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초보' 안철수의 좌충우돌 도전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2.18 13:45:50
  • 댓글 0개

'초보운전' 스티커 붙이고 "달려라 달려 쌩~쌩"

[일요시사=정치팀] 아직도 '초보티'를 벗지 못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정치권에 입성한 후 좌충우돌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안 의원은 대선후보까지 지낸 거물 정치인이지만 정치경력은 이제 갓 1년을 넘겼을 뿐이다. 어디까지나 '초보정치인'이다. 그의 험난한 정치 입성기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지난해 4월26일 처음으로 대한민국 국회에 등원했다. 안 의원은 대선후보까지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지만 그의 긴장된 표정은 그가 어디까지나 정치초보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했다.

이날 의원 선서를 마친 후 단상에서 내려오던 안 의원은 한 의원으로부터 "선배들한테 인사하고 가야지!"라는 호통을 들었다. 안 의원이 단상에 오르내릴 때 국회의장뿐만 아니라 동료의원들에게도 인사하는 관례를 잊은 것이다.

당황한 안 의원은 곧장 걸음을 멈추고 의원들에게 인사했다. 의원들은 그런 안 의원의 모습을 보고 웃으며 박수를 쳐줬다. 영락없는 신입생의 모습이었다. 이날 처음으로 국회에 등원한 안 의원은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영락없는 신입생


반면 재보선 승리로 이날 안 의원과 함께 19대 국회에 첫 등원한 5선의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동료의원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는 등 안 의원과는 무척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양당체제를 종식시키겠다는 다부진 꿈을 꾸고 있는 그이지만 안 의원은 어디까지나 정치초보다. 그의 정치경력은 이제 갓 1년을 넘겼을 뿐이다. 국회에 적응하기도 빠듯한데 정치세력화와 창당이라는 대형 프로젝트까지 신경쓰려다 보니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우선 안 의원 진영은 언론 대응 미숙이라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은 바 있다. 안 의원이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2012년에는 안 의원 측이 기자단 취재 내용에 간섭하는 등 언론통제를 하려 한다는 항의를 받고 대선캠프의 유민영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당시 취재단은 협소한 현장 상황 등의 이유로 모든 취재진이 현장에 들어가기 어려울 때 대표기자들을 정해 취재를 한 뒤 이를 현장에 들어가지 못한 기자들과 공유하는 풀(POOL)단 취재의 경우 안 의원 측이 일일이 내용을 확인한 후 수정을 요구하는가 하면, 안 의원에 대해 질문하려는 기자들을 측근들이 지나치게 막아서는 등 취재 방해 행위가 있었다는 불만을 제기했었다. 이같은 언론 대응 미숙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안 의원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1년 서울시장후보와 2012년 대선후보 자리를 민주당에 양보했으니, 이번 선거에서는 양보를 받아야 할 차례가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돼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그러자 안 의원 측은 인터뷰 도중 농담으로 한 얘기였다며 해명했고, 해당 언론사와 안 의원 측은 모두 인터뷰 전문을 공개하며 해석에 대한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이같은 해프닝 역시 미숙한 정치 경험 탓이라는 것이다.

일부 언론사의 경우에는 최근 안 의원 측 모 인사와 인터뷰 일정을 조율하던 중 갑자기 담당보좌관이 연락을 받지 않고 일명 잠수(?)를 타버리는 황당한 사례를 겪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창당 일정이 급물살을 타면서 언론의 관심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소수 인원이 많은 언론들에 대응하다보니 언론들 입장에서는 안 의원 측의 언론 대응이 미숙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 측은 각종 행사 주최 과정에서도 미숙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 의원은 대선후보 시절 한 대학에서 특강을 가졌으나 북새통을 이루던 종전 강연들과는 달리 빈자리가 수두룩해 언론의 입방아에 올랐다. 총 2000석 규모 강연장에 참석한 인원은 5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주최 토론회 텅텅 비고, 언론대응 미숙 '원성'
새정치 개혁안도 정치 현실 모른다 '코웃음'


급기야 행사도중 주최 측이 빈 의자를 철거하기도 했다. 해당 지역 일정이 급하게 잡혀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었다. 이같은 미숙한 행사 진행은 최근에도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안 의원이 주최한 한 토론회가 텅텅 비어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정치인이 행사를 개최하면 실무자들은 참석자 초대에 가장 고심한다. 참석자가 없을 것 같으면 장소의 크기를 줄인다. 사실 정치인이 주최하는 행사의 내용을 보려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는가? 해당 정치인이 얼마나 세력을 가졌는가 과시하는 것도 행사의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 정치전문가는 "정치는 세력 싸움이다. 정치인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세를 과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것이 허세나 구태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유권자들에게는 분명히 심리적으로 먹힌다"라며 "하물며 인지도가 없는 지방의원들도 자신이 주최한 행사에는 사돈에 팔촌까지 불러 행사장을 꽉꽉 채우는데 안 의원 정도 되는 거물이 이런 일로 구설수에 오르는 것 자체가 경험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겠나"고 지적했다.

이같은 시행착오는 또 있었다. 안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은 '새정치'라는 명칭을 당명에 사용하는 것과 관련 정당법 위반이라는 논란을 겪고 있다. 이미 새정치국민의당이란 이름의 정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안 의원 측은 최근 신당의 가칭을 '새정치연합'으로 정했다. 

정당법에 따르면 정당의 명칭은 이미 신고된 창당준비위원회 및 등록된 정당이 사용 중인 명칭과 뚜렷이 구별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새정치국민의당은 지난 2012년 11월1일 '희망한나라당'이란 이름으로 창당해 지난 2013년 7월4일 '새정치국민의당'으로 개명했다. 안 의원 측으로선 두 눈 뜨고 이름을 빼앗긴 것이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신당의 명칭을 전혀 다른 새로운 명칭으로 다시 정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인지도가 낮은 안 의원의 신당은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철수신당이라는 명칭으로 설문을 벌이다 새정치신당이라는 명칭으로 설문을 벌이자 지지율이 무려 6%나 폭락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새정치신당이란 명칭으로 홍보를 해놓고 새정치란 단어를 제외하고 또다시 전혀 새로운 당명으로 창당을 한다면 이 같은 결과가 지방선거에서 재현될 수 있다.

안 의원이 여전히 새정치와 관련해 구체적인 콘텐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정치적 내공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 의원은 새정치를 기치로 정치권에 바람을 몰고 왔으나 1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새정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있다. 심지어 그의 최측근들도 새정치가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고 말할 정도다.


정치초보의 과속


지난 대선과정에서 살짝 공개한 새정치는 고작 의원정수 감원, 당론 폐지 등 비전문적이고 인기영합주의적인 정책들에 그쳤다. 이 같은 안 의원의 주장에 대해 기존 정치권은 정치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코웃음을 쳤다.

한 정치전문가는 "안 의원은 정치권에 입성한 후 모호하다, 간 본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는데 정치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모호할 수밖에 없고, 잘 모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는 것 아니냐"며 "안 의원은 정치에 대해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권의 한 관계자는 "다소간의 실수나 좌충우돌은 노련한 정치인들도 겪는 것이 아닌가? 물론 안 의원이 정치초보라는 사실은 틀림이 없고 그로 인해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은 맞지만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