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진으로 간 사장들 활약상

어제 동지가 오늘 적…친정에 비수 ‘팍’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에 ‘신(新)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너도나도 사령탑을 교체하면서 앙숙이었던 경쟁사 인력을 수혈하고 있어서다. 특히 ‘친정’을 향해 뒤통수를 제대로 날린 이적 CEO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들은 새로운 경쟁구도를 형성하며 친정과 피 튀기는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 이적 CEO들을 모아봤다.

경쟁사로 이적해 친정 회사와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는 전문 CEO들이 각광받고 있다. 능력 있는 CEO들이 경쟁사에 스카우트되는 게 일반화된 외국처럼 국내에서도 식품·유통·IT업계를 중심으로 CEO들이 경쟁사로 옮겨 맹활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준비된 인재
파격 스카우트

SPC그룹은 ‘CJ 인재 모시기(?)’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최근에는 CJ 출신 권인태 부사장을 영입해, 계열사인 파리바게뜨 마케팅BU(부사장)로 선임했다. 영업부서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알려진 권 부사장은 CJ그룹 지주회사인 CJ에서 전략지원 업무를 지휘해 왔다.

대구 영신고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6년 제일제당에 입사해 CJ푸드빌 경영기획실장, CJ제일제당 영업SU장 등 영업 담당을 거쳤다. 이후 CJ그룹 전략지원팀장(부사장), 홍보실장, CRS팀장 등을 지냈다.

SPC그룹은 그동안 경쟁사인 CJ푸드빌과 CJ제일제당에서 닦아온 권 부사장의 영업 노하우를 높이 평가해 영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과 CJ는 베이커리와 커피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라이벌이다. 업계는 이 점 때문에 권 부사장이 우선 계열사 마케팅을 총괄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룹의 경영전반에 관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권 부사장 영입 배경에 윤석춘 삼립식품 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윤 사장은 CJ에서 권 부사장과 한솥밥을 먹다가 2012년 SPC그룹 계열사인 삼립식품에 먼저 자리를 잡았다.

윤 사장은 당시 CJ제일제당에서 식품과 영업을 두루 거친 인물로, 식품업계 생리에 대해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선사업본부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에는 두부사업을 진두지휘했고, 이후 식품총괄본부장을 거쳐 영업까지 총괄한 바 있다.

식품·유통·IT업계 경쟁사 스카우트
영업력 강화·신사업 위해 외부 수혈

삼립식품으로 적을 옮겨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은 후에는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연결 기준)이 7849억원으로 2012년보다 31.1%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238억원으로 2012년 78억과 비교해 205.1%나 수직상승했다. 지난해 6월 육가공업체 알프스 식품을 인수하는 등 윤 사장의 과감한 투자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사장은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3일 대표이사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윤 사장이 성공적으로 회사를 이끌어 나가자 SPC그룹이 권 부사장을 영입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안다”며 “평소 앙숙처럼 지내는 경쟁사의 핵심 인력을 영입한 만큼 CJ와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A+’성적표
구원투수 투입

동원그룹의 선택도 파격적이다. 지난해 3월 동원F&B의 동종 업계인 대상의 대표를 지낸 박성칠 사장을 구원투수로 영입했다. 박 사장 스카우트 배경에는 위기에 빠진 동원F&B를 구하려는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리건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1980년 외환은행에 입사한 이후 1993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2000년까지 삼성전자 PI(프로세스 혁신) 총괄, 2003년까지 i2테크놀로지 대표이사,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삼성전자 SCM(공급망 관리) 및 PI, 경영혁신 총괄 등을 역임하면서 ‘혁신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박 사장이 처음 식품업계와 인연을 맺은 건 2009년이다. 대상이 처음으로 외부 전문가 박 사장을 영입해 경영을 맡겼고, 취임 첫해 매출 1조원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실제로 대상은 박 사장 재임 기간인 2009∼2011년까지 영업이익은 534억원에서 943억원으로 76.6% 늘어났고, 영업이익률도 5.29%에서 6.77%로 상승했다.

위기에 빠졌던 대상을 살려낸 그는 동원F&B 사장 취임 후 온라인몰 규모를 늘리고 공급망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참치캔의 원가 구조를 개선하는 등 혁신을 주도했다.

그 노력에 실적이 화답했다. 동원F&B가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누적 매출(연결 기준)은 1조320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 올라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 이익은 52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0.4% 증가해 선방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를 ‘박성칠 효과’라고 부를 정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목할 점은 마케팅비와 R&D 비용 등 쓸 때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이 같은 결과를 달성했다는 것”이라며 “박 사장 스카우트가 곧 수익성 개선이라는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다시 한 번 증명된 셈”이라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2010년 1월 ‘진로출신 영업의 달인’인 장인수 하이트주조 사장을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발탁했다. 1993년 만해도 국내 시장 점유율 70%를 기록해온 오비맥주를 3년 만에 2위로 밀어냈던 ‘숙적’인 하이트진로의 최고 경영자를 영입한 것이다. 장 사장은 1994년 당시 오비맥주의 추락을 앞당긴 적장으로 전해진다.

샐러리맨 신화
장수 CEO

서울 대경상고(현 대경정보산업고)를 졸업한 장 사장은 1980년 진로에 입사, 30년 가까이 진로(2005년 이후 하이트진로)에서 영업현장을 누빈 국내 주류업의 산증인이다. ‘정치 깡패’로 불리던 유지광의 주류 도매상을 담당하기도 하고 ‘참이슬’의 성공을 이끌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08년 하이트주조·2009년 하이트주정의 대표이사까지 올랐다. ‘고졸’ 핸디캡을 극복하고 정상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성공신화는 경쟁사인 오비맥주에서도 계속됐다. 누구보다 오비맥주의 강·약점을 훤하게 꿰뚫고 있던 그는 취임 후 재고를 줄이고 공장에서 막 나온 맥주를 최대한 빨리 공급하기 위해 영업 비용을 30% 이상 늘렸다. 신선한 맥주 생산을 위해 2000억원을 투자해 시설도 개선했다.

그 결과, 취임 2년 만에 ‘맥주본가’의 명성을 되찾았다. 하이트진로를 제치고 만년 2위에서 맥주 업계 1위를 탈환했다.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6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지난 1월 오비맥주를 인수한 세계 1위 맥주 회사 AB인베브의 카를로스 브리토 최고경영자도 “오비맥주 경영진은 지난 몇 년간 회사를 업계 선두 주자로 성장시키는 큰 성과를 이뤘다”며 장 사장을 높이 평가했다. AB인베브는 장 사장에게 오비맥주 경영을 계속 맡기기로 했다.

권인태·윤석춘…베이커리 라이벌 CJ서 이직
‘고졸신화’장인수 카스 앞세워 업계 1위 탈환
‘매직 손’박성칠 취임 첫해 매출 1조원 돌파


화장품·생활용품 업계에선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돋보인다.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코넬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동종 업종 경쟁사인 한국P&G CEO를 지낸바 있다. 지난 2005년 LG생활건강 CEO로 영입된 후, 코카콜라음료·페이스샵·해태음료 등 11건의 인수합병을 통해 매년 최고의 실적을 실현했다.

그가 LG생활건강으로 부임한 후 회사 매출은 2005년 3·4분기부터 올 3분기까지 34분기 연속,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 이후 36분기 연속으로 성장하며 LG그룹의 새로운 주력 기업으로 떠올랐다. 생활용품과 화장품, 음료사업 등 각 사업부의 연간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2010년 차병원그룹의 차바이오&디오스텍에서 개발한 인체 줄기세포 배양액 원액을 원료로 공동 개발한 생명공학 화장품 ‘오휘 더퍼스트’는 그의 대표적인 성공 작품이다. 이 제품은 매년 평균 매출이 15%씩 늘고 있는 ‘효자 상품’에 등극했다. 이러한 성과로 차 부회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도 대표이사 자리를 10년 째 유지하며, 현재 LG그룹 부회장단 중 전문경영인으로는 가장 오래 CEO 자리를 지키고 있다.

IT업계에서는 ‘삼성 출신’들이 주목받고 있다. SK그룹이 경쟁사인 삼성전자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지낸 임형규 전 사장을 SK그룹 정보통신기술(ICT) 부회장으로 영입했고, 서광벽 전 삼성전자 부사장도 SK하이닉스 미래기술전략총괄 사장으로 임명됐다.

자존심 싸움
새둥지서 훨훨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그룹 핵심임원이 경쟁업체에 이직하는 사례는 그리 흔하지 않았다. 보수적인 업계 분위기 탓에 경쟁사로 둥지를 옮기는 것은 ‘비난’의 대상이 될뿐더러, 수년째 이어온 라이벌간 자존심 싸움이 강해 인력 이동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일각에서는 최근 잇따르는 ‘경쟁사 러브콜’ 움직임에 대해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가장 경쟁력 있는 CEO는 해당 업계동향과 경쟁사의 움직임을 잘 파악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동종업계에서 경험 있는 인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CEO는 경쟁 업체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어 영입을 원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준비된 CEO’라고 할 수 있다”며 “기존 회사의 경영 전략에 밝은 만큼 시장 대응과 전략 마련에 매우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상황이 좋지 않고, 내부에서 수혈이 되지 않을 경우 외부를 통해서라도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자 마지막 퍼즐 맞추기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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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처럼’ 장동혁의 성전 막전막후

‘교주처럼’ 장동혁의 성전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다주택 보유 사실을 정면 비판했다. 장 대표는 노모를 언급하면서 강하게 반박했다. 이를 비롯한 장 대표의 정치적 언행 곳곳엔 종교적 서사가 감지된다. 장 대표는 지금 ‘성전’을 치르고 있는 것일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엑스(X)에서 “장 대표가 주택 6채를 보유했다”는 언론 보도를 공유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다주택자를 규제하면 안 된다면서 이들을 보호한다”며 “기존 금융·세제 등 특혜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느냐”고 비판했다. 부동산 평행선 장 대표에 따르면, 장 대표가 가진 주택은 ▲현재 거주 중인 서울 구로구 30평대 아파트 ▲국회 인근 오피스텔 ▲장 대표의 노모가 거주하는 단독주택 ▲국회의원 당선 후 매입한 지역구 충남 보령 소재 아파트 ▲경남 진주 소재 아파트 지분 1/5 ▲장 대표의 아내가 지분 일부를 소유 중이면서 장모가 거주하는 경기도 소재 아파트 등이다. 국민의힘은 “장 대표의 주택 6채의 가격을 합치면 공시지가 기준 약 8억5000만원 수준”이라며 “투기와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3월 공개된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장 대표가 신고한 토지 가격은 11억9000만원이다. 장 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모가 거주하는 단독주택 사진을 공개하면서 “노모께서 ‘이 집을 없애려면 내가 얼른 죽어야지’라고 말씀하셨다”며 “이 대통령 때문에 불효자는 운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달 17일엔 “이 대통령의 SNS에 답하느라 명절 내내 핸드폰을 달고 있었더니, 노모께서 ‘핸드폰만도 못헌 늙은이는 어서 죽어야 하는디’라고 한 말씀 하신다”며 “‘날 풀리면 서울에 있는 50억원짜리 아파트 구경가기루 혔응께 그리 알어’라고 말씀하셨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25일 밤 엑스(X)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는 지난 2월 이미 정해졌다”며 “재연장하리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라고 일렀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는 오는 5월9일 종료된다. 이어 “비정상 덕분에 거두는 불공정한 혜택은 힘들더라도 반드시 없애야 한다”며 “버티는 이익이 버티는 비용보다 커선 안 되고, 비정상을 정상화할 수단·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시장에 부동산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인상 가능성이란 메시지로 전달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오랫동안 평행선을 유지했다. 이 대통령이 간접적으로 시사한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동시 인상은 문재인정부 때부터 계속 시도됐던 민주당의 오랜 부동산 문제 대응 방침이다. 하지만 문정부의 조치는 결국 ▲집값 폭등 ▲전·월세 매물 감소 및 가격 상승 ▲조세 저항 등으로 연결됐다. 경제학·부동산학에선 이를 ‘조세 전가·귀착’이란 원리로 설명한다. “조세 부담 귀착지는 법률적·실질적으로 다를 수 있다”는 취지의 원리다. 법률적으로는 주택 소유주가 부담하지만, 실질적으로 소유주는 전·월세 가격 상승을 통해 조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양도소득세까지 오르면, 매매 거래도 줄어들 수 있다. 설 전후 부동산·판결 논쟁…감지된 종교색 대표 전부터 종교 발언…이단 논란 성경 소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우리나라에선 보유세가 낮으면서 양도세가 높아서 매물 잠김 현상이 심하다”며 “취득·보유·양도 단계에서의 부동산 세제를 전반적으로 어떤 정합성을 가지고 운영할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의 오랜 부동산 정책 대응은 ▲부동산 공시가격 인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유지 ▲월세 공제 확대 ▲건축 규제 완화 등을 통한 부동산 공급 확대 등으로 정리된다. 박근혜정부에선 “빚 내서 집 사라”는 말로 상징되는 대출 규제 완화·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부양책을 활용했지만, 미분양 주택 증가로 연결됐다. 윤석열정부에서도 미분양 주택 증가 현상을 바로잡지 못했다. 장 대표는 설 연휴 직후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관련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제1심 재판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전 대통령 제1심 선고 직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우리 당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의 유죄 판결에 책임을 통감하면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의견을 대신 밝혔다. 소장파들의 ‘절윤’ 요구도 강해졌다. 장 대표는 다음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 대표는 “아직 제1심 판결이고, 무죄추정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줄곧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란 의견을 분명히 밝혀왔다”며 “제1심 판결은 이런 주장을 뒤집을 만큼 충분한 근거·설명을 내놓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과·절윤 주장을 반복하는 건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라며 “단호히 절연해야 할 대상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윤 전 대통령의 이름을 이용하거나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앞세워 당을 갈라치기 하는 세력”이라는 등 공개적으로 ‘절윤 거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로 활동하는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지난달 21일 진행된 서울 광화문 국민대회에 참석했다. 전씨는 이날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성경에 나온 빌라도 재판과 같은 짓을 했다고 본다”며 “빌라도는 죄 없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했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지난달 3일 장 대표를 향해 “누구의 지지를 받아 대표가 됐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누구와 갈지 분명히 선택하라”고 압박했다. 정가에선 “장 대표의 정치적 입지 선정에 전씨가 많은 역할을 했다”는 의견이 다수 나오고 있다. “절윤 요구는 분열의 씨앗” 장 대표도 대표 당선 이전엔 강한 종교적 발언을 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두둔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3월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한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이번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며 “하나님은 대한민국을 새롭게 하실 것이고, 대한민국을 고쳐주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9월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하면서 합장 반배가 아닌 목례로 인사해 물의를 일으켰다. 통상 정치인이 불교계 인사를 예방할 땐 개인의 종교 성향과 무관하게 합장 반배로 인사한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도 불교계 인사를 예방할 땐 합장 반배를 했다. 결국 장 대표는 지난해 10월 다시 진우 스님을 예방하면서 여러 번 합장 반배했다. 그는 “특정 종교에 편향됐단 생각은 없지만, 밖으로 비친 모습 때문에 오해가 생긴다면 그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해 9월엔 당시 구속됐던 손현보 담임목사가 이끄는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해 “손 목사 구속은 모든 종교인의 탄압이므로 떨쳐 일어나야 한다”며 “2025년 대한민국에서 종교 탄압을 막는 게 제 소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일부 강성 기독교인을 비롯한 강경 보수 세력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로 당선됐다. 현재도 절윤 거부 논란을 일으키는 등 강성 기독교인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정치적 행적을 이어가고 있다. 단식투쟁을 했던 지난 1월엔 말씀보존학회가 펴낸 KJV(킹제임스 성경)를 읽는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말씀보존학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등 개신교 교단으로부터 “다른 성경 사본·번역본을 모두 마귀로부터 건너온 불건전한 사상으로 여긴다”는 취지로 이단이란 의심을 받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해 성탄절에도 이 성경을 들고 서울 사랑의 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장 대표 측은 성경 입수 경위에 대해 “확인해 보겠다”는 해명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적 믿음 정치적 대응 그의 최근 언행에 대해 “기독교적 믿음이 바탕으로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과 SNS로 진행했던 다주택자 규제 관련 논쟁 중 노모를 언급하면서 “이 대통령의 SNS에 답하느라 명절 내내 핸드폰을 달고 있었다”고 주장한 것에 시선이 집중됐다. 이에 대해선 종교적 서사에서 흔히 나타나는 고난의 형식을 빌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도 있다. 노모를 언급한 것도 자신의 의견에 감성적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사용한 장치로 해석된다. 노모와 자신의 고행을 강조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이 대통령의 박해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로서 쉬지도 못하고 대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성경 마태복음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겪는 고난이 서술돼있다. 이에 따르면, 예수는 채찍질과 육체적 고초 때문에 힘겹게 십자가를 지고 있었다. 로마 병정들은 예수의 옷을 벗겨 홍포를 입혔다. 그러면서 가시관을 엮어 머리에 씌운 후 오른손에 지팡이를 들렸다. 이어 무릎을 꿇린 후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라는 조롱을 하면서 침을 뱉고 지팡이를 빼앗아 머리를 쳤다. “이 대통령의 SNS에 답하느라 명절 내내 핸드폰을 달고 있었다”는 장 대표의 항변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의 고난을 연상시킨다. 또 세례자 요한의 상황에 빗댈 수도 있다. 세례자 요한은 바리새인을 향해 독설했다. 바리새인은 중류층 중심 유대교 경건주의 분파로서 율법주의적 성향이 강해 예수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신약성서에 묘사된 바리새인은 예수와 적대적이면서도 예수를 믿었다. 바리새인은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려고 했지만, 요한은 이들을 일컬어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비판하면서 “누가 너희를 가르쳐 임박한 진노를 피하라고 하더냐”고 꾸짖었다. 바리새인과 달리, 요한은 광야에서 메뚜기와 석청을 먹으면서 극도의 절제를 통한 수행을 했다. 요한은 “주의 길을 예비하기 위해 광야에서 외치는 자”를 자처했다. 장 대표의 관점에선 자신과 이 대표의 논쟁을 일컬어 ‘당을 위한 헌신’이라고 규정했을 수도 있다. 장 대표가 노모의 존재를 강조한 이유는 효를 강조하려는 취지로부터 비롯된다. 따라서 장 대표 스스로 생각하는 효행을 ‘다주택 보유 욕심’이란 취지로 비난하는 이 대통령 등은 비정한 바리새인이 된다. 중요한 것은 “노모를 봉양하는 효를 실천하면서 나라 걱정을 위해 명절 연휴도 반납한다”는 서사라고 할 수 있다. 다주택 보유 사실만을 비판하는 현상은 형식주의에 치중된 비판이 된다. 애국과 효를 알아보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 비판하는 사람들은 ‘독사의 자식들’이 된다. 전한길도 “윤은 예수, 지귀연은 빌라도” 지나친 피해자 서사의 끝…닉슨은 몰락 장 대표가 제명을 사실상 주도하는 등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비롯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와 갈등하는 상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에선 한 전 대표에 이어 김종혁 최고위원도 제명 결정이 났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당원권 1년 정지 징계 처분을 받았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다가 결별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와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 이후 강경 보수 일각에서 ‘배신자’로 취급받고 있다. 특히 종교적 성향이 강한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 일각에선 한 전 대표를 일컬어 “예수를 팔아넘긴 이시가리옷 유다가 아니냐”고 비판한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은자 30냥에 윤 전 대통령을 이 대통령과 민주당에 팔았다. 친한계에 집중되는 당내 징계는 중세 이단 심문을 연상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단 색출을 위해선 마을 전체가 서로를 감시·고발하면서 위축시켜야 한다. 당내 강경 보수 일각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제2의 유다 탄생’을 막는 것이다. 배신자 척결 과정을 대내외적으로 드러낼 필요가 있다. 장 대표의 언행 근간엔 종교적 신념 여부를 고찰할 수 있는 행적이 다수 묻어나온다. 이는 장 대표 개인의 정치적 행적과 결합돼 밖으로 드러나고 있다. 장 대표 스스로 말하는 “명절 내내 핸드폰을 달고 있는” 수준의 고된 일은 야심과 신념을 결합해야 소화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유권자는 정교 분리에 엄격하다. 이따금 특정 종교에 기반한 정당이 창당돼 총선에 도전하지만, 이제까지 종교 정당이 원내에 진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우리나라는 다종교 국가이기 때문에 특정 종교 편향 논란이 발생하면 다른 종교 교인의 반발·거부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장 대표는 지난해 10월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해 큰 논란을 빚었다. 서정욱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JTBC <논/쟁>에 출연해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할 당시, 두 사람은 10분 동안 서로 울기만 했다”며 “그 정도로 인간적 관계가 끈끈해서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할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눈물 어린 면회는 예수가 베드로에게 ‘천국으로 가는 열쇠’를 부여하는 현장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장 대표는 종교적 언행과 감성 자극으로 정치 현황과 자신을 향한 논란에 대응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정치적 대응을 했던 대표적인 정치인은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었다. 닉슨 전 대통령은 비자금 논란이 불거지자 자신의 가난을 강조하면서 “지지자가 선물로 준 강아지 체커스 만큼은 돌려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에도 “언론이 날 파멸시키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다”면서 “나는 사기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가난한 상황 고난의 형식 닉슨 전 대통령은 사건 은폐를 명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국 사임했다. 닉슨 전 대통령은 그 순간까지도 “당신을 미워하는 사람들은 당신이 그들을 미워하지 않는 한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논란에 지나친 피해자 서사로 대응한 결과는 닉슨 전 대통령이 잘 보여줬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정말로 ‘천국으로 가는 열쇠’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