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같은' 재벌&서민 러브스토리

회장 딸과 사랑에 빠진 말단사원

[일요시사=경제1팀] 삼성그룹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러브스토리가 화제다. 그중에서도 ‘그들만의 로열 혼맥’에서 이탈한 평범한 집안과의 사랑은 세간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른바 ‘탈 명문가’ 현상. 극히 일부지만 이 사장 부부처럼 ‘사람만 보고’ ‘서로 좋아서’ 백년가약을 맺는 재벌들도 더러 있어왔다. 서민과의 로맨스에 꽃을 피운 주인공들을 모아봤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택시기사 선행’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 사장과 남편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의 러브스토리가 재조명받고 있다. 1999년 삼성가의 맏딸인 이 사장과 결혼한 임 부사장은 현대판 ‘남데렐라’의 상징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임 부사장은 조그마한 개인 사업을 하는 집안의 장남이자, 삼성의 평사원에 불과했다.

끼리끼리 혼맥

단국대 전자계산학과를 나온 임 부사장이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물산에 입사한 것은 1995년 2월. 그해 5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한남동 자택 개발 프로젝트’에 파견되면서 이 사장과 첫 대면을 가졌고, 남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의 만남은 사회봉사활동에서 이어졌다. 임 부사장이 소속된 부서는 격주로 한 아동보호시설을 찾았는데 마침 이 시설은 이 사장이 연세대 아동복지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첫 입사한 삼성복지재단이 봉사활동을 펼치는 곳이기도 했다. 복지시설에서 우연한 계기로 다시 만난 이들은 이후 커플링을 나눠 끼운 연인에서 혼담이 오가는 사이로 발전했다.

당초 삼성가에서는 두 사람의 결혼을 극심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집안간 레벨 차이가 너무 심하게 난 탓이다. 그러나 이 사장이 집안 어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직접 설득에 나섰고, 이들의 사랑은 결실을 맺게 됐다.


임 부사장의 소탈한 성격과 성실하고 겸손한 면모 역시 이 회장 부부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전해진다. 임 부사장은 이 사장과 결혼한 뒤 곧바로 미국 유학을 떠났다가 2005년 삼성전기 상무보로 복귀했다. 2007년 상무로 승진한 뒤 2009년 전무를 거쳐 2011년 부사장에 올랐다.

범삼성가인 신세계일가에도 평사원 출신 사위가 있다. 문성욱 이마트 부사장은 2001년 2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외동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과 화촉을 밝혔다. 둘은 경기초교 동창 사이에서 한 이불을 덮는 사이로 발전했다. 당시 문 부사장은 소프트뱅크코리아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이후 2004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2005년 신세계I&C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2008년 부사장에 올랐다. 2011년 5월 이마트 중국본부 전략경영총괄 부사장을 거쳤고 현재 이마트 해외사업총괄 부사장으로 있다. 문 부사장의 아버지는 문청 전 KBS보도본부장이다.

삼성·현대·SK 등 인생역전 사위들
과거 정략결혼서 이젠 연애결혼으로
‘사람만 보고, 서로 좋아서…’

현대그룹 역시 ‘로얄 집안’과 거리가 먼 현대 평사원을 사위로 맞은 이력이 있다. 주인공은 정희영 선진종합 회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유일한 사위인 정 회장은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1965년 현대건설 공채로 입사했다.

정 회장은 현대건설 입사 후 뛰어난 업무 능력을 발휘해 정 창업주의 눈에 든 것으로 전해진다. 정 창업주는 외동딸 경희씨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자, 정 회장을 도쿄법인 이사로 발령 내 자연스러운 교제를 유도했고 결혼 이후 정 회장은 선진종합을 갖고 독립했다.
 

정 창업주의 맏손녀 은희씨도 현대전자(현 하이닉스) 평사원이었던 주현 IHL 대표와 연애 끝에 1995년 8월 화촉을 밝혔다.


SK일가도 서민 집안과 사돈을 맺었다.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의 막내딸 기원씨는 그룹 계열인 선경정보시스템 차장으로 근무하던 김준일씨와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두 사람의 오작교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선경마그네틱의 기획부장으로 일했던 최 회장이 평소 눈여겨봤던 김씨를 여동생에게 소개했다는 후문이다.

최신원 SKC 회장도 2006년 5월 평범한 샐러리맨을 사위로 맞았다. 최 회장의 장녀 유진 씨는 미국의 금융회사에 다니는 구본철 씨와 결혼했다. 유진 씨는 미국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두 사람은 유학 도중 자연스럽게 만나 수년간의 연애를 거쳐 결혼에 골인했다. 구씨는 범 LG가와 ‘먼 친척뻘’이지만 10촌이 넘어가기 때문에 친척이라 하기는 어렵다.

최근 국수를 돌린 LS가 역시 ‘끼리끼리 혼맥’과 거리가 멀다. 구자균 LS산전 부회장의 장녀 소연씨는 지난 1월 원제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의 장남 홍식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소연씨의 남편인 홍식씨는 외국변호사로 2012년부터 법무법인 광장에 합류해 활동하고 있는 부동산 관련 분야 전문가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연애결혼에 성공한 재벌들은 많다. 한진그룹의 맏딸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경기초등학교 동창인 서울대 의대 출신의 박종주 아이브성형외과 원장과 2010년 10월 결혼했고,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교육자 집안 출신의 김현정씨와 연애결혼에 성공했다. 재계 인사들과 혼례가 많았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례와는 상당히 이례적이었다는 평가다.

레벨 차이 극복

재계 한 관계자는 “시대가 변한 만큼 재벌가의 결혼 풍속도도 바뀌고 있다”며 “정략결혼을 고집하던 과거 세대와 달리, 자유롭고 개방적인 재계 3·4세들은 학교와 유학 등을 통해 인연을 쌓고 자유로운 연애 끝에 혼인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러나 “결국 배우자들의 직업을 살펴보면 의사, 금융계 종사자 등 고소득층과의 결혼이 많다”며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지만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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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