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폭로성 투서와의 전쟁 내막

“불륜에 횡령까지”윗사람 꼬투리 잡기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가 각종 악성 루머에 멍들고 있다. 최근 기업 내부를 중심으로 음해성 투서가 난무하고 있어서다. 특정인을 겨냥한 흠집 내기가 주 내용. ‘…카더라’, ‘…한다더라’와 같이 팩트가 분명하지 않은 의혹 제기가 대부분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조사나 입증이 힘든 내용이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어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A사에 고발성 투서가 날아들었다. 사내 특정 팀(본부)을 겨냥해 작성된 투서에는 ‘용역대금 횡령과 사내 직원간 불륜’ 등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A사는 지난해 관련 분야에서 우수 회사로 선정된 바 있다.

체면 구겨진
‘우수’ 회사 

업계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제보자가 정리한 투서는 ▲공공기관 용역 대금 횡령 ▲입찰 서류 위조 ▲직원들에 대한 사기행위 지시 ▲사내 직원간 불륜 등을 포함 총 6개 항목으로 세분화 돼 있다.
제보자는 A사가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경기 국제보트쇼 대행사로 활동하면서 세금계산서 등을 허위로 작성했다고 적시했다.

제보자는 투서에서 “‘국제보트쇼’의 경우 ‘사업 정산 보고서 작성’이라는 이름으로 인턴 및 사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렸다”며 “하지만 이 업무의 실제 내용은 세금계산서를 포토샵으로 조작하고 사업과 관련 없는 영수증을 도용해 존재하지 않는 사업비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예를 들어 하청업체에서 2000만원으로 A사에 발급한 세금계산서를 5000만원으로 조작해 해당 공공기관에 보고하고 A사에서 3000만원을 횡령하는 식이었다”며 “포토샵을 이용한 숫자 조작은 주로 인턴 및 평사원들에게 지시됐고 영문도 모르는 회사 직원들은 불법행위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경기도 감사실에서 파악돼 조사에 들어갔다고도 주장했다.

제보자는 또 “약 3000만원 상당의 위조세금계산서는 감사팀에 의해 적발됐으나 그 외 억 단위 횡령 건은 다행히도(?) 적발이 되지 않았다”며 “경기국제보트쇼와 관광공사뿐만 아니라 ITU전권회의와 같은 기타 공공사업에서도 용역 대금 횡령이 공공연하게 이뤄져 왔다”고 고발했다.

이어 “공공분야 입찰서류로 제출해야 할 가장 중요한 서류인 실적 증명서도 매번 위조해 제출했다”며 “해당 기관을 통해 실적증명서를 발급 받아야 함에도 귀찮다는 이유로 가짜 도장을 팠고 그 도장 꾸러미를 본부 캐비닛에 보관, 공문서 위조를 빈번하게 해왔다”고 지적했다.

업계에 내부 고발 문건에 돌아 골머리
신분 위조·성희롱·비리 등 의혹 봇물

폭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제보자는 2012년 한국관광공사의 관광사업 관련 토론회를 주도했을 당시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패널섭외에 난항을 겪다 자사 직원들의 신분을 위조해 대리 참석시켰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사내 본부장과 팀장의 부적절한 관계, 직원들에 대한 빈번한 폭언과 인격모독 등 민감한 내용의 사내 문제점들도 조목조목 열거했다.

A사의 경우 기업 또는 공공기관 등과 소비자들을 직접 연결시켜주는 창구 역할을 하는 만큼 무엇보다 도덕성, 공신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진위 여부에 따라 A사를 지난해 우수 회사로 선정한 국내 대표적인 학회 체면도 땅바닥에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공금 횡령에
사내 불륜

B사는 사실상 실세 권력에 가까운 사업본부장과 관련된 소문들로 어수선하다. 우선 유부녀인 기획팀장과의 사내불륜설이다. 평판이 매우 안 좋은 기획팀장이 사내에서 힘을 얻고 있는 이유는 배후에 사업본부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두 사람은 과거 사업본부장이 팀장으로 재직 당시부터 불륜 관계였으며 기획팀장은 이로 인해 남편과 이혼까지 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기획팀장은 평소 독단적인 성격으로 끊임없이 타부서와 마찰을 일으키는 등 문제가 많은데다가 팀장 맡은 이후 매출부진까지 이어져 오고 있어 능력에도 물음표가 찍히는 사람”이라며 “최근에는 디자인팀장과 새로운 불륜관계를 시작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스킨쉽, 은밀한 곳 출입 등의 부주의한 행동이 사내 직원들에게 자주 목격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 문제가 회사 내부에서 제기됐지만 사업본부장의 수습으로 무마됐다는 말도 돌고 있다. 이 외 사업본부장과 기획팀장은 외주나 비용처리 등의 방법으로 공금을 유용, 횡령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B사 내부 사업본부장 반대세력들이 알력다툼을 위해 그에 대한 부정 자료를 소집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며 “B사는 이 외에도 현재 이런 저런 내부 문제들로 시끄러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C사는 팀장급 직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내부 비리 폭로 글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해당 직원은 이 글에서 C사 부사장을 지목해 독단적인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사내 파벌을 조장하고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 직원은 “부사장은 노골적으로 ‘내가 있는 한 외부출신의 승진은 없다’ ‘사장도(임기가 끝나면) 나간다. 나한테 줄 잘서라’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총시즌·인사철마다 급증하는 루머
‘투서 전문 브로커’까지 개입돼 양산

부사장의 현금상납설과 성추행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공금의) 지출명목 허위작성은 일상화된 일”이라며 “일부 부서장들은 업무추진비는 물론 각종 회의비, 야식비까지 개인의 쌈짓돈처럼 쓴다”고 주장했다. 이어 “계약직 여직원에게 직접 전화해 사적인 저녁식사자리에 동참시킨 일도 있었다”고 파행을 폭로했다. 논란이 일자 해당 부사장은 C사를 떠났다.
 

D그룹 임원은 자신의 불륜을 제기한 투서가 접수돼 곤혹을 치렀다. 전 직장에서 퇴사한 사유가 사내불륜이라는 소문이 현 직장 내에서 번진 것이다. 여기저기서 제보가 잇따르면서 해당 임원의 사내 입지는 현저하게 좁아진 상태.

회사 관계자는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된 바 없지만 회사 안팎에서 떠돌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일부 여직원들은 이미 소문을 기정사실화해서 상당히 불쾌한 시선으로 임원을 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계에 떠도는 ‘루머와 투서’에 대해 해당 기업들은 “사실무근”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B사 관계자는 “기획팀장이 최근 언론에 노출되는 등 외부 활동을 하고 있어 이런 뒷말까지 나오게 된 것 같다”며 “루머가 사실이라면 회사 내부에서 크게 문제가 됐을 일인데 전혀 그런 바 없다”고 일축했다.

D사 관계자는 “인사철을 앞두고 거래처에 투서가 먼저 접수됐던 것”이라며 “그간 접수된 투서가 대부분 상대방 헐뜯기에 그쳤던 점으로 미뤄 이 역시 특정인 흠집 내기 차원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음해성 루머
약인가 독인가

기업에 떠도는 투서는 대부분 음해성으로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주총시즌이나 인사철에 몰리는 투서는 더더욱 그렇다는 것.

감찰계 핵심 관계자는 “투서가 거의 매일 들어오지만 주총이나 인사철이 되면 건수도 많아진다”면서 “익명 투서는 무시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경우는 참고 자료 정도로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대부분 기관에서는 익명 투서는 참고용으로, 실명은 조사 후 회신하는 방식으로 내부 방침이 정해져 있다.

최근에는 이 점을 이용해 전문 브로커들까지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브로커들이 치밀하게 음해성 투서를 기획하고 작성해 사정반이나 수사기관이 나설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남은 것은 다수의 상처뿐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문제점 개선을 위한 투서문화는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각종 이해관계에 따른 감정적 고소고발은 오히려 분열과 갈등을 양산해 사회를 좀먹는 병폐로 작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학 교수는 증가하는 기업 내 투서에 대해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며 “인터넷의 확산이 갖가지 부작용도 일으키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긍정적인 것처럼 내부고발자도 불투명한 사회의 제도와 법을 보완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내다봤다.

한 노조 관계자는 “민주주의는 절차의 합리성과 정당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국내 기업들의 경영 형태는 아직 불합리한 점이 많다”며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구조적으로 계속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근거 없는 진정과 투서 남발로 사법기관의 내사와 수사가 진행돼 행정력 낭비와 직원들의 사기저하가 심각하다”며 “이해관계에 따른 무분별한 진정과 투서는 지역의 분열만 조장할 뿐이다”라고 호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인사철 루머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유독 ‘카더라’가 난무하는 것 같다”며 “일부 맞는 얘기도 있지만 대부분이 개연성에 근거를 둔 것이고, 설사 맞더라도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건 기업이나 당사자 모두에게 해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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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