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강남 금싸라기 '한전땅' 쟁탈전

삼성이냐 현대차냐…4조 베팅 전쟁

[일요시사=경제1팀] 서울 삼성동이 들썩이고 있다. 삼성동에 위치한 한국전력 본사 부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려서다. 한전은 전남 나주로 이사를 떠나면서, 삼성동 부지를 팔기로 했다. 재계 ‘큰 손’들은 너도나도 이 금싸라기 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강남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라 불리는 이곳. 삼성동 167번지의 운명은 어떻게 결정될까. 승부를 가를 변수를 짚어봤다.

코엑스로 유명한 서울 삼성동. 주변에 백화점과 특급호텔 등이 들어서 있는 서울 최대 상권이다. 이 노른자위 땅에 있는 한국전력공사(한전) 본사 부지가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오는 11월 전남 나주로 본사 이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 한전은 혁신도시특별법에 따라, 내년 11월까지 삼성동 본사 매각을 완료해야한다.

알토란 땅
투자 저울질 

현재 삼성동 한전 부지는 축구장(약 7000㎡) 11배 넓이인 7만9342㎡(2만4000평) 규모에 달한다. 지상 22층, 지하 3층으로 지어진 본관과 지상 5층, 지하 3층의 별관, 지상 4층 건물의 후생관이 ㄷ자 형태로 지어졌다.

부지 면적만 따지면 서울 서초구 삼성타운의 3배, 여의도 LG트윈타워의 6배 안팎이다. 현재 국내 최고 123층 높이 빌딩을 건설 중인 롯데월드타워 부지와 비슷한 규모다. 공시지가로는 1조4837억원, 시세로는 3조∼4조원대에 이른다. 서울 강남에 남은 ‘마지막 금싸라기 땅’ 이다.

그동안 한전은 자체개발을 비롯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자산유동화(ABS), 부동산투자신탁(리츠)을 활용하는 등의 다양한 매각 방식을 검토했지만, 최근 단순 매각 방식으로 최종 가닥을 잡았다.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땅 값을 가장 높게 써내는 매입자에게 부지를 처분할 가능성이 커졌다.

오래전부터 한전 부지에 눈독을 들여온 후보 기업들의 행보가 변수로 작용하는 이유다. 우선 국내 재계 서열 1·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이 땅을 놓고 각축을 벌일 전망이다.

강남 마지막 ‘노른자위’
삼성동 167번지 운명은?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할 채비를 갖췄다. 지난 2011년께 한전 부지 인근에 위치한 한국감정원 부지(1만988.5㎡)와 건물(연면적 1만9564.1㎡)을 2328억원에 매입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삼성은 당시 한전 부지, 감정원 부지 등을 포함해 삼성동 일대에 대규모 컨벤션타운 건설을 구상했다. 2009년에는 삼성물산과 포스코 컨소시엄이 한전 부지 일대를 복합 상업시설로 개발하는 제안서를 강남구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삼성동’이란 지명이 그룹명과 같은 점도 삼성 그룹에 매력적이다. 지난해 5월 당시 변준연 한전 부사장은 “본사 인근 지하철 역명과 발음이 같은 삼성그룹이 삼성동 한전 부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부동산업계는 삼성그룹이 한전 부지까지 통째로 매입해 통합 개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삼성 측은 인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도 아직 구체적 계획은 수립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적극적이다. 현대차 양재동 본사는 과거부터 ‘회사의 철학을 알 수 없는 오피스 건물’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전 부지는 양재동 본사 부지보다 3배 이상 넓은 만큼, 이런 수모를 씻어낼 수 있는 최적격 장소이다.

현대차는 2006년부터 성수동 뚝섬 인근 옛 삼표 레미콘 부지에 약 2조원을 투자해 초고층 빌딩을 짓는 청사진을 마련해왔다. 그룹 전 계열사를 입주시키고 3만여명의 직원을 한곳에 모으는 한편,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연구개발(R&D) 기능도 통합한다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들처럼 자동차 테마파크 등도 함께 짓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난해 초고층 건축 관리기준을 내놓으면서 무산됐다. 서울시가 50층·200m 이상 빌딩을 지을 수 있는 지역으로 정한 도심·부도심 범위에서 뚝섬 부지가 최종적으로 빠진 탓이다. 8년 가까이 공을 들여온 ‘뚝섬 프로젝트’가 폐기되면서 현대차는 한전 부지를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보고 뛰어들고 있다. 이만한 규모의 부지를 찾기 힘들뿐더러, 강남권의 교통 요지인 점도 매력 포인트다.

현대차 관계자는 “독일 폭스바겐이나 BMW, 일본 도요타와 같이 전시장 또는 박물관을 갖추고 도심에 있는 새로운 본사 단지를 신축할 필요성이 있다”며 “한전 부지와 관련해선 아직 결정된 것이 없지만 눈여겨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미국 회사들도 ‘눈독’
인허가 쥔 서울시 선택 주목

여기에 해외자본의 출연도 새 변수로 떠올랐다. 중국 녹지그룹,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 등 외국 기업도 한전 부지 매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기업인 녹지그룹은 한전 부지 매입에 대한 사업성을 검토 중이다. 녹지그룹은 이미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에 9억달러(1조원)를 투자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녹지그룹은 제주헬스케어타운 77만8000㎡부지에 관광휴양시설과 의료서비스시설 등이 복합된 휴양거주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녹지그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개발 사업권 인수를 추진하는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상하이시가 51%의 지분을 갖고 있는 녹지그룹은 지난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금액이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해외 부동산 개발에 적극적인 회사다. 3조원에 이르는 한전 부지를 단독으로 매입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금력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최대 카지노그룹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도 한진 부지 매입 경쟁에 가세했다. 샌즈 측은 최근 한전 부지에 카지노, 전시ㆍ컨벤션을 포함한 복합전시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서울시 측에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외자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높다. 한전 측도 해외 자본 매각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전에 뛰어든 국내외 자본들이 어떤 전략카드를 내밀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도 “강남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 땅이라는 상징성이 강해 외국계 기업이 이 부지를 매입하는 일은 국민 정서에 반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6·4 지방선거
결과에 주목

한전 본사 별관에 위치한 지하 변전소(삼성변전소)도 부지 매각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변전소 처리 문제가 생각처럼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변전소는 1985년 한전 사옥 준공과 함께 지하 2층 깊이에 3924㎡(1천189평) 규모로 설치됐다. 154kV 지하복합변전소로 삼성동 일대 6035호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본사 부지를 팔아야 하는 한전 입장에서는 이 변전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지하주차장을 만들기 위해선 지하 2층보다 더 깊은 곳으로 변전소를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코엑스 지하와 연계 개발 때는 아예 다른 곳에 대체 변전소를 만들어야 한다. 1초라도 전기 공급이 끊겨선 안 돼서다. 전문가들은 지하를 더 파고들어가든, 대체 변전소를 마련하든 그 비용은 부지 매각대금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변전소를 시내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안들이 검토됐으나 마땅한 대체 부지를 찾지 못해 존치키로 했다”며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도 이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는 ‘6ㆍ4 지방선거’ 결과다. 인ㆍ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한전 부지 개발 범위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 후 재정악화와 대규모 투자에 대한 어려움 등을 토로하면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대규모 컨벤션센터 건립 계획을 보류한 바 있다.

박 시장은 당초 뜻을 고수해오다 지난 1일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개발 사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코엑스~한전~서울의료원·한국감정원~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총 72만㎡를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조성할 계획이라는 청사진이다.

또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을 통해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을 상향하고 부지 면적의 40% 내외를 공공기여(토지, 기반시설, 설치비용)로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개발계획이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6·4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개발계획이 수정 되거나 전폭 재논의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 시장과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은 부동산 개발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정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서울 시내 30여곳에 대한 대형 개발 사업을 허가할 뜻을 내비치며 박 시장과의 이견을 드러낸 바 있다.

올 상반기 중
매각 공고

이번 한전 본사 부지 매각은 감정절차를 거친 후 올 상반기 중으로 매각공고가 나올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전 부지에 대한 개발계획이 구체화되면서 해당 부지 매매 여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갖가지 변수가 자리하고 있어 부지 매각은 여전히 가변적”이라며 “이르면 이달 안에 청사진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아직은 여전히 ‘안갯속’”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삼성동 일대 개발 밑그림이 그려졌다”며 “한전부지 개발 가시화가 이런 흐름에 가속도를 붙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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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