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허창수 위기론 막전막후

트리플 악재에 ‘휘청’…머리 싸맨 회장님

[일요시사=경제1팀]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흔들리고 있다. 가뜩이나 그룹 실적이 악화돼 뒤숭숭한 가운데 간판 계열사들마저 줄줄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GS칼텍스는 여수 기름 유출 후폭풍으로 연일 난타전을 치르고 있고, GS건설은 대규모 적자 여파로 구조조정에 진땀을 빼는 중이다. 설상가상 ‘재계 대통령’이라는 전경련 회장 자리마저 위태로운 상황. 허 회장 앞길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모양새다.

허창수 회장이 이끄는 GS그룹이 2005년 3월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룹 계열사 중 가장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곳은 국내 정유업계 2위인 GS칼텍스.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우이산호 송유관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사고 당시 기름 유출량을 고의로 축소해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에까지 휘말렸다.

‘쉬쉬’ 사고 은폐
허진수 고발

최근 여수해양경찰서는 2차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기름유출량은 당초 추정치보다 최대 4.6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해경이 산출한 유출량은 원유 339㎘, 나프타 284㎘, 유성 혼합물 32∼131㎘ 등 최소 655㎘에서 최대 754㎘에 달한다. 이 피해규모는 GS칼텍스가 사고 직후 발표한 유출량인 800ℓ보다 900배 이상 많은 수준.

해경은 당초 알려진 유출량과 크게 차이가 난데는 GS칼텍스의 허위진술이 원인이 됐다는 판단을 내놨다. 해경 측은 “송유관 밸브 차단 시간에 대해 GS칼텍스 관계자들의 허위 진술과 서류 조작 등으로 유출량 산출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GS칼텍스 측이 유출량을 허위로 밝히면서 그 피해가 커졌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해경 조사결과 GS칼텍스 측은 당초 밸브를 잠갔다고 발표한 시간보다 15분 정도 늦게 밸브를 잠갔고, 사고 당시 선박이 안전하게 접안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관리 감독하는 GS칼텍스 해무사도 부두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골칫거리’ GS건설 적자 수렁서 허우적
‘허창수 체제 2년’ 전경련도 사세 약화

비판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피해지역 어민들과 수협 등은 GS칼텍스 측의 과실의 영향으로 사고 규모가 커진 것은 물론 초기 방제 작업도 실패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실제 전남 여수지역 2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GS칼텍스 원유부두 해양오염 시민대책본부(이하 해양오염 대책본부)'는 지난달 26일 허 회장 친동생인 허진수 GS칼텍스 대표를 고발하기까지 했다.
 

대책본부는 허 대표에 대한 형사 고발장을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제출하면서 “해양환경관리법에 원유부두의 관리자는 사고발생 즉시 오염물질 종류와 추정량 등을 해경 상황실에 신고하고 적법한 방제 조처를 해야 한다”며 “GS칼텍스는 적절한 초기 확산방지 조치를 취하지 못해 피해 규모를 확산시킨 법률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GS칼텍스 측은 피해 복구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부도덕 반환경 기업이라는 오명과 함께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어내야할 판이다. 업계에서는 보상금을 포함한 총 피해 규모가 최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피해액을 산정하는 과정에도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여수 기름유출 리스크’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알짜 계열사
실적 부진 늪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GS칼텍스의 신용등급을 ‘Baa2’에서 투자적격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인 ‘Baa3’로 낮췄다. 한 단계만 더 하락하면 투자부적격 투기등급으로 분류된다.


무디스는 강등 이유에 대해 “GS칼텍스 핵심 사업인 정유와 파라자일렌 영업이 구조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생산 물량의 6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중국, 인도, 중동 생산이 늘면서 앞으로 12∼18개월 동안 경영 환경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실적도 좋지 않다. 2년째 위축된 영업이익이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2조20억원에 달했던 GS칼텍스의 영업이익은 2012년 5109억원으로 떨어졌다. 4분의1 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9001억원까지 회복했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여수 기름유출 후폭풍
천문학적 배상금 예고
신용등급·영업이익↓

업계 전문가들은 매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정제사업 부진을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GS칼텍스의 정유부문은 지난 4분기에만 1434억원의 적자를 냈다. 순이익도 적자전환 했다. 지난 4분기 GS칼텍스의 순손실은 1031억원에 달했고, 부채비율은 지난해 9월 기준 150%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GS칼텍스는 3년째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2012년 9월에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고 있어 세금 부담까지 떠안을 수 있는 처지다.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GS건설도 허 회장의 고민거리다. 2005년 LG건설에서 GS건설로 사명을 바꾼 후 8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기 때문.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가 9373억원에 이른다. 2009년 5679억원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해 1조원의 손실을 입은 것이다. 

유동설 위기설도 나오고 있다. GS건설은 현금 1조 8000억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올해에만  52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가 돌아오고 있다. 부채비율도 276%를 넘나들 정도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미착공 PF에
미래먹거리는?

GS건설이 타 건설사에 비해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많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GS건설의 미착공 PF는 한강센트럴자이(2240억 원)를 비롯해 양주 백석도시개발사업(1950억 원)과 평택 동삭2지구(1750억 원) 등 모두 12군데이며 그 규모가 1조 5000억원에 이른다.

미착공 PF는 그만큼 리스크가 높다. 사업성이 떨어져 계속 미착공으로 남을 경우 관련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GS건설 측은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 등을 운영하는 파르나스호텔 매각과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금 확충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시나리오가 여의치 않을 경우 합정동 모델하우스 부지와 GS건설의 수처리 자회사인 스페인 이니마를 매각할 것이란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그러나 유상증자를 해도 GS건설의 위기는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설상가상 신뢰성에도 금이 갔다. 오는 12일 GS건설은 대규모 실적 악화 발표 전 이를 숨기고 수천억원대 회사채를 발행한 공시위반 혐의로 최대 20억원의 과징금까지 부과 받을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은 지난해 2월5일 3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뒤, 이틀 뒤인 2월7일 4분기 영업이익이 800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측은 GS건설이 대규모 적자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간 GS그룹의 성장 열쇠는 LG로부터 분리된 ‘GS건설’과 ‘GS칼텍스’였는데, 두 ‘효자 회사’의 부진으로 허 회장의 고민이 상당히 깊어지고 있을 것”이라며 “딱히 ‘이거다’라고 할 만한 미래 먹거리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허 회장은 지난해 말 신성장동력의 일환으로 STX에너지(현 GS이앤알)를 인수했다. 허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STX에너지 인수를 통해 발전 사업 운영은 물론이고 해외 발전 시장 진출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얘기했다. 기존 LNG 발전에 더해 석탄 발전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보겠다는 말이지만, 그 성공여부를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많다.

당장은 STX에너지의 자회사인 자원개발업체 STX 캐나다와 태양광 모듈업체 STX솔라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두 자회사 모두 경기에 많은 영향을 받는 사업인지라 ‘의외의 복병’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실제 STX캐나다는 연간 100억원 이상씩 순손실을 내고 있고, STX솔라는 이미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 손실만 130억원을 기록했다. 섣부른 인수가 도리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리더십 부재
연임 자질 논란

거듭된 악재로 재계 맏형격인 허 회장 입지가 점점 좁아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전경련 회장으로서, 그 역할에 대한 비판을 받아온 허 회장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그간 소통의 부재, 재벌기업 이익 옹호 등 ‘자질론’에 시달리며 수차례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취임 초기 보였던 소신발언과 구심점으로서의 리더십을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안 좋은 회사 상황 탓도 있었겠지만 허 회장 체제 2년간 전경련은 제자리에 머물렀고,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으며 해체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더욱이 최근 여수 기름 유출 사건으로 허 회장이 전경련은 물론 기업 전체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 것은 피할 수 없다”며 “허 회장 어깨에 실린 부담의 무게가 가중되면 전경련 회장직을 내려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향후 허 회장이 실타래처럼 꼬인 그룹 안팎 문제와 위기의 전경련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 스펙타클한 살얼음판 레이스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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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진통 끝에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정해졌지만 여전히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다. 그럼에도 “이재명은 싫고 국민의힘은 영 못 미덥다”는 한숨 섞인 푸념이 나온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은 갈 곳 잃은 보수 지지층의 마음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TK(대구·경북)를 대상으로 표심 구애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을 주장하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빨간색이면 어떻고, 노란색이면 어떻고, 파란색이면 어떻냐?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한번 만들어보는 것이 진정 행복 아니겠느냐”고 외쳤다. 중도 확장 큰 그림 민주당의 보수 끌어안기 전략은 대선 정국 이전부터 이뤄졌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서 흑묘백묘론을 꺼내면서 본격적으로 외연 확장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은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뜻의 실용주의 철학으로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지도자 덩샤오핑이 사용한 속담이다. 기본소득을 강조해 왔던 이 후보는 이 자리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과 성장을 앞세운 이 후보는 “새로운 성장 발전의 공간을 만들어 성장의 기회도, 결과도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이야말로 실현 가능한 양극화 완화와 지속 성장의 길”이라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의 성장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고 밝혔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시대로의 전환과 주식시장을 선진화하는 등 경제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으로 탄핵과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던 때다. 줄탄핵으로 강경 노선을 유지했던 민주당이 성장을 키워드로 내걸면서 비상계엄 이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타개해 기존 지지층은 물론 중도와 보수 표심을 아우르기 위함으로 해석됐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과 국토보유세를 사실상 철회하고 첨단산업 지원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경제 우클릭을 시도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줄도 믿을 수 없다”는 국민의힘의 맹비난이 이어졌지만 이 후보는 “민주당은 원래 경제 중심 정당”이라며 “경제와 성장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바로 국민의힘”이라고 받아쳤다. “코스피지수는 2600대로 겨우 턱걸이를 했는데 민주당이 집권하면 3000대를 찍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념이 밥 먹여주나” 노선 틀어 중도 보수 겨냥한 ‘흑묘백묘론’ 지난 2월에는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우클릭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이 후보는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조항’을 넣으려다 철회한 일을 언급하며 “왼쪽에서는 진보의 가치를 버린 핵심 사례로 오해하고, 오른쪽에선 (오른쪽으로) 온다는데 가짜라고 해 쌍방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가 우클릭을 한다는데, 우클릭 안 했다. 민주당은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며 “원래 우리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 세력이 강하게 결집했고,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여기에 끌려다니는 모양이 연출되자 빈집이 된 중도보수 영역까지 민주당이 발을 넓힌 것이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에게 도전장을 내민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는 자신의 SNS에 ‘중도우파 이재명? 그는 지금 ‘국민 클릭’을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후보는 기본소득을 말하면서도 시장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성남시장 시절, 판교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바꾸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고민했다”며 “출정식 직후 곧장 판교로 향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 엔진을 가장 먼저 클릭했다”고 설명했다. 4월,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 이 후보는 본격적으로 보수 인사 영입에 속도를 냈다. 한 야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흑묘백묘론이 전략이었다면 지금 민주당에는 현실”이라며 “조기 대선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넓은 전선으로 뻗어나가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보수 논객들을 만나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지붕 밑 다 모였다 정 전 주필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정규재TV’를 통해 “(이 후보가) ‘새 정부는 좀 넓게 인재를 구해야겠다.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 업계 출신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민주당 내 극좌는 없다고 자신한다. 지난해 4·10 총선서 경선을 통해 극좌는 대부분 탈락했고, 탈락하지 않은 7명은 공천을 통해 교체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이념 타령하겠나. 여기서 더 분열하면 안 된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출범한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의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했다. 그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이회창 총재의 참모로 활동한 보수 원로로 꼽힌다.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거나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민주당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서 “지난 3년에 걸친 윤석열정부의 국정 실패와 부조리·비정상적 행태에 대한 심판과 쇄신의 각오 속에서 미래를 다짐하는 선거를 해야 한다” “윤정부 3년 동안 국정 운영이 망가지는 것을 보며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합리적 보수 성향의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 최고위원을 지낸 친유승민계 의원이다. 권 전 사무총장은 민주당 입당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의 실용 정치가 국가 위상과 침체된 경제회복, 복지국가 실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정부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서 활동한 이인기 전 의원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대선을 3주 앞둔 지난 13일에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 지지자 일부가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과거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됐거나 한때 라이벌이었던 인물을 두루 영입하기도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측근인 고영인 전 의원은 캠프 직속위원회인 ‘모두의 나라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총괄선대위원장단에 임명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와 겨뤘던 김두관 전 의원은 ‘지방분권 혁신위원’을 맡았다. 이 밖에도 문재인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은 ‘평화 번영 위원회’를, 비명계 박용진 전 의원은 ‘사람 사는 세상 국민화합위원회’를 담당한다. 보수 심장 파랗게∼ 외연 확장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민주당의 정체성이 흐려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여러 차례 탄핵을 입에 올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중도층의 역풍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중도만 집중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변화가 있어야 혁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빛의 혁명’을 상징하는 서울 광화문서 출정식을 연 이 후보는 “이제부터 진보와 보수의 문제는 없고 오로지 국민의 문제만 있다”며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대립을 넘어 실용으로 나아갈 시간이다. 낮은 자세로 통합의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 후보는 정장 자켓을 벗고 파란색 바탕에 빨간색을 포인트를 준 운동화와 선거 운동복을 건네받았다. 선거 포스터와 현수막서도 빨간색 포인트를 찾아볼 수 있었다. 김영호 선대위 홍보본부장은 “태극 문양을 모티브로 민주당의 고유색인 청색과 보수의 적색을 함께 사용해 국민 통합의 의미를 담았다”며 “‘대한민국 상승’의 의미로 빨간색 삼각형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출정식 이튿날인 지난 13일 민주당은 ‘보수의 텃밭’ 내지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를 찾았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이 후보는 대구서 21.6%, 경북서 23.8%로 가장 낮은 득표율을 보였다. 심기일전으로 재도전에 나선 이 후보가 이번에는 보수 인사를 등에 업고 선전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경북 구미역 광장을 시작으로 대구와 경북 포항, 울산을 돌며 집중 유세를 벌인 이 후보는 자신을 ‘유능한 도구’에 빗대 연설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구미에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젊은 시절 박 전 대통령을 사법 살인하고, 고문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안 하고 민주적 과정으로 집권했다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어 모두가 칭송하지 않았겠느냐. 그 역시 지난 일이고 유능하고 국가와 국민에게 충직한 일꾼을 뽑으면 세상이 개벽할 정도로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 코앞인데 여전히 손발 안 맞는 국힘 낮아진 TK·PK 벽…‘보수 심장’ 격전지로 그러면서 “좌측이든 우측이든, 빨강이든 파랑이든, 영남이든 호남이든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진영이나 이념이 뭐가 중요한가.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떤가”라고 호소했다. 울산서는 “유능하고 준비돼있으니 한번 맡겨봐 달라.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라면 여러분의 판단 기준으로 선택해야지, 다른 이유로 배제할 이유가 없다”며 “신상도 있으니 한번 써봐라. 지난 3년 동안 성능 개량 많이 했다”고 말해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14일에는 역시나 당 약세 지역으로 꼽히는 PK를 찾았다.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참배로 일정을 시작한 이 후보는 “우리의 목표는 압도적 승리가 아니라 반드시 승리”라며 “낙관적 전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은 아주 박빙의 승부를 하게 될 거라는 게 저희의 예상”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한 표라도 반드시 이기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하고 있다. 절박한 심정으로 세 표가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국가의 운명이 달린 선거인 만큼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산 서면서는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라며 “이 위기는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군사 쿠데타 세력의 책임이다. 친위 쿠데타 때문에 경제가 완전히 망가졌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을 겨냥해서는 “보수 정당이 맞냐, 민주 정당이 맞냐. 이제 그 당도 변화하든지 퇴출당하든지 선택해야 한다”며 “군사 쿠데타를 백배사죄하고 군사 쿠데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제명해야 대한민국 헌법 테두리 안에 있는 보수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럴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날 이 후보는 부산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점을 거론하며 “이곳 부산은 민주주의 성지 아닌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민주투사 김영삼의 정치적 고향이 맞나”라며 “이번에도 확실하게 (국민의힘을) 심판해달라”고 강조했다. 차기 선거 바로미터? 민주당이 보수 텃밭을 누비는 와중에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 족쇄’에 발목 잡힌 모양새다. 아직 가시지 않은 후보 교체 여진에 윤 전 대통령의 탈당까지, 대선이 한 달여도 남지 않았지만 선거 공약보다는 윤석열 세 글자가 더욱 눈에 띈다. 민주당이 중도보수까지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앞으로 치러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조기 대선은 단순한 승패를 떠나 지역별 투표율의 소수점까지 눈여겨봐야 하는 선거가 됐다. 내년 6월에 치러질 예정인 지방선거는 이번 조기 대선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에게 간 홍준표 지지자, 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지자 모임인 ‘홍사모(홍준표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의 단체는 “국민의힘은 더 이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수 정당이라는 자격이 없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신영길 홍사모 중앙대표는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경선 과정서 불거진 단일화 파행에 대해 “보수 정당을 지지해 온 수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명태균 특검법’을 의식해 먼저 선수를 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김건희 특검법과 함께 명태균 특검법 상정은 불가피한데, 이 과정서 홍 전 시장에게 불똥이 튈 것을 미리 방지했다는 해석이다. 한편, 홍사모 등의 결정이 홍 전 시장의 의중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