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기획> 망조 들린 '재벌가 집터'의 비밀

쫄딱 망한 회장님 “다 이유 있다”

[일요시사=경제1팀] 한때 재계를 주름잡던 회장님들의 초라한 말년이 눈길을 끈다. 자금난에 시달리다 자택까지 줄줄이 경매로 넘기는 처지가 된 것. 잘 나가던 집 주인들이 하루아침에 망하자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터가 안좋다’는 집터 괴담까지 나돌았다. 과연 이들의 파란만장 인생사는 집터와 연관이 있을까. 경매 굴욕을 맛본 회장님들을 한 데 모아봤다.
 

재벌 일가가 소유한 부동산이 속속 경매 법정에 등장하고 있다. 최근 경매업계에 따르면 과거 잘 나가던 회장님들 자택이 경매에 부쳐지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한동안 잊혔던 이름까지 또 다시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기구한 운명
‘아 옛날이여’

고 양정모 국제그룹 회장의 장남 양희원 아이씨씨코퍼레이션 대표가 소유한 성북동 단독주택은 오는 2일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고급주택이 밀집한 성북동 부촌 중에서도 중심부에 자리 잡은 이 집은 1970년 지어졌다. 대지면적만 1921㎡에 달하고, 지하1층~지상 2층으로 구성된 건물은 777㎡ 규모다. 감정가는 73억 8000여만원. 지금까지 경매시장에 나온 성북동 고급주택 중 규모와 가격 면에서 단연 1위라는 평가다.

국제그룹은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1980년대에는 재계서열 7위까지 한 재벌기업이다. 고무신 생산 업체인 국제고무공장을 전신으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를 탄생시킨 곳이다. 국제그룹은 이후 중화학, 섬유, 건설 분야 등에 잇따라 진출하고 무려 21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1985년 전두환 정권에 밉보이면서 회사가 1주일 만에 공중분해 당하는 불운을 겪은 바 있다.

국제그룹처럼 이 집 또한 곡절이 많았다. 양 회장이 거주하던 이 집은 1987년 국제상사 명의로 넘어갔고 이후 1998년 11월 양 대표가 다시 되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10년만에 어렵게 되찾은 집은 다시 15년만에 남의 손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제2금융권 대출을 받았다 갚지 못한 탓이다.
 

양 대표는 2006∼2011년 이 집을 담보로 푸른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27억여원을 빌렸다. 하지만 원금은커녕 이자까지 갚지 못해 결국 경매당하는 처지가 됐다. 전문가들은 등기부등본상 채무자가 아이씨씨코퍼레이션인 점을 감안해 봤을 때 양 대표가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주인 줄줄이 망해 ‘경매 단골’된 빌라도
집터와 오너 궁합 중요 ‘길흉화복 원천지’

경매법정에 이름을 올린 회장 일가는 국제그룹 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 일가가 거주하던 고급빌라가 법원경매에 나왔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고급빌라 밀집 지역에 위치한 이 빌라는 3층에 위치해 있으며 대지면적 185㎡, 건물면적 316㎡에 달한다. 감정가는 15억원이다.

백 회장은 1998년 문 연 서울 강변역 테크노마트 개발 성공을 발판으로 중견그룹을 일군 부동산 개발 사업자의 효시다. 이후 한글과 컴퓨터, 동아건설, 신안 프라임상호저축은행, 프라임엔터테인먼트 등의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기세 좋게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잘 나가던 프라임 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직격탄을 맞았다. 부동산 건설 침체와 유동성 위기로 주력 계열사인 프라임개발과 신안이 2011년 8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고 말았다. 백 회장이 동아건설 등 계열사와 보유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재기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까지 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줄줄이 파산
나쁜 기운 탓?

백 회장이 내놓은 빌라 역시 기구한 운명은 타고났다. 빌라의 이전 주인은 1980년대 프로야구 삼미슈퍼스타즈 야구단을 운영하기도 했던 삼미그룹의 김현철 회장이었다.

김 회장은 삼미그룹의 부도 후 이 빌라를 경매에 내놨고, 2003년 11월 백 회장이 11억3351만원에 낙찰받았다. 하지만 백 회장 역시 이 집을 담보로 빌린 대출금액을 갚지 못해 빌라는 또다시 새로운 주인을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됐다. 백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같은 빌라 1층도 빚을 갚지 못해 지난해 8월 경매에 부쳐진 바 있다.
 

채규철 도민저축은행 회장 소유의 주택도 경매에 부쳐져 지난 1월 낙찰됐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위치한 채 회장 소유의 빌라 두 채는 각각 12억원, 12억2000만원으로 3번 유찰 끝에 새 주인을 찾게 됐다. 채 회장은 600억원이 넘는 부실대출로 도민저축은행에 막대한 재산상 손실을 입혀 지난 1월 징역 4년을 확정 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채 회장이 소유한 초고가 외제차 4대가 한꺼번에 경매에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유종환 성창F&D 대표 소유의 자택이 매물로 나왔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유 대표 소유 집은 감정가 60억6966만원으로 경매에 부쳐졌다. 유 대표는 국내 최초의 대형 패션전문 쇼핑몰인 ‘동대문 밀리오레’ 성공 신화로 한때 주가를 높이던 인물이다.

경매와는 사례가 조금 다르지만 ‘샐러리맨 신화’를 썼던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자택도 지난 1월 급매물 시장에 나왔다. 서울 서초동 고급 빌라에 위치한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집 중 하나로, 시가만 약 100억원대에 달한다.

강 회장은 당시 STX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우리은행 대출금 89억원, 하나은행 30억원 주택담보대출 금액 등을 갚을 길이 없게 되자 최후의 방편으로 자신이 거주하던 집을 매각키로 했다. 이 고급빌라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나 최재원 SK그룹 부회장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 오너들도 소유해 유명해진 곳이다.

부도에 자살
흉흉한 괴담

최근 사례 외에도 회장님 집이 경매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일은 비일비재했다. 2012년에는 고 박용오 전 성지건설 회장 자택이 경매 물건으로 나왔다. 박 전 회장은 1998년부터 2008년까지 그룹 회장으로 두산그룹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서울 성북동 고급주택가에 위치한 박 전 회장의 자택은 대지 310㎡, 건물 240㎡의 복층 주택으로 감정가는 15억원에 달했다.

한 때 대기업 총수를 지냈던 그의 자택이 경매에까지 부쳐지게 된 이유는 사업 실패에 따른 자금난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자택은 박 전 회장의 두 아들인 박경원·중원 형제가 공동소유하고 있었으나, 이미 2008년 12월 제일저축은행 등 11개 저축은행이 60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해놓은 상태였다.

수십억대 ‘회장님들 저택’ 경매 쏟아져
국제그룹 회장 일가·프라임그룹 회장 등

‘비운의 총수’라 불리는 박 전 회장은 고 박두병 두산 초대회장의 6남 1녀 중 2남이다. 두산가(家) ‘형제의 난’을 계기로 그룹에서 밀려난 뒤 성지건설을 인수해 재기를 노렸지만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오다 2009년 11월 이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 전 회장이 불운한 삶을 살다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자 당시 재계 안팎에선 ‘집터 괴담’이 떠돌기도 했다. 터가 안 좋기 때문에 박 전 회장이 망했고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문이다. 이후 이 집은 장남이 2011년 상속받았으며 채무도 그대로 떠안았다.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의 성북동 자택 역시 같은 해 강제경매에 부쳐졌다. 청구액 1억원을 갚지 못해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돈으로 1980∼1990년대를 풍미했던 그룹 회장이 1억원의 빚 때문에 집을 날릴 위기에 처하자 업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법원이 책정했던 이 집의 감정평가액은 33억1199만이었지만 서울 성북동에서도 손꼽히는 저택에 속하는 거주 여건과 특화성 탓에 감정가격을 뛰어넘는 44억여원에 낙찰됐다. 하지만 이후 신 전 회장 부인 송모씨가 1억1000만원을 법원에 공탁한 뒤 집행정지를 신청하면서 경매는 사실상 취소됐다.

2008년에는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소유의 서울 신문로 단독주택이, 2007년에는 김중원 전 한일그룹 회장 소유의 서울 역삼동 단독주택, 범양식품 박승주 전 회장 일가의 성북동 단독주택이 각각 경매됐다.
이에 앞서 2003년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살던 서울 방배동 자택이, 2002년에는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의 서울 장충동 자택이 각각 경매에 부쳐진 바 있다.

명당 집터가
기업 세운다

과거에는 몰락한 재벌의 집은 소위 ‘망조들린 집’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때문에 경매 시장에 회장 자택이 나와도 제 값에 팔리지 않거나 유찰되는 경우가 많았다. 좋은 집터의 기운이 기업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이 컸다. 풍수 전문가들 역시 기업 미래는 회장의 집터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양만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 풍수지리학 교수는 “그룹의 흥망운을 정단할 때 물론 사옥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집터”라며 “집터와 회장의 사주가 잘 맞아야 취와 복의 괘를 가지고 길한 영향을 받게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일종의 ‘경영 나침반’으로 활용되는 집터가 회사의 길흉화복 원천지”라고 거듭 설명하며 “경매에 부쳐진 집이라고 해서 모두 나쁜 기운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며, 그 집에서 살면 줄줄이 파산을 면치 못한다 해도 그 터의 사주와 잘 맞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오히려 파산한 재벌들이 살던 집이 경매에서 인기를 끄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변호사는 “그룹 회장이 소유한 주택은 내부 인테리어가 잘 돼 있어 실제 가치가 감정가 이상으로 높은 경우도 종종 있다”며 “최근엔 고급주택의 낙찰가도 낮게 형성돼 저렴하게 고급빌라를 마련하려는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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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