사자금 32억달러(약 4조원)를 국외로 빼돌린 혐의 등으로 2001년 지명수배 됐다. 이후 해외에 머물다 4년만에 귀국해 사법처리됐다. 2006년 검찰은 김씨에게 추징금 17조9253억원을 선고했지만 그는 887억원만 납부했다. 추징금의 0.5%에 불과한 액수다.

이러한 부도덕한 재벌 총수들로 인해 반기업 정서가 심화되고 있다. 사고가 터지면 회장들이 해외로 도피하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기업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체포된 유병언 장녀 운명은?
프랑스서 버티기 작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섬나씨가 지난달 27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인근 아파트에서 체포됐다. 체포 또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유 전 회장 일가 중 처음으로 장녀의 신병이 확보된 것이다.

섬나씨는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인근 세리졸에 위치한 월세 1000만원대 초호화 아파트에 거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언제쯤 섬나씨가 국내로 송환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섬나씨의 한국 강제송환은 프랑스 법무부 장관이 결정할 수 있지만, 섬나씨가 이의를 제기하면 재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체포 후 섬나씨는 구금 결정 시한 전 파리 항소법원에 보석 신청을 했다. 그러나 파리 항소법원은 섬나씨의 보석신청을 기각했다.

파리 법원은 한국 정부가 492억원의 횡령과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섬나씨의 인도 요청을 했으므로 섬나씨를 계속 구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섬나씨 측은 법원의 보석신청 기각에 즉각 반발해 파리의 거물 변호사를 선임했다. 섬나씨의 변호를 맡은 메종뇌브 변호사는 다른 변호사들이 기피하는 사건이나 언론을 통해 유명해진 사건을 주로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환 1년 이상 걸릴 수도
월 1000만원 아파트 거주

따라서 섬나씨의 한국 송환을 위한 재판이 마무리되기까지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섬나씨는 구속된 상태로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는다.

섬나씨는 디자인업체 모래알디자인을 운영하면서 유 전 회장 측 계열사로부터 컨설팅 비용 명목 등으로 80억 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배임 및 횡령)를 받고 있다. 모래알디자인은 세월호 증축 공사에서 유 전 회장의 전시실과 선주실의 인테리어를 맡았다.

앞서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씨와 차녀 상나씨는 미국 뉴욕 중심가의 최고급 아파트에서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귀국 통보에 이들은 다른 곳으로 도망쳤다. 이들 남매의 행방은 알 수 없는 상태다. 멕시코 등 제3국으로 도주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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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