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드는 개각론 '살생부' 대추적

손발 안 맞는 내각 "1년 버티느라 용쓰셨습니다 그려"

[일요시사=정치팀]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해임을 계기로 추가 개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야권은 당장 청와대 비서진을 포함한 '전면 개각'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여권 일각에서도 "최소한 '부분 개각'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여권은 오는 6·4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여론추이에 따라 개각론이 확산될 여지가 충분하다. 과연 인사 칼바람을 맞을 '위기의 인사'는 누구일까? <일요시사>가 '살생부'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인사들을 추적했다.




"정국전환, 분위기 쇄신용 개각은 없다."

지난해 연말 불거졌던 여의도발 개각 요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새해 초 응답이다. 이후 개각론은 일거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6일 전격 경질되며 정가에서는 한 달 만에 또 다시 개각론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심지어 날려야 할 인사들의 구체적 이름도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야권·민심
"더 바꿔야"

 

윤 전 장관의 해임으로 공석이 된 자리는 6일 만에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4선·경남 마산)이 내정되며 이미 '원 포인트 개각'이 단행됐다. 박근혜정부가 이처럼 신속하게 후속 인사를 마무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추가 개각 요구를 차단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야권은 '윤진숙 경질' 사태를 계기로 청와대 비서진을 포함한 내각의 전면 교체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지난 7일에는 오류투성이 교학사 역사교과서 구하기 논란의 주역,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 축소·외압의 주역 등을 이유로 서남수 교육부 장관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해임건의안도 제출했다.


또 카드사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태와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 논란에 휩싸였던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도 '카드사태 국정조사'가 끝나는 대로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12일 오후 서남수·황교안 장관 해임안의 본회의 상정에 합의를 했으면서도 표결에는 전원 불참하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해임안을 부결시켰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친일독재 역사교과서 비호부 수장(서남수)' '검찰의 부실수사를 초래한 외압의 장본인(황교안)' '사상 최악의 개인 신용정보 유출 사건으로 인한 민생파탄의 장본인(현오석)'은 해임 및 사퇴가 불가피하다"며 "또 불법 대선개입 진실은폐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까지 박근혜정권 인사들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은 이미 끝났다"고 전면적 개각을 요구했다.

문재인 의원도 지난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앞으로 남은 4년 임기 동안 국정에 성공하려면 국정과 인사에 대한 전면적인 쇄신과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개각을 주장했다.

개각을 요구하는 민심도 높은 상황이다. 종합편성채널 <MBN>이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7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이 넘는 국민(55.3%)이 추가 개각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개각이 필요 없다'는 주장은 25%에 그쳤다(조사대상-전국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 조사방식-유·무선 전화 RDD조사, 표본오차-95% 신뢰수준에 ±4.4%p). 자질이나 역량이 부족한 장관이 더 있는 만큼 윤 전 장관 경질을 계기로 바꿀 인사는 바꿔야 한다는 게 민심인 셈이다.

 

여, 부분 개각론
경제팀 겨냥?

 

이에 따라 여권 내부에서도 전면개각까지는 힘들겠지만 "부분개각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6·4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고, 박 대통령의 취임 1주년(25일)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각종 악재를 털어내기 위한 분위기 전환 차원의 개각은 필요하지 않겠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은 지난 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권창출을 같이 했던 새누리당 입장에선 부분개각의 필요성이 아주 절실하다"며 "개각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그동안 싸안고 있었던 윤 전 장관과 같은 경우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적시에 바꿔야만 국민 불만이 해소될 것이다. 개각은 수시로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유기준 최고위원도 "비단 해수부 장관뿐 아니라 장관들이 1년이 지났으니 평가도 한번 해보고 수요가 있다면 개각도 한번 점검을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소폭 개각에 그친다 하더라도 민심을 쇄신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권 일각의 개각 욕구는 특히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지난 1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경제팀에 집중되고 있다. 카드사 정보유출 관련 국정조사 특위를 진행하고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국정조사가 끝나면 인책 되어야 할 사람이 누군지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소폭이라 하더라도 민심을 쇄신한다는 차원에서 개각을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대폭 개각은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어 경제팀에 적용하는 소폭 개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진숙 해임 계기, 개각론 재부상 

국민여론도 "개각 필요하다"

야 "전면 개각", 여 "부분 개각" 

 

그러나 당 지도부는 개각론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핵심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개각을 할 이유는 없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인사청문회는 야권의 '정치공세 장'으로 변질될 수 있어 오히려 정국 혼란만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야권의 일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에 대해서도 "습관성 정치공세용 해임건의안 제출"이라며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을 훼방 놓는 상투적 국정공세 행태이기 때문에 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선긋기에도 불구하고 당내 일부에서는 지방선거 정국에 접어든 상황에서 여론 추이에 따라 후속 개각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구설수에 올랐던 장관들이 또 실수를 한다면 윤 전 장관의 경우처럼 해임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럴 경우 자연스럽게 부분 개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살생부 포함된
인사는 누구?

 


그렇다면 교체 대상, 즉 상생부에 이름을 올린 인사는 누가 있을까. 여야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개각 대상 0순위는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팀이다. 특히 현 부총리는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 수습 과정에서의 '실언' 외에도 지난 5일 국무조정실의 업무보고에서도 140개 국정과제 가운데 집행 목표 달성 측면에서 경제분야가 꼴찌를 기록하는 등 무능도 드러냈다.

야권이 벼르고 있는 서남수·황교안 장관도 끊임없이 교체 대상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외에도 군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의혹의 윗선으로 의심받고 있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 아직도 모호한 창조경제와 역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지난해 철도노조 대규모 파업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교체 대상자로 거론된다.

청와대 비서진 가운데에도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들이 있다. 우선 김기춘 비서실장의 경우 지난해 8월 취임 후 시작된 공안정국 조성의 배후로 지목되며 야권의 사퇴 요구가 높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김기춘 비서실장은 집안에 우환이 있고(장남 사망), 본인도 의욕이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실장이 업무수행이 어렵겠다고 하면 취임 1주년을 전후한 청와대 개편 때 교체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조원동 경제수석은 지난해 8월 세제 개편안 발표에서 "개편안의 정신은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식으로 세금을 더 거두자는 것"이라며 "1년에 16만원 정도는 세금을 더 내도 괜찮은 것 아니냐"고 언급해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현오석 경제팀' 정리 0순위


김관진·서남수·황교안도 위태위태

 

당시 새누리당 유기준 최고위원은 조 수석을 향해 "정부 경제팀의 현실 인식이 얼마나 안일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거위털 뽑기 발언으로 국민들 기분을 상하게 한 조 수석은 즉각 경질 대상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 경제팀의 무능과 맞물려 조 경제수석도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군 사이버사 대선개입 의혹의 '윗선'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전 사이버사령관)도 야권의 사퇴 요구가 높아 여차하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필요성 공감
청문회 부담

 

하지만 실제 개각이 단행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결정권을 가진 박 대통령이 분위기 전환용 개각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일부 장관들의 교체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리게 되는 인사청문회가 '정치공세의 장'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해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인적쇄신은 언제든 검토해볼 수 있는 문제지만 자칫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되거나 최악의 경우 후보자가 낙마라도 한다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난감해진다"며 "다만 지방선거 여론추이를 살펴, 교체 요구가 높을 경우 순차적 교체는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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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