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 '공과' 정밀탐구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고 '빈 수레'가 요란하다?

[일요시사=정치팀] 새정부 출범 1년차는 정권의 명운을 가름하는 해이다. 여론의 기대감이 극대화된 가장 힘이 센 시기로 정권 차원의 프로젝트를 밀어붙일 최적기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을 어영부영 보낼 경우 남은 임기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집권 1년차의 공과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것은 남은 임기를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25일로 취임 1년을 맞은 박근혜정부의 성적표는 과연 어떨까? <일요시사>가 용인술, 공약이행, 정책, 사회적 시스템 개선 등의 분야로 나눠 세세히 살펴봤다.   
 



국가 경영의 성패는 어떤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갈린다.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용인술은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혀왔다. 특히 현대와 같은 다원화된 시대에서 리더의 용인술이 가지는 중요성은 과거보다 훨씬 더 커졌다. 그러나 지난 1년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박근혜 대통령의 용인술은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수첩의 한계
드러낸 인선
 

박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기도 전에 김용준 총리 후보자,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장관급 후보자를 포함해 총 14명의 고위직 인사가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특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각각 고위층 별장 성접대 의혹과 대통령 방미 중 성추행 의혹이라는 추잡하고도 한심한 사건에 휘말려 경질됐다. 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혼외자 의혹에 휘말려 불명예스럽게 자진사퇴했고,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초연금 공약 이행과 관련해 청와대와 갈등을 빚다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근에도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잇단 설화로 경질되는 등 박근혜정부 고위층의 수난사는 진행형이다. 

인사 잡음이 반복되며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를 뒤흔들 가장 큰 뇌관으로 재정이나 복지정책, 공약후퇴 논란보다 용인술을 꼽는 경우도 많다. 이는 시스템에 의한 체계적 인선이 아닌 박 대통령의 수첩에서 나온 이른바 '수첩인사' '밀실인사'의 결과라는 것이 청와대 안팎의 대체적 평가다.  


박 대통령이 인사의 중요 원칙으로 내세웠던 '쇄신' '전문성' 등이 실종된 인선의 사례도 많았다. 지난해 8월 김기춘(76) 대통령 비서실장 임명을 시작으로 홍사덕(72)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현경대(75)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김동호(77) 문화융성위원장, 심대평(73)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이원종(72) 지역발전위원장, 한광옥(72) 국민대통합위원장 등 쇄신과는 거리가 먼 충성과 의리가 검증된 원로들이 중용됐다. 또 공천비리로 2차례나 사법부의 처벌을 받은 서청원 의원을 지난해 10월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공천한 것도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후문이다.



물론 원로들의 귀환을 꼭 나쁘게만은 볼 수 없지만 인사에 '노·장·청'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원로들에 편중된 인사는 좋은 평을 받기 어렵다.

윤진숙 전 장관의 후임으로 내정된 이주영 신임 해수부 장관이 해양수산 관련 분야의 경험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임명된 사례서 볼 수 있듯 전문성을 중시하는 원칙도 깨졌다.

취임 초 고위직 후보자 줄줄이 낙마
'고위층 수난사' 아직 현재진행형

더 큰 문제는 인사잡음이 향후에도 불거질 여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임명 1년 만에 무능력·무소신을 드러냈고 말실수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군 사이버사 대선개입 의혹의 윗선으로 지목받고 있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관련 외압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되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야권의 사퇴요구가 높아 여론이 쏠릴 경우 이들도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추천→검증→임명→평가→재검증'의 인사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지금과 같은 박 대통령의 '나홀로 인사'가 되풀이될 경우 인사문제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정권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후퇴·지연·파기
공약 '수두룩'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7월 대선출마를 선언하며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슬로건으로 ▲경제민주화 ▲정치쇄신 ▲국민대통합을 3대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대선 직전에는 20대 분야 201개의 약속(지역공약 제외)으로 세분화해 공약을 발표했다.

당선 이후 정권의 청사진을 그렸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에서는 '국민이 행복한 희망의 새시대'라는 국정비전 아래 5대 국정목표(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구축)와 20대 국정전략, 140대 국정과제로 다시 정리됐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던 경제민주화 공약은 5대 국정목표 중 하나인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의 하위 국정 전략으로 밀렸다. 

물론 지난해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규제 ▲신규순환출자 금지 ▲하도급 3배 배상제 ▲중기조합 단가조정협의권 ▲부당특약 금지 ▲가맹점주 권리강화 ▲전속고발제 폐지 ▲표시광고법에 동의의결제 도입 등의 경제민주화 법안 입법이 완료됐고, 이에 따른 시행령 개정 등 후속조치도 진행 중이지만 당초 공약에 비해 축소·후퇴했다는 평가가 많다.

정치쇄신과 관련해선 기초단체 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대표적 공약이었지만 새누리당은 '유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박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대통합과 관련해선 대통령 직속기구로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이 기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이가 별로 없을 정도로 활약이 미미하다. 오히려 요직에 영남권 인사가 편중되며 영남·보수 중심의 '그들만의 통합'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외에도 복지공약 등 좌클릭 공약들은 줄줄이 후퇴, 지연, 파기됐다. 이미 인수위 시절 주요 공약 150개 가운데 내용후퇴 29건, 내용삭제 41건 등 총70건(47%)의 공약을 후퇴 및 삭제한 박근혜정부는 '공약의 현실화'를 이유로 서서히 복지공약을 뒤집고 있다.

대표적으로 박 대통령의 대표 복지공약인 '기초연금 도입'은 도입 즉시 65세 이상 전원 20만원 지급에서 국민연금과 연계해 소득하위 70%에게 주는 선으로 축소됐다. 현재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국회에서 논의 중이지만 정부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보건의료 분야의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공약은 "단계적으로 100% 보장하겠다"에서 가장 부담이 큰 3대 비급여(선택 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는 보장대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개선안을 마련해 원안이 폐기됐다.

이외에도 '반값등록금' 공약은 소득 하위 80%까지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을 지원해 올해까지 실질적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기로 했지만, 국가장학금의 지원 기준액을 450만원으로 정해 그보다 학비가 훨씬 비싼 사립대학이 전체 대학의 80%가 넘는 국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또 '고등학교 무상교육' 공약은 올해부터 매년 25%씩 확대해 2017년 전면 무상교육을 실시하기로 했지만 올해 예산에서 완전히 삭감돼 사실상 폐기됐다.

그나마 무상보육 공약은 다른 복지공약과 달리 공약대로 이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재정부담은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하고 있어 가뜩이나 재정이 궁핍한 지자체의 반발이 심한 상황이다.

공약 대거 파기·수정…해명은 실종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균형외교 성과 

지역공약도 절반가량이 파기 및 후퇴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박근혜정부 출범 1주년 및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약속했던 시·도별 공약 121개(핵심공약 106개+세부공약 15개)의 이행 현황을 조사 분석한 결과 지역 핵심공약 중 약 50%가량이(60개) 파기, 후퇴, 지연된 상태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은 잇단 공약의 후퇴 및 파기에 박 대통령은 취임 100여일 만에 복지시민단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오건호·최창우 공동운영위원장으로부터 '공약사기죄' '허위사실 유포죄' 등으로 고발당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공약은 전 세계 어느 정치인도 다 지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다만 별다른 사과나 설명 없이 지나가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치는 불통
외치는 소통?

대선 직전 불거진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모르쇠'로 일관하며 국내 정치는 여야 극한 대치가 1년 내내 이어졌다. 지난해 6월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후 민주당의 '박 대통령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침묵'하며 파문은 더욱 확산됐다. 민주당은 거리로 나갔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등 시민·종교계 일각에선 '대통령 퇴진'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현재 이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야권과 시민단체의 요구에 새누리당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은 향후에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원칙을 강조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균형외교'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박 대통령의 외교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가 많다. 우선 청와대도 외교성과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지난 1년 30여명의 외국 정상과 단독회담을 통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과를 냈다"고 자평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전임 정부의 친미 일변도의 외교에서 벗어나 '한-중' 관계 강화에 나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 등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다지는 한편 미국과는 2015년까지로 예정된 전시작전권 재연기를 추진하는 한편, 미 국방부가 판매자로 나선 F-35A 전투기를 구매하기로 하는 등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3년4개월 만에 이산가족상봉 재개라는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남북관계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이 빠진 채 "북한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갈수록 악화 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한·일 관계는 아베 정권의 극우 행보에 당분간 냉기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공공부분에는 방만경영을 타개하기 위한 개혁이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공공기관의 막대한 부채는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 보금자리주택 사업, 원자력 사업 등의 정책을 떠맡아 발생한 부채가 가장 많아 정치적 사업에 공기업이 희생당하지 않기 위해선 여러 외부의 전문가, 시민사회가 참여해 정치적 외압을 차단하는 노력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서는 낙하산 인사의 차단이 급선무지만 박근혜정부는 겉으로는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라는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발언 이후 새로 임명된 40명의 공공기관장·감사 중 15명(37.5%)이 새누리당 출신 정치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김성회 전 한나라당 의원은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갔고, 같은 달 한국마사회 회장으로 임명된 현명관씨도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선후보 당내 경선캠프 미래형정부기획위원장을 지냈던 인사다. 

낙하산 없다?
실제론 진행형
 

최근에도 지난 17일 한국전력공사 사외이사로 관련 경험이 전무한 이강희·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임명되는 등 낙하산은 아직 진행형이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지난 18일 "정부가 지난 1년 꾸준히 노력하고 많은 일을 했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잘한 게 없다"며 "(새누리)당도 국정원·검찰발 이슈와 청와대를 따라가기에 급급해 국민들에게 뭔가 희망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쓴소리를 가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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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