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전직 거물급 자치단체장 근황 추적

오세훈·김두관·안상수…"그대! 부활 꿈꾸는가?"

[일요시사=정치팀]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6·7·10월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자취를 감췄던 전직 거물급 자치단체장들의 이름이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두관 전 경남지사,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그 주인공이다. 한때 이들은 여야의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되기도 했고, 또 일부는 직접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나름의 이유로 한동안 정치권서 멀어진 이들의 근황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한 지역의 '장'이라는 영광의 자리까지 오르는 것은 어렵지만 내려오는 것은 순간이다. 그러나 영광을 맛본 이들은 내려온 뒤에도 대부분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고 재기를 노리를 경우가 많다. 오세훈(53) 전 서울시장, 김두관(54) 전 경남지사, 안상수(67) 전 인천시장 등 전직 거물급 정치인들도 재기를 꿈꾸고 있을까.

'소통령'이라 불리는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하며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떠올랐던 오세훈 전 시장은 지난 2011년 8월24일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에 직을 걸었다가 투표율이 25.7%에 그치며 재선 당선 1년2개월 만에 전격 사퇴했다. 투표함을 열기 위해선 33.3% 이상의 투표율이 필요했으나 이에 못 미쳐 투표함을 열지도 못하고 한순간에 정치낭인이 된 것이다.


무상급식 투표로 낙마
기나 긴 성찰의 시간


이후 오 전 시장은 영국·중국 유학을 떠났다가 귀국해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와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고문변호사로 일하며 정치권과는 거리를 뒀다. 그러는 사이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새누리당의 부담스러운 상대로 떠오르면서 그는 '보수의 아이콘'에서 보수를 위기에 빠트린 '죄인'으로 추락했다. 안 의원과 박 시장의 정치권 등장을 촉발한 장본인이 오 전 시장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그의 정치적 재기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그러나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대항마'가 마땅치 않은 새누리당에선 조심스럽게 오 전 시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여전히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4~5%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고, 일부 언론의 여론조사에서는 박 시장과 맞상대가 가능할 것이라는 결과도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 전 시장은 지난해 11월 리서치뷰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43.8%)과의 가상대결에서 48.1%로 승리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조사대상-서울거주 유권자 1000명, 조사방식-유선전화 RDD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95% 신뢰수준에 ±3.1%p).

그러나 오 전 시장이 이번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정치권에 복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는 지난해 12월14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중장기자문단 일원으로 페루 수도 리마에서 활동하기 위해 출국했다. 오 전 시장은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6월까지 리마 시청에서 서울시장 재직 경험을 살려 도시행정 분야 자문단으로 활동할 것으로 알려진다.

오 전 시장도 지난해 11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재선 시장 4년 임기 중 1년2개월을 하고 그만 둔 것은 서울시민들과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죄인"이라며 "(그간) 정치적으로는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목숨이 아니었다. 그런 생각 때문에 적어도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는 정치적인 발언을 삼가기로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박원순 시장의 임기가 끝나는 기간까지는 자숙기간으로 설정해 놨다"고도 했다. 자신의 재선 임기였던 2014년 6월까지는 가급적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이 서울시민과 자신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뒤집어 해석하면 오는 6월 이후에는 정계 복귀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KOICA 활동이 6월까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예상 복귀 시나리오는 7월 재보선 혹은 10월 재보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에서 중도 사퇴했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재보선을 통해 중앙정계에 입문한 후 영향력을 넓히고 있고, 새누리당 서청원 전 대표도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복귀한 후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는 점 등이 오 전 시장 복귀에 참고할 만한 사례다.


오세훈, 6월까지 '성찰의 시간'
김두관, 3월 귀국 후 지방선거 기여
안상수, 인천시장 3선 재도전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여권의 텃밭인 경남지역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며 일대 파란을 일으킨 김두관 전 지사는 민주당 대선후보 도전을 위해 직을 중도에 내려놨다. 그러나 문재인·손학규 후보에게 밀렸던 그는 지난해 3월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김 전 지사 측 관계자들 전언에 따르면 그는 독일 외에도 벨기에, 영국, 스페인 등을 찾아 유럽연합(EU) 관계자 및 의원들과 독일 모델 연구를 위한 면담을 꾸준히 가지는 등 독일의 전반적 시스템을 공부 중이다. 그의 귀국 시기는 오는 3월이 될 것으로 알려진다. 




김 전 지사가 독일 유학 중에 이사장으로 취임한 사단법인 '한중우호교류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지사는 귀국 후 민주당이 오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해외에서 재충전과 공부의 시간을 가진 김 전 지사는 일단 민주당의 지방선거 승리에 기여한 후 오 전 시장과 마찬가지로 7월 혹은 10월 재보선을 통해 중앙정치무대 복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송영길 시장(52.7%)에게 패한 안상수 전 인천시장(44.4%)은 지난해 12월8일 일찍이 차기 인천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재기를 모색해왔다. 지난 4일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자마자 발 빠르게 예비후보 등록도 마치는 등 설욕전을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재기에 성공해 3선의 꿈을 이루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인천시장 출마가 확실시되는 친박(친박근혜) 핵심인사 이학재 의원(서구 강화갑)과 박상은 의원(중·동·옹진구) 등과의 내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현역에 도전장?
산 넘어 산


당내 경쟁을 통과하더라도 한 번 패한 데다 현역 프리미엄까지 가진 송 시장과의 본선이 남아있다. 역대 인천시장은 민선 광역단체장 체제 이후 모두 재선에 성공했고, 송 시장의 지지율도 타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오고 있어 본선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아직 파급력을 예단하기 힘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신당도 인천시장에 후보를 낼 예정이어서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영광의 재현을 꿈꾸는 전직 거물급 지자체장들의 재기 행보가 성공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박광태 전 광주시장 오명

재임 시 '상품권 깡' 혐의로 집행유예 선고


박광태 전 광주시장이 지난달 15일 재임 시절 업무추진비를 이용해 일명 '상품권 깡'을 한 혐의(업무상 횡령·배임)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4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박 전 시장은 재임 시절인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무려 145차례에 걸쳐 광주의 한 백화점에서 20억원 상당의 상품권을 법인카드로 구매, 이를 현금화하는 이른바 '깡'을 통해 2억원을 챙겨 약 1억8700만원을 개인 당비(4100만원), 아파트 생활비(7000만원), 골프비용(7600만원)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판결에 불복한 박 전 시장은 지난달 27일 광주지법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 역시 "죄에 비해 관대한 처벌"이라며 항소해 박 전 시장의 상품권 깡 의혹은 항소심에서 다시 다뤄질 예정이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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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